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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24화 (774/774)

외전 124화. 작전 속의 작전 (4)

쾅!

쌍장으로 검사들을 날려 버린 이천상이 두 남녀와 그들 뒤에 선 검사를 바라보았다.

“네놈은 누구냐?”

두 남녀의 목에 쌍검을 겨누고 있는 검사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두 마인의 기습으로 절반의 동료가 죽었고 남은 동료들과 상대하던 중 또 다른 마인이 들이닥쳤다.

뒤이어 들어온 마인, 눈앞의 저 귀신 손에 남은 동료들 모두가 박살이 났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검사는 당황했다. 그렇게 독한 훈련을 받았는데도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툭.

먼지 묻은 장포를 털어 낸 이천상이 남녀를 바라보았다.

두 남녀는 대략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워낙 험한 꼴을 당해 피폐해 보였지만 본판이 워낙 순해서 더 어려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선남선녀라 불릴 만한 이들이었다. 남자는 유연한 학자처럼 보이는 인상이었고 여인은 강단 있어 보이는 눈매를 한 미인이었다.

애써 의연함을 고수했지만, 두 남녀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엿보였다.

이천상이 입을 열었다.

“호광, 진요성. 맞소?”

여인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대로 찾아왔군.”

“누구십니까?”

“당신들 목에 칼 겨누고 있는 이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오.”

꽤 인상적인 대답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당신들을 구해 주러 왔다든지, 그도 아니면 아무 대답도 안 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천상의 그 발언은 남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 주었다.

검사가 버럭 외쳤다.

“너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은 방금 했다.”

픽!

이천상이 흑영비를 뽑아 들었다.

“이놈!”

검사가 남녀의 목에 검을 눌렀다. 검날에 살짝 베인 목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남녀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검사가 씹어뱉듯 말했다.

“비수를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두 사람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을 받은 것 아니었나?”

상황을 보고 유추했을 뿐,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검사의 눈이 흔들리는 걸 본 이천상은 자신의 유추가 맞았음을 깨달았다.

“칼 버려라.”

“닥쳐라!”

“상부에서 받은 명령은 죽음을 불사하고 따라야 하는 법. 일개 검사가 목표물을 죽여 조직에 피해라도 줄 생각인가.”

검사가 이를 악물었다.

“죽어도 조직에 폐 끼치지 말고 죽어라. 두 사람을 내놓으면 널 건드리진 않겠다.”

순간 저도 모르게 검을 내릴 뻔한 검사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요사스러운 말로 누굴 흔들려는 거냐! 당장 비수를 버려라! 버리지 않으면 즉시 둘을 죽이겠다!”

이천상은 검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허세는 아니군.’

진심으로 둘을 죽일 생각이다. 누군지 모를 마인에게 빼앗기느니 목표물을 죽이고 자신도 싸우다 죽을 각오다.

생물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 낸 자다. 단순히 저 검사만이 아니라 이들 모두가 그러했다.

실제 실력을 떠나 정신력만큼은 신교육대의 마인들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셋을 세겠다! 하나!”

“좋다.”

“두…… 뭐?”

이천상이 두 손을 들었다.

“비수를 놓겠다. 두 사람을 죽이지 마라.”

긴장했던 검사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땅에 버려 둬라.”

“좋다.”

이천상이 살짝 손을 내밀어, 비수를 든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검사의 눈이 떨어지는 흑영비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는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다.

애초에 모옥 안으로 들어와 그의 동료들을 날려 버린 것은 이천상의 권장이지 비수가 아니었다는 것.

흑영비가 이천상의 무릎을 지나 정강이 높이로 떨어질 때.

파앙! 퍼억!

검은 벼락이 되어 나아간 비수가 검사의 미간을 뚫고 뒤통수를 삐져나와 모옥 벽에 박혔다. 발로 차서 비수를 날려 버린 것이다.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검사가 서서히 뒤로 무너졌다.

파아악!

뒤로 쓰러지던 검사의 몸이 정지했다. 재빨리 다가온 이천상이 그의 양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쓰러졌다면 양손에 쥔 검이 두 남녀의 목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남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천상을 올려다보았다.

서로의 숨소리도 생생하게 들리는 거리다. 말 그대로 코앞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천상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괜찮소?”

어두운 모옥 안.

덩치 큰 사내가 무심한 눈으로 자신들을 내려다보며 그 눈빛만큼이나 감정 없는 목소리로 안전을 묻는다.

이것은 자신들을 납치해 잡아 둔 이들이 보여 준 것과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어떤 거친 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공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 여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미지의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도 여인은 최대한 담담함을 유지하려 했다.

“덕분에 저희도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천상이 죽은 검사의 두 손을 놓았다.

쿵!

뒤로 쓰러진 검사의 고개가 몇 번 발작하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지금 그대들을 구한 건 맞지만, 나도 명령을 받은 처지라 앞으로의 안전을 완벽히 보장할 수는 없소.”

여인의 안색이 다시 해쓱해졌다.

남자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서 나오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천마신교요.”

“……!!”

서늘한 마기로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이 사람도 천마신교의 마인이었다.

“하지만…….”

남자가 죽은 검사를 힐끔거렸다. 그 와중에도 아내가 볼까 싶어 머리를 품에 꼭 안았다.

“저자들도 신교의 마인이 아닙니까?”

“그래서 나도 의아해하던 차였소.”

뇌옥에서 도주한 다섯 노마를 잡으러 왔다가 동류의 마기를 지닌 이들과 이런 살벌한 싸움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천상이 몸을 돌렸다.

“잠시 기다리시오. 주변을 정리하고 오겠소.”

* * *

쩌어엉!

검과 검의 부딪침.

위찬은 쥐고 있던 검을 시작으로 오른팔이 통째로 찢겨 날아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쉬이익! 퍼엉!

좌측으로 밀고 들어와 강맹한 권법으로 혈향검을 밀쳐 낸 유상천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혈향검을 밀쳤지만, 주먹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굉장했다. 마치 탄성 좋은 철구를 후려친 것만 같다. 내뿜는 공력이 그대로 되돌아와 팔의 혈도를 두들기는 듯했다.

‘강하다!’

이천상과 비무를 벌일 때가 생각났다.

이천상과 싸우다 보면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위축되었다. 어느 부위에 어떤 공격을 가해도 피하거나 반격을 당할 것 같은 기분이라, 무공 전개 자체에 난감함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혈향검은 한없이 단단했다. 아무리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는 성문을 대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느낌은 그렇게나 달랐다. 그러나 둘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역시.’

유상천이 이를 악물었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어.’

이천상과 눈앞의 이 검사의 수준은 신교 내에서도 쉽게 찾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적냐고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신교는 수많은 절정고수를 보유한 마도 최강의 집단이니까.

그런 이천상과 검사보다도 강한 내원의 고수들은 얼마나 대단할까? 칠십이마장의 상위 마장들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경지를 구축하고 있는가?

원주급 인사들은 또 얼마나 강할 것이며, 그들이 부리는 수하들은 또 얼마나 기괴한 마공과 수법을 보유하고 있을까.

나아가 십대마왕은? 그들은 대체 얼마나 높은 산의 정상에서 천하를 굽어보고 있는가.

그들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신교에서도 최고급으로 인정받은 조부의 마공을 익히고 있음에도 적 하나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상천의 눈이 불을 뿜었다.

‘그래도 이긴다!’

번쩍! 번쩍!

벼락처럼 휘둘러지는 위찬의 검은 무겁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쾌속했다.

혈향검이 이를 악물며 검을 내쳤다.

쩌정!

두 번의 충돌만으로도 위찬은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야 했다.

‘내상이 심한데도!’

군주님의 기습으로 내상을 입지 않았다면 열 합은커녕 다섯 합도 버티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검을 부딪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건 상대의 내공 흐름이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내공 운용으로 인해 팔다리가 어지러워지는 순간을, 유상천은 놓치지 않았다.

화아아악!

유상천의 마기는 위찬은 물론이고 혈향검에게도 위압감을 주었다.

마기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연마한 마학의 수준이 달랐다. 먹이사슬 관계가 워낙 철저한 무공인지라 혈향검조차 부딪침 자체를 꺼릴 정도였다.

후우우웅!

유상천의 양손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마기가 순식간에 어둠을 벗고 우윳빛 광채를 뿜었다.

혈향검의 눈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대충 흘려 버렸지만, 작정하고 기운을 끌어 올리는 애송이의 손에서 그냥 넘기기 힘든 형상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 줄기 탁한 백광이 점차 사람 머리통만 한 해골 형상을 만들었다.

완연한 백골이되, 실제 백골보다 훨씬 더 찬란한 빛을 내뿜기에 더더욱 기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놀라운 기공이었다.

‘설마 천마백골수(天魔白骨手)?!’

유상천이 쌍장을 내질렀다.

콰쾅!

처음으로 정면 승부에서 혈향검이 대여섯 걸음이나 밀려 나갔다.

내상이 심하지 않았다면 물러났을 리가 없다. 나아가, 내상을 입었다 해도 수준 차이를 생각하면 이렇게 물러날 일이 없었다.

상대의 마공 수준이 너무 빼어났다. 힘의 흐름을 보면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불완전한 기공파(氣功波)로도 이 정도 위력이 나온다.

‘백골신마의 제자인가?!’

혈향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임무 이전에, 자신의 무도(武道)를 구축해 보지도 않고 더 강한 마공이나 영약으로 강해진 이들을 그는 혐오했다.

콰앙!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유상천에게 달려든 혈향검.

속이 뒤집힐 것 같은데도 참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알 수 없는 분노 때문이었다.

유상천이 놀라서 쌍장을 내밀었다. 마기를 끌어 올릴 시간이 없어서 백골수의 경력이 반도 차오르지 못했다.

그때, 위찬이 혈향검의 측방으로 날아들었다.

콰앙! 피슉!

세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다. 혈향검은 위찬의 검력에 내기가 엉켜 발경 폭발로 쓰러졌고 유상천은 혈향검의 검기에, 위찬은 혈향검의 반탄력에 날아갔다.

파아악!

쓰러진 위찬은 울컥 피를 토하면서도 곧장 혈향검에게 달려 나갔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혈향검이 놀라서 검을 휘둘렀다.

쩌정! 쩌저정!

한껏 불안정해진 혈향검의 기도.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으로 그를 몰아치던 위찬의 몸에서 일순 강력한 마기가 새어 나왔다.

‘……!!’

혈향검의 눈이 흔들렸다.

‘이놈도?!’

백골수를 쓰는 놈도 그랬는데, 알고 보니 이 애송이 검사도 엄청나게 수준 높은 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지금껏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런 힘을 갖고 있었다면 진즉 꺼내 쓰지, 왜 숨겨 뒀다가 지금 뽑아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십 합이 넘는 칼부림 이후, 혈향검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지이이잉!

난폭하기 그지없는 무형의 마기가 위찬의 온몸으로 스며들며, 기존보다 훨씬 더 빠른 움직임을 부여했다.

쩌저저저정! 서걱!

화려한 불똥 속에 찬연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위찬의 검이 기어이 혈향검의 가슴에 자상을 낸 것이다.

그때였다.

“안 돼!”

유상천의 다급한 외침.

살기로 폭사된 혈향검의 눈, 그의 검이 뱀처럼 휘어지며 위찬의 목을 노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치리링!

위찬의 검이 불가사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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