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화
5평 남짓한 원룸.
모니터에서 흘러나온 불빛만이 어둠을 조금 밀어내고 있었다.
타닥. 타다닥.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키보드 타건음과.
띠링.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메시지 알림음만이 들려오는 소리의 전부였다.
아니지.
“하아.”
댓글창을 볼 때마다 내가 내뱉는 한숨 소리도 포함해야 한다.
타닥. 타다닥.
띠링. 띠링.
“하아아.”
전체적으로 삭막하고 어두운 분위기.
내 작업실이자 내 집인 곳이었다.
아까부터 연신 쉬지 않고 울리던 알림.
띠링.
띠링.
이 소리는 다른 게 아니다.
오늘 올라온 회차에 대한 댓글 알림들이다.
방금 막 약 1년간 붙잡고 있던 판타지 웹소설의 마지막 화를 업로드했다.
반응은,
-용두사미 장인
-진짜 X발 여기까지 따라온 내가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네
-전작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당해서 다신 안 보려 했는데…….
-이 정도면 작가 진짜 뭐 병 있는 거 아님? 이야기가 죄다 미친 엔딩이네.
-하차할까 말까 하다가 끝까지 온 내가 레전드 흑우네
하나같이 엔딩에 대한 욕만 가득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다 죽었네. 이번에도.’
내 결말은 언제나 배드 엔딩이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배드 엔딩.
모든 등장인물이 죽는다.
나라고 이런 엔딩을 쓰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쓰다 보면 항상 이런 엔딩이 되어 있고 말았다.
어쩌면 이 또한 트라우마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어떤 캐릭터도 살려낸 채 엔딩을 낼 수 없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망할.”
옛 기억이 떠올랐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
그 탓에 마구잡이로 찢겨 조각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늦은 시간의 도로.
꾸벅꾸벅 졸던 뒷자리의 형들.
조용하던 차량 안.
그 뒤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거대한 트럭.
중앙선을 침범하며 달려들던 트럭의 헤드라이트로 차량 내부가 번쩍하고 밝아지던 순간.
모든 게 끝나 있었다.
‘그만.’
난 생각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만하려 할수록 머릿속 이미지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똑딱.
시계 초침 소리가 적막한 방 안에 울리고,
토도독.
꼭지가 덜 돌아간 개수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띠링. 띠링.
그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울리는 댓글 알림들.
-다 죽네 ㄹㅇㅋㅋㅋㅋㅋㅋ
-여기가 엔딩 맛집 맞나요?ㅋㅋㅋㅋ
-놀리러 온 새끼들은 한 줌 있던 독자들 빡치게 하지 말고 꺼져라
말소리를 내는 이는 단 하나도 없건만,
“후우우.”
내 머릿속은 그만 터져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3년 차 웹소설 작가이자 벌써 2질이나 완결을 한 기성이지만,
‘왜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내 병적 증상은 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더 이상 댓글 반응을 보는 건 좋지 않다.
난 노트북을 덮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니터 불빛마저 사라지자 원룸이 온통 어두워진다.
난 손으로 벽을 더듬어 형광등 스위치를 눌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형광등이 잠시간 점멸하더니 이내 방이 밝아진다.
환한 조명 아래 드러난 5평의 공간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난장판이네.”
아무렇게나 버린 생수통들.
구겨진 배달 음식 박스들.
이리저리 뭉쳐서 돌아다니는 생활 쓰레기들까지.
벌써 3개월째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
‘나가봐야 하나.’
내가 더러운 성격이라 그런 게 아니다.
청결을 싫어하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문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난 쓰레기들을 발로 슥 밀어둔 채 바닥에 몸을 눕혔다.
매트리스조차 없는 맨바닥이기에 냉기가 올라왔다.
뼈마디가 바닥과 닿으며 뭉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자리에 눕자 날 괴롭히던 이미지들은 더욱 선명해졌다.
5년 전.
아직 내가 칩거하기 전의 일들이다.
주제에도 맞지 않게 아이돌 연습생이던 시절이었다.
‘대체 내가 뭐라고 아이돌을. 참나.’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데뷔조에 들기까지 했다.
회사가 엉망이라 성공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친척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 먹던 내가 처음으로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던 방이 있었고.
조금 허술한 면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착하고 순했던 형들도 있었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적당하게만 잘 되면.
아니, 아주 잘되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이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살 만할 거라고.
성공한 아이돌들이 별로 부럽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우주는 가끔 가차 없이 누군가를 망가뜨리곤 한다.
소박했던 내 소망은 늦은 밤 음주운전을 하던 트럭 기사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하고 우리를 훑었던 순간.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
부유감이 느껴졌고.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이후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본 건,
‘아냐. 생각하지 말자.’
은연 중에라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부정어를 입력하지 못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을 하게 된다.
난 주먹을 꽉 쥐었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에 이를 악물었다.
도로를 달리던 우리 차는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총 5명이던 우리 중 살아남은 사람은 운전대를 잡았던 리더 형과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 딱 둘뿐이었다.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끔찍한 사고.
그리고 당시 운전대를 잡고 있던 리더 형은…….
‘아직도 누워 있겠지.’
의식불명인 상태였다.
5년간.
결국 그날 살아남아 일상으로 돌아온 건 나 하나밖에 없는 셈이었다.
아니지.
나도 일상으로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늘 강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 나온다면 언제나 죽음을 선택하게 되어버렸다.
게임을 할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죽음에 가까운 상황이 오게 된다면 가차 없이 죽음을 선택한다.
상담을 해주던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그날의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라고.
반쯤은 맞는 말이었다.
다만 그건 왜 내가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었다.
왜 나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왕 밀어버릴 거라면.
이왕 죽이기로 결심한 거라면.
그런 결심을 어떤 신적인 존재가 하는 것인진 모르겠다만.
“나도 데려가지 그랬어.”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입술을 씹었다.
모로 누워 벽을 바라봤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무뎌진다.
이내 몸도 마음도 완전히 표백되어 은근한 몽롱함에 잠길 때.
그 순간만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이 된다.
서서히 기분 좋은 나른함이 번지려는 순간,
지이잉.
핸드폰이 울렸다.
짧은 진동.
문자다.
아마 출판사에서 온 거겠지.
엔딩 왜 또 그따위로 냈냐며.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오늘은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만 핸드폰에 손을 뻗은 건 내 일생일대의 실수가 되어버렸다.
화면 위로 떠오른 문자 내용은,
-故우연훈 님께서 2027년 12월 4일 23시 45분에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부고였다.
5년간 의식불명이던 리더 형의.
“하.”
헛웃음이 나왔다.
“하. 하하.”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전혀 웃기지도 않은데.
“하…… 윽.”
입술을 세게 물어 피 맛이 느껴졌다.
주먹을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모로 누운 채 몸을 웅크렸다.
“흐윽.”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마음을 굳이 들춰내어 칼로 마구 쑤시는 것만 같다.
분통을 터뜨리고 싶으나,
“하…….”
그 대상마저 없었다.
삶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데,
이 삶은 어느 방향으로 봐도 비극이었다.
이런 삶을 계속 살아갈 바에야.
이따위 삶을.
이런 고통을.
내가 원한 적 없던 이 모든 것을 억지로 끌고 나갈 바에야…….
생각의 흐름이 끝도 없이 뻗어 나가려던 순간.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또 한 번 진동했다.
긴 진동.
이번엔 전화다.
난 웅크린 채 몸을 잘게 떨면서도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뭐?”
화면 위에 떠오른 발신인에 굳어버렸다.
-우연훈 형 (리더)
연훈이 형의 번호였다.
5년간 한 번도 전화가 온 적 없던 번호다.
연훈이 형의 부모님과는 간혹 전화를 주고받긴 했으나 이런 적은 처음이다.
혹시 연훈이 형의 가족들 중 누군가가 형의 번호로 부고를 알리는 전화를 건 것이려나.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설마.”
연훈이 형일지도 모른다.
아니지.
말도 안 된다.
방금 부고 문자를 받았는데.
심지어 5년간 의식불명이던 사람인데.
다만 마음이 이상하게 그쪽으로 기운다.
난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댔다.
-…….
한동안 적막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통신사에 문제가 생겨 혹시 오류로 전화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스치려던 찰나,
-태윤아.
들렸다.
연훈의 형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더해졌다.
혀라도 깨물 뻔했다.
정말 연훈의 형의 목소리가 맞나?
목소리가 닮은 누군가인가?
아니다.
방금 들린 그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연훈이 형의 목소리였다.
뭐라도 답을 해야 한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죽은 사람의 전화라니.
다만 지금이 아니면 답을 할 수 없다.
5년 만에 처음으로 형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연훈이 형.”
형을 불렀다.
그 순간,
후웅!
갑자기 온몸에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몸 전체가 떠올려지는 감각이랄까.
“이게 무슨……!”
이내 시야가 휙 하고 돌아가더니,
“뭐?”
공간이 바뀌었다.
분명 좁고 더러운 원룸에 누워 있었는데.
한순간에 하얗게 표백된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난 허공에 붕 뜬 채로 허우적거렸다.
그러면서도 핸드폰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 모든 불가사의한 일의 정체 따위 궁금하지도 않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연훈이 형……!”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
그 목소리와의 대화다.
그 순간,
[전이를 시작합니다.]
마치 기계음과 같은.
아니, 인격이 모조리 말살된 것만 같은 건조한 음성이 귓가에 울리더니,
후우웅!
시야가 또 한 번 뒤집혔다.
다른 공간으로 또다시 이동된 것이다.
내 원룸으로 돌아왔을 줄 알았는데.
“태윤아. 넌 안 졸려? 지금 애들은 다 자는데. 너도 한숨 자. 숙소 도착하면 깨워줄게.”
아니다.
다른 공간이다.
내가 은연 중에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공간.
지난 5년간 날 괴롭히던 기억.
우릴 망가뜨렸던 그 모든 사건의 시발점.
연훈이 형이 운전하던 차량 안이다.
동시에.
“……미친.”
지금 저기.
저 중앙선 건너편에서.
빠아아앙──!
10톤짜리 트럭이 이쪽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며 달려오고 있었다.
동시에,
[그룹, 세이렌의 멤버들을 구하시오.]
[성공 시, 다음 미션으로 진행.]
[실패 시, 전원 사망.]
귓가에 낯선 기계음이 파고들었다.
[이탈자 특전으로 ‘통찰’이 부여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알 수 있었다.
“우연훈! 액셀 밟아!”
형들을 두 번 죽게 할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