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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3화 (3/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3화

“아이돌을 안 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태윤아.”

우선 가장 먼저 반응이 나오는 건 연훈이 형이었다.

연훈이 형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미쳤어? 봉태윤?”

다음은 도승이 형.

도승이 형은 한 대 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물론 진짜 치진 않겠지만 말이다.

“무슨 일 있어, 태윤아?”

운이 형은 발언 자체의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연유를 묻는다.

운이 형다운 반응이었다.

마지막, 동준이 형은,

“우리 봉태윤이~ 사춘기야?”

장난스레 이리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마 진심이 아닐 거라 믿는 눈치였다.

하지만,

“오늘 차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아이돌이 제 길이 아닌 거 같아요. 죄송해요.”

난 진심이다.

아마 다들 받아들이긴 어려울 거다.

어제까지 잘만 연습하던 멤버가 갑자기 탈퇴하겠다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다.

형들은 어이없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이유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도승이 형이 물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어떻게든 주체하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유를 대라면야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를 전부 말하면 그건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

‘이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성공하겠어.’

우선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속한 WD엔터는 애초에 아이돌을 준비하고 운영할 자본이 안 되는 회사다.

그냥 사장의 욕심으로 현재 런칭을 준비 중인 거지.

실제로 지난 생에서 우리의 데뷔가 실패한 이후 WD엔터는 이상한 망돌 하나를 냈다가 거하게 말아먹었다.

데뷔 후 공식적으로 활동한 기록이 음방 몇 주 돈 게 전부였을 정도의 망돌이니까.

둘째론,

‘내 재능도 변변찮은 정도고.’

난 춤도, 노래도, 사실 그닥 뛰어나진 않다.

팀 컬러를 망칠 수준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론,

‘웹소설 쓰는 게 더 나을 거야.’

이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데뷔를 한다 해도 돈은 거의 안 될 거다.

그럴 바에야 웹소설 쓰는 게 더 이득이다.

웹소설 미래 트렌드도 다 알고 있거니와,

‘원래도 꽤 팔렸으니까.’

엔딩을 거지 같이 내서 그렇지 고정 독자층은 늘 있었다.

그러니 웹소설을 열심히 써서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장의 목표다.

이유론,

‘형들 커버 치려면 얼마를 모아야 하는 거냐.’

이 형들이 그룹 활동 끝내고 난 후 사회로 돌아왔을 때 밑천을 잡아주려는 거다.

어차피 이 그룹은 데뷔한다 쳐도 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

개개인의 능력치가 부족해서가 아닌 회사가 개떡 같기 때문이다.

1군이나 월클 될 인재도 WD 오면 망돌 될 게 분명하다.

물론 망하지 않을 확률이야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난 확률 낮은 일에 베팅하고 싶진 않다.

그러니 망할 것을 가정해 미래 계획을 짜자면, 내가 땡전 한 푼 못 받고 해체당할 형들의 후견인 같은 거라도 되어줄 생각인 거다.

동준이 형을 제외한 나머지 형들은 그룹 해체 후 다시 시작할 만한 베이스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만 이 모든 이유를 설명할 순 없으니,

“저 재능 없는 거 아시잖아요.”

이렇게만 설명했다.

그 말에,

“……후우우.”

당장에라도 한 대 칠 것 같던 도승이 형도 입술을 씹을 뿐 아무 말도 못 했다.

리더인 연훈이 형도.

늘 착한 말만 하던 운이 형도.

언제나 천하태평한 동준이 형도.

모두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이때 당시 내 포지션은 리드보컬.

사실 말만 리드보컬이지 그냥 구색 맞추려고 채워 넣은 거다.

그나마 음색은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3년 연습해서 이 정도면 여기까지란 거겠죠.”

어찌저찌 데뷔조에 들긴 했다만 그건 이 회사가 인재가 없어서 그런 거다.

난 다른 형들과 달리 데뷔조에 들 만한 실력이 안 된다.

다른 형들이야 각자 사정이 있어 큰 회사에 있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케이스들이고.

난 원래도 자그마한 중소들 전전하며 연습생 딱지만 겨우 달고 있던 놈이다.

“안무도 저 때문에 계속 완성도 떨어지는 거 같고. 노래도 괜히 분위기 흐리는 거 같고. 제가 나가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일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아이돌에 큰 꿈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건 한 그룹이라는 정체성이었다.

친척 집 전전하며 눈칫밥 먹던 세월이 길어 가족 비슷한 걸 갖고 싶었으니까.

내게 연습생 생활이란 그냥 소꿉놀이 같은 거다.

내 결핍 채우려고 해왔던 이 비효율적인 짓거리는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

그게 팀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방향일 테니까.

“형들이랑 숙소 생활하면서 정말 행복하고 좋았는데, 그래서 더더욱 여기까지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형들 그룹 활동하는 데에 방해만 될 거 같거든요.”

그때까지도 형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내일 팀장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

난 그리 말하곤 다시 누우려 했다.

그때,

“야.”

도승이 형이 내 멱살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너, 막, 혼자서 그렇게 통보하듯 말하면 끝이야?”

눈매가 매섭다.

정말 한 대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한 대쯤 맞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은 찰나,

“도승아!”

운이 형이 도승이 형을 막는다.

“애를 때리려 하면 어떻게 해!”

“얘 하는 말이 그렇잖아! 뭐 실력 없어서 때려치워? 그럴 거면 그 지랄하면서 왜 지금까지 버틴 건데!”

“도승이 형!”

“아오! 왜 다 나한테 지랄이야!”

동준이 형까지 합세해서 도승이 형을 말리려 하자 도승이 형은 짜증 난단 듯 내 멱살을 풀어줬다.

숙소 분위기가 개판이 됐다.

개판 될 거 알고 말한 거긴 한데,

‘미안하네.’

죄책감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어차피 다 알게 될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개판 내놓아야 나한테 정도 털릴 테지.

그냥 데뷔 전 진상 하나 있었다, 라는 정도로 끝내는 게 맞다.

그래야 본격적인 활동 시작했을 때엔 나 같은 건 잊고 활동에만 집중할 테니까.

난 형들이 활동하는 동안 글을 열심히 쓸 거다.

그리고 망돌 생활 청산하고 사회로 나온 형들에게 뭐라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거기까지가 내 역할이겠지.’

오늘 차를 타고 오며 생각해 둔 내 플랜이었다.

과거로 회귀를 하게 됐다는 건 뭐 신 같은 작자가 나한테 시킬 일이 있어서일 거다.

그게 어쩌면 이전 생에선 억울하게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형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라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형들의 삶이 최악으로 치닫진 않을 수 있도록 해줄 최소한의 에어백.

아마 그게 나일 것 같았다.

“미안해요. 정말로.”

“하, 참나. 뭐? 미안해?”

내 미안하단 소리에 도승이 형이 한 번 더 발작한다.

다시 한번 내 멱살을 잡아챈다.

이번엔 정말 한 대 맞겠다 싶었는데,

“다 그만해!”

줄곧 조용히 있던 연훈이 형이 큰 소리를 냈다.

그동안 우리 앞에서 한 번도 큰 소리 낸 적 없던 사람이다.

맏이고 리더긴 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겁 많고 소심해서 리더에는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이지.

맏이니까 리더, 라는 무지성 공식 탓에 리더가 된 사람이다.

한데 그런 사람이 우리 앞에서 큰 소리를 냈다.

어찌나 떨던지 목소리가 천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것 같았다.

“도승이는, 태윤이 놔줘. 아무리 화 나도 때리는 건 잘못이잖아!”

“……나 아직 안 때렸어요!”

도승이 형이 사뭇 억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직 안 때렸다.

근데 멤버들이 다 때린 것처럼 대우하니 억울할 법하긴 하다.

“태윤이 가슴 빨개진 거 안 보여? 그 정도면 때린 거랑 뭐가 달라!”

다만 연훈이 형은 멱살 잡히느라 빨개진 내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는 말이네.

실제로 따끔거리긴 한다.

“우, 운이랑 동준이도 그만해! 너희가 도승이만 너무 몰아붙이니까 얘가 더 억울해하는 거 아니야!”

운이 형이랑 동준이 형에게도 한 소리 한다.

두 형들은 그 말에 슬그머니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태윤이는…….”

연훈이 형의 시선이 가장 마지막으로 나에게 꽂혔다.

“나랑 얘기 좀 해.”

“아, 네.”

“같이 내려가자.”

“네.”

연훈이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롱패딩을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나도 형을 따라 롱패딩을 주워 입었다.

“우리 밖에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 먼저 잘 거면 자. 꽤 걸릴 거야.”

“네.”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와요.”

아마 이야기가 길어질 걸 다들 예상한 모양이다.

난 연훈이 형을 따라 숙소를 나와 밖으로 내려갔다.

* * *

연훈이 형과 자리를 잡은 곳은 숙소 앞 편의점이었다.

겨울이라 추울 법도 한데 형은 굳이 굳이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을 선택했다.

“뭐 따뜻한 거라도 마실래?”

“아뇨. 그보다 그냥 편의점 안에서 대화하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너 머리 좀 식히라고 일부러 밖에 나온 거란 말이야.”

“추운 데 있으면 머리가 식어요?”

“그럼!”

머리가 식는다는 게 진짜 물리적으로 온도가 떨어지는 걸 뜻하는 게 아닐 텐데.

뭐 상관은 없다.

다만 식을 만한 머리가 있진 않은 게 문제다.

난 아까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텐션이니까.

거슬리는 건,

“형 발가락 빨간데요?”

“괜찮아.”

“괜찮은 게 아닌데.”

연훈이 형이 급하게 나오느라 한겨울에 양말도 없이 슬리퍼만 신고 나왔단 거다.

“잠시만 기다려요.”

“응?”

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롱패딩에 지갑이 있었다.

난 양말 하나를 결제한 후 밖으로 나왔다.

“이거 신어요.”

“아니, 됐어. 게다가 편의점 양말 비싸잖아. 환불해.”

“됐어요. 그리고 비싸봤자 양말인데.”

물론 많이 비싸다.

이때 당시의 내 지갑 사정을 생각하자면 말이다.

하지만 돈이야 곧 벌 자신이 있으므로 별로 아깝진 않았다.

내가 억지로 양말을 신기려 하자 연훈이 형이 기겁하며 내 손에서 양말을 채갔다.

그러곤 혼자 부스럭부스럭대며 양말을 신었다.

“한결 낫죠?”

“……그러네.”

난 연훈이 형과 마주 보며 앉았다.

형은 날 가만히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다.

내 탈퇴 의사에 대한 거겠지.

역시나.

“탈퇴 하지 마, 태윤아.”

탈퇴 이야기가 나온다.

“저 재능 없는 거 알잖아요, 형도.”

난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할 생각이었다.

“하아. 태윤아. 진짜 툭 까놓고 말해서, 솔직히 실력이 부족한 건 맞긴 해.”

연훈이 형은 줄곧 테이블만 쳐다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우리 중 아무도 네가 데뷔조인 거에 불만 갖는 사람 없어.”

“네? 왜요?”

내 실력 엉망인 건 모두가 알 텐데.

“그걸 몰라서 묻니? 정말로?”

연훈이 형은 사뭇 답답하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이돌이 실력만 좋다고 아이돌인 건 아니잖아.”

“아.”

그걸 말하는 거라면야.

다만 그룹 내에 인물 못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 중소에 어떻게 이런 마스크들이 모였나 싶을 정도로.

현재 이 멤버들이 WD엔터가 가질 수 있는 인재 중 최고 수준일 테다.

아니지.

회사 수준을 넘어서는 오버스펙이라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태윤아. 아무리 그래도 데뷔 몇 개월 남았다고…….”

연훈이 형은 그리 말하며 내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을 법한 말을 죽 늘어놓았다.

다만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당장 다음에 쓸 수 있을 법한 웹소설 제목이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탈퇴 의사를 번복하시오.]

[성공 시, 다음 미션으로 진행.]

[실패 시, 리더 우연훈의 사망 확률 증가.]

처음 회귀를 하며 들었던 그 음성.

인격이 말살된 게 분명한 그 음성이 귓가에 내리꽂혔다.

다만 그 내용이,

‘사망 확률 증가라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대체 왜 연훈이 형의 사망 확률이 증가한다는 말인가.

내가 탈퇴 의사 번복 안 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어 멍해져 있는 찰나.

“……그러니까 태윤아. 다시 올라가서 형들한테 사과하고…….”

난 연훈이 형이 하는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주변을 재빠르게 살폈다.

대체 뭐 때문에 연훈이 형의 사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그 순간,

쉬이이익!

저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화분?’

화분이었다.

그것도 작은 화분이 아닌 거의 유치원생만 한 크기의 커다란 화분 말이다.

지금 그 위험한 물건이,

“미친!”

연훈이 형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

연훈이 형이 위화감을 느끼고 위를 올려다본 순간,

“으아아악!”

이미 화분은 코앞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 순간,

후우웅!

내 쪽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마치 슬로우모션이라도 건 것처럼 말이다.

건너편 대로에서 차들이 움직이는 소리.

편의점 안에서 포스기가 작동하는 소리.

원룸촌 곳곳에서 들리는 생활 소리.

기타 등등의 모든 소리들이 생생하게 귓가에 파고든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게, 통찰이구나.’

처음 회귀하며 들었던 그 말.

통찰, 이라는 특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연훈이 형부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연훈이 형을 살릴 수 있을지.

그 최적의 방법이 실시간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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