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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5화 (5/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5화

‘초동 10만?’

미션 내용을 듣고 기함할 뻔했다.

하마터면 방금 막 누운 형들을 다시 깨울 정도로.

그만큼이나 이 미션은 어처구니없는 미션이다.

초동 10만이라니.

1군 아이돌들이 초동 백만 장씩 나온다고 이따위 값이 설정된 건가?

‘10만은 개뿔.’

현재 우리가 데뷔한다면 초동 10만이 아니라 1만도 어렵다.

1만만 되어도 회사에선 경사 났다며 춤이라도 출지 모른다.

1,000장은 겨우 나오려나.

그만큼 우리 인지도는 바닥일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춤 잘 추고 노래 잘하고 인물 좋아봐야 의미 없다.

사람들 눈에 그게 보여야 입덕도 하고 앨범도 살 거 아닌가.

우린 사람들 눈에 띌 만한 최소한의 기회도 없는 아이돌이다.

지난 생에서 우리 이후에 이 회사에서 데뷔했던 아이돌 그룹은 몇 주 음악방송 도는 게 활동의 전부였다.

고작 그 정도가 이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최대치의 지원인 거다.

회사가 돈이 없어도 너무 없다.

돈뿐만이 아니라 연예계 인맥도 너무 빈약하다.

원래 작곡가들끼리 모여서 작업하던 회사였는데 이렇게 남의 가수 곡 써줄 바에야 그냥 회사를 차리자며 자기들끼리 법인을 세워 버렸다.

문제는,

‘감 더럽게 없는 인간들이 왜 회사를 차리는데.’

이름만 작곡가일 뿐 유명 아이돌에겐 곡 대준 적도 없던 인간들이다.

그냥 이런저런 곡들 만들고 의뢰비 받아먹던 인간들.

‘능력은 없는데 욕심만 한가득인 사람들이었지.’

그들의 추한 욕심의 결과가 WD엔터다.

하지만 여기까진 봐줄 만하다.

진짜 문제는 중간에 끼인 답도 없는 관리자급이다.

직무유기 하고 연습생 방치가 취미인 노답 팀장.

이 사람이 WD엔터의 가장 큰 악이었다.

다만 그건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접어두고.

방금 전 들은 그 문제의 미션 내용이 중요하다.

‘초동 10만?’

이런 회사에서 데뷔로 초동 10만 장이라.

‘미치겠네.’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심지어 시간제한도 있다.

1년 안에 데뷔하여 초동 10만 장을 기록해야 한다.

현재가 2022년 1월 달이니 2023년 1월 달까지 데뷔하면 되는 거다.

일단 시간제한은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다.

문제는 역시나 초동.

만일 그 초동 기록을 못 채우면,

‘도승이 형의 사망.’

난 살짝 고개를 돌려 도승이 형이 자고 있는 자리를 바라봤다.

가슴이 고르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잠든 모양이다.

저걸 보고 있자니 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대체 이따위 미션을 내는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이전 생에서 내게 그딴 시련을 던져줘 놓고.

이번 생에서 마저 이런 데스게임을 하라니.

신경줄 얇은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정신 나갔을 거다.

‘아까 연훈이 형 도와준 것처럼 내가 살려낼 방법이 없을까.’

초동 10만이 불가능할 거 같으니 다른 방향을 계속 찾게 된다.

연훈이 형 머리 위로 화분 떨어진 걸 구해낸 것처럼.

도승이 형이 어떤 사망 변수에 있을 때 그 변수를 미리 제거하는 거다.

다만,

‘연훈이 형은 사망 확률 증가였고, 도승이 형은 확정적인 사망이니까.’

문장에 차이가 있다.

괜한 도박을 하고 싶진 않다.

무엇보다.

‘내가 늘 도승이 형 곁에 있을 수 없으니까.’

언제 어디서 사망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데.

어려운 게 너무 많다.

사실 그냥 초동 10만 장을 채우면 깔끔한 문제지만,

‘불가능한 걸 주면 대체 어떻게 하라고.’

그쪽은 아예 타개할 방법조차 나오질 않는다.

심란한 마음에 모로 누워 벽을 바라봤다.

이제 겨우 형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는데.

‘미치겠네.’

다시 잃을지도 모르겠단 두려움이 든다.

이전 생에선 허무하게 끝났을지라도

‘안 돼.’

이번 생에선 뭐든 해야 한다.

다행히 앞으로 5년간의 기억이 내게 남아 있다.

물론 연예계 쪽 기억은 조금 듬성듬성이다.

어떤 한 시기는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지만 한 시기는 아예 모르고 있다.

지난 생에선 웹소설 쓰는 데에만 온 신경을 다 쏟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누구 아는 사람이 데뷔했다 하면 그 시기에만 바짝 연예계를 들여다봤다.

일단 2022년 올 한 해 동안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정리를 해봐야 할 거 같았다.

그러려면,

‘핸드폰이 어딨냐.’

뭔가 적으면서 정리를 해야 그나마 나을 거 같았다.

난 핸드폰 밝기를 최저로 하고,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갔다.

형들 숙면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눈 바로 앞에 핸드폰을 댄 후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2022년의 굵직한 사건들을.

* * *

강도승은 핸드폰 알람이 들리자마자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다른 멤버들이 깨기 전에 알림을 꺼버렸다.

“하아아.”

현재 시각은 새벽 6시.

어제 새벽 1시 넘어서 잠들었으니 5시간 정도 잔 셈이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긴 하나 이 정도 피로는 얼추 뭉갤 줄도 알아야 한다.

‘잘 거 다 자면서 사는 사람이 어딨다고.’

대충 그리 생각하며 이불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얼른 일어나서 씻고 뭐라도 아침밥을 만들어둬야 했다.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 부를 텐데.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니 그 든든한 한 끼는 당연히 아침밥이 되어야 하고.

재료가 뭐가 남았는지를 생각하며 욕실 문을 열려는 순간,

끼익.

문고리가 자기 혼자 돌아간다.

“뭐야.”

귀신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와중.

“아, 깼어요, 형?”

“……뭐?”

팀의 막내.

봉태윤이 튀어나왔다.

“너 언제 일어났어?”

“뭐, 한 30분 전에?”

“진짜로?”

“네.”

강도승은 봉태윤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침잠이 많아서 제일 늦게까지 베개에 머리 박고 있던 앤데.

숙소 입주하고 처음이다.

쟤가 저렇게 일찍 일어난 게.

강도승은 의아함을 느끼며 욕실로 들어갔다.

이후 아침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음식 냄새가 난다고?”

봉태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 재료를 적당히 활용해 가며 만든 찌개였다.

베이스는 된장찌개이나 재료는 조금씩 다른 찌개.

‘내가 만들려던 거랑 똑같은 거네.’

강도승이 종종 만들어주던 음식이다.

그걸 똑같이 만들어서 내놓다니.

“형들! 일어나요!”

봉태윤은 테이블을 세팅하곤 자고 있던 다른 멤버들을 깨운다.

“우으음.”

팀의 리더, 우연훈이 눈을 비비며 가까스로 일어나고.

“5분만……. 5분만…….”

박동준이 베개에 머리 박고 얼굴으 비빈다.

“으으으……. 일어나기 싫다.”

이운은 일어나기 싫다며 인상을 쓰면서도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마치 뭐에 끌리듯 좌식 테이블로 다가왔다.

강도승도 좌식 테이블 앞으로 갔다.

“맛있게 드세요.”

봉태윤이 그리 말하자 멤버들이 주섬주섬 숟가락을 꺼내 찌개를 맛보기 시작했다.

강도승도 찌개를 앞접시에 덜어낸 뒤 한 입 맛봤다.

그리고,

“……?”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뭐, 뭘 탔어?”

간만에 맛있어서 놀랄 만한 음식을 맛봤다.

* * *

난 된장찌개 베이스의 이름 모를 찌개를 내놓았다.

이 찌개는 이전 생에서 도승이 형이 자주 해주던 음식이었다.

이후 그 맛이 그리워서 혼자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음식이었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 맛이 안 나길래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맛을 개량했다.

그 결과물이 이거다.

“맛있으면 다행이네요.”

다들 먹자마자 놀라서 맛있다고 할 정도.

도승이 형은 의심에 가까운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형이 만드는 거 몇 번 옆에서 봤잖아요. 그때 레시피 외웠어요.”

“언제 봤는데.”

“그, 뭐, 언젠가 한 번.”

도승이 형은 의심의 눈초리로 날 바라봤지만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자기 앞접시에 음식을 담아갔다.

그렇게 식기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밥을 먹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었다.

적당히 다들 먹었다 싶을 때쯤.

“저 형들한테 할 말 있어요.”

난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응?”

“할 말?”

“뭔데?”

“또 이상한 거 아니지?”

어젯밤에 한차례 난리가 난 이력이 있기 때문인지.

다들 조금 경계한다.

“우리 어차피 올해든 내년이든 데뷔해야 하잖아요.”

“그치.”

“이렇게 데뷔조인 채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맞아.”

“그러면, 이거 나가볼래요?”

난 핸드폰을 꺼내 한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여줬다.

<더 쇼케이스2 - 퍼스트 찬스>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포스터를 보자마자,

“더쇼케?”

“이거 시즌 2를 해?”

“퍼스트 찬스라는 부제는 뭐야?”

“이걸 나가자고?”

멤버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더 쇼케이스.

줄여서 더쇼케.

한차례 크게 유행한 적 있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시즌이었던 시즌 1이 아이돌 팬들 눈물 콧물 다 짜내며 성황리에 종료된 지 벌써 1년째였다.

그리고 현재 더 쇼케이스 시즌 2를 모집하고 있단다.

“이걸 나가자고?”

“불가능하지 않아?”

“나갈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나가고 싶지.”

“근데 이거 아무나 나갈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멤버들 모두 더 쇼케이스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걸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부정적이었다.

다만,

“시즌 2부터 포맷이 바뀐대요.”

그건 시즌 1만 봐서 하는 말이었다.

시즌 1은 기존에 데뷔했던 걸그룹 중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걸그룹들을 모아서 경연을 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라는 수식이 붙긴 했다만.

‘실제 성적 안 좋은 그룹은 아니었지.’

그냥 2군 말석쯤 되는, 이제 막 유입 모으며 커리어 하이 시작하기 직전의 애들 모아다가 하던 경연이었다.

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방송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있는 거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데뷔를 한 상태여야 하며,

둘째로 인지도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했으니까.

다만 시즌 2부터는 달라진다.

“여기 퍼스트 찬스라고 적혀 있잖아요.”

“그렇지.”

“이번엔 데뷔한 그룹뿐만 아니라 데뷔 전의 그룹들도 뽑는 거예요.”

“응?”

“정말?”

“네.”

난 기사 본문을 보여줬다.

형들은 내 핸드폰 앞에 다닥다닥 모여 앉아 기사를 쭉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2의 개요는 이렇다.

골자는 망돌들 모아서 서바이벌 경연을 할 거란 거다.

그 망돌의 기준은 한 번도 공중파 음악방송에 나간 적 없는 그룹.

혹은 데뷔 확정은 났지만 데뷔일은 잡히지 않은 데뷔조들이다.

데뷔조가 속한 회사는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어야 한다, 라는 사족까지 붙어 있다.

즉 이전처럼 성공이 보장된 애들 가지고 방송하겠단 게 아니라 망할 것 같은, 혹은 이미 망한 애들 데리고만 방송하겠단 의미다.

경연 후 최종 우승하는 팀에게는 앨범을 제작해 준다.

거기에 더해 방송국에서 전사적으로 나서서 앨범 프로모션까지 넣어준다.

그러니 자기네가 진짜 망했다고 생각하는 애들은 알아서 많이들 와라.

어떻게든 망돌 인생 청산하게 해주겠다.

대충 이런 거였다.

실제로 전생에 여기 우승한 그룹은 바로 망돌 인생 청산하고 승승장구했다.

초동 10만 장쯤 우습게 넘겨 버렸고.

“맞네.”

“데뷔 전의 그룹도 있네.”

“근데, 그래도 막 얼추 체계는 잡힌 기획사 연습생들만 들어오고 그러지 않을까?”

형들은 데뷔 전 그룹인 걸 확인했으면서도 과연 우리가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그만큼 우리가 속한 WD엔터가 엉망이란 걸 형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겠지.

“여기 이 밑에 조항 보여요?”

“응?”

난 포스터 가장 아래에 있는 작은 글자를 가리켰다.

-최종 우승팀의 경우 제일 그룹과의 합작회사로 기존 계약이 이관된다.

일명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것.

위 조항은 방송국 믿고 아이돌 팀 내보낸 회사들 등 후려치는 조항이었다.

계약 이관이란 말은 기껏 키운 데뷔조 뺏어가겠다는 거니까.

물론 우리에겐 WD엔터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회사 입장에선 독소조항이 맞다.

말이 합작회사지 그냥 우리가 회사 하나 세워서 직접 관리할 거임, 이라는 말과 다름없으니까.

그러니,

“웬만큼 괜찮은 회사 애들은 안 올 거예요. 아마 중소회사들, 말만 중소가 아니라 진짜 찐 중소들만 모이겠죠.”

사실 중소도 아닌 그냥 소회사 들을 위한 방송이다.

아마 방송국도 그걸 노린 것일 테고.

중소회사 아이돌, 이라는 말은 어느새 아이돌판 팬들에게는 은근한 짠내를 유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런 애들 모아다가 경연이라니.

벌써부터 짠내 폭발이지 않은가.

“할 만할 거 같지 않으세요?”

“흐음.”

“할 수 있으려나.”

형들은 아직까지도 고민인 모양이다.

본인들이 출연권을 따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모양새니까.

하지만 그 부분은 걱정할 거 없다.

“제가 나름 아이디어가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생에서 난 이 프로그램을 전부 챙겨봤었다.

데뷔를 앞두고 팀이 엎어진 것에 대한 회한으로.

아이돌 판에 대한 쓸데없는 미련으로.

어쩌면 저곳이 우리 형들의 무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그 말은 즉, 난 이 방송의 전개와 최종 우승팀과 그들의 차후 행보까지 전부 알고 있단 말이다.

방송 출연권 따내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면 출연권 정도는 충분히 딸 거 같거든요.”

“가진 거?”

연훈이 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얼굴을 좀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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