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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7화 (7/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7화

밤늦은 시간.

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노트북을 들고 영상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형들이 다 자고 있었으므로 밖에서 대놓고 하는 건 빛 공해를 일으킨다.

노트북 화면에 이틀 전에 찍어둔 더쇼케 지원 영상 썸네일이 잡혔다.

연훈이 형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썸네일이었으므로 이걸 보는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클릭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만으로 출연권 따내긴 어렵지.’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이 영상만으로는 절대 더쇼케 출연권 근처에도 못 간다는 것을.

열심히 찍긴 했다만 이 영상은 그냥 소소하게 웃긴 정도였다.

친구들끼리 돌려봐야 그나마 재밌는 정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이게 뭔데 하고 시큰둥해할 정도의 퀄리티다.

누가 본다면 흑역사가 될지도 모를 것.

하지만,

‘모든 건 맥락이 중요하니까.’

이 허접한 영상도 어떤 맥락에 던져넣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문장과 문장의 배열도 그렇다.

같은 단어라도 앞뒤에 어떤 사건과 서술이 붙냐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니까.

난 지금 이 영상을 던질 수 있을 최적의 맥락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늘은 1월 31일.

현재 시각은 11시 50분.

더쇼케2 1차 지원 마감은 1월 31일. 11시 59분까지.

마감까지 9분여가 남았다.

난 클릭 한 번이면 업로드를 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지금 내가 기다리는 건,

‘언제냐.’

망돌 인생 청산하게 해줄 최적의 맥락이었다.

그 맥락을 담당해 줄 큰 거 한방.

그 한방이…….

띠링.

“떴네.”

올라왔다.

잘생긴 남자애들 다섯 명이 함께 서 있는 영상이다.

그 밑에는 TH엔터 데뷔조 ‘온리원’이라는 제목까지 달려 있었다.

이전 생에서는 워낙에 큰 성공을 거뒀기에 익히 알던 얼굴이지만, 이번 생에서는 ‘온리원’도 아직 망돌이다.

이리 보니 참 풋풋하다라는 감상이 든다.

난 ‘온리원’의 영상이 올라온 후 5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가 우리 영상을 업로드했다.

‘온리원’ 영상 옆에 ‘세이렌’의 영상이 나란히 붙었다.

동시에,

-더 쇼케이스2 퍼스트 찬스의 지원이 마감되었습니다.

페이지에 업로드 기능이 사라졌다.

세이렌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더 쇼케이스의 1차 지원이 공식적으로 마감된 거였다.

난 거기까지 확인하곤 노트북을 닫았다.

이후 슬그머니 화장실을 나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으움.”

연훈이 형이 다리 하나를 걸치며 엉겨 붙는다.

난 조심스레 그 다리를 떼어내며 숙면을 위한 자세를 잡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떤 수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잭팟일 거라 믿지만 아직은 모르는 거니까.

일단은 잠드는 게 먼저였다.

내일부터는 바쁜 하루가 될 거 같았으니.

* * *

야심한 시각.

<더 쇼케이스2 - 퍼스트 찬스>의 제작진 회의실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철야를 시키는 피디 놈을 죽이네 살리네 하던 제작진들이 다 같이 축제 분위기였다.

“진짜 강현성네가 올라왔어?”

“네! 여기 ‘온리원’이 강현성네 팀이에요!”

“끄아아아악!”

이유론 강현성이라는 대어가 잡혔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나왔던 대히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셀렉트 유어 아이돌>의 최종 2위를 기록했던 멤버가 강현성이다.

<셀렉트 유어 아이돌>, 줄여서 셀유돌은 100명의 아이돌 연습생들 모아다가 경연시키면서 대국민 투표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가학성 탓에 늘 논란이 되었지만 재미 하나는 기깔나게 뽑았던 프로그램이다.

셀유돌 종방 후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를 한 ‘유어스’는 초동 50만 장, 음원 차트 올킬, 음악방송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그 대히트를 쳤던 프로그램의 2위이자, 1군급 화력을 선보이던 유어스의 핵심 멤버 강현성이 더쇼케2에 진짜로 지원했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아무래도 회사가 작다 보니 한 선택이겠죠?”

“그치.”

“우리야 좋은 거지.”

이유론 강현성의 원래 소속사가 중소도 아닌 그냥 소회사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대기업 가호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게 아직도 선명한데 1년 만에 갑자기 소형 회사로 돌아가니 꽤나 낯설었을 거다.

이대로 데뷔했다간 답 없을 거란 걸 본인이 제일 잘 알았을 테고.

해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일 테다.

“확실히 강현성네 팀이라 그런지 애들 비주얼은 다 괜찮긴 하네요.”

“얘네 회사가 그걸로 유명하잖아. 규모는 소형인데 사장 선구안이 미쳤다고.”

1군급 화력 보이며 잘나가던 아이돌이 여기까지 굴러왔으니 그 심정이 어떨지 감히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강현성도 진짜 독하다.”

“얘 유명하잖아요. 독한 걸로.”

“얼굴은 저렇게 순하게 생겨가지고.”

방송국 사람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 있다.

강현성 독기는 순리도 거스를 수준이라고.

그 가학성 넘치는 프로그램 탓에 애가 반쯤 돌아버린 건지.

저 서글서글한 얼굴 뒤로 성공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독기를 품고 있었다.

셀유돌에서 최종 2위 하고 엉엉 울었던 게 기뻐서 운 게 아니라 1등 못 해서 억울해서 운 거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그룹명이 온리원이야?”

“유일한 하나가 되겠다잖아요.”

“강현성 1등 못 한 거 진짜 억울했나 본데.”

“딱 여기서 지원 마감하고 끝나면 그림 좋네요. 강현성이 더쇼케 최종 지원자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추가로 더 들어오는 지원 영상이 없나 확인하는 가운데,

“어?”

“뭐야?”

하나가 더 떴다.

“에이. 딱 강현성네로 마감하고 싶었는데.”

제작진들은 그리 말하며 마지막으로 올라온 팀을 확인했다.

“세이렌?”

“뭐지?”

“WD엔터? 너네 들어봤냐?”

“스읍. 처음 듣는데요? 완전 신생인가 본데…….”

제작진들은 온리원 옆에 붙은 세이렌의 썸네일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곤,

“……잘생겼네.”

“그러게.”

“뭐냐, 얘네.”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들 그리 말했다.

온리원도 소형 회사에서 나오기 어려운 비주얼들이었다.

한데 WD엔터의 세이렌은,

“이 맨 앞에 있는 얘는……. 진짜 미쳤는데?”

“이런 애가 대체 왜 이런 회사에…….”

거의 충격에 가까운 비주얼이었다.

특히 가장 압도적인 건 맨 앞에 서서 거의 얼빡에 가깝게 얼굴이 잡힌 멤버였다.

눈이 동글동글하고 눈동자가 크다.

피부도 희다 못해 광이 나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하게 생긴 귀여운 느낌인데 이목구비가 다 너무 뚜렷하다.

잘생쁨,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외모였다.

“뭐, 비주얼 좋은 애들 몰린 건 프로그램에도 좋은 일이잖아요.”

다들 그리 생각하며 세이렌과 온리원의 지원 영상을 재생했다.

그러곤,

“뭐, 뭐야?”

“헉!”

“자, 잠깐만! 다시 틀어봐!”

예상외의 전개에 다들 급하게 노트북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그들은 노트북 두 대로 세이렌과 온리원의 지원 영상을 동시에 틀었는데,

-안녕하세요! 저희는! 스위트! 보이예요!

이게 세이렌 영상의 인트로였고.

-안녕하세요! 저희는! 스위트! 보이예요!

이게 온리원 영상의 인트로였다.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두 팀.

그 두 팀의 영상이,

“똑같네?”

완벽하게 일치했다.

* * *

<더 쇼케이스2 - 퍼스트 찬스>의 1차 지원이 마감된 순간.

파랑새를 비롯한 아이돌 커뮤니티 등은 강현성에 대한 이야기로 페이지가 가득 차버렸다.

‘유어스’ 해체 이후 딱히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강현성이 망돌 모아서 경연하는 프로그램인 더쇼케2에 지원했으니까.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ㅁㅊ 온리원 현성 설마 셀유돌 강현성이에요??

⌞ssibal 저거 우리 현성이임?

⌞온리원? ㅈㄴ 세기말 이름 같네

⌞이거 웹소설도 이렇게 쓰면 현실성 없다고 욕먹어요 ㅋㅋㅋㅋ 1군 아이돌이 망돌이 됐다?

⌞현성아 ㅠㅠㅠㅠㅠㅠㅅㅂ 됐고 대표부터 죽인다 아무도 말리지 마셈 TH엔터 방화기사 뜨면 나임

대기업 아래에서 잘나가던 강현성이 소형 회사로 돌아가면 처참하게 무너질 거라 예상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강현성은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등장 만에 아이돌 커뮤니티의 모든 화제성을 본인에게로 집중시켰다.

-우리 천재 말티쥬…… 사약길이더라도 함께할게

⌞아니 근데 좀 뭔가 그렇지 않음? 두 번 연속 서바? 그냥 너무 성공에 미친것 같아서 난 좀 별로……

⌞응 이거 방에서 타탁타닥 치고 있는 너보다는 성공한 인생일듯 ㅋㅋㅋㅋ가서 현생 살아 씹덕아

강현성의 더쇼케 출연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한참 쏟아져 나왔다.

원래도 회사라는 운명을 이겨내고 스타로 재탄생한 인생역전 아이돌, 이라는 이미지였기에 더더욱 시선이 몰렸다.

그렇게 한참을 온리원에 대한 이야기로만 피드와 페이지가 가득 찰 때.

그 흐름에 조금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이거 뭐 임???

그건 한 사람이 던진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거 강현성네랑 똑같지 않음?

⌞뭐 임?

⌞??

온리원이 올린 <스위트 보이> 패러디 영상과 똑같은 세이렌의 <스위트 보이> 영상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이거 표절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ㄱㄴㄲ

⌞근데 jonna 신기하다

일단 한쪽이 한쪽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논란은 피해 갔다.

두 팀 다 원 소스가 있는 아이디어를 가져온 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영상이 올라온 시간도 약 5분밖에 차이가 안 나기에 표절해서 영상을 올렸다고 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뭐야 ㅋㅋㅋ 둘이 운명임?

⌞뭔 운명;; ㅎㅅ이 망돌이랑 엮지 마셈

⌞아 강천지 또 시작이다;;

-아니 이게 이렇게 겹칠 수도 있는 거임?

-진짜 개웃기네ㅋㅋㅋㅋ

-역시 잘생긴 애들은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듯 ㅋㅋ

그냥 이 웃긴 현상을 물고 뜯고 맛보는 것뿐이다.

딱히 논란될 만한 여지가 없으니 맛있게 즐기면 되는 거다.

한번 맛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게 맛이 괜찮다 싶으니 음미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WOW JONNA MICHIN 우리 뽀둥이 강아지 현성이 봐주실 분 안 보면 당신이 손해

⌞얼굴로 케이팝 기강을 그냥 잡아버리네

⌞온리원 근데 다 좀 ㄱㅊ지 않음?

⌞ㅇㅇ 다 평타 이상인 듯 빨아볼까

스위트 보이, 라는 소스 자체는 사실 별로 맛볼 게 없다.

그냥저냥 단물 빠진 밈 정도 느낌이니까.

스위트 보이라는 소스의 진짜 강점은 얼굴을 화면에 크게 잡아준단 거다.

그러니 눈도장을 찍기에 딱 적절한 소스인 셈이다.

얼굴 기억하기도 편하고.

-근데 스윗보이즈 둘 다 ㄱㅊ은데

⌞ㄱㄴㄲ 근데 난 세이렌이 더 갠취

⌞두 팀 다 중소에서 나올 얼굴들은 아닌 듯

온리원의 영상이 흥할수록 세이렌의 영상도 함께 흥했다.

-이 영상 1시간째 재생 중인데 왜 끝이 안 나죠??

⌞ㄴㄱ?

⌞세이렌. 아니, 근데 진짜 영상이 안 끝남;;

사람들은 급기야 세이렌과 온리원의 영상을 2분할로 나눠서 함께 재생하는 영상까지 자체 제작해서 뿌렸다.

-세이렌이랑 온리원 진짜 와꾸합 최고네

⌞잘생긴 와기들의 영상은 언제즈음 질릴까

⌞걍 다 같이 데뷔해 주면 안 됨?

두 영상이 한 화면에서 나오자 그제야 사람들은 보다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근데 세이렌이 나음

⌞ㅇㅈ

⌞ㄱㄴㄲ 온리원 강현성 빼곤 다 밀림

⌞근데 솔직히 강현성 관리 다 받고 저 정도고 세이렌 애들은 아직 관리도 안 받고 저 정도인거면…… 세이렌이 나은 거 아님?

비주얼 부분에 있어선 세이렌이 승기를 잡아가는 상황이었다.

물론 취향이란 다양하기에 온리원이 더 잘생겼다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또한.

-우리 현성이 어따 비빔;; 그래 봤자 우리 애 1군이었던 거 안 변하는데

-이거 그냥 웃고 넘길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님? 같은 영상에 비슷한 시간대인 거까지 좀 찜찜함.

세이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당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여론들까지도 모두 화제성으로 이어지는 법.

영상을 올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세이렌의 영상 조회 수는 101,476회.

온리원의 영상 조회 수는 150,754회.

고작 5만 회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지원 페이지에 올라온 모든 영상들 중 압도적인 1위, 2위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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