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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1화 (1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1화

왁자지껄했던 아침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난 우릴 담당하는 더쇼케 구성작가 김민영을 슬쩍 바라봤다.

망돌 느낌을 지우지 않기 위해 정말 내추럴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 청소도 하지 않았으며.

생활용품 등도 그대로 방치했다.

어젯밤 우리가 다 같이 썼던 이불도 저기 한 구석에 잘 개켜져 있으며.

늘 사용하는 행거와 옷걸이 등등도 딱히 구석으로 치워두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처음엔 김민영 작가도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예의상 티는 안 내려고 애쓰는 듯했으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어쩌면 망돌 냄새가 너무 나서 놀랐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빛이 달라지네.’

환경에 적응을 한 건지.

아니면 우리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지.

갑자기 눈빛이 조금 더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이 이불 더미는 다 같이 쓰는 이불인 거죠?”

우리가 밥을 다 먹고 상을 치우는 동안 김민영 작가가 이불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난 설거지거리를 개수대에 가져다주며 답했다.

“이 이불을 다 같이 덮는 거고요?”

“네.”

“다섯 명이서 다 같이 자려면 안 불편해요?”

“딱히 안 불편합니다.”

“여기 이 행거는 공용으로 쓰시는 거죠?”

“행거는 보통 다 공용으로 쓰지 않나요?”

“아, 하하. 맞네요.”

김민영 작가는 처음 왔을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숙소를 탐색했다.

질문의 내용들이 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공유하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잘못하면 궁핍돌 이런 걸로 편집되려나.’

돈이 없어서 공용 물품 돌려쓰는 이미지 될까 겁난다.

커뮤니티에 짠내 유발 동정 글 몇 개 얻을 순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질 시에는 문제다.

다만,

‘일단은 관심 한 줄이 먼저니까.’

이미지 반전은 프로그램 중에 얼마든 기회가 있다.

일단은 이 끔찍한 수준의 인지도만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이제 연습하러 가시는 거죠?”

우리가 설거지를 마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하자 김민영 작가가 또 다가와 물었다.

“네! 저희 연습실이 바로 요 앞에 있거든요!”

이번 질문은 연훈이 형이 대신 답했다.

“걸어서 5분이라 이런 건 엄청 편해요!”

“오. 좋네요.”

우린 각자 짐을 챙긴 후 연습실로 이동했다.

우릴 따라 제작진들도 연습실에 들어왔다.

* * *

연습실에 가서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그림들이 이어졌다.

카메라 감독들이 들어와서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김민영 작가는 우리에게 편하게 평소 하던 대로 연습을 하라고 했다.

이때부터는 WD엔터에서 디자인팀의 윤승연과 경영지원팀의 이현아가 나와서 현장에 함께했다.

분명 말은 평소 하듯 연습하라고는 하지만 카메라와 보는 눈이 많아지니 평소같이 연습이 될 리가 없었다.

특히,

“자! 하나! 둘! 셋! 네엣! 할 때, 이 네엣! 하는 부분에서 타다다닥! 하고 들어가는 거야!”

운이 형이 유독 목청이 커졌다.

현재 안무 중 유독 어려운 발동작을 알려주는 상황이었다.

늘 조곤조곤 조용히 말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소리를 키워서 우리를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저건 아마 카메라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단,

‘카메라 앞에서 실수하지 말라고 배려하는 거구나.’

우리가 혹여나 실수해서 인터넷에 영구 박제라도 될까 걱정되어 그러는 거였다.

반면 카메라 의식을 과하게 하는 걸로 보이는 사람은,

‘도승이 형은, 어쩌냐.’

운이 형 옆에 서 있는 도승이 형이다.

흘끔흘끔 계속 카메라와 제작진들을 바라본다.

여기서 더 카메라를 의식했다간 호통이라도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이렇게 계속 카메라를 쳐다봐 버리면 나중에 편집할 때 쓸 만한 컷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걸 나만 알아챈 게 아닌 모양이다.

“도승이 형, 계속 틀리네~”

동준이 형이 장난스레 말하며 도승이 형의 시선을 자기 쪽으로 붙잡았다.

“뭐, 뭐가 틀려! 지금 나만 발동작 제대로 하고 있는데!”

맞다.

팀 내에서 운이 형 다음으로 춤 잘 추는 게 도승이 형이다.

“지금 동준이 네가 틀리고 있잖아.”

“아, 와타시가?”

“어.”

“옴멈머.”

동준이 형이 자연스레 벙찐 표정을 지으며 다시 천천히 스텝을 밟는다.

그러자 정말 절묘하게 동작 하나가 빠져 있다.

“자, 봐봐. 여기에서 타다다다닥! 해야 하는 건데 넌 아까부터 타다다닥!에서 끝나잖아. 반박이 부족해.”

“아, 오키오키. 맞네.”

난 속으로 동준이 형을 보며 미소를 삼켰다.

전에는 몰랐다.

그냥 늘 천하태평한 형인 줄로만 알았다.

다만 회귀 후 다시 보니 저 사람이 눈치가 제일 빠르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의식하는 도승이 형의 시선을 자신에게 붙들어두며, 도승이 형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기 실수가 찍히긴 했지만,

‘그런 거에 딱히 연연할 성격은 아니니까.’

지금 저리 속 편하게 웃고 있는 걸 보면 그다지 민감한 타입은 아니었다.

“자자! 다시 연습 들어가자!”

운이 형이 주의를 환기하더니 다시 안무를 이어갔다.

그때,

“연습 중에 갑자기 미안한데요, 혹시 따로 안무 트레이너는 안 계시는 거예요?”

김민영 작가가 우리 연습을 끊고 들어와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우린 우르르 김민영 작가를 돌아봤다.

“네! 없어요!”

연훈이 형이 불필요할 정도로 밝은 목소리를 한 채 답한다.

WD엔터의 윤승연과 이현아의 얼굴이 붉어지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회사에서 아티스트 케어 안 하냐는 질문에, 그룹 멤버가 해맑게 웃으며 네! 안 해줘요! 히히. 라고 답한 격이니까.

“처음부터?”

김민영 작가는 아예 처음부터 트레이너가 없었냐 묻는다.

“그건 아니에요.”

“처음엔 있었어요?”

“한 1년 반? 정도까진 있었는데, 그 뒤부터 저희끼리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으음.”

김민영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에게 다시 연습해도 된단 듯 손짓을 했다.

다소 건방져 보이는 태도였으나 잘나가는 프로그램 둘째 작가쯤 되는 인간이라면 망돌 대할 때 저 정도 태도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현장 분위기상 딱히 무례한 느낌도 아니었고.

그보다.

‘1년 반 이후부터 급격히 연습생 케어가 없어졌지.’

1년 반.

이 기간이 우리가 WD엔터로부터 그나마 케어를 받았던 시기였다.

즉 WD 연습생으로 있는 3년 중 딱 절반만 업계 평균 수준의 케어를 받았던 거다.

이유론,

‘윤태형 팀장, 그 인간이 들어오고 나면서부터 다 끊겼지.’

현재 매니지먼트 팀장인 윤태형 때문이다.

이 인간 전에 있던 팀장은 인간적으로도, 일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현재 우리 다섯을 모은 것이기도 했고.

나름 고마운 것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에휴.’

어느 순간 그 팀장이 자취를 감추더니 윤태형이 들어왔다.

처음엔 퇴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배신감도 느꼈으나 지금은 이해한다.

‘그 사람도 가정이 있을 텐데. 이 블랙기업에 계속 있을 순 없었겠지.’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직장인이고 가장이니까.

“자자! 집중!”

그때 운이 형이 다시 안무를 선보였다.

난 통찰을 적당히 조절해 가며 딱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 안무를 따왔다.

* * *

더쇼케 구성작가 김민영은 연습 중인 세이렌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확실히 멤버들 간에 우애가 있네.’

아침부터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며 본인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회사가 지원을 안 해주어 환경이 엉망이 되다 보니 멤버들끼리 더 끈끈하게 뭉친 것 같았다.

그 과정 중에 이런 우애가 형성된 것 같고.

우애 좋은 그룹, 이라는 게 사실 의외로 흔하지 않다.

특히나 지금 같은 데뷔 직전 단계에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보통은 데뷔 직전이 가장 서로를 허물없이 대하며 멤버들끼리 친할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지.’

차라리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연차 꽤 찬 그룹들이 우애가 좋은 경우가 더 많다.

데뷔 직전 아이돌.

특히 남돌은 둘 중 하나다.

‘체육부 스타일 아니면 모래알 스타일.’

아이돌도 어쨌든 춤을 추며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체육부처럼 리더 한 명이 강하게 멤버들을 끄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단합은 좋으나 아무리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경직된 모습만 보인다.

둘째론 모래알 스타일.

가수라는 직업군답게 예술성이 충만해 본인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경우들이다.

개개인의 끼는 좋을지언정 모아두면 난장판이다.

그냥 서로를 딱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도구나 연장 정도로만 인식한다.

반면 세이렌은 둘 다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냥 친한 남고생 애들끼리 모아둔 것 같다.

그냥 남고생들과 차이가 있다면 다섯 명 모두 잘생겼다는 것 정도.

‘이 정도면 트레이너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실력들이 다 좋네.’

심지어 실력도 나쁘지 않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잰 뭐지.’

맨 앞에서 춤을 알려주는 이운과 맨 뒤에서 설렁설렁 춤을 추는 봉태윤이다.

이운이야 앞구르기 하며 봐도 춤을 잘 춘다.

타고난 선 자체가 완전 다른 느낌.

반면 봉태윤은 크게 춤에 열의를 보이진 않고 있다.

그다지 잘 춘다는 느낌도 아니고.

한데,

‘동작은, 제일 정확해.’

느낌을 못 살릴 뿐 동작들을 가장 완벽하게 따라 춘다.

박자도 단 한 번을 안 밀리고.

다만 느낌이 조금 없다는 게 흠인데,

‘뭐지. 일부러 안 살리는 건가.’

못 살린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힘을 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포지션은 리드보컬이라던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댄서의 역량도 보였다.

그렇게 안무 연습이 끝나고.

“10분 휴식했다가 바로 보컬 연습 들어가자, 얘들아!’

2교시가 시작되었다.

보컬 연습의 선생님은 메인보컬 우연훈이었다.

‘비주얼 메보는 귀한데.’

김민영은 그리 생각하며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발성 연습부터 시작하며 각자 준비하고 있는 보컬곡을 하나씩 우연훈 앞에서 부르는 게 보컬 연습이었다.

“자자자! 도승이부터 나와보자!”

우연훈은 피아노 건반 앞에 앉으며 강도승을 불렀다.

강도승은 낭패라는 듯 표정을 구기더니 우연훈 앞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원체 목소리가 저음인 강도승이라 음역대가 그리 높진 않을 것 같긴 했는데,

‘노래는 아니긴 하네.’

역시나 노래를 잘하진 않는다.

뭐, 포지션이 래퍼니까 노래 못하는 건 이해가 간다.

다만 음색이 좋아서 맘잡고 부르면 잘할 거 같은데 본인이 미리 꽁지를 빼는 것 같다.

“도승이는 너무 본인 노래에 자신이 없어. 톤도 좋고 그러니까 화끈하게 지르는 걸 계속 연습해 보자.”

우연훈은 그렇게 하나씩 개선점을 말해주며 연습을 이어갔다.

이운은 하이톤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였고.

박동준은 전체적으로 모난 것 없이 듣기 좋은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마지막 봉태윤은,

“음?”

그동안 별 감흥 없이 듣고만 있던 제작진들이 고개를 들게 만들 정도였다.

봉태윤이 고른 곡은 유명 발라드곡이었다.

도입부 벌스를 짧게 불렀을 뿐.

-긴 밤 건너 다가온 그대

-내 맘 가득 피어난 마음

-이젠 볼 수 없는 그 날들

고음도 없고 귀를 잡아챌 만한 특이한 보컬도 아니었는데,

‘감정선이 뭐 이리 생생해?’

마치 방금 막 이별이라도 하고 온 것 같은 감정이었다.

놀란 건 제작진들만이 아니었다.

“태, 태윤아?”

“응?”

“쟤 또 왜 저래.”

멤버들도 다 같이 놀랐다.

* * *

난 아무 생각 없이 연훈이 형 앞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아니, 부르려 했다.

사실 크게 준비하진 않았다.

그냥 평범한 발라드곡 평범하게 불러서 튀지만 않을 생각이었다.

한데 노래를 부르려고 딱 입을 떼자마자,

후우웅!

이 통찰이라는 게 또 튀어나왔다.

가끔은 내 맘대로 조절이 가능하다가도 가끔씩은 이렇게 제멋대로 튀어나온다.

그 탓에 도입부를 부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아.’

이 곡을 부르는 화자의 심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통찰이란 건 쓸데없는 부분에까지 이해력을 높여준다.

‘내가 지금 이별한 사람 심정 이해해서 어쩔 건데.’

왜 하필 지금 이렇게 촉촉한 노래를 부르게 만들어버리는지.

제작진들이 먼저 놀라고 뒤이어 형들이 놀란다.

난 급히 노래를 끊었다.

그러곤,

“방송 탄다고 연습 많이 한 곡 꺼낸 거예요. 나도 이렇게 잘 부를 줄 몰랐어요.”

급히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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