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6화
A등급은 100점.
B등급은 75점.
C등급은 50점.
모든 방청객은 위 세 등급 중 하나를 모든 팀에게 다 매겨야 한다.
그 후 나온 점수들의 평균을 내서 1등부터 5등까지가 정해진다는 거였다.
-잔머리 ㅈㄴ 굴렸네ㅋㅋㅋ
-ㅇㅇ온리원 혼자 1등 하는 거 막으려는 거
이는 확실한 온리원 견제구였다.
방청객을 모집한다 하지만 사실 그 방청객의 대부분은 강현성의 팬일 게 분명했다.
아직 인지도 없는 망돌들만 모아둔 판이니 말이다.
한 사람당 한 번씩만 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들어두면 방청객 투표 점수가 온리원에게로 몰릴 터였다.
이러한 제도는 그걸 방지하기 위한 제도인 셈이다.
모든 팀에게 다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
거기에 절대평가처럼 본인 맘에 드는 만큼의 등급을 준다는 것.
이렇게 되면 온리원에게 표가 몰릴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보다 공평한 평가방식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말 공평한 평가방식처럼 ‘보이기’만 한다는 거다.
-ssibal 보여주기식 오짐
└ㅋㅋㅋㅋㅋㅋ
-강천지들이 저거에 걸러지긴 함?ㅋㅋㅋ 걍 온리원한테 A주고 다른 팀 C주면 되는 거 아님? ㅋㅋ
조금만 머리를 굴려봐도 저게 공평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이 판은 공평할 수가 없는 판이니까.
강현성 개인의 팬덤만 해도 웬만큼 잘나가는 아이돌들 못지않은 수준이다.
혼자 솔로를 냈어도 초동이 10만 장 이상은 거뜬히 나왔을 거란 평이 지배적이니까.
한데 나머지 그룹들은 지금 앨범을 낸다면 1만 장은커녕 1천 장도 안 팔릴 그룹들이다.
인기의 격차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경쟁이 되는 거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나버리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강현성의 팬들은 당연히 꼼수를 쓸 거고, 맹점을 파고들 거다.
방송국도 그걸 아는 눈치고.
-ㅋㅋㅋㅅㅂ W넷 새끼들 욕 안 처먹으려고 수 씀
└뭘 해도 ㅈㄴ 불공평할 듯 ㅋㅋ 이러면 온리원 1등 해도 좀 그럴 듯
└우린 최선을 다했다 이거 아님?!
그러니 방송국에선 그저 본인들이 할 도리만큼은 해줬다는 인상이라도 남겨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노골적으로 강현성만 몰아주는 불공정의 장이 될 게 분명하니까.
-강현성과 망돌들로 부제 바꾸셈ㅋㅋㅋㅋ
-퍼스트 찬스가 아니라 강현성의 세컨드 찬스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ㅈㄴ 웃기네
-사실상 강현성 원툴인 듯 ㅋㅋ
-근데 강현성 그룹 이름이 뭐 임?
└온리원ㅋㅋㅋㅈㄴ구림 이천 년대 초 바이브
사람들은 망돌들 사이 생태계 파괴종이 되어버린 온리원을 두고 이런저런 조롱들을 쏟아냈다.
그 끝에,
-강천지는 아닌데 가서 새오빠나 한번 찾아볼까 싶음
-일단 서바 서사가 ㅈㄴ 츄베릅임. 난 갈 거임.
강현성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방청객 지원에 하나둘 응모하기 시작했다.
오랜 망령 생활에 지쳐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고자.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 동해서.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들로 강현성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꽤 방청객에 지원했다.
물론 강현성 팬들에 비하면 분명 그 수는 작았으나 결코 무시할 만큼의 수치도 아니었다.
* * *
두 번째 촬영일이자 1차 경연일이 밝았다.
지난 2주는 말 그대로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동안 촬영팀이 와서 우리가 연습하는 걸 찍어도 가고, 컨셉 회의하는 장면도 찍어갔다.
물론 진짜 회의하던 건 아니고 회의하는 척 연출하는 장면이긴 했지만.
촬영 중 도승이 형이 의 작곡가인 victory0505이자 이번 경연곡 <월야>의 작곡가이기도 하단 걸 밝혔다.
그러자 제작진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고, 잠깐 구성작가들과 통화하며 해당 사실에 대한 해명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뭐, 이 모든 과정이 방송에 어떻게 담길지는 나와봐야 알겠지.
아무튼 이런저런 사건들과 무대연습으로 인해 2주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1차 경연일이었다.
지난번 대면식 촬영 때와 같이 오늘도 새벽 기상이었다.
막내인 내가 새벽 4시에 가장 먼저 일어났다.
샤워실 가서 씻고.
옷 대충 꿰어 입고.
밥상 차리기 시작하면서,
“형들! 일어나요!”
형들을 깨웠다.
“우우우우…….”
차마 머리는 들지 못하고 엉덩이만 든 채 밍기적거리는 연훈이 형.
“하아아. 아침이네.”
이마에 손을 얹고 아침이 밝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도승이 형.
“끄으으! 하!”
누운 채로 팔다리를 쭉 늘리며 기지개를 켜는 운이 형.
마지막으로,
“…….”
깨지 않은 동준이 형까지.
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
“빨리 씻고 나오세요.”
아침 식사가 완성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요새 형들 씻는 시간이 5분 안쪽으로 줄어들었으니 충분히 밥상 차리기 전에 다 끝날 것 같다.
연훈이 형부터 욕실로 들어가서 차례로 밖으로 나왔다.
동준이 형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일어나지 않다가 운이 형이 욕실 밖으로 나오자 겨우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곤 언제나와 같은 멘트.
“……나 아침 안 먹고 더 잘래.”
하지만 돌아오는 답도 언제나 같다.
“일어나서 씻어, 굼벵아.”
도승이 형이 동준이 형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후 욕실로 끌고 가서 세수를 시켜 버린다.
“아아악! 차가워! 차갑다고!”
“씻고 나와라.”
이렇게 동준이 형의 샤워까지 끝난 후 식탁에 앉는 것으로 아침 준비는 마무리가 된다.
“샌드위치네?”
“너무 짠 거 먹으면 부을까 봐요.”
오늘 내가 만든 건 간단한 샌드위치였다.
햄 넣고 계란 스크램블 넣고 샐러드용으로 사둔 야채 믹스 한 줌 꺼내서 넣고 만들었다.
맛이야 뭐 예상 가는 그 맛이었다.
“우움! 맛있어!”
연훈이 형은 볼 가득 샌드위치를 물고는 맛있다며 어깨춤을 춘다.
별거 없는 음식에도 늘 반응이 좋은 형이다.
“맛있다 태윤아. 고마워 잘 먹을게.”
“샌드위치 맛있게 잘했네. 내일은 내가 아침 할 테니까 하지 말고 그냥 있어.”
운이 형과 도승이 형도 한마디씩을 거든다.
도승이 형과는 요즘 번갈아 가며 식사 담당을 맡고 있다.
원래는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식사를 담당해야 하지만 도무지 다른 멤버들 음식은 먹을 게 못 되다 보니 도승이 형과 내가 번갈아 가며 담당하는 걸로 굳어졌다.
대신 방 청소나 화장실 청소, 세탁 등의 일에서 배제되긴 했다.
동준이 형은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샌드위치를 씹고 있었다.
저러다 먹다가 잠드는 게 아닌가 싶은 얼굴이다.
얼추 식사가 끝난 후.
승연 씨와 현아 씨가 픽업하러 오기까지 약 20여 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때.
“형들, 모니터링했어요 어제?”
난 모니터링 여부를 물었다.
여기서 말하는 모니터링이란 당연히 더쇼케 예고편과 평가방식에 대한 반응이다.
“얼추 하긴 했지.”
“나도 몇몇 커뮤나 갤러리 같은 데 좀 보긴 했어.”
“파랑새에서도 나름 핫하더라. 실시간 순위에도 올라가던데?
“나도 하긴 했어. 근데 무서워서 많이는 못 하겠더라…….”
모두가 조금씩은 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하려는 말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래도, 온리원이 1등 하겠죠?”
“그치.”
“대부분 반응들이 그쪽이긴 하더라.”
“평가방식에서 뭔가 고민을 많이 하시긴 한 거 같은데, 사실 온리원 독주를 막을 정도는 아닌 거 같았어.”
A, B, C로 등급 주며 투표하는 아이디어는 나름 좋아 보였다.
다만 역시나 강현성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제도였다.
방송국은 나름의 도리를 다했다는 인상을 남기긴 했다만 오히려 그 탓에 더 화제가 되었다.
‘대충 아 몰라 나 할 만큼 했어 에베베베, 이런 느낌이었지.’
사람들은 방송국이 욕먹기 싫어서 수 쓴다며 그걸로 더 조롱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그건 그거고.
“저희 차라리 이번에도 꼴등 하는 게 어떨까요?”
내 의견은 이렇다.
“……응?”
“또 꼴등?”
“……왜?”
“하아.”
형들은 내 의견에 조금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다들 티는 안 내고 있었지만 저번 대면식 꼴등이 나름의 상처들로 남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못해서 꼴등 한 거면 억울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누가 봐도 우리가 제일 잘했는데 꼴등이 되었으니 억울함과 상처는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방송인가 싶은 허탈함도 들 거고.
다만,
‘아마 방송 나가면 우리를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형성될 거야.’
실력에 하자가 없으니 당당할 수 있다.
그러니,
“1등 아니면 꼴등 하는 게 가장 임팩트 있을 것 같아서요.”
이 임팩트를 차라리 길게 이어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선 1등 아니면 꼴등이 낫고.
한데 1등 하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니 꼴등을 하자는 거다.
“근데, 그 꼴등이 맘대로 되는 거야?”
물론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꼴등이 맘대로 되냐고.
억지로 못하지 않는 이상.
한데,
“아마 꼴등 하지 않을까요?”
“왜?”
“강현성 팬들 우리 싫어하잖아요.”
“아. 맞네.”
지원 영상으로 끌었던 어그로 탓에 우린 강현성 팬덤 내부에서 은은한 미움을 받는 중이다.
방청객 90프로 이상이 강현성 팬일 테니 우리한테 억하심정 갖고 C등급 줄 건 안 봐도 비디오다.
내 말의 수위가 조금 강했던 건지.
형들 얼굴이 안 좋다.
아침부터 분위기 한번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사실 나도 미리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런 계획이나 예상치 같은 건 혼자 품는 게 낫다.
하지만 전에 꼴등 하고 나서 형들 얼굴 안 좋아지는 걸 보니 차라리 미리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예방주사라도 맞아두면 현장에서 덜 슬퍼하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실력이 부족해서 꼴등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치.”
“맞아.”
“부끄러울 거 없지.”
형들도 우리가 꼴등 할 실력이 아닌 건 다들 안다.
“그러니까 이게 곧 우리한테 팬덤을 만들어줄 원동력이 될 수도 있어요. 막판 뒤집기도 가능할 정도로.”
어차피 더쇼케 최종 1등이 되려면 마지막 네 번째 경연에서만 1등을 해야 한다.
1, 2, 3번 경연을 모두 합한 점수와 마지막 네 번째 경연의 점수가 5 대 5로 들어가니까.
이유는 마지막 네 번째 경연이 생방송 및 문자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세 번째 경연과 마지막 경연에서만 1등을 하면 최종 우승이 가능하단 말이다.
“첫 번째 경연이랑 두 번째 경연까지는 마지막 뒤집기를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형들은 내 말에 공감을 하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오늘은 등수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아마 오늘도 우리가 제일 잘할 테니까요.”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면 전생에서 다른 그룹 무대를 전부 보고 왔으니 말이다.
걔네 실력을 뻔히 알고 있으니 우리 무대 정도면 그중 당연히 1등이란 걸 알고 있다.
한데 형들은 내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봉태윤한테 위로를 다 들어보네.”
“태윤아아…….”
“오오, 멋진데~”
“고마워, 태윤아.”
다들 조금 감동한 눈치다.
연훈이 형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감싸 안은 후 토닥토닥거렸다.
딱히 감동을 의도한 멘트는 아니었지만 단합력이 올라갔으면 그걸로 됐다.
때마침.
지이잉.
승연 씨와 현아 씨도 왔나 보다.
연훈이 형 핸드폰이 진동한다.
“나가자, 얘들아!”
연훈이 형은 감동적인 분위기를 정리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윤이 말대로 오늘도 우리가 제일 잘할 테니까 등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네!”
“갑시다!”
“할 수 있다, 세이렌!”
형들은 나름 파이팅을 외치며 밖으로 이동했다.
나도 형들을 따라 롱패딩을 주섬주섬 챙기며 숙소를 나섰다.
* * *
더 쇼케이스2 제작진들의 사무실.
방청객 명단을 뽑은 구성작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총 방청객 수는 150명.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원래는 150명 중 140명쯤은 강현성의 팬덤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의외로 강현성 팬들이 많이 안 뽑혔댔죠?”
“네. 뭐 저희가 일일이 확인은 못 하지만, 어제 모니터링해 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추산치로는 그렇게 많이 뽑히진 않았다고 들었다.
사실 제작진들이 현재 뽑힌 방청객들이 강현성의 팬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연예 관련 커뮤니티나 갤러리, SNS 등을 뒤지며 방청에 당첨된 글들을 취합해 보면 비율 정도는 얼추 확인이 된다.
“50명 이상이 아예 팬덤이 없는 쪽들이랬죠?”
“네. 그냥 뭐 하는지 궁금해서 와본 쪽?”
“오…….”
생각보다 비율이 괜찮게 나왔다.
물론 아마 3분의 2 이상이 강현성네 팬덤이겠다만, 3분의 1이라도 딱히 어느 그룹의 팬덤이 아닌 상태다.
“이 정도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한 구성작가가 이리 말했으나,
“설마요. 그래도 온리원이 1등 하겠죠.”
다른 제작진은 이리 받아쳤다.
하지만,
“흐음.”
방청객 명단을 보는 구성작가는 다른 생각이 드는 걸 멈출 순 없었다.
작은 변수 하나로 최종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방송가엔 너무나도 빈번하다.
그러니 이 정도 변수면 분명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기 충분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