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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32화 (32/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32화

온리원이 무대에 올라오자 초반엔 반응이 좋았다.

마지막 순서인 데다가 강현성이 있는 그룹이라설까.

온리원이 순서가 되자마자 스튜디오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와아.”

“대박.”

“관객분들 표정이 달라지셨어.”

형들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였다.

이내 조명이 켜지며 온리원 멤버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히자,

-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대박…….”

우리가 무대에서 들었던 함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마치 기다렸단 듯 터지는 함성들은 모니터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박력이 남달랐다.

생각보다 강현성 팬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까 많긴 하네.’

섣부른 생각이었나 보다.

함성으로 들으니 체감되는 게 다르다.

조명이 켜지며 온리원 멤버들의 의상이 드러났다.

온리원의 색깔은 골드.

처음엔 내가 갖고 싶었던 색깔이었다.

무대에서만큼은 주인공을 위한 색깔이니까.

다만 지금 의상 퀄리티를 보니

‘온리원이 가져가는 게 맞았겠네.’

확실히 돈 바른 티가 났다.

전혀 다른 때깔의 의상들이다.

우리가 골드를 가져왔으면 저 정도 부티는 낼 수 없었을 거다.

온리원은 블랙 앤 골드라는 심플하고 클래식한 색 조합을 적극 활용한 의상을 입었다.

주로 명품 브랜드에서 자주 시도하는 조합인데 역시나 고급스러운 맛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느낌이었다.

다들 머리에 황금빛 월계수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 아래 의상은 검은색 슈트로 통일했고.

“멋있다, 의상…….”

연훈이 형이 모니터를 보며 홀린 듯 이리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멋있네요.”

멋있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저거 가격이 엄청나게 나간단 거다.

보아하니 지금 쟤네 몸에 두른 거 절반 이상이 명품이다.

전생에 온리원 인터뷰를 봤을 때,

‘저거 다 강현성 사비라고 하지 않았나.’

강현성이 무대 의상을 위해 자기 지갑을 털었다는 이야기를 봤다.

유어스가 잘 됐다고 한들 고작 1년짜리 활동이었다.

돈이야 많이 벌었겠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리 큰돈을 턱턱 내놓긴 쉽지 않을 거다.

‘멤버들은 나중에 알았다고 했지. 강현성이 사비 쓴 거.’

쟤네가 망돌 아닌 척을 하고는 있는데 사실상 쟤네도 다른 팀들이랑 다를 바 없다.

돈 없는 회사에서 연습하던 애들이니까.

심지어 여기서 잘된다 한들 제일 그룹과의 합작회사로 계약이 이관된다.

그 이관 과정 중에 원래 회사에 어느 정도의 이익이 돌아가기야 하겠다만, 기본적으로 연습생을 빼앗기는 셈이다.

그러니 강현성네 회사에선 더더욱이나 무대에 예산을 지원해 줄 리가 없다.

다만 이건 오프 더 레코드고.

지금 저기 있는 멤버들은 자기네들이 두른 명품이 전부 회사에서 나온 줄 알고 있을 거다.

이리 생각해 보니 강현성이 조금 짠내 나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자니까.’

동질감 느껴진다고 마음을 쓸 순 없다.

경연 끝날 때까지 저쪽은 내 적이다.

온리원이 있는 한 우리에게 초동 10만은 어려울 테니까.

무엇보다 WD엔터에서 데뷔를 해서도 안 되고.

그러니 섣불리 마음의 허들을 낮춰선 안 된다.

“어어! 시작한다.”

때마침 온리원이 무대를 시작했다.

왕, 이라는 컨셉을 살리려고 해서일까.

기존에 유명했던 곡이지만 시대가 살짝 지난 곡을 편곡해서 가져왔다.

두 세대쯤 전 1군 아이돌의 대표곡이었으니까.

다만 편곡에 돈을 좀 쓴 건지 사운드가 촌스럽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틀린 적이 없었어

-내가 디딘 이 한 걸음 한 걸음이

-Don’t hesitate

-망설일 필욘 없어

-I can fight it

-두려워 하지 마

어딘가 웅장하고 전투적인 사운드는 그 세대 아이돌들만의 감성이었다.

그걸 요즘 식으로 재해석해 낸 것도 놀랍고.

그 재해석한 느낌을 이전 아이돌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해내는 온리원도 놀라웠다.

대면식 무대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않았던 멤버들 간의 칼군무도 이번 무대에선 유감없이 발휘됐다.

강현성을 센터로 V자 모양으로 선 멤버들은 어려운 난이도의 동작들을 한 각도 틀어지는 것 없이 완벽하게 춰냈다.

-와아아아아아아──!

현장 분위기는 뜨겁기 그지없었다.

“멋있다 진짜.”

“엄청 잘하시네.”

“준비를 진짜 많이 하신 거 같아.”

형들은 거짓 하나 없이 진심으로 리액션을 하고 있었다.

아마 이 정도 반응 컷이면 방송에도 나갈 거 같은데.

난 괜히 쎄해 보이지 않기 위해 조금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태, 태윤이 표정이 왜 그래?”

운이 형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묻는다.

“……네?”

“그냥 평소처럼 있어. 왜 막, 이상하게 입꼬리를 뒤틀고 있어…….”

“아, 미소 지은 건데.”

“아, 그게 미소였구나…….”

꽤 뻘쭘한 상황이다.

“하하하!”

연훈이 형은 이 상황이 어처구니없던 건지 박장대소하며 내 어깨를 팍팍 때렸다.

“방송에 인상 쓰고 있는 것처럼 나올까 봐 걱정된 거야?”

그러곤 내게 장난치듯 묻는다.

“괜찮아. 원래 인상이 그런 거라고 나중에 해명하면 되잖아!”

“이미 해명을 해야 할 정도면 늦은 거 아니에요?”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순식간에 대기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만 이 화제로 너무 무대에 집중을 안 하면 안 된다.

우린 금세 분위기를 정리하곤 다시 온리원 무대에 집중했다.

곡은 1절을 지나 2절로.

후렴구를 지나 댄스 브레이크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실 경연 무대에서 제일 중요한 순간이 댄스 브레이크라고 볼 수 있다.

크게 컨셉츄얼하거나 독특한 컨셉이 아닌 이상 이 댄스 브레이크가 무대의 느낌을 좌우한다고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데,

“응? 저기 간격이…….”

운이 형이 제일 먼저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댄스 브레이크 시작 전 온리원 멤버들은 강현성을 센터로 두고 둥근 형태의 대형을 갖췄다.

한데 강현성과 박영호 사이의 간격이 다른 멤버들 간의 간격보다 너무 넓었다.

여기까지야 그럴 수 있었다.

한데,

“박자가 반의반씩 밀리는데?”

박영호가 댄스 브레이크 구간에서 조금씩 동작이 밀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격한 안무인데.

여기서 박자가 밀리면 끝이다.

차라리 동작 하나를 뭉개고 박자를 맞추는 게 나을 텐데.

박영호는 정해진 동작을 전부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있는 것처럼 모든 동작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 탓에 처음엔 미세하게 밀리던 박자가 중간부부터는 눈에 띌 정도로 밀리기 시작했다.

정확한 칼각으로 이루어져야 할 댄스 브레이크의 그림이 박영호 하나 때문에 깨지기 시작했다.

그게 박영호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 걸까.

바닥으로 슬라이딩한 후 하체와 코어 힘만으로 일어나야 하는 동작을 수행 중에,

“헉!”

“뭐, 뭐야!”

발목이 꺾였다.

발목만 꺾였으면 다행이련만 그 탓에 동작 하나가 완전히 뭉개지고 말았다.

스튜디오 분위기가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이미 박영호의 박자가 밀리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었는데.

발목이 꺾이며 군무가 깨지기까지 하니 걷잡을 수 없이 싸해졌다.

하지만 무대는 강행되었다.

댄브까지 온 이상 끝까지 다다랐다는 뜻이니 온리원 멤버들도 이걸 중간에 끊을 수 없었으리라.

댄브 이후 동작들은 이전처럼 격렬하진 않았다.

아련한 아웃트로 사운드가 들리고.

각자 멤버들이 엔딩 포즈를 잡는 것을 끝으로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아…….”

“으음.”

분위기는 박살이 나버렸다.

형들도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은 눈치였다.

자칫 잘못 했다간 방송에 이상하게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니까.

나도 이런 상황은 상정해 두고 있지 않았기에 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혹감은 잠시 밀어두고 모니터를 빤히 바라봤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강현성을 비롯한 멤버들은 막내에게로 달려갔다.

저게 카메라를 의식한 행동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걱정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막내는 강현성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거 최소 몇 주는 춤 못 출 텐데.’

온리원에겐 뼈 아픈 인력 손실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뭐 한의원도 가고 이것저것 약도 먹고 잘만 관리 한다면야 아슬아슬하게 무대를 할 수도 있겠다만,

‘쉽진 않겠네.’

박영호가 꽤 심적으로 많이 고생을 할 거 같았다.

난 더 생각을 이어가진 않았다.

너무 동정하거나 너무 매정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흐으음.”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을 정리하곤 형들을 바라봤다.

형들은 단체로 표정이 심각했다.

다들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그때,

-온리원의 박력 넘치는 무대 잘 봤습니다!

MC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며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도 멘트라.

사실 꽤 매정해 보이긴 하다만

‘방송을 중지할 정도까진 아니니까.’

이런 일이야 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니 하나하나에 다 민감하게 반응할 순 없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온리원 무대에 대한 등급 투표를 실시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내 온리원에 대한 등급 투표가 실시되었다.

‘어떻게 되려나.’

예상했던 방향과 너무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 * *

세이렌 무대 보고 심한 감동을 받았던 방청객은 온리원의 무대를 보곤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무대 퀄리티가 압도적이라 그런 게 아니었다.

오히려 세이렌 무대가 관객 입장으로 봤을 때 훨씬 볼만했던 무대다.

팬심 다 떼고 객관적으로 봐도 말이다.

한데,

‘발목 심하게 꺾이던데.’

그녀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유는 아까 그 박영호의 실수 때문이었다.

발목이 꺾이던 그 각이 보는 사람마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온리원 무대에 대한 등급 투표를 실시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해서 지금 이런 멘트를 치는 MC들이 괜히 매정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저 사람들도 제작진들이 시켜서 하는 것일 테니 괜한 비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A? B? C?’

등급을 주기가 애매했다.

쟤넨 분명 실수를 했다.

그것도 무대 퀄리티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실수.

그러니 점수를 줘야 한다면 C다.

실수 외에는 퀄리티가 괜찮았으니 그걸 감안한다면 B를 줘도 괜찮겠고.

하지만,

‘A는 절대 아니지.’

이건 확실하다.

다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죄다 A 주려나.’

그녀는 주변을 쭉 둘러봤다.

척 봐도 강현성의 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저 사람들이 전부 A를 준다면

‘설마……. 아니겠지.’

온리원이 오늘 경연 1등을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설마, 팬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평가에선 공평하겠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그럴 리가 없지.’

정신을 차렸다.

자기가 세이렌이 1등 했으면 하는 마음에 행복회로 돌린 것이라고.

당연히 강현성 팬들은 온리원이 실수를 했건 안 했건 A를 줄 게 뻔했다.

방청객은 겸허한 마음으로 C를 눌렀다.

물론 그녀의 C가 과연 이 판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괘씸해서 더 그랬다.

그때까진 몰랐다.

이 자리에 그녀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음을.

해서 이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까지도.

* * *

온리원의 등급 평가 시간이 이어지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순위 발표식 하러 다들 무대로 올라가겠습니다!”

제작진들이 이리 말하며 방들을 돌아다녔다.

“후우우.”

“갑시다.”

“가자!”

우린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위 발표식.

사실 그 결과가 너무 뻔하지만 일단 가긴 가야 했다.

다만,

‘흐음.’

박영호의 실수와 우리 무대의 약진.

또 의외로 적게 모인 강현성 팬덤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해 보니,

‘어쩌면, 생각보다 등수가 높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어쩌면 정반대의 순위가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상치다.

“태윤아! 가자!”

“네, 형.”

난 잡생각을 집어넣고 연훈이 형을 따라 대기실을 나섰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그저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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