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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40화 (40/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40화

‘뭔 개소리야 이게.’

난 방금 귓가에 들려온 그 음성을 다시금 떠올렸다.

나보고 방금 온리원 박영호의 하차를 막으라고 했다.

이게 정말 현실이 맞는 건지 다시 확인해 보려 했다.

한데 이 망할 음성은 귀에 한 번 들리고 끝나는 것인지라 재확인이 불가하다.

이왕 회귀시킬 거면 상태창 같은 제대로 된 거 하나 챙겨줄 것이지.

귀에 한 번 들리고 끝나는 이상한 거 하나랑 통찰인지 뭐시긴지 하는 거 하나 챙겨주고 끝이다.

이 묘한 불공평함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찰나,

[돌발 미션 발발]

[온리원 박영호의 하차를 막으시오.]

[성공 시, ‘통찰’의 통제권 일부 획득.]

[실패 시, <더 쇼케이스2 - 퍼스트 찬스>의 보이콧.]

‘뭐야.’

내 불평을 들은 건가.

재청취를 허락해 준다.

묘하게 소비자 맞춤형인 거 같아서 더 짜증 난다.

일단 이 거지 같은 상황이 진짜 현실임은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의문점은 두 가지.

우선은 박영호의 하차와 더쇼케2의 보이콧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인가다.

박영호가 하차한다고 해서 더쇼케 보이콧이 굳이 일어날 필요는 없다.

그 말은 박영호에게 어떤 논란이 생겨 하차를 하는 상황이거나.

어쩌면 박영호가 무언가를 폭로하고 하차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다만 이건 까봐야 아는 것이니 당장 억측은 하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의문은 성공 시 보상이다.

‘통찰의 통제권 일부는 뭐야.’

나름 회귀자라고 능력 업그레이드도 되고 그런 건가.

그럴 거면 진짜 상태창 주고 통찰에 포인트 투자할 수 있게 해줄 것이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막긴 막아야 해.’

안 할 순 없다.

프로그램이 망하면 우리도 망하는 거다.

지금 당장 더쇼케2 화력 없이 초동 10만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 말은,

‘도승이 형이…….’

멤버를 잃게 될 수도 있단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비우고 다시 형들을 따라 이동했다.

* * *

온리원의 숙소.

새벽 기상을 마친 온리원의 멤버들은 소파에 앉아 매니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기상을 마치고 샤워까지 끝내는 사람은 언제나 강현성이었다.

강현성은 멤버들이 일어나는 시간보다 늘 20분 먼저 일어나서 샤워를 끝내곤 했다.

강현성을 시작으로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갈 준비를 끝내고 소파에 모여앉았다.

온리원의 멤버들은 각자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개인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멤버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이 있었는데,

“영호야 괜찮아?”

막내 박영호가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온리원 멤버 김시운은 걱정스럽단 듯 박영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김시운뿐만이 아닌 다른 멤버들도 한마디씩 상태를 물었다.

“무리하는 거 아니지?”

“힘들면 오늘까지 촬영 빠져도 괜찮아.”

“한 번 다친 거 제대로 회복 안 시키면 두고두고 발목 잡아.”

온리원 숙소가 늘 적막한 편이긴 해도 아픈 멤버 걱정도 못 할 만큼 매정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강현성도 박영호를 물끄러미 보며 한마디를 했다.

“오늘 쉬어.”

이런 말을 쉽게 하는 타입이 아니란 걸 알아설까.

다른 멤버들이 더 놀라서 강현성을 바라본다.

강현성은 그런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다시 말했다.

“어쭙잖게 움직여서 덧나면 안무 공백만 커지잖아.”

이어진 강현성의 말에 온리원의 멤버들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돌렸다.

“저 정말 괜찮아요. 애초에 부러진 것도 아니고 그냥 인대가 조금 늘어난 정도잖아요. 걷는 데 아무 지장도 없고요.”

박영호는 그리 말하며 제자리에서 걷는 시늉을 했다.

일단 자세 자체는 크게 이상하지 않다.

그 탓일까.

“어려서 그런가 회복이 빠르네.”

“울버링이야? 우리 영호?”

“피콜롱이네, 완전히.”

온리원 멤버들은 박영호가 정말 나은 거라 생각 한 모양이었다.

반면 강현성의 시선은 멤버들과는 다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멀쩡하게 걷는 척하고 있는 박영호의 발등이었다.

오늘 아침까지 차고 있던 반깁스를 스케줄을 위해 임의로 떼어내 버려서일까.

발등에 붕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걷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저 붕대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기만 했다.

“반깁스는 어디 뒀어?”

강현성이 묻자,

“방에 있긴 한데…….”

박영호가 머뭇대며 답한다.

“안 차도 되겠어?”

“네. 정말 괜찮아요.”

강현성은 물끄러미 박영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박영호는 잠시 강현성 눈치를 보다가 소파로 가서 앉았다.

때마침,

띠띠디.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강현성이 말하자 멤버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영호는 멤버들을 따라 이동하며 시험 삼아 발목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어김없이 통증이 다시 찾아왔으나.

‘참자.’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며 형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 * *

우린 숙소로 돌아가 각자 샤워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와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곤 승연 씨와 현아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강북에 있는 샵으로 이동했다.

이젠 몇 번 가서 익숙해진 터라 자리를 잡고 메이크업, 헤어 선생님들과 인사를 했다.

스케줄 있을 때마다 만나다 보니 형들도 샵 선생님들과 꽤 친해진 상태였다.

“어머, 오늘 다들 왜 이렇게 잘생겼어?”

푸근한 인상의 원장님이 나와서 우리 외모를 보고 칭찬을 해준다.

늘 호호 웃으며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분이라 별 신경을 안 썼는데,

“근데 오늘 진짜로 다 잘생겼는데요?”

“아~ 원래는 못생겼다?”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평소에도 잘생겼는데 오늘은 진짜 다들 평소랑은 다른 느낌인데?”

다른 쌤들도 오늘따라 우리 외모 보고 칭찬을 많이 했다.

동준이 형 담당 쌤의 칭찬을 시작으로 다들 입을 모아 외모 칭찬을 시작했다.

외모 칭찬이란 게 맥락과 상황에 따라 무례하게 들릴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거의 극찬에 가깝다.

외모 가꾸려고 들어온 미용실이니 말이다.

“우와. 여기 턱선 봐. 베이겠네 베이겠어~”

연훈이 형 담당 쌤이 이리 말하자,

“진짜요? 내 턱선이 막 그 정도예요?”

“여기 봐봐. 선이 엄청 살았잖아.”

연훈이 형 입꼬리가 거의 귀에 걸린다.

운이 형 담당 쌤도,

“난 운이 씨 조금 청순한 타입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약간 남자다운 면도 있다.”

“제가요?”

운이 형보고 남자답다는 말을 했다.

도승이 형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렇게 도승 씨가 샤프했나?”

“예?”

아침부터 쏟아지는 외모 폭격에 형들은 다 알게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췌해진 게 이런 식으로 이득을 보게 되기도 하네.’

지난 일주일간 하루 3시간씩 자며 계속 고난도 안무 연습을 하다 보니 살이 쪽 빠질 수밖에 없었다.

눈두덩이도 어딘가 퀭하니 파여 버렸고.

이게 남들이 보기엔 어디 아파 보일 수 있는 비주얼인데 방송상에선 또 다르다.

퀭해 보이는 부분은 메이크업으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퀭한 건 지우고, 얼굴각은 살리면서 메이크업을 하면 평소보다 더 잘생겨질 수 있다.

내 담당 선생님도 나한테 외모 칭찬을 하려는 거 같았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드릉드릉대는 거 같았으나,

“그, 태윤 씨, 어…….”

거울을 통해 나랑 눈이 마주치자,

“……아침밥 먹었어요?”

갑자기 식사 여부를 묻는다.

“아뇨.”

“아, 네.”

이 쌤과 나는 도통 친해지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샵에서 딱히 수다를 안 떠는 타입이라서 그런 건지.

사실 지금껏 이 사람과 대화를 세 번 이상 나눈 적이 없다.

형들은 쌤들과 수다를 조금 떠는가 싶더니 금세 곯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요즘 잠을 줄여가며 연습을 해서 그런지 잠들 타이밍만 있으면 저렇게 졸곤 했다.

난 졸음을 이겨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쨌든 이번 촬영에서 나 혼자 미션을 받은 상태니까.

그것도 해결하지 않을 시 그 여파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는 미션을 말이다.

그러니 잠이 올 것 같다가도 다시 정신이 또렷해질 수밖에 없었다.

‘박영호의 하차를 막으란 게 대체 뭔 말인 걸까.’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박영호의 정보에 대해서 나름 정리를 해봤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스물이다.

온리원의 막내고.

포지션은 리드보컬이다.

이거야 뭐 당연히 알 법한 정보들이고.

내가 정리해 본 정보들은 주로 과거사에 해당하는 부분들이었다.

온리원의 경우 우리랑은 화제성의 규모가 다르다 보니 멤버들 개인정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또 전생 덕에 나도 온리원 멤버들 개인정보쯤은 얼추 알고 있기도 했고.

난 내 기억 속 정보들과 인터넷에 유출된 정보들을 대조하며 정리했다.

그 결과 한 가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게 됐다.

박영호가 논란이 터져서 하차를 하는 식의 가능성 말이다.

이건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뭐 보통 아이돌들이 프로그램 하차하는 경우라 해봐야 막말이나, 학폭이나, 마약이나, 범죄 이력 등일 거다.

박영호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되는 캐릭터였다.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 같은 걸 하기에는 이 바닥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되었을뿐더러 나이도 스물밖에 안 됐다.

무엇보다 학교생활기록부와 동창생들의 증언이 더욱 중요했는데,

‘바른 생활의 표본이지.’

기억상 아이돌 정보를 푸는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늘 바른 생활 아이돌로 꼽혔던 걸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 동아리 임원을 역임했다거나, 교회 학생회 임원이었다거나 하는 경력도 있던 걸로 안다.

실제로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 박영호 관련한 논란은 터진 적이 없었다.

이런 캐릭터가 논란?

뭐 시간이 많이 지나 나이를 많이 먹게 되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사라지니 그때 가서 논란이 생길 수도 있겠다만, 아직 스물밖에 안 된 시점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

무엇보다 내가 살다 왔던 세계에서도 박영호는 착하고 순한 캐릭터로 유명했다.

국가나 세계에 재난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기부금을 후원하는 스타로도 유명했고.

즉 25살이 될 때까지 박영호는 원래의 성품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인물이란 거다.

남은 가능성은 박영호가 무언가를 폭로하며 하차하는 것 인데,

‘이것도 아니야.’

팀이나 회사, 혹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불만이 쌓였을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폭로를 할 정도로 불만이 쌓이기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너무 부족했다.

이제 겨우 1차 경연 끝낸 상황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지 못한 제3의 가능성이란 건데,

‘이건 제발 아니었으면 싶은데.’

사고다.

박영호가 크게 다치는 사고.

그 사고로 인해 박영호는 하차하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는 거다.

이미 한 번 발목을 다친 이력이 있으니 오늘 촬영 중 사고에 휘말릴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세트가 무너지거나, 장비가 쓰러지는 등의 상황에서 발목 통증으로 인해 빠르게 반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하루 종일 박영호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나.’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 내 시선을 박영호에게 고정시켜 두어야 한다.

내 촬영 하기에도 급급한데 남의 그룹 멤버까지 챙겨야 하다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느껴지려는데.

“끝났습니다.”

메이크업과 헤어가 끝이 났다.

눈을 뜨고 거울을 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화사해진 내가 있었다.

확실히 퀭한 거 지우고 얼굴 음영을 살리니 좀 더 방송용 얼굴이 되었다.

“가자아~”

“으으으~”

형들도 하나둘 잠에서 깨며 샵 의자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린 샵 선생님들에게 인사하곤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가서 오늘도 방송 부수고 오자!”

“텐션 올려서 잘하고 와요!”

연훈이 형과 동준이 형이 파이팅을 다지고.

“다치지만 말자.”

“너도 너무 무리하진 말아라.”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이 서로의 컨디션을 챙기는 동안.

‘박영호를 어쩐다.’

난 박영호를 걱정했다.

그렇게 각각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우린 촬영이 있을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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