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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46화 (46/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46화

“시간이요?”

난 강현성의 질문을 이리 되물었다.

시간 괜찮냐니.

지금 우리 촬영 중인 걸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닐 테다.

“보물 찾으러 가셔야죠. 경품 걸려 있다잖아요.”

“그건 조금 이따가 찾죠.”

“방송이잖아요. 하란 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이리 말하자,

“피디님.”

강현성이 박수철 피디에게로 갔다.

녀석은 박수철 피디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 같더니 다시 내게로 다가와서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이크팩을 풀었다.

“가죠.”

“네?”

“태윤 씨도 마이크팩 풀어요. 사적인 대화까지 방송에 나가고 싶지 않으면요.”

이 자식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 본다.

고작 대화 조금 하겠다고 이런 적극성을 보이다니.

저번 주에 그렇게 계단 층계참에서 신경전을 해놓고.

아니면 구석에 데려가서 패려고 하나.

지금이라면 그렇게 마냥 처맞진 않을 거 같긴 한…….

‘뭔 생각 하는 거야.’

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딱 끊어냈다.

그리고 마이크팩을 풀었다.

여기서 더 저항해 봐야 의미 없을 것 같았다.

피디에게 가서 마이크팩을 건네주니,

“딱 10분만 시간 내주는 겁니다. 영호 씨 관련해서 잠깐만 대화 나누고 오세요.”

어떻게 이 사적인 시간이 만들어진 건지 이해가 갔다.

‘다친 막내를 팔아먹었네.’

뭐.

크게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 거니까 딱히 뭐라 하긴 애매하다.

또 이런 주문도 강현성이 했으니까 먹힌 거지.

다른 팀 리더가 했으면 엥? 촬영이나 하시죠? 이랬을 게 분명하다.

“10분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강현성과 나는 그리 말하곤 대기실로 이동했다.

* * *

대기실로 들어와 강현성과 나는 마주 보고 앉았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둘이 있으려니 괜히 더 어색하다.

강현성은 여기까지 사람을 불러내 놓고는 아무 말도 않고 날 쳐다만 봤다.

뭘 저렇게 빤히 보나 싶었지만 시선 돌리면 지는 기분이 날 거 같아서 같이 노려봐줬다.

잠시 침묵이 더 이어지고.

먼저 입을 뗀 건 강현성이었다.

“고마웠어요. 영호 도와준 건.”

“아, 네.”

“의사가 말하길 거기서 태윤 씨 아니었으면 다리가 부러졌을 거라고 하네요.”

“다행이네요.”

사실 내가 봐도 그럴 각이긴 했다.

그래서 더 이 악물고 받아낸 거였고.

“고마워요.”

그렇게 무미건조한 은혜 표시가 끝이 났다.

이게 말의 끝은 아닐 터였다.

고작 이 얘기 하겠다고 날 여기까지 부른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또 무슨 말을 더 하려나 싶은데,

“다음 무대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요?”

“네?”

갑자기 다음 무대 준비 상황을 묻는다.

고맙다는 말 하러 와서 정보 캐내려 하는 건 전개가 이상하지 않나?

내가 멍하니 쳐다보자 강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흰 곡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아, 네. 그러세요.”

어쩌라는 건가 싶다.

상대방 무대 뺏어오는 미션이었는데 편곡하는 건 당연한 거지.

“동양풍 악기들 전부 빼고, 곡 제목도 월야가 아닌 Moonlight로 바꿨어요.”

한데 이야기가 점점 더 디테일해진다.

자기네들이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다 말해줄 판이다.

“곡의 해석도 꽤 달라졌는데, 그쪽이 썼던 가사는 이루어질 수 없는 타인과의 사랑을……,”

“저기요?”

난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말을 잘랐다.

“왜 알려주시는 거예요?”

온리원 무대 어떻게 준비 중이냐고 물어본 적 없다.

강현성은 날 멀뚱멀뚱 바라보곤 다시 입을 뗐다.

“대비하라고요.”

“네?”

“그쪽이 어떤 무대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무대 듣고 적당히 라이벌 구도 잡을 만한 걸로 잘 준비해 보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뭐야 이 새끼.

그러니까 노골적으로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다.

우리 라이벌이니까 그거 방송 구도로 잘 잡아서 뽕 한번 뽑아보자고.

“저희 무대는 저희가 알아서 해요.”

다만 저건 선을 조금 넘었다.

뭐 나한테 지금 가르침 같은 거라도 주려는 건가?

얕잡아 보고 하는 말 같아서 썩 유쾌하진 않았다.

“네, 뭐. 알겠습니다.”

강현성은 더 말을 잇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게 고마운 사람 불러와서 할 만한 말인가 싶었지만,

‘그래. 이게 저 자식 나름의 성의 표시라고 생각하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무대 정보 공유해서 방송 좀 더 잘 끌어가 보자는 식으로 이야기해 준 것 같았으니까.

“그럼 더 할 말 없는 거죠?”

다만 이런 자리는 불쾌하기만 할 뿐 더 있고 싶진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아뇨. 아직 할 말 남았습니다.”

강현성이 아직 끝이 아니란다.

뭔가 하고 바라보니,

“아마 콜라 광고 촬영 저희랑 같이할 겁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낸다.

콜라 광고 모델을 같이 선다니.

이게 무슨 헛소린가.

물론 전생에서 온리원이 콜라 광고를 따내긴 했다.

한데 그건 전생이고.

이번엔 우리가 게임에서 이겼으니 우리가 광고 모델이 되어야 하는 건데,

왜 갑자기 자기네들이랑 공동 모델이 된다는 건가.

제작진과 저 자식 간의 유착관계가 있는 건가 싶어 강현성을 노려봤는데,

“애초에 그 모델 제안이 저한테 개인적으로 온 거였어요. 방송 화제성을 위해 이쪽 제작진과 이야기해서 게임으로 만든 겁니다. 게임 결과가 어떻게 되든 원래 우리랑 같이하게 되어 있어요.”

이 자식이 내 시선 속의 불신을 느낀 건지 이리 답했다.

“제가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 호의를 베푼 겁니다.”

내가 여전한 불신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자,

“뭐, 믿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강현성이 조금 짜증이 난단 듯 날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동 모델이 된다 해서 실망하지 말라고 알려준 거예요.”

이 자식은 나름 나에게 호의를 베푼 거라 생각하나 보다.

난 불신을 살짝 거두곤 이성적으로 생각해 봤다.

더쇼케2가 아무리 잘된다 한들 광고 모델 건을 게임 한 번으로 태울 정도는 아니다.

광고라는 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건인데.

그러니 강현성을 포함한 온리원이 광고 모델이 되는 게 기본 조건인 건 오히려 타당한 일이었다.

‘강현성 말대로 저 자식이 우리한테 기회를 준 걸 수도 있겠네.’

강현성이 혼자 할 수 있는 모델 건을 우리 모두와 나눴다는 게 맞는 말인 거 같긴 했다.

“아뇨.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게 더 그럴 법한 그림이긴 하네요.”

해서 난 강현성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거뒀다.

“더 할 말은 없죠?”

“네.”

“그럼 나가죠.”

“그럽시다.”

우리 둘은 나란히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나가면서 생각했다.

대체 이 자식은 왜 나를 여기까지 부른 건가 싶어서.

따로 시간 빼길래 뭐 대단한 말이라도 해주나 싶었는데 별것도 없었다.

그냥 콜라 모델에 대한 비하인드를 알려주고.

자기네들이랑 비슷한 수준의 무대 갖춰오라는 식의 경고 같은 걸 날린 게 전부다.

뭐 이게 강현성 나름의 은혜 갚는 법일 거 같긴 한데,

‘어이없네.’

나한테 굳이 알릴 필요는 없는, 말 그대로의 TMI였다.

제 딴엔 뭐 엄청난 정보라도 공유해 줬다 생각하나 본데 내가 보기엔 굳이 있으나 마나 한 정보일 뿐이었다.

온리원 무대야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무대 아이디어 좋다 해서 실력이 급상승할 건 아니니 어차피 예상범위 안일 테고.

콜라 모델 건이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었던 것 같으니 들어봤자 기분만 나쁠 뿐이었다.

강현성과 나는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동안 서로 한마디도 더 섞진 않았다.

이내 스튜디오로 돌아오자.

“지금 다른 팀원들이 보물 찾고 난리랍니다. 얼른 올라가서 두 분도 보물 찾으세요!”

박수철 피디가 호들갑 떨며 이리 말했다.

강현성과 나는 마이크팩을 착용한 후 스튜디오 밖 공터로 가서 보물찾기에 합류했다.

형들에게 가니,

“태윤이 어디 갔다 왔어?”

어디에 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화장실 가 있었어요.”

난 그 질문에 대충 답했다.

강현성과 같이 있었다 말하기도 애매하다.

뭐 소득이 있어야 티를 내지.

“형들 보물 좀 찾았어요?”

난 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보물로 돌렸다.

“아니…….”

연훈이 형이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말한다.

“다른 팀은 하나씩 찾은 거 같은데 우리 눈엔 하나도 안 보여.”

“조작인가.”

“보물찾기를 조작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상하게 우리 팀만 보물을 찾지 못한 거 같았다.

다른 팀들은 하나씩 몬스터볼 같은 걸 손에 들고 있었다.

아마 저게 경품이 들어 있는 보물인 거 같았다.

“일단 좀 더 찾아보죠.”

난 형들과 함께 공터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콜라 모델권을 딴 이상 보물이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으니까.

한두 개라도 받아가면 형들이 좋아할 거 같았다.

하지만,

“보물찾기 종료하겠습니다!”

“아.”

“진짜 하나도 못 찾다니.”

“우리 진짜 똥손이다…….”

제한 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우린 보물을 찾지 못했다.

“다시 스튜디오로 복귀해 주세요!”

우린 제작진들의 지시에 따라 다시 스튜디오로 복귀했다.

* * *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보물찾기에 대한 정산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난 강현성이 했던 말이 사실임을 바로 확인하게 되었다.

“어어! 우리 이게 있는데?”

“뭐야?”

“응?”

“대박!”

“콜라 모델 출연권”

온리원이 찾았던 보물 안에서 ‘킹시콜라 광고 모델 출연권’이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가 나온 거다.

“온리원이 이번 보물찾기 하이라이트를 찾았군요!”

그러자 MC 김영진이 이리 말하며 온리원을 띄워줬다.

타 그룹들이 온리원을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잘 될 팀은 진짜 어떻게든 잘 되는구나.”

“부럽다~”

다른 팀들은 그저 온리원이 운이 좋았다, 정도로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다만 전말을 아는 나로선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이거 방송 나갔을 때 조작논란 뜨는 거 아니야?’

대충 이런 우려도 해봤는데,

“어? 우린 제주도 여행권 및 여행기 업로드인데요?”

블레슈가 제주도 여행권 및 여행기 업로드라는 잭팟을 터뜨리고.

“저흰 실라 호텔 숙박 및 숙박기 업로드에요!”

루미닌이 호텔 숙박 및 숙박기 업로드,

“저흰 가평 풀빌라예요! 휴양기 업로드도 붙어 있어요!”

원바이원이 풀빌라 및 휴양기 업로드를 뽑았다.

‘참나.’

온리원이 공동 모델이 된 건의 조작 느낌을 지우려고 돈을 공중에 뿌리다니.

예상치도 못한 방식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광고 모델 된 게 손해 아닌가.’

저 사람들은 놀면서 너튜브 영상 업로드로 인지도까지 챙길 텐데.

우린 그냥 일이나 하게 생겼다.

뭐 우리가 한 광고 촬영 비하인드도 따로 올라가긴 하겠다만,

‘왜 배가 아프냐.’

이거 묘하게 손해 본 거 같아서 짜증 난다.

“우리도 호텔 갈 줄 아는데…….”

“제주도 여행 부럽다…….”

연훈이 형과 운이 형이 나란히 앉아서 다른 팀들을 부러워했다.

“나중에 우리끼리 가면 되죠~”

동준이 형은 속 편히 이런 소리나 하며 연훈이 형과 운이 형을 달랬다.

“우린 광고 나가잖아요. 그럼 된 거죠.”

도승이 형도 이리 말하며 연훈이 형과 운이 형을 달랬다.

다만 두 사람은 못내 보물을 못 찾은 게 아쉬운가 보다.

“가서 멤버들이랑 쉬면 참 좋을 텐데.”

“제주도 갈치구이 진짜 맛있는데.”

운이 형은 팀끼리 다 같이 가서 푹 쉬길 바라는 마음이었나 보고.

연훈이 형은 가서 힐링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때마침,

“다시 엔딩 대형으로 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제작진들이 나와서 세팅을 다시 한다.

이제 클로징 멘트를 치려나 보다.

오프닝 때와 같은 대형으로 서자 중간에 MC 김영진이 들어온다.

“자! 그렇게 해서 이제 보물찾기까지 총 5개의 게임을 모두 끝냈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 즐거우셨나요?”

“네에에!”

적당한 클로징 멘트들이 스튜디오에서 울려 퍼졌다.

“다섯 팀 모두에게 충분한 휴식이 되었기를 바라며! 저희는 다음 주에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엔딩까지 찍고 난 후,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릴 찍고 있던 수많은 장비들이 일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마이크 떼서 여기로 가져와 주세요~”

“카메라 뒤로 빠질게요!”

일사불란하게 뒷정리에 들어가는 현장 한가운데에 서서 우린 제작진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오늘 촬영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신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 인사를 위해서였다.

제작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대한 공손해 보일 수 있도록 인사를 하며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려는데,

탁.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았다.

“뭐야.”

뒤를 돌아보니

“그, 태윤 씨…….”

박영호가 뭔가 잔뜩 겁먹은 것 같은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네?”

오늘 참 온리원 리더고 막내고 골고루 날 귀찮게 한다 싶었는데,

“그, 핸드폰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 싶어서요.”

박영호가 나한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본다.

오늘 참 이상하게 온리원 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날이다.

다만,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적 연락은 금지라서요.”

귀찮은 일 좀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난 적당히 거짓말을 쳤다.

“아! 그,”

“다음에 뵙겠습니다.”

짧게 답하곤 앞서가고 있는 형들에게로 빠르게 달려갔다.

박영호 멘탈 깨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았으나 내 알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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