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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47화 (47/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47화

박영호의 번따를 무시하고 형들과 함께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으아아아! 퇴근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량에 올라타자 동준이 형이 기지개를 켜며 소리쳤다.

“퇴근이다~ 퇴근~”

연훈이 형도 퇴근을 한다는 게 신이 나는 건지 요상한 어깨춤을 췄다.

“운아. 저녁 너 뭐 먹을 거냐?”

“흐음. 혹시 다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도승이 형과 운이 형은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확실하게 퇴근 분위기였다.

“전 제육!”

“탈락.”

“그럼 삼겹살!”

“탈락.”

“샐러드?”

“정답.”

“저녁에 정답이 어딨어요!”

동준이 형과 도승이 형은 평소처럼 투닥거리며 농담을 주고받았고.

“으아아암. 피곤하다.”

“형 오늘 고생 많았어요.”

“으음. 아냐. 운이가 더 고생 많았지.”

연훈이 형과 운이 형은 누가 누가 더 착한지 내기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좋은 말을 주고받았다.

난 뒷좌석에 앉아 이 모든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일상적인 저녁 풍경이었다.

촬영 시간도 예상했던 것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끝났고.

어찌 되었건 광고 모델 건도 따냈으며.

박영호의 하차도 막아냈다.

그사이에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많긴 했으나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하루라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연습실 근처에서 샐러드 포장한 다음 바로 연습하러 가는 거 어때?”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형들은 퇴근 후 일정을 빠르게 픽스 시켰다.

저녁 먹고 바로 연습이라.

준비 중인 2차 경연 무대 난이도 생각하면 하루라도 쉴 수 없으니 맞는 스케줄이긴 했다.

다만,

“그럼, 가기 전까지 다들 조금이라도 눈들 붙여요.”

“현아 씨!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네~ 걱정 마요!”

사실 이 일정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다.

지난 일주일간 3시간씩만 잤고.

오늘은 촬영까지 하고 왔는데.

돌아가서 바로 또 연습을 하자는 거니까.

하지만 몸이 피곤한 게 차라리 낫다.

무관심 속에서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말이다.

난 기분 좋은 피로감에 몸을 맡긴 채 스르륵 눈을 감으려다가,

‘아.’

생각난 게 있어서 다시 눈을 떴다.

하루 종일 촬영이다 뭐다 하며 너무 정신이 없는 바람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

‘통찰의 통제권이랑 여섯 번째 감각이란 게 뭐야.’

박영호를 구하고 난 후 일어났던 그 변화였다.

분명 시스템이 나한테 통찰의 통제권 일부를 부여해 준 거 같았다.

사실 통찰이라는 것 자체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는데 그 통제권 일부를 써야 한다니.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힌다.

무엇보다,

‘여섯 번째 감각이 뭐야.’

이것도 뭔 말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그냥 육감이라 하면 안 되는 건가.

시스템도 조금은 허세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었다.

아무튼 난 가만히 앉아서 육감과 통찰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육감이 통찰을 사용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그런 거겠지?’

이런 메커니즘이지 않을까 싶다.

통찰이라는 것 자체가 초현실적인 능력이니 그걸 통제하려면 새로운 감각이 필요한 것일 테다.

다만,

‘그 육감이란 게 대체 뭔데요.’

분명 육감이란 게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사실 내 몸에 변화는 없었다.

육감이 생겨 무언가 스페셜해졌다고 하기엔 너무도 평범한 상태였으니까.

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통찰을 통제한다고 하니까, 통찰에 들어갈 때의 그 감각을 떠올려 볼까…….’

일단 쉽게 접근해 보려고 했다.

통제권이 나한테 있다니까 내가 원한다면 통찰이 튀어나올 수 있을 테다.

하지만,

‘통찰에 들어갈 때의 그 감각이 대체 뭔데.’

사실 여기서부터 막힌다.

통찰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나 급박한 순간이었다.

해서 통찰에 들어갈 때의 그 감각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사건을 해결하기 바빴으니까.

도통 감이 잘 안 잡혀 답답해질 와중,

수우우우-

차량이 터널에 진입했다.

창밖의 공간이 일제히 변화한다.

고작 1초 만에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들도 어딘가 색다르고.

그러자,

‘아.’

터널에 진입하는 걸로 이미지를 잡으면 어떨까 싶었다.

통찰을 쓰는 순간부터 내가 사는 세계는 이전과는 분명 다른 풍경을 갖게 된다.

사고가 가속하며 사방에서 정보를 빨아들이고.

세계가 느려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인지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밀도의 세계로 한 걸음 진입하는 느낌이다.

통찰을 쓰는 게 터널에 진입하는 것과 비슷한 구석이 조금은 있었다.

터널에 들어가는 감각을 최대한 살려 전방을 노려본 순간.

수우우우욱!

내 통제하에 ‘통찰’로 진입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던 차창 밖 풍경이 일순간에 고정되고.

차량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이 내 귀와 눈에 선명하게 잡혔다.

이 순간.

차량 내부, 라는 한정적 공간 안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내 시야권 안이었다.

정보의 독식은 엄청난 힘이다.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것의 첫걸음이니까.

전능,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스쳐 가려는 찰나,

후욱!

통찰이 제멋대로 끝나 버렸다.

“헉!”

처음으로 내 의지로 발현한 통찰이라 그런가 후폭풍이 거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온다.

앉아 있지 않고 서 있던 상태였으면 분명하게 쓰러졌을 거다.

동시에,

[오늘치의 통찰을 사용하였습니다.]

[자정이 넘는 순간 재사용 가능합니다.]

귓가로 또 한 번 시스템의 음성이 파고들었다.

‘쿨타임 있는 거였냐.’

줄 거면 좀 완전히 줄 것이지.

난 깨질 듯한 두통에 인상을 쓰며 시스템에게 불만을 표했다.

“응?”

“태윤 씨?”

“괜찮으세요?”

그때 현아 씨와 승연 씨가 백미러로 내 상태를 보며 걱정스레 묻는다.

두통 탓에 인상 쓰고 있던 걸 들켰나 보다.

아직 두통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네. 괜찮습니다. 피곤해서 그래요.”

난 최대한 평온을 가장한 채 이리 답했다.

그러곤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여기서 더 소란 피웠다간 형들을 깨울 것 같았다.

하루에 몇 번 없는 낮잠 시간인데.

최대한 체력을 채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 *

연습실이 있는 곳 사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세워주시면 됩니다!”

“샐러드 파는 데 바로 앞까지 태워줄게요.”

“어차피 저기 사거리 바로 앞인데요, 뭐. 샐러드 가게 바로 앞까지 태워주신 거나 다름없어요.”

연훈이 형은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이리 말하곤 사거리에 차를 세웠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우린 차에서 내리며 현아 씨와 승연 씨에게 한마디씩을 건넸다.

“자~ 샐러드 사러 가자~”

그렇게 샐러드 가게에 들어가서 늘 먹던 메뉴들을 시키고.

연습실로 들고 와서 먹고 소화 시키느라 한 30분 정도 쉰 다음.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촬영을 끝내고 와서 하는 연습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하는 모습들이 놀라웠다.

나도 슬슬 체력이 달리는데.

다들 힘든 내색 한 번을 안 하고 연습에 매진한다.

“내일부턴 댄서분들이랑 연습 같이하는 거죠?”

“응. 우리가 그 댄서분들 연습실로 가기로 했어. 우리 연습실보다 훨씬 좋더라고.”

“후우. 망할 WD엔터.”

“그래도 댄스팀 고용해 준 게 어디야…….”

중간중간 나누는 대화라고 해봐야 이런 식의 연습 일정에 관한 게 전부였다.

그게 아니라면,

“연훈이 형, 거기 다리!”

“동준이 팔 좀 더 쭉 뻗고!”

“태윤이 좀 더 몸에 텐션 주고!”

운이 형의 일갈들뿐이었다.

그렇게 온몸이 삐걱거릴 때까지 연습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었다.

내일 또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취침시간에 대한 걱정이 드는 순간이 오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만 하죠.”

운이 형이 드디어 연습 종료를 알렸다.

“후아아아!”

“으으으으!”

“으아아악!”

형들은 하나둘 연습실 바닥에 퍼지며 비명을 질렀다.

“오늘 하루 다들 너무, 너무 고생 많았어요.”

난 쓰러진 형들에게 이리 말하며 함께 바닥에 엎어졌다.

그렇게 딱 10분.

다들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 숨 고르기를 한 후.

“이제 집 가자.”

“갑시다.”

우린 다 같이 숙소로 이동했다.

* * *

숙소로 이동하자마자 다들 홀린 듯 자기가 할 일을 했다.

늘 씻기 싫다며 미적거리던 연훈이 형이나 동준이 형도 재빨리 환복한 후 샤워를 마쳤다.

나도 집에 들어가자마자 마치 정해진 일이라는 듯 이불을 펴서 바닥에 깔았다.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은 집 안 정리를 잠깐 했고.

때 되면 옷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끝냈다.

이 모든 과정이 서로 간에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 이어졌다.

다들 극한의 피로에 몰리다 보니 말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였다.

그저 잠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을 최대한 빠르게 끝낼 생각뿐이었지.

그렇게 집 정리와 침구류 정리, 목욕까지 끝내고 나자 드디어 잠들 수 있는 시간이 왔다.

거실에 이불 깔고 누운 후 불을 껐다.

포근한 어둠이 거실 위로 내려앉았다.

“진짜, 진짜 긴 하루였어요.”

“다들 잘 자요.”

“내일 살아서 봅시다.”

“고생 정말 많았어 얘들아.”

형들은 밤 인사를 나누며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나도 형들을 따라 눈을 감고 잠이 들 준비를 했다.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들었다.

눈을 감자마자 정말 스르륵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내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수면 상태에 진입했다.

오늘은 정말 단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깊게 잠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후 얼마나 지났을까.

역시나 깊은 잠엔 빠지지 못하고 난 비수면과 가수면 사이 어딘가를 오고 갔다.

몽롱한 채로 밤을 유영하듯 누워 있는데,

스윽.

옆이 잠깐 비는 듯한 느낌이 났다.

“……으음?”

한참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기에 작은 자극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난 자리에서 상체를 반쯤만 세운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연훈이 형?”

이 시간이면 깊은 잠에 빠져 잠꼬대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옆에 없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었는데,

‘……화장실 불은 안 올라갔는데?’

그건 또 아니다.

무슨 일이 난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 잠이 달아났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훈이 형이 어디 있는지를 살피려는데,

“아.”

부엌 쪽, 어둠이 가장 짙은 곳에 연훈이 형이 서 있었다.

“형, 뭐 해요. 얼른 자요.”

난 형을 다시 이불로 데려올 생각이었다.

한데,

“태윤아.”

어둠 속.

연훈이 형의 목소리가 어딘가 다르게 들렸다.

아니.

목소리는 연훈이 형이 맞았다.

다만 말하는 투나, 느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 하나는,

‘설마.’

회귀 직전.

내게 전화를 걸었던 그 연훈이 형이었다.

“……형?”

난 떨리는 마음으로 형을 불렀다.

연훈이 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부엌 공간은 너무 어둡다 보니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나아가려 하니,

탁.

연훈이 형이 내 가슴을 밀치며 다가오는 걸 막았다.

내가 갈 수 없다면 형을 내 쪽으로 끌고 오면 된다.

형의 손을 잡고 끄집어내려는 순간,

“흡!”

마치 바위라도 끄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놀라움도 잠시.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회귀부터 시작된 이 모든 현상의 진실이 눈앞에 있다.

통찰을 써서 연훈이 형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려는 순간,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기계적인 대답이 시스템을 통해 귓가에 울리더니,

훅!

내가 사용하려 했던 통찰이 외부적인 힘에 의해 흩어졌다.

연훈이 형은 계속 어둠 속에 있고.

난 여전히 형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해. 태윤아.”

연훈이 형은 거기까지 말한 후

스윽.

그대로 허물어지듯 내 쪽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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