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49화 (49/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49화

35만 회.

우리가 올렸던 지원 영상이 밤사이에 떡상을 했다.

첫 방영일에 맞춰 갑자기 화제성이 확 하고 올라간 거였다.

SNS 등에서도 우리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고 있었다.

“지금 우리 이름 검색하면 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운이 형이 답지 않게 흥분하며 소리쳤다.

“와, 와, 와! 와아악!”

연훈이 형은 그라데이션으로 텐션을 올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하고 일어났다.

“와, 대박이네…….”

도승이 형도 핸드폰을 꺼내 SNS를 뒤지고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동준이 형 같은 경우엔,

“와~ 우리 진짜 좀 뭐 되려나 보네!”

적당히 환호하며 이 상황을 즐겼다.

난 SNS와 인터넷 등을 뒤지며 전후 맥락을 파악했다.

어제 우리가 미니게임으로 콜라 모델권 따내는 동안 인터넷에서는 더쇼케2에 대한 이야기가 소소하게 나왔나 보다.

그러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겹치며 화제성이 커져 갔고, 그 과정 중에 연훈이 형 얼굴이 인터넷에 퍼지며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은 것 같았다.

이는 곧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방송 전체적인 화제성을 키우는 데까지 이른 거였다.

우리 영상만 떡상을 한 게 아니었다.

온리원도, 블레슈도, 루미닌과 원바이원도 인지도가 더 올라갔다.

온리원의 경우 40만 회까지 조회 수가 올라갔으며.

블레슈의 경우 15만까지.

원바이원과 루미닌의 경우 각각 10만과 13만을 기록했다.

다들 기존보다 조회 수가 많이 뻥튀기되었다.

다만,

‘우리가 가장 상승 폭이 크다.’

이건 확실했다.

어젯밤 있었던 일련의 인터넷 흐름은 우리에게 가장 큰 수혜로 다가왔다.

온리원의 경우엔 원래도 30만 회 언저리까지 조회 수가 올라간 상태였었다.

즉 어제의 그 인터넷 흐름을 통해 겨우 10만 정도의 조회 수만 더 얻은 것에 그친 셈인 거다.

우리가 25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더 얻는 동안 말이다.

‘이젠 격차가 줄어든 게 눈에 보인다.’

언제까지고 앞서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온리원의 등이 이제 손에 잡힐 듯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더쇼케2의 첫 방영일이다.

기대했다가 괜히 더 상처만 받을까 봐 형들에게 딱히 헛바람 같은 걸 안 집어넣고 있었는데,

“오늘 방송만 잘 나오면, 기대해 봐도 되겠는데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정말 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판을 엎을 수 있을 법한 각이.

“와아아…….”

“나 실감 안 나…….”

“후우우. 긴장되네.”

“오늘 방송이 중요하겠네.”

식탁 앞에서 형들과 나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각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누군가는 오지 않길 바라는 가장 최악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터였다.

난 속으로 그저 기도할 뿐이었다.

‘제발 평타 이상으로만 나와줘라.

우리가 방송에 아주 악역이나 비호감으로만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흐름 자체는 좋다.

남은 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 *

온리원의 숙소는 간만에 이런저런 대화들로 북적였다.

트레이너가 짜준 식단에 맞춰 각자 아침밥을 들고 와서 식탁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늘 저녁 8시에 더쇼케2의 방영이 있다 보니 다들 흥분 상태에 빠져 있었다.

“우리 조회 수 40만 회까지 올라갔는데?”

“와! 어제 뭔 일이 있길래 10만이 갑자기 확 뛴 거야?”

“오늘 방송 기대된다.”

온리원 멤버들은 조회 수가 40만이 되었다는 것에 별다른 의문은 품지 않고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만 넘겼다.

다들 프로그램에 대한 희망찬 이야기를 꺼내며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강현성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세이렌 영상은 35만까지 치고 올라왔네.”

그 말에 온리원 멤버들의 수다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어?”

“맞네.”

“와, 거의 3배 가까이 뛰었는데?”

그제야 온리원 멤버들은 다른 팀들의 동향도 살피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만 잘 된 게 아니라 다 잘 된 거였구나.”

“방영 전날이라 사람들이 좀 몰린 건가?”

이런저런 의견들을 내놓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는 했지만 크게 품을 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겠거니 하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강현성은 그런 멤버들 사이 홀로 인터넷과 커뮤니티 등을 뒤지며 반응들을 모았다.

이내 나온 결론은 하나.

“위험하겠는데.”

순위 방어에 실패할지도 모르겠단 거였다.

“네?”

강현성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한마디에 다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강현성은 다시 입을 뗐다.

“오늘 방송 어떻게 되냐에 따라 순위 역전될 수도 있겠어.”

강현성이 말을 마치자 식탁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었다.

강현성은 그런 분위기에 입술을 씹고는 다시 입을 뗐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팀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걸 그도 알고는 있다.

처음부터 공평한 관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강현성은 쓰게 웃고는 다시 입을 뗐다.

“아침밥마저 먹고 연습하러 가자. 마냥 웃고 떠들 때가 아닌 거 같다.”

데뷔 전이니 아직은 고삐를 짧게 쥐고 치고 나가야 했다.

“네.”

“알겠어요.”

“연습 열심히 하죠.”

강현성은 반 넘게 남은 아침밥을 그대로 가져다 버렸다.

* * *

더쇼케2의 방영 시간까지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오늘은 2차 경연을 위해 댄서들과 합을 맞추려고 댄스팀 연습실로 가서 연습을 하는 날이었다.

방영 당일이라 다들 정신이 딴 데 가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정말 잘해야 한다는 현실감이 들어서인지 이 악물고 연습을 하는 쪽이었다.

댄서들과의 합도 잘 맞았고, 어려웠던 동작들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다.

저녁까지 안 쉬고 연습만 한 덕에 방영 시간 전에 연습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스튜디오에서 리허설할 때 봐요.”

“넵!”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좌식 식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둔 채 우린 한자리에 모였다.

사실상 오늘 하루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였다.

“와. 너무 떨리는데요?”

“으으으.”

“제발, 제발 잘 나와라.”

“우리 막 악편당하고 그런 건 아니겠죠?”

더쇼케2 1화가 이제 곧 방영된다.

형들은 노트북 앞에 앉아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긴장감이 떨어지진 않는 모양이었다.

연훈이 형은 아예 눈을 꼭 감고 기도를 시작했고.

도승이 형은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으며.

운이 형은 자꾸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두드렸고.

동준이 형마저 잘게 손을 떨고 있었다.

“그러면, 틀게요?”

“아, 응.”

“그래.”

“틀자.”

“후우우.”

난 형들을 대신해 노트북을 조작하며 말했다.

실제 티비 방영 시간과 동일하게 스트리밍이 되는 OTT 플랫폼을 통해 W넷 채널에 들어갔다.

-상큼하게 시원한 맛! 킹시콜라 라임!

아직은 광고 시간이라 본편이 방영되진 않고 있었다.

대신 화면 상단 구석에 조그마하게 떠올라 있는 프로그램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방영 전까지 남은 시간이 마크 아래에 함께 떠올라 있었는데,

-10

-9

-8

…….

그 시간이 고작 10초가량 남은 상태였다.

“와아! 와아악! 시작한다!”

“으으으으!”

“스으읍~ 후우우우.”

형들은 각자 격렬하게 반응하며 마음을 졸이는 중이었다.

이내 화면 상단의 숫자가 0이 되고.

더 쇼케이스2 퍼스트 찬스의 1화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방송 소개 영상이 지나가고.

가장 먼저 나온 건 지난 시즌의 압축본이었다.

울고 웃고 환호하고 서로를 부둥켜안는 그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끝,

지난 시즌 우승팀이었던 한 걸그룹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더 쇼케이스 이전과 이후가 엄청나게 차이가 커요.

-이게 단순히 기록이나, 성적 같은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관객분들과 무대에서 함께 호흡할 때 더 체감이 확 되는 거 같아요.

-어떤 차이가 큰 건가요?

-이걸 이렇게 말해도 되나?

-아, 우리 이제 걱정 없이 무대 할 수 있겠구나. 이런 느낌?

실제로 저 그룹은 지난 시즌을 거치며 팬덤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그룹이었다.

첫 등장 시엔 타 그룹들 중 가장 팬덤이 작은 팀이었는데, 매번 무대를 할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금세 다른 팀들을 추월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1군급 화력을 자랑하는 그룹으로까지 성장했다.

가장 최근 앨범 초동이 35만 장이 나왔으니까.

-그래서, 이번 더쇼케2에 출연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정말 이 방송이 마지막이 되어도 좋단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해보세요!

-어쩌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난 화면 속 걸그룹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좋은 말이다.

듣는다면 어딘가 벅차오르기도 하고.

다만,

‘중소긴 중손데 모기업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분들이잖아.’

사실 저 팀은 무늬만 중소기업인 곳에서 나온 걸그룹이었다.

대기업이 투자 유치해서 자본 빵빵한 회사였으니 말이다.

소속사 사장도 매니저부터 시작해서 대표까지 올라간 잔뼈 굵은 베테랑이었고.

사실 더쇼케 아니었어도 언젠가 떴을 그룹이었다.

해서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딱히 진정성 있게 들리진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마 나 하나였나 보다.

“와아 진짜 멋있으시다.”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우리도 꼭 선배님들처럼 성공하자.”

형들은 어딘가에 감화된 듯한 눈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서민 코스프레 한 사람이 서민들 힘내라는 말을 하는데 진짜 서민이 감동을 받은 상황이다.

‘뭐, 파이팅하라고 넣은 영상이니까 파이팅 받으면 된 거겠지.’

좋은 게 좋은 거니 대충 넘어갔다.

인터뷰 영상이 지나가고 난 후 더 쇼케이스2의 참가자 모집 과정을 압축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지원 영상을 올리는 페이지 개설.

수많은 아이돌 팀들의 지원.

개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다섯 개의 팀.

방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 신이었다.

이후 숙소 소개하는 신으로 영상이 이어졌는데,

-온리원의 숙소

가장 먼저 등장한 건 온리원이었다.

-Be your ONLY ONE! 안녕하세요! 온리원입니다!

숙소에서 팀구호 외치며 인사를 하다니.

여러모로 군기 잡힌 신인의 모습이었다.

온리원은 누가 봐도 설정 같은 모습의 신들을 연출했다.

개구지게 아침에 장난을 치는 모습이라던가.

아침부터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누군가가 이상적인 아이돌의 숙소생활, 이라는 그림을 그려낸다면 거기에 나올 법한 장면들만 나와 있었다.

이후 연습을 하러 가는 것을 끝으로 온리원 숙소 신이 끝났다.

다음으로 나온 건 블레슈였다.

블레슈도 온리원과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숙소 가서 구호 외치며 인사하고.

씻고 연습실 가는 영상이 나온다.

온리원보다 조금 더 내추럴한 모습이었다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였다.

원바이원과 루미닌의 숙소 영상은 다소 아쉬웠다.

분량이 짧기도 짧았거니와 조작된 티가 너무 많이 났다.

아마 방송을 위해 숙소를 이사했던 건지,

-아, 그, 우리 쓰레기통 어디에 뒀더라?

-다용도실

-그, 다용도실이 어디지?

이런 어색한 장면까지 송출되고 말았다.

멤버들 잠옷도 무슨 신혼부부들이 입을 법한 체크무늬 잠옷들이었고.

문제는 그 잠옷들에 아직 각이 잡혀 있었다는 거다.

방금 막 포장지를 뜯은 것처럼 말이다.

두 팀 다 이런 식의 연출 정황이 뚜렷하다 보니 방송에서 분량을 확 줄여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우, 우리 나오나?”

“으으으.”

“하아아.”

아직까지 숙소가 공개되지 않은 유일한 한 팀.

우리들의 영상만 남아 있었다.

사실,

‘왜 우리가 마지막이야.’

이런 의문이 잠깐 들었다.

첫 타자로 꺼내거나 중간쯤에 스윽 집어넣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등장하질 않았으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1화는 온리원 중심으로 편집했을 줄 알았는데, 온리원이 첫 타자로 나와 버렸다.

원래 이런 방송에선 가장 마지막 구성으로 넣는 팀이 가장 힘 많이 준 팀일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은 즉 온리원이 아닌 우리에게 가장 많은 힘을 줬을지도 모른단 거다.

이런 내 예상이 들어맞은 건지,

“어?”

“저, 저게 뭐야?”

우리 팀 숙소 영상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와, 여기, 엘리베이터 없어요……?

-카메라 선 안 걸리게 조심해!

-헉……헉……후우우…….

다큐멘터리에서 잠입 취재할 때 카메라 앵글을 바닥에 붙인 채 촬영하는 것처럼.

우리 숙소에 들어올 때도 비슷한 각도로 촬영이 되었다.

그 영상의 배경으로 제작진들이 헉헉대며 장비를 옮기는 듯한 소리가 깔려 있었다.

이는 우리 숙소가 옥탑이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그, 이거, 더쇼케 맞지?”

“왜 갑자기 우리 나올 때만 다큐멘터리가 된 거야……?”

형들은 급작스럽게 바뀐 방송 톤에 의아한 모습이었으나.

‘……됐다.’

난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이내 화면엔 우리 숙소의 전경이 드러났다.

자그마하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구옥 빌라 옥탑방.

그 낡은 철문을 열고 등장하는 얼굴은,

-헉! 벌써 오셨어요?

배경의 칙칙함을 전부 날려 버릴 정도로 환한 미남인 연훈이 형이었다.

이 구성을 본 순간, 확신했다.

‘주인공이 우리였어.’

온리원이 1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우리가 1화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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