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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53화 (53/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53화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으음……?”

“으아아악~”

“끄으으으!”

“와아……! 잘 잤다…….”

형들과 나는 간만에 단체로 오전 9시까지 늦잠을 잤다.

그리고 동시에 느낀 것 하나,

“몸이…… 편해?”

“왜 이렇게 몸이 가뿐하지?”

“으음?”

아침에 일어났는데 예전과 같은 찌뿌둥함이 느껴지지 않는단 거였다.

분명 새벽에 일어나서 그 난리를 겪었고.

이곳에 도착한 건 새벽 5시 경이었는데.

고작 4시간 더 자고 이렇게 가뿐할 수 있다니.

우린 그 비밀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는데,

“공기청정기 좀 큰 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런가.”

첫째론 공기 질의 차이였고.

“중간에 너무 뜨거워서 깨거나 그런 것도 없었어.”

둘째론 미세한 온도 조절 덕이었으며.

“암막 커튼이……. 진짜 중요하구나.”

빛을 한 점도 허락하지 않은 두꺼운 암막 커튼이 마지막 차이였다.

“태윤이 지금 표정 너무 멍한데?”

“……에?”

“하하하!”

“와, 봉태윤 늦잠 잔 거 왜 이렇게 간만에 보는 거 같냐.”

“태윤아, 잠깐만 여기 봐봐.”

찰칵.

운이 형이 갑자기 핸드폰을 들이대더니 내 사진을 찍어갔다.

부끄러운 걸 느낄 새도 없었다.

사실 아직도 잠에서 덜 깼기 때문이다.

난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며 남은 잠을 떨쳐냈다.

어젯밤은 정말로 푹 잤다.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푹 잘 수 있을 줄 몰랐다.

거의 몇 년 만에 가장 단잠을 잔 느낌이었달까.

아마 회귀 후 쭉 긴장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허름한 숙소라 누가 갑자기 들어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빨리 좋은 환경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감.

뭐 이런 것들 탓에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는데, 어제 그 모든 긴장이 단번에 해소가 되고 나니 내 생각보다 더 깊게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잠시만요.”

동준이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 어디를 뒤지더니 리모컨 하나를 꺼냈다.

그걸 누르니 암막 커튼이 지이잉 하며 자동으로 걷힌다.

“오오오오!”

“와아악!”

“세상에.”

“저게 뭐야…….”

그걸 본 우리들은 마치 관람객이라도 되는 양 리액션을 터뜨렸다.

동준이 형은 그런 우리의 반응이 웃긴 건지 대놓고 박장대소했다.

다만 우리들의 시선은 동준이 형의 웃음 따위에 머물 겨를이 없었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시티뷰가,

“진짜 기가 막힌다…….”

어딘가 사람을 압도하는 데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막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는 뷰였다.

그냥 고층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볼 수 있는 뷰였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땅 저 건물 하나하나가 수백억이란 거잖아…….”

“현자타임 오네…….”

“지금 우리가 금덩이를 깔고 누워 있던 거였어……?”

여긴 강남, 그중에서도 무늬만 강남이 아닌 진짜 강남 한가운데다.

우리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자 동준이 형은 급히 다시 암막 커튼을 쳤다.

“그…… 뷰는 다음에 보죠~”

어딘가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고.

분위기가 정말 이상해지기 전 연훈이 형이 입을 뗐다.

“일단 각자 씻고 나오자.”

“네에.”

우린 연훈이 형의 말에 따라 당연하단 듯 목욕 순서를 먼저 정하려 했다.

그러자,

“욕실 세 개예요. 형들 먼저 씻고 나와요. 그다음에 나랑 태윤이 들어갈게요.”

동준이 형은 욕실의 개수를 알려줬고,

“세상에…….”

형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 * *

샤워까지 마치고 나와서 우린 거실에 다시 모였다.

욕실이 세 개다 보니 평소보다 준비 시간이 훨씬 단축이 됐다.

일단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건,

“동준아. 그러니까…… 지금 이 집은 어떻게 생긴 거야……? 부모님이 주신 거야?”

동준이 형의 비밀(?)에 대한 거였다.

동준이 형은 다소 부끄러운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렇게 한참을 우물쭈물대다가 겨우 입을 뗐다.

“부모님이, 그, 되게 재수 없게 들릴 거 같긴 한데, 돈이 많긴 하세요…….”

“사업 같은 걸 하시나?”

“사업이라기보단, 부모님도 그냥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증여받은…….”

“뭐……를?”

“건물 몇 채를…….”

“그럼 이 아파트도……?”

“네. 할아버지가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이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묘하게 청문회 느낌이 나는 대화였다.

누군가의 가정 사정을 듣는단 게 사실 모두에게 조금은 뻘쭘한 일이긴 했다.

다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진짜 찐부자였구나.’

동준이 형의 재력에 대한 나의 평가가 상향 조정되었다.

전생에 동준이 형 부모님을 뵀을 때에도 부유하다는 감상을 받긴 했다.

실제로 동준이 형네 부모님은 내가 작가 데뷔를 하기 전까지 생활비 지원을 해주시기도 하셨다.

연훈이 형의 병원비도 지원을 해줬고.

한데 그 재력이 할아버지에게서부터 내려오던 거였다니.

‘대대로 부자였구나.’

졸부와는 거리가 다소 있는 집안인 듯싶었다.

“막 재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투자를 하시는 그런 거예요. 이제 의문들이 조금 해소가 됐을까요?”

“아, 응. 미안해. 조금 민감한 얘긴데…….”

“궁금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어제 말해준다고도 했고.”

동준이 형은 그리 말하며 괜히 시선을 돌렸다.

이 자리가 적잖이 불편한 모양인가 보다.

아니, 저 반응을 보니,

‘뭐지?’

약간 부자라는 것에 대한 묘한 감정적 불편함이 있는 것도 같았다.

다만 그걸 당장 캐낼 것도 아니고.

별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러면 이 아파트는 네가 직접 관리하는 거야?”

그때 운이 형이 정말 궁금하단 듯 이리 물었다.

이건 재력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단 다른 결의 질문 같았다.

아마 당분간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눈치였으니까.

동준이 형도 이를 안 건지,

“네. 제 명의로 된 아파트고 제가 직접 관리해요. 부모님이랑 할아버지도 터치 안 하시고요. 전세를 주든 월세를 주든 아니면 매매해서 현금화하든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이 부동산이 온전하게 자신의 것임을 확실하게 말해줬다.

그러자 이번엔 연훈이 형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그러면, 혹시 우리가 새 숙소 구하기 전까지만, 잠깐 사용하는 거, 괜찮을까? 불편하면 거절해도 당연히 괜찮아!”

어딘가 조심스러운 대화가 오고 갔다.

같은 동료 멤버일지라도 어디까지나 이건 동준이 형의 사유재산이니까.

동준이 형의 의중에 모든 게 달려 있다.

그냥 같은 멤버니까 정으로 빌려줘!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동준이 형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곤 답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여기서 같이 살 생각이긴 했어요~ 새 숙소 구해서 나가도 되고, 그냥 여기서 눌러앉아도 됩니다~”

동준이 형의 대답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준이 형의 호의.

다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금방 돈 벌어서 숙소 새로 구할게.”

“고맙다, 동준아. 돈 구해지는 대로 숙소 옮길게.”

형들은 동준이 형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며 동시에 성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다만 동준이 형은 그런 형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는,

“그냥 맘 편하게 숙소로 써요~ 나 이거 말고도 아파트 많으니까~”

어쩌면 본인 나름의 호의를 한 번 더 건넸다.

아마 동준이 형은 ‘맘 편하게 숙소로 써요~’에 집중해 주길 바란 거 같은데,

“이거 말고도……?”

“미친…….”

형들은 그 뒤 문장에 집중한 모양이다.

암튼 장기가 되든 단기가 되든 당장은 이 공간이 우리의 숙소다.

우린 아파트 곳곳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큰 방이 두 개.

작은 방이 하나.

베란다 따로 있고.

드레스룸 격의 옷방이 또 따로 하나.

욕실 세 개.

볼 때마다 자꾸 새로운 공간이 나오니 하나씩 열거하기도 어렵다.

“과연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넓은 공간이 필요한 걸까?”

“여기에 가구랑 짐을 채워 넣는 것도 일일 거 같은데.”

“그냥…… 티브이랑 식탁만 있으면……. 대체 강남 사는 사람들은 어떤 가구를 더 사는 거야?”

형들의 진심 어린 반응에 동준이 형은 혼자서 또 빵 터졌다.

그렇게 숙소 탐방을 끝낸 후 이제부턴 재미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우선은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새벽에 일어났던 일과 현 상황에 대한 공유를 해줘야 한다.

이건 연훈이 형이 했다간 사담만 한참 길어질 거 같아서 그냥 내가 했다.

“어젯밤에 사생인지 아니면 테러범인지 하여튼 범죄자들이 숙소를 털려고 했습니다.”

-네? 사, 사생이요? 범죄자요?

“그래서 새벽 4시경 상황을 보고 생필품과 짐을 챙겨 동준이 형 명의의 서울 소재 아파트로 이동했습니다.”

-동준 씨 명의 아파트요?

“동준이 형이 아파트를 새 숙소로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앞으로 여기서 생활할 예정입니다.”

-에? 에?

“오늘 중으로 저희가 숙소 가서 짐 챙겨 나오려 하는데 혹시 어제 그 사람들이 남아 있거나 몰카 같은 게 설치되어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숙소 가셔서 현장 점검 부탁드립니다.”

-아, 아아, 네!

“그럼, 새 숙소 주소랑 그런 건 문자로 찍어드리겠습니다.”

-……네!

아마 현아 씨와 승연 씨도 머리가 꽤 아플 거다.

갑자기 전화해서 내 할 말만 하고 끊어버렸으니까.

다만 이 이상 나눌 정보가 없다.

이 정도 알았으면 후처리는 알아서 해주겠지.

“그럼 우린 연습하러 갈까 이제?”

“갑시다!”

우린 슬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연습실도 기존에 사용하던 연습실은 안 갈 예정이다.

“11시부터 11시까지 12시간 풀예약 걸었습니다~”

아파트 아래에 부대시설로 있는 체육관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입주민만 쓸 수 있는 시설이었는데 헬스장부터 수영장까지 온갖 게 다 있었다.

그중 안무연습실처럼 사용 가능한 강당 느낌의 공간도 있었는데 벽에 전신거울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정말 안무연습실로 손색이 없었다.

“이 공간이 무료라고요?”

밑으로 내려가 강당에 들어가니 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무료는 아니지~ 매달 관리비 엄청나게 내거든.”

동준이 형이 부연 설명을 붙이긴 했다만,

“와……. 진짜 좋다.”

“이게……. 이게 연습실이지.”

“왜 나 벅차지 조금?”

형들은 동준이 형의 말에 관심을 두기보단 그저 눈앞의 이 황홀한 광경에 압도되었다.

그러곤 재빨리 태블릿 피씨를 스피커와 연결했다.

음악이 흘러나올 스피커까지 있는 걸로 봐선 정말 안무연습실로 활용하려고 만든 공간인 것 같았다.

“자! 그러면 스트레칭하고 바로 안무부터 맞춰보자~”

“네에!”

우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 * *

세이렌 멤버들이 박동준이 마련한 새 숙소에 들어가고 난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인터넷에선 여전히 세이렌과 온리원 팬덤 간의 신경전이 이어졌고.

더쇼케2에 출연 중인 각 그룹들은 다가올 2차 경연을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누군가는 1위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판을 뒤집기 위해.

각각 모든 그룹들은 저마다 간절함을 담아 연습을 이어갔다.

때마침 올라온 더쇼케 2차 경연 방청단 모집 공고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모여들었다.

망돌들 모아놓고 쇼한다고 조롱하던 사람들은 1화 방영 이후 세이렌과 온리원 라이벌 구도에 과몰입하며 누구보다 격하게 더쇼케2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 팬덤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한 시점.

더쇼케 2차 경연의 경연날이 밝았다.

* * *

2차 경연의 경연날이 밝았다.

형들과 나는 멍하니 앉아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아파트 아래에 있는 입주민 전용 연습실이었다.

이 연습실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던 터라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린 3시간 자고 일어나서 방금 전까지 동작들을 맞춰봤다.

그리고 지금.

형들과 나는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다.”

영혼까지 불태운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운이 형이 이리 말했다.

“이 이상은……. 어차피 불가능의 영역이야.”

“후우우우.”

“후회 없이 연습했어.”

지난 2주.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기에 그만큼 우린 더 간절하고 빡세게 연습했다.

혹여나 연습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운 무대를 들고 올라가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자.”

그래설까.

다가올 2차 경연 무대가 두렵고 떨린다기보단 기대가 되었다.

우린 해낼 수 있는 최선을 해낸 상태였으니까.

“오늘도 1등 하러 가자!”

“으아아아악!”

“1등 하자!”

“할 수 있다, 세이렌!”

힘차게 기합을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무대에 설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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