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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64화 (64/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64화

“우리 태윤이를 데려가?”

“안 되는데.”

“이야~ 인기 많은데 태윤?”

강현성이 나를 호명하자 형들은 각기 이런 반응을 내뱉었다.

반면 나는,

“저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당황해서 이런 소리나 내뱉어 버렸다.

강현성이 내 이름을 부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반면 내 이름을 부른 강현성은 담담하기만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 현성 씨! 지금 말고, 모든 리더들이 전부 확정되었을 때 호명 시작하시면 됩니다! 방금은 그냥 특전 설명이었습니다! 하하!”

지금은 호명하는 타이밍이 아니었단 거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마음이 급했네요.”

강현성은 멋쩍은 듯 웃고는 마이크를 내렸다.

그러곤 다시 한번 나와 눈을 맞췄다.

눈에서 뭔가 살기가 흐르는 건 기분 탓이려나.

그간 강현성의 신경을 살살 긁어왔던 게 업보가 되어 이리 돌아오다니.

‘미치겠네.’

등골이 오싹하다.

그리고 강현성 저놈 지금 모르고 내 이름 호명한 느낌이 아니다.

뭐랄까.

누가 가져가기 전에 침부터 발라놓으려는 심보 같달까.

다른 리더들이 확정되어 나오기 전에 공표부터 해버린 것 같다.

지금 강현성이야 이 현장에선 가장 짬도 높고 인기도 높으니 이 정도 깡패짓은 당연히 넘어감 직하다.

즉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강현성의 팀원이 될 판이다.

“형들.”

“응?”

“왜?”

“저 리더 해야겠어요. 우리 팀으로 제가 모을게요.”

해서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나라고 리더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나랑 가장 안 어울리는 보직이 리더일 텐데.

하지만 눈물을 참고 지원했다.

뭐, 형들을 한 팀으로 모으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으니까.

물론 그냥 생각만 한 거긴 했지만…….

어쨌든 리더를 할 시 장점도 있는 거니 나름 자기합리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세이렌 봉태윤, 두 번째 리더 지원하겠습니다.”

“오오!”

“세이렌의 봉태윤 씨가 두 번째 리더로 확정됩니다! 무대로 나오세요!”

난 터벅터벅 무대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강현성과 점점 가까워졌다.

강현성은 날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뭐 어쩌라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밀어 넣었다.

저 자식이 날 호명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에 서 있진 않았을 텐데.

괜한 억울함이 밀려왔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그러면 세 번째 리더를 이제 받아야 할 텐데요. 아, 저기 지원자가 생겼군요! 루미닌의 최수혁 씨! 앞으로 나오세요!”

그렇게 세 번째 리더도 나왔다.

루미닌의 최수혁.

저 사람은 루미닌의 리더다.

이거 나 외에 모두가 각 팀의 리더들이다.

난 혼자 막내고.

이거 하극상한 막내 같은 포지션이 되어버릴 것 같다.

어쨌든 아직은 상큼해야 할 19살인데.

지금 나는 세상 부담감은 혼자 다 짊어진 애늙은이 같은 게 된 느낌이다.

‘날 19살로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히 내가 사람들에게 19살로 안 보일 거 같긴 하다.

그냥 입 닫고 나이 많은 척하고 있어야겠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세 분의 리더분들이 지원한 순서대로 멤버 호명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8인 혹은 9인으로 인원만 맞출 수 있다면 뭐든 괜찮습니다. 참고로 재차 강조드리는 거지만, 호명된 사람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8인 혹은 9인으로 인원만 맞추면 된다라.

꽤 널널한 룰이다.

“지금부터 리더의 호명은 절대적이니 다들 꼭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팀원 정하기 게임의 유일한 룰은 거부할 수 없다, 입니다!”

MC 김영진은 그리 말하며 무대를 쭉 훑었다.

거부할 수 없다, 가 꽤 강력한 캐치프레이즈인 건지 계속 강조한다.

뭐, 거부 못 하면 나야 좋지.

“그럼! 팀 선정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3차 경연을 위한 팀 선정이 시작되었다.

* * *

팀 선정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다.

다들 본인 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일까.

우선적으로 부른 건 본인 팀원들이었다.

강현성조차 내가 팀의 리더가 되어버리니 나를 포기하고 바로 온리원 멤버들을 호명했다.

“온리원의 박영호를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온리원의 김시운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김주현을…….”

“이철운을…….”

이렇게 저쪽은 온리원 멤버들이 우선적으로 모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이렌 우연훈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운을 팀원으로…….”

“강도승을 팀원으로…….”

“박동준을 팀원으로…….”

우리 형들을 우선적으로 내 팀으로 모았다.

팀원으로 호명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더 뒤로 모이는 시스템이다.

형들은 지금 내 뒤에 모여 있었다.

“이거 그냥 세이렌 버전 2 아니야?”

“이래도 되나.”

형들은 내가 형들을 다 모아버린 것이 의아한가 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필승조합이 있는데 도박수를 굳이 던진 필요는 없으니까.

심지어 루미닌도 자기네들 팀원들을 우선적으로 모았다.

“태윤아 우리 몇인 조로 갈 거야?”

멤버들을 다 모았을 때쯤 연훈이 형이 내게 물은 질문이었다.

몇인 조로 갈 거냐.

중요한 질문이다.

사실 나도 이거에 대해 고민이 많다.

“저는 9인조 생각 중이에요 일단.”

“아, 왜?”

“인원이 많으면 퍼포먼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늘어나니까요.”

사람 한 명, 한 명이 퍼포먼스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른다.

기왕 다인원으로 갈 거 9인조로 가서 하고 싶은 퍼포먼스를 더 늘리고 싶다.

무엇보다,

‘제작비가 넉넉할지도 몰라.’

난 가능하면 여러 팀에서 인원을 모을 거다.

그러면 우리의 무대를 위해 여러 회사가 모일 거다.

다른 팀들이야 실제 우승해서 계약 이관을 목표로 나온 게 아닌, 인지도 챙기려고 나온 게 대부분이니 아마 회사에서의 지원도 꽤 빵빵할 거다.

그러니 그 자본에 편승해서 조금 더 높은 퀄리티의 무대를 기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서,

“저는 블레슈의 한도영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블레슈의 리더를 바로 불렀다.

“어? 저를요?”

블레슈 리더는 왜 자기가 불린 건가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블레슈 멤버들과 아쉬운 듯 인사를 나누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나마 우리랑 친한 팀을 고르자면 블레슈다.

해서 형들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블레슈 리더 한도영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후 루미닌 리더 최수혁이 호명하고.

다시 온리원 강현성이 호명한 후.

또 내 차례가 돌아왔을 때.

“저는 블레슈 유지혁 님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어차피 인원에도 조금 여유가 있으니 블레슈 멤버 한 명을 더 불렀다.

현재 인원은 총 7명.

2명을 더 모으면 된다.

난 원바이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바이원의 김준혁 님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원바이원의 이영준 님을 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원바이원 멤버 둘까지 알차게 집어넣고 나자,

“자! 그러면 이걸로 팀원 선정이 끝이 났네요!”

모든 팀의 팀원 선정이 끝이 났다.

“강현성 팀이 총 8인조, 봉태윤 팀이 총 9인조, 최수혁 팀이 총 9인조. 좋습니다!”

난 내 뒤쪽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형들과 나.

거기에 각 팀에서 실력이 꽤 괜찮아 보이는 멤버들로만 구성했다.

‘3차 경연, 이긴다. 무조건 1등 한다.’

이제 각 팀별로 찢어져서 뭐 번호 교환하고 연습할 장소 정하는 그런 회의시간 겸 잡담시간을 줄 거라 생각했다.

실제 방송 구성도 그런 방향이었나 보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팀별로…….”

MC 김영진이 이런 멘트를 치는 그때……,

스윽.

강현성이 대뜸 손을 들어 올렸다.

“아, 네? 무슨 일이죠, 현성 씨?”

MC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직 저희는 멤버 구성 안 끝났습니다.”

“네?”

강현성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스튜디오가 웅성거렸다.

우리뿐만 아니라 제작진들까지도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웅성대는 중이었다.

“리더의 호명에 거부권은 없다는 게 이번 팀원 선정의 유일한 룰 맞죠?”

“아. 네네, 맞죠. 리더가 부르는 대로 팀이 만들어지는 게 이번 팀원 선정의 유일한 룰입니다. 그런데 현재 모든 인원이 호명되지 않았나요?”

“아뇨 아직 호명 안 된 인원이 있습니다.”

강현성은 그리 말하곤 어딘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저는 봉태윤 팀의 리더 봉태윤을 팀원으로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폭탄을 투하했다.

강현성의 한마디에 스튜디오가 싸늘하게 식었다.

다들 방금 본인이 뭘 들은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중이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저게 뭔 개소리야.’

나다.

아니 저 자식이랑 같은 팀 하기 싫어서 리더까지 했는데.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시련이 떨어지는 것인가.

제발 MC 선에서 반려해 주길 바랐다.

강현성이고 뭐고 간에 룰은 룰 아닌가.

한데,

“하긴, 리더의 말이 절대적인 게 유일한 룰이니까…….”

저 MC가 고민을 하고 있다.

아니 제발 고민할 걸 고민해야지.

이런 개소리를 듣고 왜 고민하는 척을 해주냔 말이다.

난 어처구니가 없어서 MC를 빤히 노려봤다.

방송이니 표정 관리는 해야겠지만 이건 아니다.

한데,

“확실히 리더들은 아직 호명된 적 없는 재원들이니까…….”

지금 저건 강현성이니 특혜 좀 줘야지, 식의 고민이 아니다.

진짜 룰은 룰이니, 라는 생각에 고민을 하는 거다.

어쩌면 이런 그림이 재밌어 보이니 예능적으로 풀고 나가려고 더 저럴 수도 있겠다.

태윤 없는 태윤 팀은 방송적으로도 재밌어 보이는 그림일 테니까.

이거 MC의 방송 욕심 탓에 기껏 모아온 팀이 깨지게 생겼다.

“태윤아……!”

연훈이 형이 내 손목을 움켜쥔다.

“와…….”

“이거 어쩌지…….”

“예상치도 못했는데.”

형들과 내가 패닉에 빠진 사이,

“저희는 아직 8인조이니, 한 명 빼와서 9인조로 만드는 거 상관없지 않을까요?”

강현성이 다시 한번 주둥이를 놀린다.

저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난 강현성을 노려봤다.

한데 강현성은 내 시선 따위 가볍게 넘기며 MC들과 제작진들을 바라봤다.

애초에 눈싸움할 대상이 내가 아닌 MC들과 제작진들임을 아는 거다.

그렇다면,

“저도 그러면 저를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강현성이 쓴 수를 그대로 쓰면 된다.

내가 호명된 적 없는 인원이니 자기 팀에 끌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나를 호명해 버리면 된다.

“아! 그러면 또, 이게 복잡해지네요.”

“흥미진진한데요?”

뭐가 복잡이고 뭐가 흥미진진인가.

이제 보니 이 인간들 눈에 은은한 광기가 보인다.

지금 분위기를 보니 태윤 없는 태윤 팀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이건 경쟁 프로그램이기 전에 예능이기도 하니까.

그래, 어차피 3차 경연 평가는 다 개인전으로 받아서 셀유돌 마냥 개인 순위로 나오는 건 안다.

그러니 어느 팀에 가든 본인 몫만 잘 해내면 문제는 없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사람들과 무대를 하고 싶단 말이다.

급기야 제작진들과 MC들 간의 긴급 회의가 열린다.

이후 나온 방안은,

“어쨌든 리더의 호명이 절대적이라는 규칙이 있었으니…….”

어딘가 워딩이 불안하다.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 규칙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점점 더 원치 않은 그 엔딩으로 가고 있다.

이 정도면 플래그 수준이 아닌 확정적 엔딩이다.

“다만 태윤 씨의 곤란함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니, 그 중간 타협안으로서, 가벼운 게임을 제시하려 합니다.”

“가벼운 게임이요?”

뭔가 희망이 샘솟으려는데,

“태윤 씨랑 현성 씨가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 뜻대로 하는 거죠. 태윤 씨가 이기면 이 팀 그대로! 현성 씨가 이기면 태윤 없는 태윤 팀으로 가는 겁니다.”

더럽게 엉성한 게임이다.

아니,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위바위보라니.

운에 내 운명을 맡기라는 것 아닌가.

내 운명뿐만이 아닌 우리 팀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게 정말 현실이 맞나 싶은데,

“가위바위보 하죠.”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강현성이 손을 내민다.

이걸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도 없다.

방송 분위기가 이미 이 방향을 용인해 주는 분위기로 가고 있으니까.

“……합시다.”

난 결국 손을 뻗었다.

이미 제작진들은 태윤 없는 태윤 팀이 보고 싶어서 강현성이 깔아둔 판에 올라탄 상태다.

공정이고 나발이고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적당히 구실 맞출 만한 변명만 있으면 얼마든지 강현성의 제안에 따라가 줄 생각들인 거다.

그리고 그 구실 맞출 변명은 강현성이 충분히 아까 설명했고.

형평성 따지는 건 이제 의미 없다.

그냥 지들 눈에 보기에 재밌어 보이니까 그쪽으로 밀고 싶은 거다.

그렇게 운명을 건 가위바위보가 시작됐다.

부를 수 있는 신이란 신은 다 불러놓고 제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어?”

“아.”

“아아!”

……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가위로 주먹을 자르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난 진짜로 진 거다.

“아이고 태윤아…….”

“하아아…….”

“태윤쓰…….”

“태윤…….”

형들이 탄식하고.

“예!”

“오오!”

“대박!”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현성네 팀은 환호한다.

가위를 낸 내 손가락을 원망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때 강현성과 눈이 맞았다.

강현성은 사람 속을 뒤집어놓으려는 게 분명했다.

녀석은 은근하게 미소를 짓더니,

“가자. 막내야.”

은근히 말을 깐다.

회귀 후 최악의 날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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