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65화
“가자. 막내야.”
저 반말에 치가 떨린다.
강현성은 이리 말하곤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 반말이 진짜 반말이 아닌 장난식임을 시청자들에게 티 내는 장치로서의 웃음이었다.
내가 지금 눈이 삐뚤어진 건지 그냥 강현성이 하는 모든 게 전략 같고 계략 같다.
3차 경연 1등을 위해 내 팀을 완벽하게 꾸려뒀는데,
‘망할.’
강현성이 와서 다 망쳤다.
어쩌면 이게 강현성의 노림수일지도 모르겠다.
2차 경연 1등을 했으니 3차까지 1등 하여 최종 1등을 굳히려는 속셈일지 모른다.
내가 그려놓은 그림을 망침으로써 본인들의 1등 확률을 높이려는 그런 고도의 속셈이……
“안녕하세요, 태윤 씨!”
“반가워요!”
……라고 하기엔 온리원을 비롯한 이쪽 팀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해맑았다.
난 강현성을 다시 바라봤다.
삐뚤어진 눈을 원래대로 돌려놔서일까.
이리 보니 그다지 계략이 있어 보이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니, 뭐 얼굴 보고 계략이 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는 법이지.
한데,
“잘 지내봐요. 태윤 씨.”
지금 저 말투와 목소리는 그냥 평소 같다.
크게 흥분하지도.
경직되지도.
과하게 감상적이지도 않다.
아무 속셈 없이 그냥 데리고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데,
‘대체 왜 나를 고른 거야.’
빈말로도 우리 둘 사이가 긍정적으로 좋은 관계는 아니다.
어찌 보면 첫 대면이라 할 수 있는 계단 층계참에선 괜한 신경전을 벌였고,
이후 박영호를 구해주며 조금 분위기가 풀어지긴 했으나,
병원 기도실에선 내가 강현성을 도발하며 다시 관계가 틀어졌다.
굳이 따지자면 강현성이 나를 혐오해도 할 말은 없는데,
‘이 새끼 뭐야 진짜.’
왜 나를 데려가려고 이런 무리수까지 둔단 건가.
이 장면은 후에 방송이 나간다면 편집 방향에 따라 욕을 먹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존인 느낌이긴 하다만 강현성 성격상 이 정도의 아슬아슬한 세이프 존까지 나올 리가 없는 놈이다.
즉 나를 데려가려고 그간 하지 않던 행보까지 펼치며 혹시 모를 위험을 끌어안았다는 건데,
‘미치겠네.’
이러는 이유를 도대체가 모르겠다.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강현성이 나를 데려온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생각할 게 산더미다.
‘3차는 정말 1등 해야 하는데.’
이젠 물러날 구석이 없다.
2차 경연 1등을 온리원에게 뺏김으로써 최종 1등까지의 길이 아주 험해졌다.
3차 경연은 무조건 우리가 가져와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네.’
초장부터 아주 계획이 박살 나는 중이다.
우선 이 팀의 멤버들을 살폈다.
강현성, 박영호, 김시운, 김주현, 이철운.
위 다섯은 온리원이다.
이후 멤버들은,
‘원바이원 김상훈, 최진영, 블레슈 강진규.’
원바이원에서 둘, 블레슈에서 하나다.
거기에 나까지 합해서 총 9명의 팀이다.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네.’
다들 1인분 이상씩은 하는 재원들이었다.
특히 원바이원에서 김상훈과 최진영은 보컬 포지션의 멤버들이었고, 블레슈의 강진규는 래퍼 포지션의 멤버다.
나름 포지션 밸런스까지 맞춰서 데려온 셈이다.
그리고,
‘강현성 이 자식 비주얼 보고 데려온 건가.’
원바이원의 김상훈과 최진영.
그리고 블레슈의 강진규까지.
이 셋 다 각 그룹에서 비주얼 라인 멤버들이었다.
아까 리더로서 멤버 호명할 때 강현성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툭툭 내뱉는다 생각했는데,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 보네.’
영 계획 없이 호명하진 않은 것 같다.
하긴. 강현성인데.
문제는,
‘여기서 내가 튈 수 있을까.’
이거다.
3차 경연은 개인전처럼 평가가 들어간다.
그룹이나 무대에 평가를 주는 게 아닌 개인에게만 점수를 주는 거다.
그 개인별 점수를 ‘그룹별로’ 합해서 평균 점수가 제일 높은 팀이 최종 1등이 되는 게 3차 경연의 평가 방식이다.
즉 눈에 띄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쉽지 않겠네.’
이 팀에서 내가 눈에 띄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팀 내에선 내가 가장 장신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여긴 다 크네.’
이 팀은 평균 신장이 180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비주얼이야 뭐 아까 말했듯 다들 좋고.
무엇보다,
‘강현성이 있는데…….’
강현성이 버티고 있는데 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게 쉽진 않을 거다.
뭐 아이디어라도 많이 내서 무대 구성을 내 쪽으로 유리하게 끌어오는 건 어떨까 싶었는데,
‘여긴 우리 팀이 아니니까.’
내 아이디어도 형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존중받고 받아들여진 거지.
새로운 팀에 가서는 이전과 같은 발언권을 얻긴 어렵다.
무엇보다 온리원은 그룹 멤버들 전체가 다 모여 있으니,
‘아마 온리원 좋은 방향으로 갈 거야.’
다수결로 하든 뭘로 하든 온리원 중심으로 무대가 꾸려질 건 뻔한 이야기다.
‘텄다, 텄어.’
머리가 아프다.
“자! 그러면 이제 각 팀별로 회의 겸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드릴 건데요,”
그때 MC 김영진이 다시 멘트를 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그전에! 한 가지 더 공지드릴 건이 있습니다!”
응?
뭘 더 공지한다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니,
“이번 연합팀 무대는 개인전으로 평가가 들어간다, 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네~”
“여기에 한 가지 룰을 더해서, MVP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MVP?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싶어 들어보니,
“쉽게 말해서 각 무대별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팀원에게 MVP를 주는 겁니다. MVP로 선정된 팀원에게는 어마어마한 상품이 돌아갈 예정이니, 다들 각자 무대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MVP는 3차 경연에 모실 전문 심사단이 평가할 예정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게 정확히 맞았다.
개인전으로 점수를 받는 무대인데 당연히 MVP도 있어야지.
아주 팀워크 박살 내려고 작정한 사람들의 룰이다.
“아, 하하하.”
“MVP라.”
“좋네요.”
다들 멋쩍게 웃고는 있었지만 크게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차피 개인전으로 평가받아야 하니 개인플레이가 심해질 거 같았는데, MVP까지 있다 하니 그 경쟁이 더 과열될 건 뻔하다.
‘에휴.’
난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쯤하고 끝났으면 싶었는데,
“자~ 그러면 이제 다들 팀별로 대화도 나누고 친목도 다지시길 바라겠습니다~”
MC가 이리 말하며 무대 아래로 퇴장하려는 그 타이밍에 맞춰,
[돌발 미션 발발]
‘하아. 제발.’
이 망할 시스템까지 아주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그 내용을 듣기도 전에 벌써 짜증이 치솟는다.
대체 뭐라 지껄이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 싶었는데,
[3차 경연 무대에서 1위를 차지하시오.]
[성공 시, 회귀의 비밀 일부 공개.]
[실패 시, 통찰의 통제권 회수.]
‘……이게 무슨 소리야?’
전혀 예상 못 한 보상과 페널티였다.
아니, 실패 페널티야 그럴 수 있다 치고 넘어갈 수 있다.
통찰의 통제권은 원래 이 시스템이 내게 줬던 거니 회수해 갈 수도 있을 테니까.
한데,
‘회귀의 비밀?’
이건 예상해 본 적 없는 보상이다.
회귀의 비밀이 뭘지.
또 일부 공개한다는 건 무슨 소리인지.
늘 내 예상을 빗나가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쉽지 않네.’
머리가 복잡해진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1등 해야겠네.’
회귀의 비밀을 듣기 위해서라도 이 미션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거다.
이런 간절함에 플러스 점수라도 붙은 건가.
[1등 확률이 수치화되어 표기됩니다.]
[1등 확률 : 35%]
마치 증강현실 디바이스를 사용한 것처럼 시야 한구석에 1등 확률이 표기되었다.
‘지금 우리가 1등 할 확률이 35%라고?’
대체 이런 확률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수치화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시스템은 시스템인가.’
이번엔 시스템도 나의 미션 성공을 바라는 건지, 특혜를 조금 더 부어준다.
“자, 그러면 잠깐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죠.”
그때 강현성이 우리를 모았다.
내가 속한 팀은 강현성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였다.
“서로 이름이랑 얼굴들은 당연히 다 아시죠?”
“네.”
“하하, 네.”
자질구레한 통성명은 할 필요 없으니 빠르게 스킵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어떤 무대 하고 싶으신가요?”
강현성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딱 무대 관련한 이야기만 하자고 이야기를 이끈다.
셀유돌 짬바가 있는 건가.
이런 식의 연합 미션에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
“저는 개인적으로 섹시한 거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거든요.”
그때 원바이원의 김상훈이 입을 뗐다.
“섹시한 거요?”
“네. 아직까지 섹시라 할 만한 컨셉은 나온 적 없는 거 같아서요.”
“오! 나쁘지 않은데?”
이게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원바이원 김상훈의 안건에 같은 원바이원 최진영이 호응한다.
블레슈의 강진규도,
“확실히 저희가 다들 피지컬도 나쁘지 않으니까…….”
섹시가 맘에 드나 보다.
다만,
‘뭔 섹시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연합팀에 다인원이다.
아마 다른 팀들은 다인원임을 활용해 무대 스케일을 크게 가져갈 거다.
한데 섹시는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기 쉽지 않다.
어딘가 은밀하고 비밀스러움이 있어야 섹시함이 증폭되는 법이니까.
다른 컨셉츄얼한 무대에 섹시를 첨가하는 건 좋으나.
아예 대놓고 섹시는 쉽지 않다.
이런 내 의견이 맞는 걸까.
[1등 확률 : 27%]
수치가 급감한다.
이 정도면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
“섹시 말고 좀 더 컨셉츄얼한 걸로 가는 게 어떠세요?”
섹시는 나중에 데뷔 후 연차 쌓아서 팬덤 만든 후 본인들 콘서트 가서 하시고.
지금은 케이팝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로 가득 채운 무대가 나을 거다.
“아직 어떤 컨셉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래도 좀 더 내러티브적인 요소가 있는 무대 나쁘지 않을 거 같거든요.”
내가 입을 떼자 수치가 다시 올라간다.
[1등 확률 : 30%]
다만,
‘막 팍팍 올라가진 않네.’
초기 지표인 35%를 회복하진 못했다.
이런 걸 보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는 건가.
그래도 섹시보다는 나으니 뭐.
대충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저도 내러티브적 요소 들어간 거 좋습니다……!”
구석에서 누군가 날 조용히 지원한다.
시선을 돌리니,
‘뭐야.’
박영호가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마치,
‘나는 너의 의견에 100% 공감해!’ 라고 온몸으로 어필하는 모양새였다.
이게 박영호의 공감에 힘을 받은 건지.
“그래. 내러티브적인 거 들어가면 좋을 거 같긴 해.”
“사실 그동안 우리가 한 것도 다 이야기가 있는 무대들이었으니까.”
“어떤 컨셉인지만 잘 정하면 될 거 같은데.”
온리원 멤버들이 날 밀어준다.
‘이거 뭐야.’
상당히 당황스럽다.
얘네가 대체 왜 나를 좋아하는 건가 싶다.
그때,
“컨셉츄얼한 내러티브, 좋죠.”
강현성이 입을 뗐다.
그간 토론의 화두만 던지고 조용히 관망하던 강현성이어서일까.
시선이 일제히 저쪽으로 몰린다.
강현성은 시선이 자기에게 몰린 걸 확인하고는 천천히 입을 뗐다.
“근데, 우리 귀여운 거 해보는 건 어때요?”
다만 그 내용이 강현성이 말했다기엔 인지부조화가 오는 거였다.
“네?”
나도 모르게 이리 대답했지만
“프로그램 출연진 중 가장 어린 멤버가 우리 팀에 있잖아요. 연하남 컨셉도 좋을 거 같아요.”
강현성은 음정의 고저 없이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
그러곤 날 빤히 쳐다봤다.
대체 저 자식은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간다.
귀여운 거라니.
내 덩치에 귀여운 걸 할 수 있을 리가……
[1등 확률 : 51%]
……라고 하기엔 수치가 절반을 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