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70화 (70/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70화

[1등 확률 : 65%]

아주 높은 수치다.

50%대에서 놀던 수치가 60%를 박살 내더니 65%까지 올라갔다.

이유는 하나다.

내가 의 센터가 됐기 때문이다.

‘……대체 왜.’

다만 이게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센터인 게 좋은 선택이라고?’

시스템의 선택에 의구심이 든다.

무작정 걱정만 앞서기 시작한다.

이번 경연이 개인전 형식의 경연이라고는 해도 무대는 무대다.

좋지 않은 무대에 높은 점수를 줄 사람은 없다.

아, 물론 있긴 있지. 특정 누군가의 팬이라면 무대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긴 할 테니까.

하지만 그게 아닌 사람이라면 엉망인 무대에 높은 점수를 줄 리가 없다.

그나마 ‘개중에 쟤가 좀 낫네’ 하면서 박한 평가를 내리겠지.

아마 내가 센터를 서면 나올 반응들론,

-무대가 왜 이리 엉망이지.

-어수선하네.

-얘네 동작이 왜 이렇게 안 맞아.

-센터는 왜 이리 끼가 없어.

아마 센터 선 게 악영향을 미쳐 못하는 것만 티가 더 날 수도 있을 텐데.

‘하아아. 머리 아프네.’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판단일 뿐.

시스템이 보기엔 아니란 거다.

난 거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 표정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것이 무대에서 아무리 춤 잘 추고 노래를 잘 불러도 시선은 이상하게 얼굴에 먼저 간다.

물론 잘생겨야만 센터에 설 수 있단 건 아니다.

하지만 얼굴에서 사람을 홀리는 무언간 느껴져야 한다.

그게 표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컨셉에 대한 몰입력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우주대존잘이라 얼굴 자체가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내가 표정을 잘 쓰던가.’

평소에도 표정이 없단 말을 많이 듣는다.

뚱하게 있거나, 잠깐 웃거나, 그 정도에서 늘 표현을 멈추곤 했으니까.

‘컨셉에 몰입은 할 수 있으려나.’

연하남 컨셉도 사실 나한텐 어렵다.

상큼하고 발랄해야 하는 건데, 과연 그 컨셉에 어디까지 진심으로 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니까.

‘얼굴 우주대존잘은…….’

분명 아니다.

그건 우리 팀에 있는 다른 사람이니까.

한창 고민하는데,

“그러면, 가볍게 후렴구 안무만 한번 맞춰보죠.”

강현성이 주도해서 일어난 뒤 안무를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통찰을 통해 춤에 대한 숙지는 완벽하게 했기에 안무를 추는 건 어렵지 않다.

포인트도 잘 살릴 수 있고.

“Never mind에서 네버에서 한 동작. 마인드에서 한 동작인데. 이걸 조금 더 끊어서 보는 게 좋거든요.”

자연스레 내가 춤 동작을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현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은 내 설명에 맞춰 동작을 따기 시작했다.

강현성은,

‘이미 아네.’

이 무대를 원래도 하려고 했다 하니 아마 안무도 외웠나 보다.

“그럼 대충 대형 잡아보죠.”

내가 센터에 서고, 사람들이 뒤로 각자 대형 맞춰서 선다.

후렴구 가사는 금방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다.

-Never Mind~ 저 푸른 하늘을

-달려가! 전부 안을 거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한껏 끌어안고──

우린 스피커를 타고 퍼지는 후렴구에 따라 얼추 동작만 맞춰봤다.

마치 수영하듯 팔로 허공을 가른 후 하늘 위로 왼손을 쭉 뻗고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한다.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야 하는 동작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후렴구의 그 시원한 느낌을 뽑아내기 위해선 동작도 반경을 크게 가져가는 게 좋으니 그런 것 같다.

다들 연습생 짬바가 되는 건지 동작 자체는 어렵지 않게 딴다.

첫 시도 만에 각이 다 딱 들어맞아설까,

“와!”

“됐다!”

“크으으!”

“우리 좀 잘 맞는데요?”

다들 흥분한다.

다만,

‘흐음.’

이게 이 팀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쭉해서 이런 식의 동작들이 잘 어울리는 거지,

‘애매한데.’

한 끗만 잘못해도 허우적대는 걸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센터에 선 내가 조금만 텐션을 잃어도,

‘일 나겠네.’

전체적인 그림이 정말 안 예뻐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야 그냥 동작만 보는 거고 표정이나 그런 것까진 디테일하게 안 보니 괜찮아 보이는 거지.

생각할수록 걱정할 게 쌓인다.

몇 시간 더 안무를 외우고 숙지하는 시간을 가진 뒤.

“후우우. 일단 오늘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요?”

“아직 편곡도 안 됐고, 안무도 어차피 수정할 테니까. 여기서 더 연습할 필욘 없을 거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우린 저녁 6시쯤에 연습을 마무리했다.

몇 시간 동안 디테일과 각만 맞추는 반복 연습을 한 탓에 다들 지루해하는 게 보였다.

이 이상 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자연스레 연습실 구석으로 찢어져서 각자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들 오늘 저녁 8시에 더쇼케2 2화 보시죠?”

그때 블레슈의 강진규가 나서서 물었다.

“당연하죠.”

“와 진짜, 오늘은 어떻게 편집될지…….”

“제발 분량 좀 많이 받아야 할 텐데.”

다들 더쇼케2 2화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가득한 모양이었다.

“어? 그냥 우리 다 같이 볼까요?”

그때 강진규가 이런 제안을 했고,

“오!”

“그럴까요?”

“좋아요!”

“혼자 보기 무서웠는데 잘 됐다.”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난 강진규를 바라봤다.

블레슈 멤버들 전원이 살짝 강진규 같은 느낌이긴 했다.

어딜 가서든 싹싹하게 잘하며 분위기를 주도할 것 같은 사람들.

다만,

‘슬그머니 나가자.’

굳이 저기 낄 필요는 없다.

형들이랑 같이 보기로 했으니까.

난 문자를 보냈다.

-형 지금 숙소 가는 중이에요?

연훈이 형에게 보냈으니 아마 2분 내로 답장이 올 거라 생각했다.

가는 길에 저녁으로 먹을 샐러드 같은 거라도 사가야 하나 생각하는데,

“태윤 씨는 안 봐요?”

문득 강현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네?”

난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정면을 바라봤다.

강현성이 날 쳐다보고 있다.

이거 조용히 있다가 도망칠 수 있었는데.

콕 찍어서 말해버리면 빼기도 애매하다.

다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아, 전 멤버들이랑 같이 보기로 했어요.”

“그래요?”

강현성은 별 감흥 없단 목소리였다.

뭐 갈 거면 빨리 가라 이건가.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다.

한데,

지잉.

연훈이 형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태유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늘 우리 더쇼케2 같이 못 볼 거 같아ㅠㅠㅠ

‘뭔 소리야.’

예상 못 한 답장이 왔다.

-집 가서 말해주께……. 연습 길어지고 있어서 아마 10시는 돼야 끝날 거야ㅠㅠㅠㅠㅠㅠ

‘10시까지 연습을 한다고?’

이건 이거대로 문제다.

10시까지 연습을 한단 건 뭔가 문제가 있단 거다.

연훈이 형 문자 내용도 어딘가 부정적인 뉘앙스고.

내가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자,

“어? 근데 태윤 씨 멤버들 지금 연습 중이지 않으세요?”

블레슈 강진규가 먼저 이리 말한다.

“우리 팀 리더 형이랑 문자 중인데 아직 그쪽 연습 안 끝났다고 하던데요?”

이거, 위험하다.

내가 같이 보기 싫어서 거짓말하고 내빼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회성 박살 난 캐릭터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아, 저도 방금 문자 봐서요. 아직 연습 안 끝났다고 하네요.”

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그저 정보가 조금 늦었을 뿐인 거다.

라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럼……. 같이 보실래요?”

그때 온리원의 박영호가 물었다.

이거 분위기가 묘하다.

여기서 거절하면 안 될 것 같다.

결국,

“……네.”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이건 선택지가 없었다.

다만,

‘이래도 되려나.’

사실 우려스럽긴 하다 이 자리가.

이 편집이란 게 어쨌든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그리고 극적 재미를 주려면 선과 악을 만들어 대립시키는 게 빠르다.

그걸 노골적으로 하든 그러지 않든 어쨌든 편집을 통해 누군가는 손해를 봤을 거다.

‘분위기 묘해질 수도 있을 텐데.’

이게 여러 팀이 모인 자리니 분명 불편함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냥 버티자.’

뺄 순 없다.

그냥 가야 한다.

“그러면 저녁 먹을 거 사와서 밥 먹으면서 보는 거 어때요?”

그때 온리원의 김주현이 이리 말했고,

“밥 사러 갑시다아~”

“밥 먹자~”

다들 자리에서 훌렁훌렁 일어나 손에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 * *

그렇게 이 팀 사람들과 저녁밥을 들고 연습실로 돌아왔다.

저녁밥이라 해봐야 사실 메뉴는 똑같았다.

아직 한창 활동 중인 아이돌인데 탄수화물과 지방을 쌓아놓고 먹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풀때기로 통일이다.

“와, 나 이 드레싱 진짜 좋아하는데!”

“유자 드레싱 좋아하는 건 적폔데.”

“아. 취존 좀요.”

물론 어떤 풀때기냐의 디테일 차이는 있었지만 말이다.

온리원이 자주 다니는 샐러드 가게에서 각자 포장을 했다.

난 연어와 오리엔탈 드레싱이 들어간 샐러드를 시켰다.

공교롭게도 박영호와 메뉴가 겹치고 말았다.

“여기에 오리엔탈 말고 타르타르 소스 뿌려야 진짜 맛있어요!”

“그래도 칼로리 생각하면 오리엔탈 먹어야죠.”

“그렇긴 하죠. 근데 우리 입맛 비슷한 거 같지 않아요?”

“아……. 그래요?”

“네!”

난 입맛이랄 게 딱히 없는데.

뭐 박영호도 딱히 입맛이랄 게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

크게 생각은 않고 넘어갔다.

그렇게 샐러드를 사고 연습실로 돌아오자 빔 프로젝터와 하얀 천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 연습실 옵션입니다.”

강현성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이리 말했지만,

‘부럽다…….’

바닥에서 끽끽 소리 나던 연습실을 쓰던 우리 입장에선 초호화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테이블을 가져와서 샐러드를 깔고, 노트북을 빔 프로젝터에 연결해 스트리밍이 되는 OTT에 접속했다.

아직 방송까진 여유가 있기에 다들 수다를 떨며 화면을 본체만체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내 방송 로고가 화면 상단에 뜨고.

방영까지 남은 시간이 카운트되기 시작하자.

“후우우.”

“와 나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체하네.”

“맥주라도 한 캔 마셔야 하나…….”

다들 눈에 띄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

‘오늘 제발 악편은 없어야 할 텐데.’

여기 있는 팀원 중 누구 하나가 골로 가는 상황만큼은 없어야 한다.

그러면 분위기가 아주 복잡해진다.

긴장하며 화면을 주시하고 있자니,

“시작한다!”

더쇼케2 2화가 방영되었다.

2화는 1화의 압축본을 보여준 뒤 시작되었다.

바로,

“아…….”

“큼!”

“흐음.”

우리가 대면식 무대 평가 꼴등을 하는 장면에서부터였다.

그러자 다들 찔리는 바가 있는 건지 묘하게 나랑 시선을 피한다.

내가 이래서 같이 보기 껄끄러웠던 건데.

대체 왜 이걸 같이 보자고 해서…….

‘하아.’

앓아봐야 이미 벌어진 일이니 별수 없다.

난 시선을 정면에 고정시킨 채 화면을 바라봤다.

어떤 식의 전개일지 궁금하다.

사실 예상으론,

‘아직까진 우리가 주인공이겠지.’

1화와 비슷한 스탠스일 거라 생각한다.

1차 경연에서 우린 온리원과 공동 1등을 하는 쾌거를 이룬다.

대면식 꼴등에서 1차 경연 1등까지.

엄청난 반등인 셈이다.

그러니 1화에서 주인공 롤 줘가면서까지 빌드업을 한 것일 테고.

한데,

“……?”

“음?”

“오…….”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방송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주인공 롤을 빼앗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1차 경연 서사의 주인공임이 더 부각되었다.

문제는,

‘PD가 미쳤나.’

우리를 살린 건 좋으나,

‘온리원을 버려?’

2화에서 온리원은 마치 오만함에 젖어 경연을 우습게 보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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