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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71화 (7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71화

‘큰일 났네.’

온리원이 이런 이미지로 만들어졌을 줄은 몰랐다.

물론 이게 셀유돌처럼 노골적인 구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더쇼케는 그런 정체성의 프로그램은 아니니까.

하지만 방송을 보는 사람이라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만한 구도였다.

좋게 포장하자면 무대를 앞두고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는 거지만,

‘그냥 우물 안에서 왕 노릇하는 개구리로 만들어놨네.’

나쁘게 보자면 이미 본인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오만한 애들로 만들어둔 셈이었다.

아직 방송이 끝나진 않았으니 어떤 반전이 있을 줄은 모르겠으나,

‘분위기 망했네.’

우리가 있는 이 현장 분위기는 지금 엉망이 된 상태였다.

“으음.”

“어…….”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다른 팀 멤버들은 온리원의 눈치를 보고,

“후우우…….”

“하아…….”

“대체 왜, 저 장면을…….”

온리원 멤버들은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은 얼굴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특히 박영호는 당장에라도 울 것처럼 눈동자가 촉촉했다.

억울하고 분한 얼굴.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사과해야 할 거 같은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죄책감에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시선이 닿은 곳은 강현성이었다.

아, 이게 뭐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같은 건가.

난 강현성에게서도 시선을 피해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드르륵.

어디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강현성이 의자를 끌고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의자로 빔 프로젝터라도 박살 내려나 싶은데,

착.

내 옆에 의자를 펼치곤 앉았다.

“……?”

대체 왜 내 옆에 앉았나 싶은데,

“방송 어때요?”

이거 뭐지.

압박면접 같은 건가.

대체 나한테서 뭘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지금 말 잘못하면 일 날 거 같다.

물론 연습이 끝나는 순간 제작진들이 카메라는 수거해 갔으니 지금 이 발언들이 방송에 나갈 리는 없다.

하지만,

‘눈빛 한번 살벌하네.’

강현성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진짜 폭력을 행하거나 하진 않겠지.

하지만 폭력 말고 다른 건 다 할 것 같았다.

한데,

‘왜 나한테 이래?’

억울하다.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세요?”

해서 솔직하게 물어봤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는 뜻이다.

“듣고 싶은 대답 같은 거 없어요. 그냥 감상을 묻는 거예요.”

내가 뭐라 말할 줄 알고 이런 불편한 질문을 하는 건가.

아니면 자기 기분 안 좋으니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 던져놓고 끙끙대는 걸 구경하고 싶은 건가.

이게 무슨 고딩 일진식 문답법도 아니고.

어쨌든 이건 위기다.

해결을 해야 할 위기.

“당장 2화 편집 방향은, 꽤 당황스럽긴 했죠.”

다만 잘 넘어갈 만한 위기이기도 했다.

“선배님네 팀을 이렇게 만들 줄 몰랐으니까요.”

난 그냥 솔직한 내 감상을 말했다.

온리원을 이렇게 편집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온리원에게 악수인 거냐, 묻는다면

“근데 한 4화쯤에서 반등하지 않을까요?”

사실, 그렇다고 보긴 어려울 거 같았다.

경쟁자로서는 속 쓰린 일이긴 하다만,

“2차 경연에선 온리원이 단독 1등 했으니, 아마 4화는 선배님네 팀 중심으로 편집할 텐데, 그때 되면 지금 꺾인 상승세가 그만큼의 추진력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지금 방영 중인 2화는 다다음 주에 있을 4화를 위한 빌드업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3화는 미니게임을 했던 걸 방영할 테니 논외로 치고.

4화부터 다시 온리원 중심의 구도로 돌아갈 것 같다.

방송국이 진짜 미치지 않은 이상 온리원을 버릴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온리원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물론 이 모든 건 다 내 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군요.”

적어도 아마 나만의 망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강현성의 표정을 보니 내 망상이 꽤 흡족한가 보다.

기업 회장님마냥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마워요.”

강현성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거물이 어깨 툭툭 두드려주듯 일어나는 꼴이 꽤 어처구니없긴 했다.

강현성은 의자를 집어 들고는 다시 온리원 자리로 돌아갔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걸 물어본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강현성도 내가 처음 기도실에 뜬금없이 등장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저 새끼도 시스템이 시키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망상을 했다가,

‘됐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 그냥 잊어버렸다.

난 속으로만 한숨을 푹 쉬곤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방송은 쭉쭉 진행되어 경연의 끝자락까지 간 상태였다.

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이쯤이면 얼추 반응이 확인되겠네.’

매운맛에 멘탈 놓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뒤 파랑새를 비롯한 SNS와 커뮤니티 등을 빠르게 서치했다.

* * *

더쇼케이스2의 2화가 방영되는 동안 인터넷은 한차례 또 들끓고 있었다.

이젠 제법 각 그룹별로 팬덤이 붙은 상황이다.

물론 제대로 팬덤이라 부를 만한 곳은 온리원과 세이렌뿐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쪽도 나름 유입이 꽤 되다 보니 이전보다는 인터넷상에서 많이 언급되는 추세였다.

-아 ㅁㅊ 빨리 달라고요

-오늘은 또 얼마나 와기들을 곱창내놨을지 기대 중

-나 예쁘게 생긴 애들이 질질 짜는 거 보는 거 jonna 좋아해요

굳이 어떤 그룹의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나서서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놓는 추세이기도 했다.

그렇게 방송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나온 건 세이렌 꼴찌에 대한 반응이었다.

꼴찌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세이렌 멤버들의 얼굴이 굳는 것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연훈이 울려고 함;;

-진짜 개빡치네

-ㅅㅂ 이건 진짜 아님;;;

사람들은 세이렌 꼴찌에 대해 분노에 찬 반응들을 쏟아냈다.

물론 세이렌을 억까하는 글도 존재하게 마련이었다.

-ㅋㅋㅋㅋㅋㅋ세이렎 빠는 년들 세이렌 ㅈㄴ 올려치기 하는 거 어이 털림

-응~ 견제당할 실력도 없어~

-아니ㅋㅋㅋ느그 바다의 요정씨 무대 X망해서 꼴등이라고요

나름 수위 높은 조롱성 글들도 있었으나 크게 공감받진 못하고 사라졌다.

타 그룹의 팬덤들조차 해당 사항은 견제를 통해 벌어진 참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나온 장면은 1차 경연 미션을 알려주는 거였는데,

-색깔로 노래 부르기?

-ㅅㅂ 동요임?

-ㅋㅋㅋㅋㅋㅋColor of Showcase라고 꾸역꾸역 영어 갖다 붙인 거 웃기네

적당히 제작진들 조롱이나 하며 넘어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는데,

-이 정도면 세이렌이 왕따 당하고 있다고 봐야 함 ㅅㅂ

-방금 세라복 입었던 애들한테 파란색 주는 건 뭔 심보임???

-아닠ㅋㅋ블레슈한테 검은색 주는 거 개웃기네ㅋㅋㅋ 사실 안 웃김. 개빡침;;

이 색깔 정하기에서도 너무 뻔한 견제와 노림수가 보인다는 거였다.

다만 해당 사안이 과열되기 전에 다른 떡밥이 나왔는데,

-victory0505가 강도승임?

-뭔 소리임 저게???

-그니까 지가 곡 써놓고 지가 쓴 거 아니라고 한 거임??

-아니…… 도승아…… 남들은 못 알려서 안달인 걸 왜…….

강도승이 의 작곡가임이 밝혀진 거다.

-봉태윤이 작사하고 강도승이 작곡한 거임?

-ㅇㅇ 복잡하긴 한데 그게 맞음.

-돌고 돌아 자체제작이네.

-얘네 안무도 이운이 짠다는데?

└대체 왜 세이렌 망돌임?

└ㅋㅋㅋㅋㅋㅋㄴㅁㅇ

└얘네 데리고 아직도 데뷔 안 시킨 WD가 더 대박임.

지난 대면식 무대가 세이렌 자체제작 100%였다는 거다.

봉태윤이 작사를 했다는 것만 밝혀져 있었는데 사실 강도승 작곡에 이운 코레오라는 것까지 추가로 밝혀졌다.

아직 데뷔도 안 한 팀이 대면식에서 온리원과 비슷한 수준의 무대를 했다는 것에도 놀랐는데.

그 무대가 자체제작이었다는 것에 사람들은 한 번 더 놀랐다.

-우리 까망고앵이가…… 알고 보니 천재……?

-냥줍했더니 작곡 천재였던 건에 대하여.

사람들은 강도승을 까만 고양이로 모에화하며 천재 고양이 이미지를 밀어붙였다.

다만 이 이후부터 점차 방송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는데,

-엥? 세이렌 무대 순서 왜 저따구임?

-ㅅㅂㅋㅋㅋ 순서 3번임? ㅈㄴ 애매한데

-제발 좀 세이렌 좀 가만 냅두셈

방송 시작 후 줄곧 견제받는 무드였던 세이렌에게 1차 경연 무대 순서마저 엉망으로 들어왔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온리원에 대한 악의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솔까 옪리원 대면식 1등 한 것도 ㅈㄴ 어이 털렸는데 ㅅㅇㄹ 밟으려는 거 개 꼴같잖음ㅇㅇ

-ㅅㅂ 온리웒 새끼들 개 1군인 척하면서 피식피식 웃는 거 에바라고요ㅠㅠ

-누가 현섷이한테 가서 말해줘 가오 좀 그만 부리라고.

-혐성아 너 뭐 돼?

-온리웒은 지들끼리 방청 나옴?

-아 ㅈㄴ 쟤네 나중에 단체로 동태눈 될 거 같아서 개 짜증 남;;

실제 대중 반응이라기보단 원래 온리원을 싫어하는 집단들의 반응이긴 했으나, 이런 반응들이 SNS 피드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혐오할 만한 판을 만들어주니 원래부터 혐오하던 사람들이 대거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이었다.

물론 온리원 팬들은 이에 지지 않고 글들을 쏟아냈다.

-ㅅㅂ 피디새끼야 정신 차려;;

-ㅈㄴ 우리 애들이 망돌들 다 살려놨는데 진짜 에바야 이건

-누가 봐도 악편인데 이걸로 애들 인성 궁예질 하는 년들은 뭐임 진짜;;;

-원래부터 우리 애들 까던 애들이 ㅈㄴ 신나서 개지랄 떠는 듯;;

다만 이런 반응들이 잠시 사그라드는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세이렌의 무대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그 순간부터는 온리원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마저 안 보일 정도로 세이렌 관련 이야기로만 SNS 피드와 커뮤니티 페이지가 가득 찼다.

-세이렌 무대 무슨 일?

-와 나 진짜 진심으로 소리 지름

-ㅠㅠㅠㅠㅠ아 진짜 대박이야ㅠㅠㅠ

-이 곡을 강도승이 썼다고요? 이 가사를 봉태윤이 썼다고요? 이 춤을 이운이 짰다고요? 이 고음을 우연훈이 질렀다고요? 이 댕댕이가 박동준이라고요?

-와 진짜 레전드임

-저게 대체 어케 망돌임?

그전 무대들이 워낙에 엉망이었던 탓에 방송이 살짝 식을 뻔했는데.

그 식을 뻔했단 것 이상으로 세이렌이 반응을 띄워놓았다.

-아 세이렌 진짜 사랑함

-이게 바로…… 봉떤남자……?

-우리 아기말랑핑꾸복숭아 연훈이 좀 보고 가세요ㅠㅠㅠ

-우리 깜고는 무대를 찢어

-ㅇㅇ 죽어줄게 (봉태윤 엔딩.jpg)

-박동준 말해봐. 너가 정말 댕댕이가 아니라고? (눈웃음 짓는 박동준. jpg)

-이운 입술 연지 지우는 거 백만 번 돌려보는 중.

└아 이거 너무 고자극임

-진짜 이거 에바야 (입술 연지 지우는 이운.jpg)

└아 ㅅㅂ 사랑해요;;

└내가 본 토끼상 중 제일 야하게 생김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반응을 쏟아냈다.

세이렌 팬덤들은 이때다 싶어 영업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반응이 가장 많이 터져 나온 부분은,

-연훈이 울어?

-연훈이 우는데요?

-아니 우리 말랑복숭아 운다고요ㅠㅠㅠ

-우리 말랑이 납작 복숭아 됐더ㅠㅠ

우연훈이 무대 끝나고 관객들 함성에 감동해 울음을 터뜨리는 거였다.

-봉태윤 호다닥 달려와서 우연훈 얼굴 가리는 거 뭔데ㅋㅋㅋㅋ

-아니 근데 도포로 가리니까 뭔가 진짜 사극 재질임

-애들 다 같이 모여서 우연훈 달래줌ㅠㅠㅠ

-저게 어케 맏이임ㅠㅠㅠ그냥 아깽이말랑복숭아 아님?

그렇게 세이렌이 1차 경연 주인공으로서의 화제성을 전부 쓸어간 후.

루미닌의 무대는 처참할 정도로 아무 반응을 얻지 못했으며.

마지막에 시작된 온리원 무대에선,

-????

-지금 박영호 실수한 거?

-ㅅㅂ 댄브가 엉망인데

-아니 춤 제발 니들 멋대로 추지 말라고;;

박영호의 실수가 강조되어 나왔다.

여기까진 그냥 오만하게 굴던 팀이 무대 망쳤으니 업보다, 정도의 인상이었는데,

-세이렌과 온리원의 공동 1등입니다!

마지막, 순위 발표에서 세이렌과 온리원이 공동 1위였다는 것에,

-ㅅㅂ 개X끼들아

-선 넘었네

-에바;;;

여론은 폭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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