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74화 (74/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74화

수치가 다시 상승한다.

그 폭이 작긴 하지만 일단 올라갔단 게 고무적인 거다.

다시 60%를 회복하니 일단 마음이 놓인다.

‘전체적으로 낙폭이 크진 않은 걸 보니 아직 심각한 문제까진 아니야.’

난 수치를 근거로 현 상황을 예상해 봤다.

수치의 낙폭이 크진 않으니 심각한 문제로 번지진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대로 둔다면 수치에 분명 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더 심해지기 전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건,

‘오늘 밤에 끝내야 하겠네.’

오늘을 넘겨선 안 된다.

감정이란 건 혼자 꾹 참고 있으면 커지게 마련이다.

그게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간에 말이다.

이 상태로 두면 우리의 금슬 좋은 노부부 둘이 말년에 별거하게 생겼다.

“같이 재우는 거 좋을 거 같아요.”

“응? 진짜?”

동준이 형은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나 보다.

“나도 같이 재우는 거 좋아 보여.”

연훈이 형도 저 의견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어쨌든 같이 붙어 있으면 대화할 시간도 생기고 자연스레 풀어질 수 있잖아.”

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근데 저 두 사람을 지금 어떻게 같이 재워요.”

지금 동준이 형이 말한 바로 이거다.

뭐 평소의 도승이 형이나 운이 형이었다면 같이 잘래요? 라고 물었을 때 좋지~ 라고 답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잘래요? 라고 물으면 미쳤어? 라고 돌아올 게 뻔하다.

이 상태로 둘이 한 방에 몰아넣으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밖에 더할까 싶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죠.”

“어떻게?”

“우선은 바로 같이 자라고 말하기보단,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부터 해야 할 거 같아요.”

난 딱히 계획이랄 것도 없는, 단출하고 초라한 계획을 말해줬다.

내 딴엔 별거 없다 생각했는데,

“아! 나쁘지 않다!”

연훈이 형이 화색하며 좋아했고,

“오. 그치. 단순하고 직관적이네~”

동준이 형도 맘에 든 눈치였다.

“그럼, 가보죠.”

그렇게 도승이 형과 운이 형 재결합 작전이 시작됐다.

* * *

강도승은 방바닥에 누워서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바닥에 뭐 깐 것도 없이 이렇게 누워 있으니 등이 아프다.

전에 박동준이 침대를 사준다고 했을 때 그냥 받을 걸 그랬나.

아니지.

집까지 쓰게 해주는데 가구는 우리들 돈으로 마련해야지.

나중에 데뷔 후 정산받게 되면 그때 가구를 들여놓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강도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앉았다.

마음이 영 불편하다.

핸드폰을 볼 마음도 안 생긴다.

‘운이랑 싸운 게 몇 년 만이야.’

이전에 다른 회사에 있었을 때에 딱 한 번 싸운 적이 있었다.

아니지, 그때도 싸웠다기보단 강도승이 일방적으로 화를 낸 거였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면 이번이 처음으로 싸운 게 맞다.

머리론 먼저 가서 풀라고 말하는데,

“하아아.”

도무지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다.

싸운 이유는 별게 없었다.

오늘 하루 종일 원바이원의 김준혁과 이영준이 거슬리는 짓을 했다.

맘 같아선 한 소리 하고 싶었으나 팀을 위해 화를 누르는 중이었다.

연훈이 형에게 매너 없이 구는 것도.

팀 전체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전부 어느 정도 참을 만했다.

어차피 저 둘을 배제하고 무대를 끌어가면 되니까.

곡을 담당하는 건 그고, 안무를 담당하는 건 이운이며, 메인보컬은 연훈이 형이 맡았다.

세이렌이라는 그룹이 이 연합팀의 핵심임은 말할 것도 없으니 그냥 무시가 답이었다.

한데 이운은 자꾸 그 머저리 둘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에 자꾸 귀를 기울여 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꾸 저 둘에게 공감을 하려 했다.

가장 빡치는 건,

“하아. 진짜. 그딴 쓰레기들을 대체 어디서 주워와서는…….”

이운을 바라보는 김준혁과 이영준의 그 눈빛이었다.

마치 손쉬운 호구 보듯 보는 그 눈이 아주 꼴불견이었다.

맘 같아선 그 자리에서 욕이라도 하는 건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마음이 이리저리 튀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어 이운에게 따로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같은 방향을 잡고 김준혁과 이영준을 처리하고자 했는데,

-도승아. 어쨌든 팀이잖아.

이운은 저 둘을 끌어안으려 했다.

-쟤네가 너 호구 보듯 보는 거 안 느껴져? 쟤넨 그냥 자아만 비대한 머저리 새끼들이야.

그게 답답해서일까.

강도승도 워딩이 점차 강해졌다.

-호구 좀 잡히면 어때. 일단 팀워크부터 만드는 게 좋잖아.

-팀워크는 우리끼리만 만들면 되는 거지. 왜 저런 것들까지 끌어안아.

-살살 구슬려가면서 잘 융화시켜보면…….

-융화고 자시고 대체 왜 그렇게 남한테 퍼주기만 하는데? 어느 한순간에라도 안 착하면 안 되는 거냐? 네가 착하게만 구니까 쟤네가 만만하게 보는 거잖아.

결국 저 둘을 무시하자는 말이 이운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튀고 말았다.

마음이 답답하니 결국 이런 식의 실수가 나온다.

순간 싸해진 이운의 눈빛에 강도승은 그제야 본인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다만,

-우리 이거 중요한 기회잖아. 이거 아니면 사실, 제대로 된 데뷔 못 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제발 말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자. 마냥 착해지지 말고.

입은 멈추지 않았다.

한번 시작된 말은 계속 쏟아졌다.

이운은 강도승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 끝,

-이제 더 없어?

이운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뒤부터 줄곧 이 상태였다.

서로 대화 한마디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친다.

강도승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한 건 줄 안다.

이운 성격상 누구를 버리고 이런 짓은 잘 못한다는 걸 잘 아니까.

한데 모든 잘못이 이운의 착한 마음에 있다는 것처럼 말하고 말았다.

본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그가 화가 난 포인트는 이운의 착한 마음이 아니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이운이 저딴 머저리들에게 호구를 잡혀준 것에 대한 울분.

가장 결정적인 건 마치 이운이 자기네들 발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김준혁과 이영준의 그 눈빛이었다.

하지만 해결된 건 하나도 없었다.

마음만 불편해지고, 연습은 딱히 어떤 소득도 없이 끝났다.

“하아아아.”

이 모든 게 마치 본인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강도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동이라도 갈까 싶어서 방문을 열려는데,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이운인가 싶었는데,

“형, 자요?”

봉태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실망한 걸 감추지 않으려고 했다.

“잠깐 들어갈게요.”

봉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

“왜?”

강도승은 본인도 모르게 쌀쌀맞게 나가는 말투에 스스로도 놀랐다.

“아까 연훈이 형이 한 거처럼 대화라도 해보라고 설득하러 온 거야?”

강도승은 연훈이 형이 그렇게 물었을 때 그때라도 가서 사과했어야 하나 후회 중이었다.

다만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아 가기 싫다고 답해 버리고 말았지만.

감정을 최대한 다스리며 봉태윤이 어떤 말을 하든 이번만큼은 잘 대답하자 마음을 먹는데,

“운이 형이랑 화해 안 하실래요? 운이 형이 사과하고 싶으시대요.”

“……뭐?”

이운이 사과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 나왔다.

“운이 형이 사과하고 싶다고 했어요. 가서 잠깐 대화 나눠보세요.”

강도승은 그 한마디에 마음이 전부 풀어졌다.

사과하고 싶다는 말.

그걸 실제 이운이 한 말이든, 아니면 봉태윤이 지어낸 말이든 상관없었다.

이운이 사과 하고 싶다는 그 문장을 듣는 순간 강도승의 마음엔 자존심이나 억울함 따윈 사라지고 이운에 대한 미안함만 남았으니까.

“……가자. 나도 가서 사과하고 싶었어.”

강도승은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본인의 방을 빠져나와 이운의 방 앞에 섰다.

똑똑.

노크한 뒤,

“……운아. 나 들어가도 괜찮아?”

의사를 묻는다.

잠깐의 침묵.

이내,

“응. 들어와.”

허락이 떨어진다.

강도승은 이운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 * *

도승이 형이 운이 형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걸 보며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그렇게까지 싸운 건지.

방금 도승이 형 상태를 보니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화해하게 됐을 것 같았다.

이미 온몸으로 나 운이한테 사과 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듯한 눈치였으니까.

원래 계획은 이거였다.

나랑 연훈이 형이 각각 도승이 형 방, 운이 형 방으로 들어가서 거짓 정보를 흘리는 거다.

서로가 사과하고 싶어 하니까 마음 풀고 대화 한번 해보라고.

실제로는 둘 다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먼저 꺼낸 적 없는데도 말이다.

해서 일차적으론 도승이 형이 운이 형 방으로 찾아가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거짓말을 조금 하더라도 일단 둘을 만나게만 하면 일이 잘될 거라 생각해서 추진한 계획인데,

‘뭐 설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네.’

그냥 사과,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도승이 형 얼굴 위에 떠올라 있던 부정적 감정들이 정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게 보였다.

이미 도승이 형은 마음을 다 풀고 있던 상태였다.

그저 누가 뒤에 등 밀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던 거지.

가죽가살인 사람은 절대 먼저 발 딛는 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도승이 형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저자세로 나가면 운이 형 성격상 안 받아줄 리도 없을 테니.

“적당한 타이밍에 들어가서 오늘은 둘이 같이 자라고 말하죠.”

“그래!”

“어찌저찌 해결은 됐네요~”

오늘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다시 금슬 좋은 노부부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오늘은 태윤이랑 자면 되는 거네?”

그때 연훈이 형이 이리 물었다.

“네, 뭐.”

도승이 형과 운이 형이 같이 자게 되면 나랑 연훈이 형이 같이 자게 된다.

“영화 한 편 보고 잘까?”

연훈이 형은 뭐가 그리 신난 건지 막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뭘 영화를 또……. 그냥 자요. 내일 연습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자는 건데.”

“전에 맨날 거실에서 다 같이 잤잖아요.”

“그래도, 방에선 처음으로.”

“피곤하잖아요.”

“……너무하네.”

연훈이 형은 실망한 티를 냈지만 어쩔 수 없다.

내일도 연습을 가야 하니까.

“그럼 전 먼저 자러 갈게요~”

동준이 형이 방으로 떠나고.

한 30분쯤 후.

“오늘은 형들 둘이서 같이 잘래요?”

“아, 으응.”

“그러지 뭐…….”

도승이 형과 운이 형에게 같이 자라는 의견까지 전달한 후.

“이제 우리도 자러 가죠.”

“예에!”

나랑 연훈이 형도 자러 갔다.

“영화 안 볼 거야? 진짜? 아니면 게임할까 게임?”

연훈이 형은 끝까지 나랑 노는 걸 포기 못 한 건지 자꾸 질척댔지만,

“오늘은 자요. 내일 해요, 내일.”

“알겠어! 그럼 내일……은 네가 없잖아……?”

“그니까요. 내일 저 말고 도승이 형이랑 하란 거예요.”

“……아주 못됐어.”

단호한 나의 거절 의사에 연훈이 형은 그제야 잠들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낑낑대며 놀자던 사람이 눈 감자마자 순식간에 잠들었다.

연훈이 형이야 머리가 어디에 닿기만 하면 자는 사람이니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난 바닥에 누운 채 이제 다른 생각을 했다.

[1등 확률 : 65%]

확률은 이제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팀 내부 불화를 잡았단 뜻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김준혁, 이영준을 어떻게 밟지?’

그 주제 모르고 뻗대는 두 놈을 잡는 법이다.

사실 그런 놈들 잡는 방법은 뻔하다.

실력으로 밟는 것.

다만 여기엔 조건이 많이 붙는다.

이미 우린 무대와 등수로 원바이원에게 여러 차례 증명했다.

우리가 너네보다 실력이 좋다고.

하지만 김준혁과 이영준은 그걸 보고도 자기들이 더 실력이 좋다고 믿는 중인 거다.

즉,

‘정신 승리 할 구석 없이 완전하게 짓밟아야겠네.’

저 자식들은 의외로 멘탈도 강한 놈들인 것 같으니 완전히 일대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무대가 아니고서야 실력이 떨어지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그러니 완벽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이 필요했다.

어떻게 그런 걸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 맞네. 그게 있었구나.’

굳이 내가 그걸 만들 필요는 없었단 걸 깨달았다.

2차 경연이 끝났으니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됐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제작진들 측에서 문자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MT인가 뭔가를 갔었지. 아마 이쯤에.’

더쇼케2는 미니게임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뻘짓을 많이 한다.

그때 각을 잘 만들어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찰나…….

지잉.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이내 눈앞에 뿌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밤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가,

‘아. 미래시.’

이게 미래시의 전조라는 걸 겨우 떠올려냈다.

이렇게 랜덤하게 시작되다니.

시스템이란 것도 어지간히 눈치 없는 놈인 것 같았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면을 바라봤다.

아지랑이 사이로 균열이 일더니 이내 공간이 훅 하고 찢어지며 미래의 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한데,

‘……뭐?’

미래시를 통해 떠오른 얼굴은 전혀 예상 못 한 얼굴이었다.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

나에겐 존재만으로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사람.

고모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