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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80화 (80/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80화

형들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연훈이 형 얼굴은 살짝 뜨겁기까지 할 정도다.

우리 중 가장 사복에 신경을 쓰는 운이 형의 경우엔 나를 째려보기까지 했다.

‘괜히 미안하네.’

그때 차라리 옷 고르게 뒀어야 하나 싶었다가,

‘지각보단 이게 낫지.’

아직 우린 뭣도 없는 신인이다.

아니, 신인도 못된 데뷔조다.

이런 신분에서 지각은 말도 안 된다.

물론 짬 좀 찼다고 해도 지각할 생각은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게 이득 아닌가?’

사실 내리자마자 생각했다.

이게 이득일 거라고.

다른 팀들 다 꾸민 상태에서 우리만 안 꾸미긴 했다만,

‘방송에선 이게 더 튈 텐데.’

멋진 거나 귀여운 건 사실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연훈이 형이 어떤 비주얼인데.

그러니 이런 모습 한두 번씩 나오는 게 오히려 유입 모으는 데에는 나을지도 모른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당당해야 한다.

한데,

“그, 오늘 촬영인 거 잊으셨던 거 아니죠?”

블레슈의 리더, 한도영이 이런 질문을 해온다.

시비인가 싶었다가,

‘진짜 순수해 보이네.’

저건 정말 걱정돼서 묻는 질문인 거 같았다.

다만 그게 형들의 감정을 더 자극해버렸고,

“아, 아니에요…….”

“촬영인 거 우리도 알고 있었어요…….”

“묻지 말아주세요. 도영 씨…….”

“아, 넵……!”

형들은 정말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답했다.

블레슈의 리더 한도영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러갈 뿐이었다.

이후,

“자, 그럼 다섯 팀이 다 모인 관계로, 이제 슬슬 오프닝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박수철 피디가 이리 말하며 우릴 한가운데로 모았다.

카메라에 맞춰 오프닝 대형으로 섰다.

서다 보니 우리가 센터에 서게 됐는데,

“의상 좋네요.”

하필이면 옆이 온리원이었고.

그중에서도 내 옆이 강현성이었다.

강현성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 말했다.

저건 아까 한도영과는 다른 결의 질문이다.

한도영은 정말 걱정되어서 물었던 질문이라면, 이건 알고도 놀리려고 하는 질문이다.

이 새끼 의상은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 보니,

‘……잘 입긴 했네.’

잘 챙겨 입은 게 팩트라 입을 다물었다.

“우선 가평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지각하는 인원 없이 다 모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전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박수철 PD가 오늘의 진행자인지 우릴 앞에 세워두고 훈화 말씀을 시작했다.

내용은 뻔했다.

안전에 유의하자는 것.

즐겁게 촬영하고 돌아가자는 것.

오늘까지만 이런저런 예능식 촬영을 할 거고 다음 날부턴 정말 연습을 위해 일절 터치하지 않겠다는 것까지.

그렇게 공유받을 만한 정보들을 다 공유받은 후,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수철이 아까보다 텐션을 올리며 멘트를 쳤다.

제작비 절감하려고 진행 MC 안 부른 건가 싶었는데,

‘그냥 이 아저씨 혼자 신난 거 같은데.’

이제 보니 자기만족을 위해 안 부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금 저 자리는 어차피 카메라에 걸리지도 않아서 목소리만 나올 자리인데 혼자 모션을 취하며 흥을 띄우고 있으니까.

“우선 지금 그룹별로 서 계시지 않으십니까? 이젠 그룹별이 아닌 무대를 할 팀별로 다시 모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린 박수철 PD의 말대로 팀별로 다시 모였다.

그러려면 형들과는 작별인사를 할 타이밍이었다.

“저 갈게요.”

“가서, 기죽지 말고.”

“잘해.”

형들은 나름 막내라고 챙겨주는 듯싶었으나.

“형들도 가서 화 좀 죽이고 있어요.”

“응…….”

“잘할게, 우리도…….”

사실 정작 잘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닌 형들이었다.

난 형들과 찢어진 후 강현성이 있는 쪽으로 갔다.

확실히 이쪽 팀원들은 다 키가 크다.

우리 팀에선 내가 최장신인데 편인데 여기서는 그냥 평범한 축이다.

무엇보다,

‘왜 이렇게 옷들을 잘 챙겨 입고 온 거야.’

키 큰 사람들이 옷마저 챙겨 입고 있으니 아우라가 다르긴 했다.

이럴수록 당당해야 한다.

“태윤 씨 그거 어제 우리랑 연습할 때에도 입었던 거 아니에요?”

다만 내가 당당한 꼴을 보기 싫은 건가.

기죽이려는 것마냥 질문들이 날아온다.

질문을 한 사람은 온리원의 김주현.

강현성도 그렇고 오늘은 온리원에게 의상으로 시비 털리는 날인가 싶어 얼굴을 보니,

‘얘도 순수하게 물어보는 거네.’

그냥 정말 이 의상을 진심으로 입고 온 거냐는 반응이었다.

대체 이게 그 정도의 반응을 몰고 올 정도의 의상인 건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디자인만 같은 거고 다른 옷입니다.”

“아, 같은 옷 여러 개 사시는 타입이구나.”

“이게 연습할 때 제일 편해서요.”

그렇게 한바탕 내 의상에 대한 걸로 수다가 오고 갔다.

사람 의상이 그냥 몸만 가리면 되는 거지.

뭔데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건지.

그냥 멍하니 서서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끄덕할 따름이었다.

그중 강현성은 빤히 내 의상을 위아래로 스캔하더니.

“오늘 늦잠 잤어요?”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한다.

“…….”

이게 뭐라고 조금 쪽팔린지 모르겠다.

편한 의상 입고 온 건 괜찮았는데 늦잠 잔 건 조금 쪽팔린다.

아무 말 않고 있자,

“아, 진짜 늦잠이었어요?”

강현성이 답지 않게 조금 놀라는 듯한 눈치였다.

“난 노린 건 줄 알았는데.”

이게 대체 뭐라고 노린단 말인가.

물론 이렇게 입어서 오프닝 촬영 중 튈 순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노려서 이렇게까지 입고 올 필요는 없지.’

이걸 노려서 입고 오는 건 일반인의 사고 흐름이라 볼 순 없다.

그 말은,

‘이 새낀 날 일반인으로 보질 않는 거네.’

강현성이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인 거다.

“늦잠도 잘 줄 아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

강현성은 피식 하고 웃더니.

“아직 클 때니까 잠이 많을 순 있겠네요.”

마치 지는 엄청난 어른인 척 이리 중얼거렸다.

고작 4살 차이인데.

실제 회귀 전 나이까지 합하면 내가 강현성보다 형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 쪽에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때마침,

“자! 이제 슬슬 팀별로 모인 것 같으니, 다시 방송 진행하겠습니다!”

박수철 PD가 이리 말하며 우리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우린 수다를 멈추고 정면을 응시했다.

“지금 여러분들 앞에 보이는 숙소 건물 세 개 보이시죠?”

“네!”

“저기가 바로 여러분들이 팀별로 사용할 숙소입니다.”

“와아!”

“오!”

“진짜 좋긴 좋다.”

난 박수철이 가리킨 건물들을 바라봤다.

다 똑같은 외형에 디테일들만 조금씩 다른 건물이었다.

2층에 옥상 따로 있는, 하얀색의 모던한 건축물.

사실 펜션은 아니고 아마 풀빌라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척 봐도 비싼 게 보이는 외관 때문일까.

사람들 반응이 좋다.

박수철은 그 반응이 더 나오도록 약간 유도하듯 손짓을 했다.

사람들은 억텐을 끄집어내며 리액션을 터뜨렸다.

“와! 최고의 숙소!”

“내가 이런 집에!”

“놀랍도록 좋아 보이는 건물!”

그렇게 반응 컷을 충분히 딴 후.

“자, 지금부터 저 세 숙소에 대한 분양 게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수철 PD는 다음 멘트를 뱉으며 촬영을 진행시켰다.

한데,

‘분양게임?’

꽤 어감이 묘한 게임이다.

다만 직관적인 제목이기도 했다.

“저 세 숙소는 각각 특징이 다른 숙소이기도 한데요. 자, 설명을 드리자면.”

박수철은 그리 말하며 잠시 뜸을 들인 후 한쪽 숙소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숙소는 안에 자쿠지를 비롯한 스파 시설이 풀로 갖춰져 있습니다.”

박수철의 손이 가리킨 곳으로 사람들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간다.

자쿠지를 비롯한 스파 시설이라.

‘좋은데?’

연습 후 몸이 지쳐 있을 때 그거만 한 게 없다.

“자, 그리고 이쪽을 보시면, 저 숙소에는 플스나 스위치를 비롯한 게임기와 최고사양 데스크탑이 풀세팅 되어 있습니다. 게임 타이틀도 잔뜩 있고요.”

반대쪽에 있는 숙소는 게임방이 마련되어 있단다.

난 딱히 게임을 안 하니 별생각 없었는데,

“오!”

“와!”

“대박인데……?”

몇몇 인원들은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숙소가 다 이런 호화스러운 장점을 갖고 있는 건가?

그럴 거면 뭐하러 분양게임이란 말을 쓴 건가 싶었다가.

“자! 그리고 이쪽에 있는 숙소는, 앞선 두 숙소와는 달리, 아무것도 없습니다! 침대와 소파뿐. 그저 숙소로서의 기능만 제공하는 곳입니다.”

마지막에 나온 말에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숙소가 좋을 리가 없지.

당연히 차등을 둘 거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저 세 숙소의 선택권을 갖기 위해 게임을 해야 합니다!”

박수철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좋아 보이는 시설들 때문일까.

“와 자쿠지 그거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

“나 게임 안 한 지 엄청 오래됐어.”

“꼴등만 안 하면 될 거 같은데.”

사람들 가슴에 불을 지피는 데에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다만,

‘어디든 상관없지 않나.’

사실 나는 별로 크게 감명을 받거나 그러진 않았다.

자쿠지도 좋고, 게임기도 좋은데, 그냥 잘 수만 있으면 상관없기 때문이다.

자쿠지 하는 것도 결국 다 일이고.

게임 하는 것도 결국 다 노동이다.

그냥 연습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어느 곳이든 상관없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고,

“자쿠지 진짜 좋을 거 같죠, 태윤 씨?”

온리원의 박영호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박영호는 눈동자를 빛내며 자쿠지가 있는 숙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숙소 분양을 위해 우리가 준비한 세 가지 게임 중 첫 번째 게임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수철은 그리 말하며 스케치북 하나를 가져왔다.

“예능 게임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건데요. 바로 이구동성 게임입니다!”

이구동성 게임?

난 박수철이 하는 설명을 들었다.

룰은 더없이 간단했다.

일단 한 팀당 두 사람이 나온다.

두 사람 앞에 두 가지의 선택지가 나온다.

예컨대 짜장면 vs 짬뽕,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두 사람은 두 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고른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많이 같은 답을 말한 팀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게임이었다.

사실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직관적인 룰이었다.

“그러면 각 팀별로 대표선수 두 사람 나와주세요.”

가능하면 게임 안 하고 싶어서 살짝 뒤로 빠지려는데.

“안 나와요?”

강현성이 먼저 앞으로 나오더니, 날 쳐다본다.

“……네?”

지금 나한테 게임을 같이하자고 한 거다.

강현성이 말이다.

하필이면 이구동성이란 게임을.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뒤로 빠지자, 강현성은 슬쩍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귀에 대고 다른 팀원들에겐 안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그나마 게임 중 가장 쉬울 텐데. 어떤 게임에 어떻게 나갈 줄 알고 버티고 있어요.”

가장 쉬운 게임이라.

사실,

‘……일리가 있네.’

맞는 말이긴 했다.

가능하면 게임에 안 나가고 싶은데 사실 어떤 식으로 상황이 진행될진 모르는 거니 차라리 확정적으로 가장 쉬운 게임을 하고 빠지는 게 나을 수 있다.

결국,

“……네. 갑시다.”

난 강현성과 함께 이구동성 대표 주자로 나섰다.

다른 팀의 대표주자들도 잠시 살펴봤다.

태윤 없는 태윤 팀에선 연훈이 형과 동준이 형이 세트로 나왔고.

루미닌이 만든 팀에선 루미닌 리더와 막내가 같이 나왔다.

누가 먼저 게임을 할까 싶은데,

“강현성 씨와 봉태윤 씨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1번인가 보다.

“잘하고 옵시다.”

“네.”

사실 크게 이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져도 이겨도 나한텐 다 오십보백보 느낌이라.

그냥 적당히 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대중들에게 성의 없네, 라는 반응만 안 나올 정도로 말이다.

한데,

“첫 번째 선택지 나갑니다. 내 결혼식에 한 명도 안 오기 vs 내 장례식에 한 명도 안 오기. 자! 선택은요?”

이게 상당히 불쾌하게도,

“내 장례식에 한 명도 안 오기.”

“내 장례식에 한 명도 안 오기.”

강현성과 나의 스타트는 꽤 산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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