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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81화 (8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81화

강현성과 나의 시작은 꽤 산뜻하고 말았다.

이게 이제 보니 이구동성이기만 한 게 아니라 밸런스 게임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 선택하기 애매한 질문지를 던져준 걸 보니 말이다.

한데 강현성과 나는 한 치 망설임 없이 동일한 답을 골랐다.

다음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로또 1등 당첨 vs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무병장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무병장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무병장수.”

강현성과 나는 합이 잘 맞았다.

그 뒤로도 우리의 이구동성은 한참 이어졌다.

“순간이동 초능력 vs 변신 초능력!”

“순간이동.”

“순간이동.”

“좋아하는 일 하면서 월 250 vs 혐오하는 일 하면서 월 1,000”

“혐오하는 일 하면서 월 1,000”

“혐오하는 일 하면서 월 1,000”

“금요일 자정까지 일하기 vs 월요일 새벽 출근”

“금요일 자정까지 일하기.”

“금요일 자정까지 일하기.”

…….

이게 10번째 질문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뭔가 나도 이상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어쩜 모든 질문에서 이토록 동일한 선택을 하는지 말이다.

제작진들도 우릴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조작이 아닌가 하는 눈초리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조작을 할 틈도 없었을뿐더러.

이런 게임에 뭐 짜고 칠 만한 건덕지도 없다.

굳이 짜고 칠 만한 방안을 생각해 보라면 어떤 선택지가 나오든 왼쪽만 선택한다, 혹은 오른쪽만 선택한다 같은 룰을 생각해 내 볼 만하다.

아니면 왼쪽 두 번 오른쪽 한 번, 이런 식으로 패턴을 만들어 해본다든가.

하지만 위 두 개 다 금방 들키는 방법일뿐더러 현재 강현성과 나는 왼쪽, 오른쪽 고르게 패턴 없이 선택지를 고르는 중이었다.

즉 조작일 수도 없단 걸 제작진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거란 거다.

하지만 조작 같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구동성이 길게 이어진다.

그러자 18개의 같은 답을 뱉고.

19번째에 도달했을 때.

제작진들은 마치 비장의 한 수라도 쓰듯 스케치북을 교체했는데,

“고양이 vs 강아지!”

……세기의 난제가 나오고 말았다.

그동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정답을 말해오던 나와 강현성이 흠칫, 하고 잠시 멈춰 섰을 정도였다.

그 끝에,

“강아지.”

“고양이.”

우린 결국 다른 답을 뱉고 말았다.

내가 강아지를 골랐고, 강현성이 고양이를 골랐다.

“예에스으!”

“드디어 틀렸다!”

“와! 진짜 오래 걸렸어.”

한데 우리의 실패를 제작진들이 너무 좋아했다.

사람 무안하게끔 말이다.

제작진들은 멋쩍은 듯 웃고는 자기들도 너무 과몰입했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난 뒤를 돌아 팀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의 최종 스코어는 18개다.

한데,

‘사람들이 우릴 보는 눈이 이상하네.’

다들 강현성과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특히 우리 멤버 형들은 거의 배신 당한 눈초리였다.

“우우우! 배신자!”

동준이 형이 제일 먼저 야유를 퍼부었다.

“아주 죽이 척척이시네요. 봉태윤 씨.”

“세이렌인 거 억울하시겠어요.”

“어쩌면 태윤 없는 태윤 팀도 큰 그림이었던 거 아닐까.”

내가 강현성이랑 이구동성 퀴즈 좀 맞혔다고 벌써 배신자 취급이다.

이거 나중에 무대 하는 거까지 보면 날 온리원에 내다 팔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난 어깨를 으쓱하는 걸로 형들의 야유를 가볍게 받아쳤다.

그러자 형들은 오히려 더 분기탱천해서 야유를 퍼부었고, 그게 유머 코드로 작용한 건지 현장에 웃음이 퍼졌다.

“자! 그럼 이제 다음 팀 나와서 게임 진행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게임은 동준이 형과 연훈이 형이었다.

난 두 형들이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는지 지켜봤다.

한데,

‘왜 둘인 거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두 사람을 내보낸 건가 싶다.

둘은 사고회로가 전혀 다를 텐데.

아니나 다를까,

“짜장라면 vs 짬뽕라면”

짜장면 vs 짬뽕의 짝퉁 같은 클래식한 질문 앞에,

“짜장라면!”

“짬뽕라면!”

둘은 곧바로 무너졌다.

“끝! 다음 팀 나오세요!”

박수철 PD는 당연히 이래야지, 라는 득의양양한 표정과 함께 해맑게 끝을 외쳤다.

연훈이 형과 동준이 형은 서로 탓이라고 논쟁을 주고받으며 팀으로 복귀했다.

루미닌 팀은 무난하게 한 5개 정도 같은 답을 고르다가 여섯 번째에서 무너졌다.

최종 스코어 18개로 우리 팀이 첫 번째 게임을 가져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더님.”

“수고 많았어요, 태윤 씨.”

“아닙니다.”

두 번째 게임은 몸을 쓰는 게임이었다.

이 또한 클래식한 게임인데 몸에 붙은 포스트잇들을 손을 쓰지 않고 떼어내는 거였다.

한 사람씩 대표 선수가 나와서 진행했는데 우리 쪽은 블레슈의 강진규가 나갔다.

강진규는 본인이 이런 몸 쓰는 거 진짜 잘한다며 믿어달라면서 나갔으나,

“강진규 씨! 꼴등입니다!”

“아…….”

꼴등을 하고 말았다.

1등은,

“세이렌 이운 씨, 와 엄청 빠르시던데요?”

“전 무슨 몸에 모터 같은 게 달려 있는 줄 알았어요.”

운이 형이었다.

운이 형은 정말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나오더니 마치 전력질주를 하듯 제자리뛰기를 했다.

그 속도와 동작이 워낙에 박력이 넘쳐서인지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웃음은 운이 형이 약 20초 만에 모든 포스트잇을 떨어뜨리고 난 후에야 터져 나왔다.

우리 팀에서 대표주자로 나간 강진규는 하필이면 운이 형 옆에 자리를 잡아버렸고, 넋 놓고 운이 형의 진기명기를 보다가 결국 뒤늦게 게임을 시작해 버렸다.

그 결과 꼴등을 하고 말았고.

“면목 없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무슨 바람이 불 정도로 엄청나게 열심히 뛰는 걸 보니까.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진규는 본인의 꼴등을 인정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항변했다.

사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았으므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게임은 아이돌 서바이벌다운 게임이 하나 나왔다.

랜덤플레이 댄스였다.

이 게임은 두 사람이 한 조로 나오는 게임이었다.

각 팀당 두 명씩의 대표주자가 선정되어야 했다.

우리 팀은 온리원의 박영호와 이철운이 나가게 됐다.

이철운은 살짝 자신 없는 모습을 내비쳤으나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루미닌 팀은 루미닌네 메인댄서와 메인보컬이 나왔고.

한데 우리 형들이 속한 팀에선 끝까지 대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아! 저희가 할게요! 저희 진짜 잘한다니까요!”

“그런데, 그, 도영 씨랑 지혁 씨도 하고 싶으셨다니까. 어느 정도 공정하게 기회를 줘야 하잖아요.”

“아 진짜. 우리가 춤 더 잘 추는 거 알면서 왜 그래요.”

“……네?”

우리 형들 팀의 빌런.

트롤 오브 트롤.

가능하면 대가리 세게 때려보고 싶은 인간 공동 1위.

원바이원의 김준혁과 이영준이 땡깡을 피우고 있어서였다.

이걸 실제 내 두 눈으로 직관하니 형들이 한 말이 더 와닿는다.

이게 사운드만 들으면 분명 저런 폐급이 없다.

한데 이미지와 모션을 함께 보면,

‘애매하네.’

마치 친한 사람에게 애교 부리듯 그러고 있다.

스킨십도 하고, 눈웃음도 짓고, 아양도 적당히 떠니 말이다.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렵게 말이다.

물론 공기로 전해지는 불편함이 있기에 저게 좋아 보일 리는 없다.

어딘가 강압적인 면도 분명 있고.

하지만 카메라라는 필터를 한 번 거친다면 저게 일방적으로 무례해 보이진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친한 형에게 부리는 귀여운 땡깡 정도로 넘어갈 만한 구석도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 형들이 애를 먹은 거였네.’

방송 나가면 쎄하다고 욕은 좀 처먹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나락 갈 정도는 아닐 거 같았다.

가능하면 한번 기를 죽여야 한다.

적어도 우리 형들이 무대 하기 전까지 다루기 쉬울 정도로는 말이다.

다만 당장 보일 만한 뚜렷한 방법은 없다.

그래도,

“혹시 철운 씨.”

“네?”

“그, 랜덤플레이 댄스 괜찮으시다면 제가 나가볼 수 있을까요?”

“정말요?”

저 자식들 표정 썩어들어가는 건 한 번보고 싶었다.

우리 팀의 이철운은 랜덤플레이 댄스에 크게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분위기상 휩쓸려 나가는 눈치였고.

해서 내가 대신 나가도 되냐 물어보니 크게 반기는 눈치였다.

“정말 태윤 씨랑 저랑 같이 나가는 거예요?”

한데 박영호도 이철운 못지않게 크게 나를 반긴다.

“네, 뭐.”

난 다른 팀원들에게도 내가 대신 나가도 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다들 뜻대로 하라는 주의였다.

해서 내가 박영호와 함께 나갔다.

“저 랜덤플레이 댄스 진짜 잘해요! 매일 교회 캠프 가서도 추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많이 췄어요.”

“아, 그렇군요.”

“진짜 최근 노래 춤은 어지간한 건 다 알아요, 진짜.”

“좋네요.”

난 박영호의 말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끄덕하며 생각했다.

통찰의 쓰임에 대해 말이다.

통찰은 하루에 한 번밖에 쓰지 못한다.

다만,

‘한 번을 길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통찰의 통제권이 내 손에 들어왔으니 그 시간도 얼추 늘리는 게 가능할 거다.

실제로 매번 통찰을 쓸 때마다 점점 그 감각에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아마 지금이면 조금 더 길게 늘리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러면 랜덤플레이 댄스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가자 랜덤플레이 댄스가 시작되었다.

춤이 틀리는 팀이 탈락하는 구조다.

두 사람이 나온 만큼 둘 중 한 사람만 남아 있어도 된다.

난 음악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지이잉-

통찰을 사용했다.

다소 길고, 아주 강력하게.

* * *

박영호는 지금 랜덤플레이 댄스에 자신이 있다고 발언한 약 5분 전의 자신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프로게이머에게 나 게임 잘한다고 자랑한 것이었고.

운동 선수에게 나 운동 잘한다며 우쭐댄 꼴이었다.

랜덤플레이 댄스가 시작되자 봉태윤을 중심으로 공기가 달라졌다.

박영호는 살면서 그토록 박력 넘치는 랜덤플레이 댄스를 본 적이 없다.

랜덤플레이 댄스의 묘미란 살짝의 버벅임 끝에 그럴듯하게 안무를 수행해 내는 짜릿함에 있다.

그 긴장감이 시청자들을 통해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고.

하지만 지금 옆의 봉태윤은 긴장감과 짜릿함 따위 없었다.

완벽함.

경이로움.

전율.

이 표현이 더 어울렸다.

-네 마음에 Shooting star-!

-콩닥콩닥 두근대-!

심지어 나온 지 10년은 더 된 걸그룹의 쌈마이 컨셉 곡까지 완벽한 싱크로율로 해내고 있었다.

저 춤선.

저 표정.

저 안무 수행력.

저 파워까지.

마치 그 시대 무대를 그냥 그대로 베껴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 박영호는 스스로 랜덤플레이 댄스를 포기한 채 뒤로 스르륵 물러났다.

어느 순간 무대 위에 남은 건 봉태윤뿐이었다.

제작진들조차 경이롭게 봉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봉태윤 눈엔 은은한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저것이 몰아의 경지.

춤과 하나가 된 장인이라 할 수 있었다.

* * *

“태윤 씨! 그만!”

통찰을 쓰다 보니 춤에만 내 온 정신이 가 있었다.

해서 PD의 그만, 이란 말을 듣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난 급히 통찰을 해제했다.

그러자,

후웅!

심각한 현기증과 함께,

“어어어!”

쿵.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말았다.

겨우 다리에 힘을 주고 참았다.

다만 두통이 심해서 이를 악물어야 했다.

방송에 나가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자 고통을 삼켰다.

한데,

“하하하하하!”

“와 대박!

“다들 박수 쳐주세요!”

“이건 진짜…….”

“제가 본 랜덤플레이 댄스 중 최고였습니다.”

“춤추다가 다리 풀리신 거예요, 지금?”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내가 잠깐 휘청거린 게 진짜 아파서 휘청거린 게 아니라 너무 집중하다 보니 중심을 잃고 휘청인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무대에 나밖에 없네.’

나만 앞에 나와 있고 다들 뒤로 빠진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나 혼자 랜덤플레이 댄스 학살극을 찍었나 보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다만,

‘속은 시원하네.’

저 뒤, 김준혁과 이영준이 어처구니없단 듯 날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속은 시원했다.

아마 지들이 랜덤플레이 댄스 주인공이 될 줄 알았나 보다.

한데 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다 가져가니 분한 모양이다.

저 표정을 보니 긴 통찰을 사용해 본 게 후회는 없었다.

단점은,

‘머리가 좀 아프네.’

몸에 무리가 분명하게 간다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1등! 태윤 씨 1등입니다! 나 진짜 감동받았어요!”

박수철 PD의 공언과 함께 우리 팀이 또 1등을 했다.

총 3개의 게임 중 두 개의 게임을 이겼으니 우리가 최종 1등이기도 하다.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열심히 해버린 것 같다.

“수고 많았어요.”

강현성이 앞으로 나오더니 내 등을 토닥였다.

왜 남의 등을 허락도 안 받고 토닥이나 싶어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다만 나빴던 기분이 금세 좋아질 정도의 일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돌발 미션 발발]

돌발 미션이 발발했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돌발 미션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다만 오늘은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는데,

[촬영 쉬는 시간에 화장실 변기 칸에 가장 먼저 숨어 들어가 있으시오.]

[성공 시, 김준혁, 이영준 약점 획득.]

[실패 시, 세이렌 멤버들의 스트레스 상승.]

오늘 처음으로, 시스템이 나한테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귓가에 들려온 문구.

[김준혁, 이영준 약점 획득.]

‘이게 시스템이지.’

처음으로 회귀자 같은 기분이 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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