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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82화 (82/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82화

[돌발 미션 발발]

[촬영 쉬는 시간에 화장실 변기 칸에 가장 먼저 숨어 들어가 있으시오.]

[성공 시, 김준혁, 이영준 약점 획득.]

[실패 시, 세이렌 멤버들의 스트레스 상승.]

난 귓가에 파고들었던 돌발 미션의 내용을 다시 한번 복기했다.

아무리 들어도 달콤하게 들리는 저 문구.

김준혁과 이영준의 약점 획득, 이라는 문구였다.

이 얼마나 기다려온 특혜란 말인가.

회귀자란 보통이 이래야 한다.

안 그래도 강해질 게 뻔한 놈한테 시스템이라는 치트 마저 쥐여주는 거니까.

한데 난 시스템이라는 치트가 혜택은 쥐꼬리만큼 주고 퀘스트만 더럽게 어려운 걸 던져주곤 했는데,

‘이거지.’

지금 이건 내가 받아본 미션 중 가장 쉽고, 가장 시의적절했다.

내가 혼자 미소 짓고 있는 걸 본 걸까.

박영호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태윤 씨 랜덤플레이 댄스 진짜 대박이었어요! 저 정말 이렇게 랜덤플레이 댄스 잘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아? 네? 아, 네.”

“진짜 어쩜 그렇게 곡이 바뀔 때마다 눈빛이 그렇게……. 저는 무슨 그 중국에 그 변검 같은 거라도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난 박영호의 주접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곤 김준혁과 이영준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저 둘 표정이 뚱한 것이 아주 잔뜩 짜증이 났나 보다.

저 표정을 두 번째 보는 것이지만 볼 때마다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때 동준이 형과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잘했다. 태윤아.

동준이 형이 눈웃음을 지으며 입 모양으로만 그리 말했다.

난 그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곤 돌발 미션의 내용에 대해 생각했다.

약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내용을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었다.

사실 내용 자체는 간단했다.

촬영 쉬는 시간 중 화장실 변기 칸으로 들어가란 것.

사실 그간 해왔던 미션들에 비하자면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쉽다.

우선 이곳에 화장실은 야외에 하나가 있다.

그 외 화장실들은 아마 각 건물 안에 있겠지.

다만 건물 안쪽 화장실에 침투해 있으란 건 아닐 거다.

변기 칸에 따로 숨어 있으라, 라는 지시인 걸 보면 공용화장실일 테니까.

그렇다면 저쪽의 야외화장실이 유일한 장소이다.

‘촬영 쉬는 시간은 언제이려나.’

난 대충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아직은 촬영을 하는 분위기였다.

최종 1등을 한 우리 팀의 리액션 컷을 조금 더 따고 있었다.

관건은 숙소 정하기까지 다 촬영을 끝낸 후 쉬는 시간을 가질지, 아니면 지금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는지였다.

아마,

“자! 그러면 지금부터 최종 1등을 한 강현성 씨 팀이 먼저 숙소를 정하기로 하겠습니다!”

숙소 정하기까지 끝내고 쉴 터다.

끊기 애매한 타이밍일뿐더러 어차피 숙소를 정하고 나면 굳이 따로 시간 뺄 필요 없이 자유시간이 주어질 테니까 말이다.

난 우리 팀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

강현성을 비롯한 온리원 멤버들과 블레슈 강진규, 원바이원의 김상훈, 최진영까지.

모두 나를 빤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왜 날 저리 쳐다보나 싶었는데,

“숙소 안 골라요?”

강현성이 이리 묻는다.

“제가 고르라고요?”

왜 선택권을 나한테 준 건가 싶었는데,

“저희 총 두 경기 이긴 거 전부 다 태윤 씨 덕분이잖아요.”

온리원의 김시운이 이리 말해준 덕에 대충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치.

내가 두 경기 다 승리로 이끌긴 했지.

다만,

“전 숙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요.”

난 세 개의 숙소 중 뭐든 상관이 없었다.

“진짜 골라도 되는 거면 아무 옵션 없는 숙소 고릅니다?”

자쿠지고 게임이고 그냥 잠 푹 자는 게 최고다.

“괜히 연습할 시간에 다른 데로 시선 팔릴 수도 있잖아요. 그냥 애초에 유혹이 될 요소들을 제거하고 시작하는 게 최종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해서 난 옵션 없는 숙소가 최고의 숙소라 생각한다.

난 나름 논리 있게 말했다 싶었는데 팀원들 얼굴이 실시간으로 사색이 되어간다.

팀원 중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건 강현성 하나뿐이었다.

이거 옵션 없는 숙소 골랐다간 역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말 저한테 숙소 결정권 맡겨도 되겠어요?”

해서 다시 한번 발언을 번복할 기회를 줬고.

“투표로 고릅시다, 여러분.”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나에게 숙소 결정권을 줬던 걸 도로 가져왔다.

그렇게 팀원들의 투표 끝에 나온 숙소는,

“저흰 자쿠지 숙소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네! 강현성 팀, 자쿠지 숙소 배정입니다!”

“와아아.”

난 적당히 기계적인 리액션을 해주며 박수를 쳤다.

그래 뭐.

게임방 숙소보단 이게 낫지 않나 싶었다.

자쿠지는 길어봐야 30분이면 끝날 테니까.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은 죽치고 있어야 한다.

게임방 숙소는 당연하게도 2등을 했던 태윤 없는 태윤 팀이 가져갔다.

“태윤 없는 태윤 팀 게임방 숙소 배정입니다!”

“와아악!”

“게임!”

저쪽 사람들은 진심으로 좋아하며 소리를 질렀다.

특히 좋아하던 건 김준혁과 이영준이었는데,

‘쟤네 좋아하는 거 보니까 화나네.’

게임방 숙소를 내가 가져왔어야 하나 싶다.

아무 옵션이 없는 방은 3등을 했던 루미닌이 가져갔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자유시간 가지시면 됩니다! 자유롭게 쉬시면서 숙소 구경도 하고 짐도 풀고 하세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그 시간이 찾아왔다.

“넵!”

“감사합니다!”

자유시간 겸 숙소 탐방 촬영이 이어질 시간이었다.

“태윤 씨! 얼른 들어가서 자쿠지 구경해 봐요!”

박영호가 신나서 내게 이리 말했지만,

“전 화장실 좀 가려고요.”

난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빠르게 변기 칸으로 숨어들었다.

변기 칸, 이라는 구체적 장소까지 특정 지어준 이상, 내가 예상한 바로 그 전개일 것 같았다.

클리셰이긴 하나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개연성이 있으니 클리셰가 된 거다.

난 변기 칸에 들어간 후 숨을 죽였다.

그러곤 핸드폰 녹음 기능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아 봉태윤 개X끼 춤 개같이 추는 거 봤냐?”

“걸그룹 년들 춤추는 거 볼 때 개토악질 나왔음 리얼.”

욕을 하며 그 두 놈이 화장실에 들어왔고.

난 미리 켜두었던 녹음기능에 감사했다.

* * *

김준혁과 이영준은 야외 화장실로 들어가며 촬영 중 쌓였던 짜증을 마구 토해냈다.

그들이 주로 짜증을 토해내는 방법은 욕과 담배였다.

“아 봉태윤 개X끼 춤 개같이 추는 거 봤냐?”

“걸그룹 년들 춤추는 거 볼 때 개토악질 나왔음 리얼.”

방송에선 욕을 할 수 없다 보니 이렇게 마이크 내려갔을 때 실컷 해두지 않으면 안 됐다.

해서 평소보다 더 세게, 마치 내가 욕을 이렇게나 잘해요, 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욕들이 튀어나갔다.

그들은 랜덤플레이 댄스에서 활약했던 봉태윤을 씹으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맘 같아선 스태프들 흡연장에서 같이 피우고 싶었으나 괜히 관리도 안 한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 몰래 숨어서 피우는 거였다.

두 사람은 마치 누가 더 거칠게 말을 할 수 있는가 대결이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욕과 거친 언어들을 쏟아냈다.

“아, 가서 또 우연훈 기 X나 살려줘야겠네.”

“아니 세이렌 새끼들 감 없다니까. 우리가 하잔 대로 하면 되는데 어딜 대들어 X발.”

“내가 가서 살살 올려치기 해주면서 우리 쪽으로 끌고 올게. 좀만 더 하면 된다니까.”

“우연훈 그럼 또 아 정말로? 근데 그래도 좀 더 좋은 방향 있지 않을까? 이 지랄 할 듯.”

“착한 척 개에바야.”

“X신 새끼들 다 대가리 박게 한 다음에 쪼인트 X나 까야 돼.”

“내가 이운 다리 개박살 낼 자신 있음.”

“난 강도승. 진짜 가오 뒤지게 잡는다니까. 밖에서 만났음 진짜 개팼을 텐데.”

“니가 처맞는 거 아니고?”

“아 씹. 뭔 개소리하냐? 난 실압근이라니까. 그 새끼 풍선 근육임.”

“지랄하네, 진짜.”

그들은 담뱃재를 탁탁 털며 거울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때였다.

“페브리지 없냐?”

“여기 있어.”

“뿌려.”

“알았어.”

“아, 담배 냄새 빠질라나.”

“담배 끊든가 해야지. 매일 이 지랄이네.”

거의 옷이 축축해질 때까지 페브리지를 뿌리며 담배 냄새를 없애는데,

끼익.

변기 칸에서 끼익, 하며 철 긁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페브리지를 뿌리던 김준혁과 이영준은 흠칫 놀라며 동작을 멈춘 뒤 뒤를 바라봤다.

그곳엔 봉태윤이 있었는데,

“그거 뿌린다고 담배 냄새가 없어지겠냐.”

얼굴이 마치 나찰처럼 일그러져, 당장에라도 누구 하나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표정이었다.

김준혁과 이영준이 상황파악을 마치기도 전,

-아 봉태윤 개X끼 춤 개같이 추는 거 봤냐?

-걸그룹 년들 춤추는 거 볼 때 개토악질 나왔음 리얼.

봉태윤은 핸드폰을 들어 녹음해 두었던 파일을 재생했고.

“백업까지 끝났으니까 개수작 부릴 생각 말고 대가리 박아.”

화장실 구석에 놓여 있던 대걸레 봉을 뽑으며 말했다.

김준혁과 이영준은 순간 합공해서 봉태윤을 잡을까 생각했다가,

‘X됐다.’

‘X발’

여기서 그나마 사건을 안전하게 덮을 방법은 대가리 박는 것일 뿐임을 깨닫곤 순순히 정수리를 타일 바닥에 맞붙였다.

* * *

난 대걸레 봉을 바닥에 찧으며 고민했다.

이 새끼들 볼기짝을 진짜 피가 터지도록 줘패야 하나 싶어서.

처음엔 온몸 구석구석 가릴 데 없이 구타하려고 대걸레 봉을 뽑았으나 막상 때리려니 찜찜했다.

이따위 새끼들한테 직접 손까지 써야 하나 싶어서.

일단 대가리 박고 있는 모습이 꽤 고통스러워 보이긴 했기에 구타까지 하진 않았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 자식들이 하는 말의 수위가 내 예상범위를 벗어났다.

운이 형 다리를 박살 낸다느니.

도승이 형을 패겠다느니.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나마 화를 삭이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했다.

이 새끼들 정수리에 빵꾸가 날 만큼은 났다 싶을 즈음 난 녀석들을 발로 확 밀어버렸다.

김준혁과 이영준은 그대로 옆으로 밀려나더니 화장실 바닥을 굴렀다.

“똑바로 서세요.”

내가 명령하자 둘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우.”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한숨을 푹 내쉰 후.

난 두 놈들을 빤히 쳐다봤다.

이 자식들을 보내버릴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이 녹음본을 풀어버리기만 하면 원바이원을 포함한 이 두 놈은 나락이다.

이놈들이 한 대화는 단순히 욕을 많이 섞었다는 게 끝이 아니다.

다분히 여성비하적인 언행들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으며.

조롱과 멸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돌이 욕해서 논란이다, 에서 끝날 일이 아니란 거다.

저 자식들도 그걸 알고 있어서인지 나한테 이토록 복종적으로 구는 것일 테고.

맘 같아선 싹 풀어버리고 이대로 나락 보내버리고 싶었으나.

‘……무대가 남은 게 아쉽네.’

어쨌든 이 자식들은 우리 형들이랑 무대를 해야 한다.

이따위 쓰레기들을 다시 형들 곁으로 보내는 게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다만 무대는 무대다.

그러니 적어도 말이라도 잘 듣게 손이라도 봐줘야 한다.

“나가서 우리 형들한테 한 번만 더 싸가지없게 하면 이 녹음본 다 풀어버릴 겁니다.”

해서 난 최소한의 타협안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면 주둥이 절대 함부로 놀리지 말고, 무조건 협조적으로 구세요.”

우리 형들 앞에서 싹싹하게 굴고, 무대에 협조하라고.

사실 이 정도면 굉장히 신사적인 제안이었다.

김준혁과 이영준도 그걸 안 건지,

“……저, 정말이죠?”

정수리를 매만지면서도 눈동자를 빛냈다.

이 자식들이 묘한 희망에 차는 걸 보니 또 짜증이 난다.

하지만 여기서 더 조졌다간 무대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 겨우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녹음본이 풀렸을 때의 여파가 단순히 저 둘에게만 이어지고 끝일지. 아니면 프로그램 자체의 하락세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점은 풀지 않고 쥐고 있을 때 효과적이니까.’

이걸 인터넷에 풀어버리면 저 트롤 두 마리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이왕 망한 거 다 같이 망해보자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개싸움을 걸어올 수 있다.

지금 같은 타이밍에선 남이 퍼뜨리는 헛소문이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은 이 정도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약점이 내 손에 있어야 저 둘을 컨트롤 할 수 있을 테니까,

난 화를 누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다만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시, 이 녹음본 다이렉트로 인터넷에 풀어버릴 거니까 제 귀에 안 좋은 소리 안 들리게 하세요.”

김준혁과 이영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세요, 이제.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난 대걸레 봉을 벽에 내던지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엉거주춤 눈치를 보며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난 두 사람이 나가고 난 후에야 벽에 등을 기댄 후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떻게 한 건 해결하긴 했으나 사실 뒷맛이 깔끔한 건 영 아니었다.

저 자식들이 정말 형들 앞에서 잘할지도 미지수이기도 하거니와,

‘걱정되네.’

저 추한 새끼들을 다시 형들 곁에 보내둔다는 게 제일 거슬렸다.

맘 같아선 차라리 부상이라도 입혀서 하차하게 만들어야 했나 싶었다가,

‘그럼 내가 범죄자가 되겠네.’

그건 범죄라 차마 저지를 순 없었다.

난 한숨을 푹 쉬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저 자식들 탓에 몸에 담배 냄새가 밴 것 같아 조금 환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한데,

“사람 잘 쪼네요. 태윤 씨.”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며 귀에 대고 이리 말했다.

놀라서 뒤를 바라보니,

“숙소 들어가죠.”

강현성이 서 있었다.

“녹음이나 녹화 같은 거 나는 안 했으니까 걱정 마요.”

“…….”

……이거 아무래도 이 자식이랑은 단단히 잘못 엮인 거 같았다.

어떻게 뭐만 하면 늘 강현성이 뒤에서 튀어나올 수가 있는 건지…….

“하아.”

골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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