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88화
더쇼케이스2의 방영분 중 쉬어가는 타임이라 할 수 있는 미니게임 방영분.
경연 없이 이뤄지는 방영분이기에 밋밋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해당 방송은 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방송의 첫 시작은 지난 무대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고.
얼마나 열심히 무대들을 해왔는지를 적당히 슬로우도 걸고 효과도 넣어주며 아련하게 편집해 주었다.
-촬영 시작 후 숨 가쁘게 뛰어온 각 그룹의 멤버들.
이라는 자막이 달림과 동시에 화면이 전환.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밝은 세트장이 등장한다.
그곳에 파스텔톤 체육복을 입고 각 그룹의 멤버들이 들어온다.
여기까진 흔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서브 플롯 느낌이었다.
-지들이 갈궈놓고 지들이 힐링시켜준다는 거임?ㅋㅋㅋㅋㅋ
-병 주고 약 주네ㅋㅋㅋㅋ
-가끔 서바 피디들 양심 어디 달렸는지 궁금하긴 함ㅇㅇ
사람들은 적당히 영상을 흘려보며 재밌는 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더쇼케에 아무리 과몰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오프닝 구간이 재밌을 수는 없을 테니까.
이때까진 방송 화면에 시선이 머무는 것보단 SNS를 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다.
본격적인 게임 전.
각 그룹의 멤버들이 차를 타고 들어오는 장면이 VCR 느낌으로 송출되었다.
이때 각각의 그룹들에게 어떤 게임을 할지 물어보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흐음. 뜀틀 같은 것도 있나요? 너무 체육 수행평가 느낌인가. 하하.
블레슈의 한도영이 이런 말을 했고.
-그거, 그, 노래 빨리 맞히기요!
온리원의 김주현이 이런 말을 했으며.
-어젯밤에 미국에서 하는 핫도그 많이 먹기? 그런 거 봤었는데. 그런 것도 있을까요?
원바이원의 최진영은 핫도그 빨리 먹기를.
-레몬 먹기?
세이렌의 우연훈이 레몬 먹기를 말했다.
-미니게임 대회면 보물찾기 같은 게임도 있으면 좋지 않나요?
마지막 루미닌의 유진원이 보물찾기를 말한 순간 화면이 암전.
배경이 W넷 소품 창고로 이동한다.
그곳에 작업복을 입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스태프가 나오더니,
-네. 방금 각 멤버들이 레몬 먹기, 미국식 핫도그 먹기, 전주 듣고 노래 맞히기, 보물찾기, 뜀틀 뛰기 말했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게임 내용을 들음과 동시에 창고를 뒤지더니 장비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
-걍 게임 듣고 즉석으로 소품 준비하는 거임?
-ㅁㅊㅋㅋㅋㅋ 아니 얘네는 왜 스태프도 서바이벌임?
한 스태프는 뜀틀과 매트를 찾아내고.
다른 스태프는 전주 듣고 노래 맞히기에 사용할 스피커를 찾아내고.
또 다른 스태프는 보물찾기에 쓸 보물이 들어갈 플라스틱 볼을 찾아낸 후 보물 리스트까지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외 다른 스태프들은 레몬을 사온다든가, 미국식 핫도그 재료를 공수해 온다든가 하는 일을 수행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감이 잘 살아난 영상들이었다.
-빨리, 빨리!
-으아아!
-레몬! 레몬 다 주세요!
-다유?
-네!
-왐마 신 거 잘 묵는갑네. 허허허. 이거 다 묵으면 죽는디.
-안 죽어요!
-알겠슈.
한 스태프와 과일 가게 사장님의 만담은 온도 차가 극명하게 달라 소소하게 화제가 되어 돌아다녔다.
-ㅋㅋㅋㅋ이거 나랑 내 최애 온도 차 같음ㅋㅋㅋㅋ
-내가 들어본 죽는단 말 중에 제일 느긋함ㅋㅋㅋㅋㅋ
다만 과일가게 사장보다 더 화제가 되는 짤이 있었는데
-레몬 먹기 우연훈.jpg
-아 미친 저거 말하는 게 저렇게 귀여울 일임?
└미쳤다고요 우연훈 얼굴
-우리 말랑복숭아가 레몬 먹고 싶대ㅠㅠㅠㅠ
-레몬 먹기? 하면서 고개 살짝 옆으로 꺾는 게 jonna 여우 같음;;
-우연훈 그런 줄 몰랐는데 극악무도함
-동족 말살하네
-복숭아가 같은 과일 먹어도 됨?
속칭 레몬 먹기 우연훈 짤이었다.
최근 남돌 중 이렇다 할 비주얼 멤버가 없어 아쉬워하던 케이팝 팬들 대부분이 빠르게 우연훈에게로 모여드는 추세였다.
강현성이 더 잘생겼다.
우연훈이 더 잘생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다만 이목구비 자체의 화려함과 객관적인 생김새는 우연훈이 더 낫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긴 했다.
어떤 게임을 할지가 드러나고.
소소하게 웃긴 과일 가게 사장님과의 만담이 나오고.
얼굴로 화제성을 일으킨 우연훈 덕분일까.
서서히 방송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방송의 고삐를 짧게 잡고 빠르게 속도를 내야 하는 때.
-자! 오늘 게임들에서 종합 1등을 한 팀에게 돌아가는 경품은 무엇이냐! 아, 이거 엄청난 경품이라 다들 놀라실 거 같은데요! 무려 킹시콜라의 광고 출연권입니다!
이번 게임의 우승 상품이 공개되고,
-와 대박인데 이건?
-더쇼케가 잘나가긴 하나 봄. 대형 스폰서 바로 물어오네.
-자 그러면 첫 번째 게임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준비됐나요?
-네에에!
-첫 번째 게임은 바로! 레몬 빨리 먹기입니다!
곧바로 첫 번째 게임인 레몬 먹기가 시작되었다.
-아ㅁㅊ 애들 빈속일 텐데 레몬부터 갖다 박는 거임?
-저거 오전 촬영 아니었음?
-ㅅㅂ 보는 내가 속 쓰림;;
사람들은 초장부터 레몬을 꺼내버리는 제작진들의 악랄함에 잠시 욕을 퍼부었다가,
-자! 누가 먼저, 아! 세이렌분들이 먼저 하시겠어요?
-네. 저희 리더가 세운 업보니까 저희가 치워야 할 거 같습니다.
-태윤아!
막상 재밌는 구간이 나오니 그 장면들을 보고 즐거워했다.
-형이라도 가차 없이 까는 편.
-봉태윤 저 상황 안 가리는 객관안이 너무 웃김ㅋㅋㅋㅋㅋ
-저게 진짜 광기 아님?
레몬 먹기 게임의 초반 분량은 세이렌이 전부 가져갔는데,
-태윤 씨, 신 거 잘 먹어요?
-아뇨.
-얼굴이 너무 평온한데요?
-지금 이거 너무 신데요?
-아니, 안 셔 보인다니까요.
-아뇨, 엄청 셔요.
-그렇게 시다고 말하면서 하나 더 까먹지 마요.
봉태윤의 조용한 하드 캐리와.
-아아아아악!
-연훈 씨! 괜찮아요?
-아아아악!
우연훈의 시끄러운 트롤링의 합이 꽤 재밌게 연출되었다.
-레몬 두 개 반 먹은 얼굴.jpg
└레몬 한 조각 먹은 얼굴.jpg
└누가 정상임?
└둘 다 정상 아님;;
└둘 다 잘생김ㅇㅇ
└아 근데 일케 보니까 둘이 얼굴합 개극락인데
이후 강도승, 이운, 박동준이 소소하게 활약하며,
-2분 10초 32! 와! 꽤 빠른데요?
세이렌이 레몬 먹기 게임에서 우승하는 그림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전주 듣고 노래 맞히기 게임조차도 세이렌 위주로 편집이 되었다.
이유로는 거의 정답 맞히는 기계에 가까운 봉태윤 때문이었는데,
-정답! 봉태윤! 아로의 슬픈 사진 속의 그대를!
-정답! 봉태윤! 김남경의 부둣가 그 사나이!
-정답! 봉태윤! 현정의 얄궂은 시간!
-아니 쟤 대체 정체가 뭐냐고요.
-봉태윤 진짜 뭐하는 캐릭터야?
-나 진짜 보다가 오열함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저거 진짜 미친놈 같앜ㅋㅋㅋㅋ
-거의 잠깐 누가 들어갔다 나왔는데?
-주변에 다른 팀 멤버들 개황당하게 봉태윤 쳐다봄ㅋㅋㅋㅋ
사람들은 봉태윤의 신들린 정답 행진에 SNS에 글들을 쏟아냈다.
당연하게도 두 번째 게임까지 세이렌이 가져갔다.
방송 시작 후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 때문일까.
사람들은 또 한 번 불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근데 세이렌 분량 너무 많음;;
-노골적으로 세이렌만 밀어주는데
-진짜 피디픽 안 되면 아무리 애들이 잘해도 개같이 망하는구나.
다만 이에 대한 반박도 이전보다 거세게 나왔는데
-아니 내가 피디여도 저 미친 정답 기계를 편집으로 살리지 누굴 살리겠음.
-레몬 두 개 반 먹고 멀쩡한 인간이랑 레몬 한 조각 먹고 오열하는 인간이 한 팀인데 대체 어떤 팀한테 분량을 줘야 하는 거임?
-애초에 다른 애들 계속 반응 컷 잡아주고 서사도 만들어주고 있음. 걍 걔네가 재미가 없는 거임ㅇㅇ
-재미없어서 인상 흐릿한 거 같은데 그거 가지고 분량 없다 하면 피디도 억울할 듯
-당신 그룹이 잘 잡히지 않나요? 그렇다면 본인의 최애가 못생긴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세이렌의 우연훈이 차세대 남돌 비주얼로서 각광받고 있고.
멤버 전체가 고른 능력치를 갖추고 있어 무대 또한 준수하며.
우연훈이 압도적이다뿐이지 전반적으로 빠지는 외모가 없는 데다.
자체제작이라는 타이틀까지 갖추고 있는 그룹이 세이렌이다.
아직 대중 노출도가 적다고 한들 더쇼케2는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상반기 가장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니, 세이렌도 팬덤이 모일 만큼은 모인 상태였다.
억울하게 까이는 글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만큼의 저력은 생겼다고 볼 수 있었다.
이후 핫도그 많이 먹기에선 세이렌보단 블레슈가 더 편집을 받았다.
블레슈의 팬들은 간만에 본인의 아이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에 꽤 기뻐하고 있었다.
-와 근데 블레슈 리더 진짜 잘 먹는다.
-수영부 선출이라잖아
-어쩐지 어깨가 츄베룹이더라;;
다만 우연훈의 화제성도 빠지지 않았는데,
-우리 말랑복숭아 핫도그 하나 먹고 지금 배부르다고 저러는 거야 지금??
-아 ㅁㅊ 햄스터도 아닌데 저걸 저렇게 씹어먹을 일임?
-개귀여워 진짜ㅠㅠㅠㅠ
핫도그를 전투적으로 먹어치우는 사람들 사이 혼자서 하나만 맛있게 꼭꼭 씹어먹으니 그 자체로 차별화가 된 모양이었다.
이후 방송은 크게 모난 거 없이 잔잔하게 잘 흘러갔다.
뜀틀 뛰기라는 게임이 나왔는데 크게 포인트가 될 만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냥 잘생긴 애들이 몸도 잘 쓰는구나, 라는 식의 무난한 감상만 남고 끝난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세이렌은 이 짧게 편집되어 흘러가듯 지나간 뜀틀 장면에서도 주인공 롤을 받았다.
세이렌이 모든 뜀틀에 성공하는 컷과 다른 팀들이 뜀틀에 실패하는 컷을 교차로 집어넣으며 세이렌의 운동신경을 강조하는 편집이었으니 말이다.
-애들 몸 진짜 잘 쓴다.
-연훈이 운동도 잘하네?
-이운 뜀틀 뛰는 것도 왤케 고상함?
-이운이 하면 이상하게 다 약간 고상해 보임ㅋㅋㅋ
└전부터 느낀 건데 이운 살짝 공녀님 재질아님?ㅋㅋㅋ
└ㅁㅊㅋㅋㅋㅋ이운 공녀님임?
└ㅋㅋㅋㅋㅋㅋ뭔지 알 거 같음
└내 남자친구인 공녀님 호위기사 강도승 영업합니다^^
└공녀님이 키우는 댕댕이인 박동준도 같이 영업합니다^^
이후 보물찾기가 나오고.
각 보물에서 거를 타선 없이 좋은 게 나오는 걸 하이라이트로 잡으며 방송이 끝이 났다.
다만 잡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온리원이 보물찾기에서 킹시콜라 광고 출연권을 따냈음?
-세이렌이 게임 1등 해서 받은 거 아님?
-온리원도 같이 찍는 듯.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음.
온리원의 킹시콜라 광고 출연권에 대한 논란이었다.
다만,
-뭐, 근데 사실 광고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긴 함;;
-에휴 넘어가자.
아무리 단순 소비자라 한들 업계를 모르는 건 아니니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방송이 마무리되고.
SNS에서 한창 방송에서 나온 클립들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며 2차 소비를 시작할 때.
더쇼케2의 주인공들인 다섯 그룹의 멤버들은 그다지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세이렌이 노골적으로 주인공 롤을 받은 회차였다.
1화와 2화에 이어 3화까지 주인공이 동일했다.
그 말은 곧, 다들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단 거였다.
이미 이 게임의 우승자는 정해져 있고.
본인들의 발버둥은 정말 발버둥에 지나지 않단 것을.
“방송이 참 재밌게 편집이 됐네요.”
“아, 하하 그렇죠.”
“하하하…….”
“게임 할 때에도 재밌게 잘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더 재밌더라고요.”
“세이렌분들 좋으시겠어요.”
“완전 이번 화의 MVP들!”
“진짜 부럽다~”
문제는 방송에서의 강자가 세이렌이 되었다 한들, 현장에서의 세이렌은 아직 이런저런 태클을 받기 충분한 위치였단 거다.
강현성 같은 멤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정식 데뷔를 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사방에서, 좀 더 특정하자면 루미닌이 있는 쪽에서 들려오던 칭찬을 가장한 비아냥들이 계속 이어진다 싶을 때.
“제가 봐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칭찬들 감사합니다. 응원에 힘입어 더 분발하겠습니다.”
“아.”
“…….”
봉태윤의 한마디에 현장이 적막해졌다.
현장에선 가장 막내지만, 기 하나로 연장자들을 전부 찜 쪄 먹는 막내가 저기 버티고 있었다.
* * *
난 애매하게 흘러갈 뻔한 분위기를 컷트했다.
타 그룹들……이라기보단 그냥 루미닌 놈들의 괜한 꼽을 정면으로 받아버렸다.
형들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으나 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이런 분위기일수록 당당해야 한다.
방송이 우리 위주로 편집이 된 건 맞다.
근데 어쩌라고.
우리가 진짜로 잘했던 건데.
현장 분위기가 불편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우린 당당해도 된다.
무엇보다,
‘왜 꼽을 주고 X랄이야’
나랑 우리 형들한테 괜히 기강 잡으려는 저 꼴이 너무 어처구니없었다.
해서,
“방송이 재밌게 잘 나오고 있으니 그 기대에 부합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희 팀뿐만이 아니라 모두 다 같이요.”
그냥 들이받아 버렸다.
다 같이 잘 해보자.
그 말은,
‘오늘처럼 편집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탓할 게 아니라 너네가 분발해, 이 X끼들아.’
순화하지 않다면 딱 이 정도의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