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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94화 (94/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94화

참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이 어두운 호숫가에서까지 온리원을 만나게 되는 건지.

온리원 팬들은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소원일 텐데.

우리 팀은 정말 질리게 온리원과 마주친다.

“근데, 우셨어요? 그, 막 아까 우는 소리 같은 게 들려서 와봤는데, 두 분 얼굴이…….”

“아!”

“흐읍!”

온리원 김주현의 물음에 연훈이 형과 운이 형이 얼굴을 슥슥 문지른다.

눈물 자국을 나름 지워보려는 것 같으나,

‘이미 다 찍혔는데, 뭐.’

우리 캠에도, 저쪽 온리원 캠에도 다 찍혔다.

온리원 캠으로 보자면 방송적으로 묘한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야심한 시각. 어두운 호숫가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왔더니…… 야생의 세이렌이 목 놓아 흐느껴 울고 있었다……!

대충 이런 느낌의 편집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난 머릿속으로 방송 영상 상상을 해보다가 그만두었다.

하면 할수록 우리가 개그캐로 비춰질 거 같았다.

나름 진지한 이야기 하다가 운 건데.

마냥 웃긴 장면으로만 편집되면 섭섭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근데, 우리가 진지했던 게 맞나?’

다시 생각해 보니 진지했나 싶긴 하다.

어찌 보면 일상적이라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운이 형이랑 연훈이 형이 급발진하듯 울어버린 거니까.

눈물 자국을 닦는 운이 형과 연훈이 형을 보는 온리원 멤버들 표정이 묘하다.

마치 보면 안 될 걸 본 것 같은 얼굴들이다.

난 아무 말 않고 뒤에 서 있던 강현성과 눈이 마주쳤다.

강현성은 날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쿠지 날 이후부터 어딘가 어색해진 느낌이었다.

아니, 어색해졌다고 하긴 좀 그렇다.

쟤랑 나랑 어색해질 게 뭐가 있다고.

애초부터 어색했던 사인데.

이건, 뭐랄까.

‘빡쳤나?’

강현성이 나한테 화가 난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손절을 치려고 하거나.

난 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한다 해서 뭐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 저희는 일단 마저 지나가겠습니다. 하하.”

“멤버분들끼리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하하……. 감사합니다…….”

온리원은 여기에 더 있어 봤자 서로에게 딱히 도움 될 게 없음을 깨달은 건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박영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해맑게 웃고는 ‘연습실에서 봐요’라는 말을 던진 후 사라졌다.

다시 어둠 속에 우리만 남게 되었을 때.

“갑자기……. 울었던 거 방송에 어떻게 나갈지 걱정되기 시작했어…….”

현실을 파악한 운이 형이 부끄러워했고,

“난, 이미 너무 많이 울어서. 그냥 두려고…….”

체념한 연훈이 형이 대답했다.

“일단 저희도 돌아갈까요?”

“그래.”

“가자~”

우린 다 같이 차에 올라탔다.

이번엔 운이 형이 조수석에 타고 내가 뒷좌석에 탔다.

오른쪽 왼쪽에 도승이 형, 동준이 형을 둔 채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그래서 태윤아, 연훈이 형이랑 운이가 왜 운 거야?”

“저 두 사람 뭐 있어?”

둘이 동시에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아.’

ASMR도 이런 ASMR이 없다.

“몰라요.”

“좀 알려줘 임마.”

“우우. 알 권리 보장하라.”

“몰라요.”

말하고 싶지도, 말할 마음도 없다.

난 그냥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고, 도승이 형과 동준이 형은 날 깨우려고 장난을 치다가 결국 가만두었다.

* * *

한밤중의 드라이브가 도움이 된 건지 고모를 만나 울적했던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

다소 늦은 밤 중에 돌아오긴 했으나 그날도 꿀잠을 잘 수 있었고, 우려했던 피로 누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1등 확률 : 82%]

어제 드라이브를 나갔다 온 이후로 이 1등 확률이 2% 올랐다.

그동안엔 뚜렷한 활동이나 연습 등을 통해 올랐던 확률인데,

‘왜 오른 거야 대체?’

컨디션 관리도 나름 관리이니 그래서 오른 건가 싶었다가, 그 정도로 쉽게 오를 확률이 아니란 걸 지난 경험으로 알고 있다.

‘뭔가가 일어났단 건데.’

인상적인 걸 꼽으라면 아이돌이 왜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였다.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뭔가, 연결점이 있는데?’

이번 3차 경연을 준비하며 1등 확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본 결과, 어떤 법칙이 있던 것 같다.

‘내 마음가짐인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 보면,

‘내 아이돌 자아……겠지.’

난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 부터가 아이돌 자아가 가득한 곡이다.

편곡까지 된 버전은 더더욱이나 그렇고.

다만,

‘난 이제 꽤 아이돌처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전생의 소설가 자아는 이제 많이 옅어졌다.

사람 목숨을 걸고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절로 이전 생의 직업의식이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한데 아직도 시스템은 내게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하고 있다.

그때,

“자! 지난 일주일간 합숙 훈련 하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릴 숙소 마당에 모아둔 박수철 피디가 이리 말했다.

그래, 지금 당장은 촬영에 집중하자.

“이번 합숙이 3차 경연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난 일주일간의 촬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호오오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스태프분들에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마이크 빼겠습니다~”

옷에 차고 있던 마이크도 빼고, 숙소에서 짐까지 챙겨 나오자 정말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캐리어를 든 채 형들과 나는 마당에 다시 모였다.

“끄으으~ 일주일간 잘 있다 갑니다~”

동준이 형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펜션에 대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런 것도 다 추억이겠지?”

운이 형은 핸드폰을 들어 펜션 사진을 찍었다.

“우리 셀카 찍자, 셀카!”

연훈이 형은 카메라를 들어 셀카를 찍었다.

이건 아마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건네드려도 될 것 같다.

WD엔터 공식 SNS로 올려도 괜찮을 테니까.

물론 엠바고가 풀린 후에 말이다.

때마침,

“여러분~”

“어? 오셨다!”

저 멀리 승연 씨와 현아 씨가 오고 있었다.

우릴 부르는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합숙 잘하셨어요?”

“네!”

“열심히 했습니다.”

“저희도 여러분이 합숙하는 동안 서울에서 잘 먹고……가 아니라 잘 끝나길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방금 본심이 튀어나왔는데요?”

“하하하.”

나름 화기애애한 재회였다.

“그럼 출발할까요?”

“네~”

우린 오랜만에 고물 승합차에 올라탔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난 아까 하던 생각들을 마저 이어갔다.

‘아이돌 자아.’

시스템은 지금 나에게 저 자아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채워야 90% 이상으로 확률이 올라갈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사실 아이돌 자아를 채워야 한다, 라는 말 자체가 조금 웃긴 게,

‘그냥 무대랑 아이돌에 진심이어야 한다, 라는 거 아니야?’

뭐 노력을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이돌을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면 되는 거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제 했던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봐야 하나.’

형들과 나눴던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봐야 하나 싶었다.

다만,

‘아냐.’

형들은 이미 아이돌 자아가 충분한 사람들이다.

아이돌이라는 꿈에 진심이고, 이것만이 자신들의 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나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면,

‘스읍. 조금……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선뜻 손이 안 갈 뿐이지.

다만 난 이제 아이돌로 살아갈 거다.

지금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이돌로 사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 삶이 또 어떤 삶인지.

좀 더 직설적이고 투명하게 말해줄 사람.

난 결국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보냈다.

-3차 경연 날 나랑 아침밥 같이 먹을래요?

보내놓고 핸드폰을 덮어버렸다.

알아서 답장 주겠지, 뭐.

아이돌로 사는 게…… 벌써부터 쉽지가 않았다.

* * *

“하아~ 일주일 합숙 알찼다!”

온리원 멤버들은 캐리어를 든 채 하나둘 차량에 올라탔다.

짐 정리 할 게 많다 보니 다른 팀들이 다 떠난 후 가장 늦게 출발하는 팀이 되었다.

“빨리빨리 정리하고 출발하자~”

“네에~”

매니저의 말에 온리원 멤버들은 빠릿빠릿 움직이며 짐을 차에 실었다.

미리 짐을 다 실어두었던 강현성만 먼저 차에 올라타서 여유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때,

지잉.

강현성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문자 내용을 확인한 강현성은 잠시 멈칫, 하고 굳었다.

다만 금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기계적으로 타이핑을 한 뒤 답문을 보냈다.

답문을 다 보낸 후, 그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채로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걸까.

짐을 다 싣고 차량에 올라탄 박영호가 물었다.

“좋은 일 있어요……?”

그 물음에,

“아니.”

강현성은 단호하고 빠르게 답했다.

* * *

합숙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형들과 숙소에 돌아와 짐을 다시 풀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3차 경연을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합숙에서 얼추 다 맞춰놓은 상태였기에 연습은 점점 더 단순 노동에 가까워졌다.

동일한 동작의 완성도를 아주 터럭만큼이라도 올리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하는 일이었다.

고강도 전신 유산소 운동을 하루 종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다.

다만 3차 경연이라는 빅 이벤트 탓에 몸은 긴장 상태에 돌입했고, 긴장된 몸은 피로를 잊었다.

어차피 며칠 남지도 않은 거, 마지막까지 불태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연습에 임했다.

이 미칠 듯한 연습량 탓일까.

연습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1등 확률 : 83%]

더 이상 연습으로는 확률이 오르지 않을 줄 알았건만, 1%가 오르긴 했다.

안무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음을 강현성도 안 건지,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얼추 모양은 나오네요.”

처음으로 칭찬을 했다.

물론 ‘얼추 모양은 나온다’라는, 듣는 입장에서 굉장히 찝찝한 칭찬이긴 했지만 말이다.

연습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니 형들은 이미 다 잠든 상태였기에, 몸만 씻고 나도 빠르게 잠에 들었다.

그렇게 새벽 5시.

3차 경연일 당일의 새벽에.

지이잉.

난 형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숙소 밖을 나왔다.

이유론,

-내려와요. 아침밥 먹으려면 지금밖에 시간 안 될 테니까.

-알고 있어요. 지금 내려갑니다.

강현성이랑 아침밥 먹기로 했으니 말이다.

숙소 1층에 내려가 보니,

“왔어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낀 강현성이 서 있었다.

“갑시다. 밥 먹으러.”

아침밥을 강현성과 먹는다라.

내가 먼저 제안했던 거긴 하다만,

‘참, 묘하다 묘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밥 먹고 바로 헤어랑 메이크업하러 출발합시다.”

“네.”

오늘 3차 경연은 연합 미션이다 보니 그룹별로가 아니라 팀별로 출발한다.

연습실 앞에서 7시에 모이기로 했으니 밥 먹을 시간이 2시간 정도는 남은 셈이다.

“뭐 먹을래요? 이 시간이면 연 곳이 많진 않을 텐데.”

난 강현성에게 뭘 물어봐야 할지. 1등 확률을 90% 이상으로 올릴 만한 한 가지 포인트가 무엇일지.

그 해답을 고민하고 있는데,

“맥모닝 어때요.”

“……?”

뭐랄까.

이 새끼 혼자 묘하게 신난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국밥이나 먹읍시다.”

뭣보다 맥모닝이라니.

메뉴 선정이 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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