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00화
스튜디오에 함성인지, 비명인지, 아니면 사자후인지 모를 무언가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난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를 인지했다.
‘아……. 미친.’
잠깐 돌았나 보다.
컨셉에 너무 과몰입한 모양이었다.
누나, 라니.
살면서 누구를 누나라고 불러본 적 없다.
여자 지인이 주변에 없기도 할뿐더러, 그 누나, 라는 호칭이 너무 징그럽지 않은가.
한데,
‘나 미쳤네…….’
공개적인 자리에서.
마치 아양 떨 듯.
누나, 라고 부르다니.
얼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태윤 씨! 와, 저, 태윤 씨가 이런 성격이신 줄 몰랐어요!”
“누나, 라니. 하하하하!”
MC 두 사람은 오늘 촬영 중 처음으로 진심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나현 선배님은 너무 크게 웃어 얼굴이 다 빨개진 상태였다.
김영진 선배님도 정말 놀랐단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고.
“태윤아아!”
“누나야!”
“태윤아아악!”
객석은 아직도 함성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난 고개를 푹 숙였다.
도저히 맨얼굴로 객석을 바라볼 자신이 없다.
“태윤 씨 지금 귀가 빨갛다 못해 거의 검붉어요.”
“아, 진짜. 하하하!”
MC 두 사람은 끝까지 날 놀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더 ‘누나 소동’에 대한 걸로 멘트를 주고받고.
현장을 잠시 정리시킨 후에야.
투표 독려 및 소감 멘트는 다음 순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아, 그, 제가 마이크를 잡기 전에 태윤 씨가 너무 엄청난 걸 해버려서, 조금 부담이 되긴 하네요. 하하.”
하지만 순번만 넘어갔다뿐이지 내 이름은 모든 사람들의 소감 멘트에 다 포함되어 버렸다.
하물며 강현성조차,
“제가 태윤 씨와 같은 상큼함은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이름을 거론하며 날 쳐다봤다.
“자! 그럼 이걸로 투표 독려를 마치고, 본격적인 투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 계신 방청객 여러분들은 각각의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등급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인 투표 시간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우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무대 아래로 내려간 순간.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누나?”
“누우나아?”
“눈나눈나?”
“눈누난나~”
마치 모든 팀원들이 짠 것처럼 날 놀렸고,
“저한텐 형이라고 안 합니까?”
강현성조차 은근히 조롱이 담긴 목소리로 날 놀렸다.
난 그 모든 조롱에 무답으로 답할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5분 전의 나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무대 후의 소란스러움을 나름 만끽하며 긴장을 풀고 있을 무렵,
[기대 이상의 활약에 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미션 분기점에 도달할 징조가 보입니다.]
‘……응?’
난데없이 시스템이 끼어들며 이상한 문장을 내뱉었다.
분명 의미심장한 문장이었던 거 같아 다시 들으려 했는데,
“팀 단체 인터뷰 하러 이동하실게요~”
제작진의 안내에 더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 * *
팀별 인터뷰까지 끝나고 나자 이제 진짜 팀 해산이었다.
그래도 2주간 나름 정이 들었는지 온리원 멤버들과 원바이원 멤버들은 이 순간을 꽤 안타까워했다.
“정말 즐거웠어요, 지난 2주간.”
“살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연습해 본 적이 있나 싶어요.”
“다들 고생 많았어요!”
“꼭 이 멤버로 다 같이 뭉쳐서 고기 먹으러 갑시다!”
“좋아요~”
난 그 훈훈한 작별의 순간에 덤덤히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유론,
“봉누나 씨도 회식할 때 올 거죠?”
“……네.”
고개만 들었다 하면 놀리니까 이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인터뷰 룸에서의 시간마저 끝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린 헤어졌다.
이때부턴 대기실이 각각 찢어지게 된다.
이전엔 팀별 대기실이었다면 이젠 다시 그룹별 대기실이다.
어찌 보면 이제야 원래대로 돌아왔다 볼 수 있다.
난 세이렌, 이라고 적힌 대기실 앞에 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태윤아아아!”
“얌마!”
“봉태윤!”
“누나? 누나?”
……역시나. 예상대로.
아주 온갖 조롱이 쏟아진다.
“누나? 누나라고 한 거야 태윤아? 누나?”
동준이 형이 내 주위를 돌며 서라운드로 누나 소리를 반복해 주고.
“나 진짜 놀랐어. 태윤이가 그런 거 할 줄 아예 생각조차도 못 했거든.”
운이 형은 진지한 목소리로 날 반쯤 죽여놓았으며.
“너 아이돌에 진심이구나. 리스펙한다.”
도승이 형은 살짝 경탄 어린 표정을 지음으로써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았고.
“태윤아! 누나 한 번만 더 해봐! 난 그런 것도 할 줄 아는지 몰랐어. 진짜 대견해서 그래. 한 번만 해줘.”
연훈이 형은 놀리는 건지 뭔지 누나 앵콜을 요청했다.
내가 저지른 짓이니 내 업보다.
무답으로 응하는 게 이 모든 것에 최적의 답이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형들도 놀리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의 대화가 나왔다.
“무대 진짜 많이 늘었더라 태윤아.”
운이 형이 먼저 말했다.
“그니까. 놀랐어. 춤선이나 표정 사용이나. 전반적인 것들 다 엄청 좋아졌던데.”
도승이 형도 진지하게 칭찬을 해줬다.
“가서 뭐 배운 게 많나 봐?”
동준이 형은 내 옆자리에 풀썩하고 앉더니 날 지긋이 쳐다보며 물었다.
“배운 거, 많죠.”
“어떤 거?”
“……마른 오징어에서도 짜면 물이 나온다?”
“……뭘 하고 온 거야 대체.”
동준이 형은 짜게 식은 눈으로 날 쳐다봤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무대가 늘긴 했다.
강현성의 스파르타식 훈련법을 넘어서,
‘나도 열심히 했으니까.’
확률이 눈에 보이니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더 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무대 재밌네.’
오늘부로 느꼈다.
무대는 즐거운 곳임을.
사랑, 에 대한 화두는 아직까지 내 안에서 미답의 문제로 남아 있지만,
‘무대에선 달라질 수 있을 거 같아.’
그 위에서만큼은 과거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표현하자면 이제 나도 좀 더 아이돌스러워진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이렇게 표현하니 다소 오글거린다.
시선을 돌려 연훈이 형을 쳐다봤다.
연훈이 형은 날 보며 싱긋 웃어줬다.
참, 여러모로 아이돌 같은 사람이다.
“우리 이번에 1등 할 수 있겠지, 얘들아?”
연훈이 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리 말했다.
그 말에 갑자기 대기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흐음.”
“1등이라.”
“흐으음.”
다들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온리원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맞아요.”
“현성 선배 춤 정말 잘 추시더라.”
나야 같은 무대를 뛰어서 내거 하느라 잘 못 봤는데.
형들은 모니터로 확인을 했으니 더 잘 봤으리라.
“현성 선배 나올 때마다 함성이 진짜 장난 아니던데.”
“영호 씨도 그새 실력이 더 느셨더라고.”
“전반적으로 온리원분들이 확실히 잘하긴 하시더라고요.”
다들 온리원 무대에 살짝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팀으로서 보기에,
“형들 무대도 좋았어요.”
사실 우연훈 팀 무대가 강현성 팀 무대에 비해 밀린단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 눈엔 그게 보인다.
1등 확률이 말이다.
난 무대 하기 전까지가 확률 상승의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확률은 무대 중에도 올랐고.
무대 후에도 올랐으며.
심지어는,
‘또 올랐네.’
방금 1%가 더 올랐다.
형들은 긴장 중이지만,
“우리가 1등 할 거예요.”
난 긴장하지 않는다.
때마침,
“지금부터 순위 발표식 및 MVP 발표식이 있겠습니다!”
제작진이 이리 말하며 대기실 주변을 돌아다녔다.
“가자.”
“갑시다.”
“후우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자 우리.”
다들 꽤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럴 만한 게 오늘 온리원이 1등 하면 우리에게 더쇼케2 최종 1등은 물 건너간 거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걱정 마요.”
난 그런 형들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우린 다 같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 * *
무대 위로 올라가니 객석은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무대 위엔 MC 두 사람과 다른 팀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이번 연합 미션을 하며 팀 간 우정이 조금 돈독해진 건지 다들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웃어준다.
우리가 그룹별로 무대 위에 서고.
세팅이 완료됐을 즈음,
“지금부터 더쇼케이스2 3차 경연의 순위 발표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MC 김영진이 이리 말하며 멘트를 쳤다.
“지난 2주간 다들 이번 연합 무대 준비하느라 많이들 고생하셨을 거예요. 그쵸?”
“합숙도 하며 매일같이 이 한 번의 무대만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해진 멘트 같긴 하였으나 지난 2주간의 고생이 지나가서였을까.
다들 눈동자가 조금 촉촉해진다.
“하지만 순위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죠. 방금, 각 무대에 대한 멤버별 점수 합계가 끝났고, 그 합계 점수를 그룹별로 정리한 평균 점수까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감상에 젖으려다 말고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전달받은 바로는, 이번 경연에서 온리원분들이 또다시 1등을 하게 된다면 최종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MC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번 더 짚어가며 긴장감을 키웠다.
“오늘 더쇼케2의 최종 1등이 탄생할지. 아니면 새로운 반전이 등장할지. 그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MC 김영진은 그리 말하며 좌중을 살피더니,
“지금부터 5위부터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까보다 다소 결연해진 목소리로 이리 말했다.
현장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5위는 바로,
“이번 경연을 준비하며 많은 이슈가 있었던 팀이죠. 원바이원분들입니다.”
아쉽게도 원바이원이었다.
그간 많이 노력했단 걸 알아설까.
“아,”
“흐읍.”
원바이원 멤버들은 잠깐 눈물을 보이는가 싶더니,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이어서 4위가 바로 발표되었는데,
“4위는 바로 루미닌입니다!”
큰 이변 없이 루미닌이 4위를 차지.
“3위는 블레슈입니다. 여러 팀으로 찢어져 다들 각각의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블레슈가 3위를 차지했다.
1차 경연부터 이어져 온 공식.
또다시 1등을 앞두고 우리와 온리원이 남았다.
이번 경연만 이기면 최종 우승이란 생각 때문일까.
온리원 사람들은 눈에 띄게 긴장 중이었다.
무대할 땐 여유롭더니 막상 발표 전이 되니 긴장한다.
강현성과 잠깐 시선이 맞았는데,
‘저 사람은 멀쩡하네.’
이상하리만치 강현성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 형들은,
“으아아아.”
“후우우.”
“진정하자.”
“흐으음.”
다들 극도로 긴장 중이다.
늘 태평한 동준이 형마저 안색이 창백하다.
“오늘 연합 미션, 그 대망의 1위는 바로,”
MC는 최종 1위를 말하기 전 호흡을 끊더니,
긴장감을 키울 목적으로 사방을 훑는다.
그 잠깐의 침묵이 어찌나 치명적인지 사방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긴장감이 가장 고조에 달했다 싶을 때,
“드디어 이 팀이 단독 1등을 차지하는군요!”
어딘가 우리를 지칭하는 듯한 서술이 나왔고,
“세이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이름이 불렸다.
“어?”
“어어!”
“……뭐?”
“으아아악! 으아악! 아아악!”
형들은 단체로 난리가 났다.
“태윤아! 태윤아아악! 태윤아!”
그간 1등을 할 듯 말 듯 늘 애만 태워서일까.
다들 더욱 격하게 반응한다.
최종 1등을 단독으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다들 고생 많았어요.”
난 형들과 달리 덤덤했다.
이유론,
[1등 확률 : 98%]
무대 직후 95%까지 치솟았던 확률은 내 누나 발언 이후로 97%까지 올랐으며 대기실에 들어가 형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에 98%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 확률인데 1등을 못 한다?
그건 시스템이 나를 기만한 거나 다름없다.
해서 예상했던 성적표를 이변 없이 받은 느낌이었다.
“온리원분들은 이번에 아쉽게도 2등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높은 점수를 받으신 것은 맞으니, 크게 낙담하지 않으시길 바라겠습니다.”
MC는 그리 말하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그때까지도,
“흐으으읍!”
“1등이라니……!”
“하아.”
형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연훈이 형은 이미 우는 상태다.
워낙 자주 우니 놀랍지도 않다.
운이 형도 연훈이 형과 함께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놀라운 건,
“……형이 운다고요?”
“조용히 해…….”
도승이 형이 운단 거였다.
질질 짜는 건 아니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누가 툭 치기라도 하면 후두둑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상태였다.
동준이 형과 나만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때마침 뒤쪽 스크린에 최종 점수 정산표가 올라왔다.
‘온리원이랑 1점 차네?’
온리원과 우리 사이에 점수가 1점밖에 차이가 안 났다는 걸 보니 잠시 소름이 돋았다.
강현성과 잠시 시선이 맞았는데 녀석은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으려던 그때,
[미션 성공. 3차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하였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동시에,
[보상을 수령합니다.]
지체 없이 다이렉트로 보상까지 이어진다.
[회귀의 비밀을 일부 공개합니다.]
그 음성을 끝으로,
후웅!
아주 잠시.
내 세계의 시간이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