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01화 (10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01화

내 세계의 시간이 정지했다.

울고 있던 형들도.

멘트를 치며 촬영을 진행하던 MC들도.

무대 아래에서 촬영 상황을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그대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허공을 부유하는 먼지 한 올까지 꼼짝없이 갇혀버린 순간.

[회귀의 비밀을 일부 공개합니다.]

[충격에 주의 바랍니다.]

[세계선이 일부 붕괴합니다.]

아주 요란하게 시스템이 내게 경고를 때렸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곧 벌어질 그 ‘회귀의 비밀’이 무엇일지.

두 눈에, 혹은 귀에 새기고자 마음먹은 순간,

후웅!

눈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기더니, 그 위로 어떤 영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미래시를 썼을 때 미래를 보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난 반투명한 막 위로 떠오른 영상을 눈에 담았다.

배경은,

‘콘서트장?’

의아한 배경이다.

회귀의 비밀을 알려준다면서 이게 뭐지?

일단 좀 더 자세히 영상을 확인했다.

콘서트장 위에 나와 우리 형들.

그리고 온리원 멤버들.

원바이원 멤버들.

루미닌 멤버들.

블레슈 멤버들이 있다.

‘더쇼케 촬영장인 건가?’

구성을 보면 그렇다.

저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만한 촬영이라면 더쇼케뿐이니 말이다.

그러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단어 하나가 있었는데,

‘파이널 무대?’

저 무대와 저 구성이면 파이널 무대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왜 원바이원의 김준혁이랑 이영준이 저 자리에 있는 거야?’

저 파이널 무대가 어딘가 이상한 무대라는 것도 직감했다.

일단 원바이원의 김준혁과 이영준이 저 자리에 있다.

분명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가 부상 입어서 활중 때리고 방송 하차했는데.

저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의문이 깊어질 찰나, 스쳐 지나가는 음성 한 줄기가 있었는데,

‘아까 시스템이 세계선이 붕괴한다고 그랬잖아.’

저 그림은 내가 사는 세계의 미래가 아닐지도 몰랐다.

내가 살지 않은 ‘다른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지.

지금 눈에 보이는 그림과 정보들을 종합해 보자면 그게 가장 타당한 그림이다.

그러자 드는 의문 한 가지는,

‘이게 회귀의 비밀이라고?’

다른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왜 ‘회귀의 비밀을 일부 공개’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랑은 상관없는 세계 아닌가.

한데 그 물음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더쇼케이스2, 퍼스트 찬스의 최종 우승자는──

-온리원 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다른 세계의 미래에서 최종 우승자로 온리원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대체 저 세계의 봉태윤은 뭘 했길래 온리원에게 1등을 빼앗긴 건가 싶어 화딱지가 날 무렵,

[미션 실패, 더 쇼케이스2 최종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실패 패널티, 멤버 봉태윤의 사망.]

[패널티가 즉시 적용됩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내게 하는 말이 아닌, 영상 속에 펼쳐진 다른 세계의 누군가에게 들려온 음성이었다.

난 그 음성을 도청한 셈인 거고.

문제는,

‘내가 죽는다고?’

내가 미션 실패의 패널티였단 거다.

즉 이 세계에서의 회귀자는 내가 아니란 거다.

난 당연히 내가 이 세계에서도 회귀자일 줄 알았는데.

연이은 충격에 생각이 정리되지 못할 무렵,

-태윤아!

영상 속의 내가 무대에서 쓰러졌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형들이 놀라서 내 주위로 몰리고.

그 가운데.

날 끌어안고 울며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봉태윤!

‘……도승이 형?’

도승이 형이었다.

수많은 의문만 머릿속에 남은 채,

[세계선이 복구됩니다.]

[미션 성공 보상 수령 완료.]

[세계가 원래 속도로 돌아옵니다.]

회귀의 비밀 공개가 끝났다.

후웅!

멈춰 있던 세계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공중을 부유하던 먼지가 다시 흩날리고.

제작진들이 움직이고.

주변에서 말소리가 들려오며.

세계가 활기를 찾는다.

“축하드립니다, 세이렌분들!”

“이렇게 되면, 결국 누가 최종 우승자가 될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되는군요.”

MC가 다시 멘트를 치기 시작했고,

“후우우우우. 태유나아……. 고생 많아떠…….”

연훈이 형이 울면서 날 끌어안았으며.

“축하해요, 봉태윤 씨.”

“축하해요!”

온리원 사람들이 의외로 선선하게 우리 팀의 1등을 축하해 줬다.

하지만,

‘아.’

난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 얼빠진 표정을 1등의 충격에 너무 놀라서 넋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좋습니까?”

강현성이 내 얼굴을 보며 이리 물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다.

‘도승이 형도 회귀자였어?’

이게 중요한 거다.

머리가 복잡하다.

내가 죽었단 걸 본 게 충격이 아니다.

내 죽음을 다른 형들이 목격했단 게.

그 과정에서 도승이 형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던 게.

그 모든 게 두 눈에 각인되어 사라지질 않는다.

“아.”

잠시 현기증이 돈다.

어디 잡을 데가 필요하다.

“……야. 왜 그래.”

때마침 누군가 날 부축해 줬다.

“……형?”

하필이면 도승이 형이다.

차마 도승이 형 얼굴을 보지 못하겠다.

난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걸 내가 울려고 한다 생각한 건지,

“너도 벅차긴 벅차냐?”

도승이 형은 은근히 악동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네. 벅차네요.”

지금은 이게 최선의 변명이다.

난 도승이 형에게서 벗어나서 똑바로 섰다.

심호흡을 하며 조금이나마 현기증을 털어냈다.

“자, 그러면, 1등 소감부터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훈 씨!”

“……네! 후우우. 잠시만요.”

마침 1등 소감이 이어진다.

연훈이 형이 우리 중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다.

형은 감정을 잠시 정리하곤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온 후 카메라를 보며 밝게 말했다.

“수많은 좋은 무대들 중 저희를 좋게 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는 세이렌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석 같은 1등 소감이 지나고.

MC들과 다른 팀들의 박수 세례가 쏟아진 후.

“자! 그러면 이제 다음 순서죠. MVP 발표 시간이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MVP 발표 시간이었다.

난 마음을 정리했다.

사실 쉽게 정리될 마음은 아니지만,

‘정신 차리자.’

지금은 촬영 중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더군다나 3차 1등까지 해서 파이널 무대만 남긴 상탠데.

한발만 더 가면 최종 우승인 상태에서 멘탈 놓을 순 없다.

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전방을 응시했다.

MVP.

사실 이것도 이번 방송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생에선 없던 거라 어떤 상품이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받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MVP라 하면 카메라 한 번 더 잡아주는 게 보통이다.

받으면 무조건 이득이다.

“MVP 발표 전에 먼저 MVP가 받아갈 상품을 먼저 소개드릴 텐데요. 나현 씨가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 이번 무대에 MVP로 선정된 팀원에게는 총 세 가지의 상품이 주어지는데요, 우선 첫 번째론 국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의 힐링.”

“오.”

“와.”

“대박인데?”

“두 번째론 팬분들과의 소통을 위한 라이브 방송 지원!”

“오!”

“뭐야.”

“마지막으론 SNS를 통한 팬들과의 직접 소통의 기회 제공입니다!”

“와아~”

“대박!”

MVP의 상품이 나오니 다들 방송용 리액션을 하며 놀라워한다.

사실 저 중 진짜 특전이라 할 만한 건 호텔 투숙밖에 없긴 하다.

나머지 라방과 멘션파티는 결국 프로그램 홍보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

아니지, 호텔도 제작비로 한 게 아니라 광고로 받은 걸 테니까 저것마저 진짜 특혜는 아닌 건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온전한 호의 따윈 하나도 없을 게 분명하니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호텔에 라방에 멘파.

사실 받으면 다 좋은 것들 투성이다.

“추가로, 이 모든 특혜는 MVP 멤버 본인뿐만이 아닌 MVP 멤버가 속한 팀 전체에게 해당되는 특전입니다!”

이어진 멘트에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 얼굴이 밝아진다.

더쇼케가 이런 부분은 좋다.

뭘 준다 하면 쩨쩨하게 준다기보단 전부 뿌리듯이 준단 게 말이다.

“자, 그러면 이 좋은 혜택을 가져갈 각 무대별 MVP를 발표해 봐야겠죠?”

“우선 우연훈 팀 무대의 MVP입니다.”

MC 김영진은 그리 말하며 잠시 호흡을 끊었다.

클래식한 진행 방식이다.

“MVP는 바로, 아. 이분이 오늘 이 무대 하드 캐리 했죠. 보는 내내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셨던 분입니다. 우연훈 씨! 축하드립니다!”

“허어억! 진짜요?”

“네에! 진짜요?”

“와아악!”

예상대로 연훈이 형이 MVP였다.

“자문단 코멘트를 보자면, 군더더기 없는 보컬과 무대 장악력이 돋보이는 참가자, 라고 적혀 있네요. 깔끔합니다~”

연훈이 형은 본인이 MVP를 받았단 사실에 놀란 건지 무대에서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MC들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연훈이 형의 분투 덕에 우리 팀은 호텔 숙박에 라방에 멘파를 받는다.

“기대된다.”

“크으.”

“호텔 스위트룸은 어떨까.”

형들은 본인들이 MVP를 못 받았다는 것에는 아쉬움이 없는 모양이다.

그저 곧 받게 될 MVP 특전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후 MVP 발표가 계속 이어졌는데, 강현성 팀에선 강현성이 MVP를 받았다.

내심 형들은 내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 모양이었나 보다.

“아깝다.”

“그러니까.

다만 난 아까울 게 없다.

강현성이 실제로 무대에서 가장 잘했고, 또 팀을 이끌기도 했으니 말이다.

저 자식이 받아야 할 마땅한 상을 받아간 거다.

“아, 여기도 자문단 코멘트가 적혀 있네요. 명불허전 강현성.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라고 적혀 있습니다.”

명불허전 강현성이라.

살짝 오글거리는 멘트다.

한데,

“아, 하나가 더 적혀 있네요. P.S 봉태윤 씨의 귀여움은 명예 MVP라고 적혀 있습니다.”

“……에?”

“하하하!

가만히 있다가 한 대 처맞았다.

세상에,

명예 MVP라니.

명예 소방관도 아니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스튜디오엔 한바탕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루미닌 팀 무대의 MVP도 선정되었는데, 놀랍게도 루미닌이 아닌 원바이원에서 MVP가 나왔다.

“루미닌 팀 무대의 MVP는 원바이원의 윤경준 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허어억! 제가요? 저요?”

그간 각 MVP는 그 팀을 이루는 중심 그룹에서 나왔는데.

루미닌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에서 원바이원의 윤경준이 MVP를 받았다.

루미닌 사람들은 살짝 표정 관리를 못 했다가 금세 표정을 풀곤 환하게 웃었다.

윤경준은 본인이 MVP를 받았단 게 믿기지 않는 건지 벅차오르는 표정이었다.

감정이 너무 격해진 걸까.

“저희가…… 이번 무대 준비하며 그룹 내부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고……. 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는데…….”

방송에서 하면 안 될 말까지 해버린다.

다만 너무 울먹거리며 말하니 딱히 제지하진 못하고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박수철 PD가 알아서 자르겠지.

저거 하나 못 자르면 PD 자격 박탈이다.

그렇게 MVP 선정까지 끝나고.

“오늘 참 눈물이 많은 촬영이네요.”

“그러니까요.”

MC들의 정리 멘트와 함께 촬영 종료 분위기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 한 가지 남아 있는 빅 이벤트가 있었는데,

“자,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을 마지막 이벤트죠.”

“지금부터 마지막 4차 경연. 파이널 경연에 대한 미션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4차 경연 미션 공개다.

순위 발표니 MVP 발표니 하며 붕 떠 있던 현장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우리가 걸어온 대장정의 마지막 미션.

우승을 하든 하지 못하든, 다들 잘해내고 싶을 거다.

그 탓일까.

현장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지막 무대는 스튜디오가 아닌 콘서트장에서 이뤄지는 무대죠?”

“네, 맞습니다. 관객들과 더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인데요. 그 소통을 위한 무대의 주제는 바로!”

MC 김영진은 그리 말하며 나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나현은 김영진이 띄운 텐션을 그대로 이어가며,

“The New Showcase! ‘새로운’ 무대입니다!”

4차 경연의 주제를 밝혔다.

새로운 무대.

듣자마자 깨달았다.

“여러분은 지금껏 세상 어디에도 나온 적 없는 여러분들만의 새롭고 독창적인 오리지널 무대를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이게 바로 전생에서 3차 경연 미션이었던 오리지널 곡 미션이라고.

“오리지널 무대?”

“오오!”

형들은 눈을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야 늘 오리지널 무대를 해왔으니 오히려 더 편한 미션이다.

제한 없이 상상력과 창조력을 무한정 뿜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최종 1등……. 할 수 있다.’

마지막 미션에서 최종 1등 하라고 아주 판을 깔아줬다.

못할 리가 없다.

마음을 굳게 잡고 심호흡을 하려는 찰나,

[미션 분기점 도달]

‘……뭐?’

생전 처음 듣는 시스템 음성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아니, 오늘 얼핏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 말을 들어봤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미션 분기점이라는 것에 도달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이게 뭔 소린가 싶은데…….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 변경 가능.]

[수락 시, 미션 변경 및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거절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내용은 더 파격적이었다.

‘미션 변경?’

미션 분기점에 도달해 미션을 변경할 수 있단다.

변경 가능한 미션의 종류는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이고.

이미 잘 수행해오고 있던 미션이라 굳이 변경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수락 시의 제안이, 결코 그냥 넘어갈 만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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