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02화 (102/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02화

[미션 분기점 도달]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 변경 가능.]

[수락 시, 미션 변경 및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거절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머리가 복잡하다.

미션 분기점 도달이라니.

무엇보다,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라…….’

수락 시의 보상이 너무 컸다.

물론 크다거나 작다고 하기에 보상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긴 하다.

하지만 유추하건데 첫 번째 회귀자는 아마 도승이 형일 것 같았다.

회귀의 비밀을 통해 보고 온 다른 세계 속에서 도승이 형이 날 끌어안고 울었으니 말이다.

그냥 쓰러지기만 한 상황에서 다른 형들은 무슨 상황이지 싶어 당황만 하고 있는데, 홀로 눈물을 보인 건 전말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세계의 봉태윤이 실패 패널티로 인해 죽었다는 것을 말이다.

즉 첫 번째 회귀자는 도승이 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른 세계의 도승이 형과의 만남.’

이리 놓고 보자면, 꽤 끌리는 보상이었다.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을 통해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더 캐내고, 미션에 필요한 중요 지점들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지금 상태는 어떠한지.

이런 것을 묻고, 또 듣고 싶었다.

같은 회귀자로서 미션 클리어를 위한 정보 공유의 목적이기도 하거니와, 회귀자였던 도승이 형의 삶이 순수하게 궁금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시스템이 제시한 방향이 손해로 다가온 적은 없었으니까.’

처음 들으면 시스템이 빌런같이 느껴지지만, 일단 하란 대로 하면 이득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만,

“다가올 파이널 경연에서 다섯 팀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잔뜩 발휘될 새로운 무대,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저 보상안을 선택할 수 없다.

당장 촬영 종료가 급선무니 말이다.

난 나중에 다시 시스템의 음성에 답하기로 하고, 지금은 촬영에 집중했다.

“그럼 이걸로 더쇼케이스2 3차 경연 무대를 모두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클로징 멘트 촬영까지 마치고,

“세이렌 제외한 다른 그룹분들은 이제 퇴근하셔도 됩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팀은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다른 그룹들은 떠나고 우리만 남는 이유는 자명하다.

“태윤 씨! 우리도 좋은 순번 줘요! 부탁할게요~”

“강현성 팀으로서 지난 2주간 쌓아온 정을 생각해서라도…… 하하.”

우리가 다음 파이널 무대의 순번을 짜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대를 떠나기 전 우리에게 한 번씩 얼굴도장을 찍으며 어필을 했다.

그 모든 어필들에 나와 형들은 사람 좋은 미소로 응대하며 사람들을 배웅해 줬다.

이내 모든 그룹이 나가고.

MC 두 분 마저 사라졌을 때.

무대 위로 순번표와 이름표가 세팅되자,

“우리 거 엔딩에 넣자!”

“예에에스!”

형들은 급흥분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 이름표를 엔딩에 넣어버렸다.

대체 얼마나 엔딩 무대를 하고 싶어 했던 건지.

단순히 이름표를 붙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쾌감이 느껴졌다.

“파이널 엔딩이야 우리가!”

“진짜…… 진짜로 1등 하길 잘했다.”

“나 왜 뭔가 울컥하지?”

형들은 우리가 파이널 엔딩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생각하나 보다.

하지만,

“다른 팀 고르죠, 이제.”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엔딩인 것은 좋다.

이건 뭐 국룰 같은 거다.

순번 정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 그 팀이 엔딩에 자기 이름 박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이다음이 중요하다.

다른 팀들 견제도 하고, 욕도 안 먹으려면 말이다.

적당히 공정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충분히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적당히 공정하면서도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려면,

‘온리원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저 팀이 문제다.

우리 바로 앞에 갖다 박으면,

‘위험해질 수 있어.’

무대 퀄리티에 따라 우리가 너무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간에 그냥 박으면,

‘욕만 푸짐하게 먹을 수도 있겠네.’

온리원 팬덤에게 배 터지도록 욕먹을 수 있다.

결국,

‘또 여긴가.’

온리원에게 줄 수 있을 만한 곳은 오프닝밖에 없다.

“온리원분들은 오프닝 어떨까요?”

형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흐음. 그치.”

“딱, 무대 시작하면서 확 현장 분위기 끌어올려 줄 수 있으실 것 같아.”

“늘 엔딩 아니면 오프닝 원하셨으니까.”

내 의견에 수긍한다.

실제 온리원은 엔딩 아니면 오프닝을 좋아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든 초장에 다른 팀들 기죽이고 시작하든.

뭐 어디든 실력 없으면 안 될 자리이긴 하다.

온리원이 정해졌다면 그 뒤는 쉽다.

2번으로 블레슈.

3번으로 원바이원.

4번으로 루미닌.

세팅을 마치고 나자,

“이대로 순서 픽스이신 거죠?”

제작진이 다가와 순서판을 수거해 간다.

무난하게 잘 끝난 순서 정하기였다.

“그럼 이제 세이렌분들도 퇴근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들과 나는 제작진들에게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곤 스튜디오를 나섰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다가갔다.

두 분은 우리가 오자마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1등 축하해요!”

“진짜 고생 많았어요!”

우리가 첫 단독 1등 한 게 두 분도 꽤 기쁜 모양이었다.

평소엔 이렇게까지 하이텐션은 아니다.

매일이 철야에 야근이니 거의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의 텐션 정도였지.

“감사합니다.”

“두 분이 신경 많이 써주신 덕분이에요. 정말로요.”

형들도 현아 씨와 승연 씨에게 감사를 표하곤 차량에 올라탔다.

단독 1등을 해서인지.

분위기는 내내 좋았다.

“오리지널 무대 뭐 하는 게 좋을까요?”

“흐으음.”

“내일 또 생각해 볼까요?”

“그래! 오늘은 즐기자~”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도 형들은 다음 미션에 대한 부담감은 잊고 당장을 만끽하자는 주의였다.

나도 좋다.

오늘 첫 단독 1등 했는데 벌써부터 다시 달리자고 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내가 뭐라 안 해도 알아서 달릴 사람들이니까.

다만,

“그럼 치킨이랑 피자랑 마라탕 정도만 가볍게 시켜 먹을까요~”

“그건 안 되지, 이 박동준아.”

“아 왜.”

“파이널 무대에 포동포동해져서 올라갈 일 있냐.”

동준이 형의 식탐은 멈추긴 해야 할 것 같다.

도승이 형이 동준이 형 핸드폰을 뺏으며 배달 어플을 지워 버렸다.

“와, 선 넘네.”

“이렇게까지 해서 다이어트 지켜주는 걸 고마워해라.”

“아니, 첫 단독 1등인데…….”

동준이 형은 아쉬워하면서도 은근슬쩍 다시 배달 어플을 깔았고, 그걸 그새 또 눈치챈 도승이 형이 다시 지워 버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핸드폰을 차 밖으로 던져 버리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

[미션 분기점 도달]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 변경 가능.]

[수락 시, 미션 변경 및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거절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하아…….’

시스템이 내게 자꾸만 선택을 종용한다.

한참 형들 실랑이하는 거 보며 힐링 중이었는데.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당장 선택은 안 돼.’

지금 달리는 차량에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선택한단 말인가.

최소한 숙소에 가서 하는 게 맞을 터다.

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수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수락을 안 하자니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아쉽고.

하자니 어떤 미션으로 변경될지 알 수가 없다.

형들이 차량에서 투닥거리며 만담을 이어가는 사이.

나는 홀로 뒷자리에 앉아 고민을 이어갔다.

* * *

숙소로 돌아가는 온리원의 차량.

그곳은 유독 적막한 상태였다.

1등을 못 한 것이 아쉬워서 적막한 것이냐.

그건 아니다.

운전 중인 매니저가 입을 뗐기 때문에 적막한 것이었다.

온리원이 소속된 TH엔터는 일 못하는 회사의 전형 같은 곳이다.

대표가 인맥이 좋아 몇몇 A급 연예인들을 데리고는 있었으나 아이돌을 육성하고 데뷔시킬 시스템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표 욕심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고, 그 탓에 연습생들을 매일 쪼고, 혼내고, 혹독하게 대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래설까.

셀유돌의 유어스로 데뷔한 후, 강현성이 TH엔터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홀로서기를 지지하는 팬들이 많았을 정도다.

하지만 계약해지라는 것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고, 강현성은 결국 TH엔터로 돌아왔다.

다만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TH엔터에서 만난 데뷔조를 데리고 더쇼케2에 출연한 거다.

당연히 회사에는 통보하지 않고 독단으로 진행한 일이었고, 이 탓에 회사와 지금까지도 갈등을 빚고 있었다.

회사 측에선 합작회사로 계약이관이니 최종 1등까진 하지 말자는 주의였으며, 강현성은 이왕 나간 거 무조건 1등 하겠다는 주의였다.

그 갈등이 지금도 이 차량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 1등 못 했으니 다음에도 아슬아슬하게 2등 정도 해서 마무리하자 현성아.”

매니저의 입장은 이랬으며,

“제가 알아서 할 예정입니다.”

강현성의 입장은 이러했다.

“합작회사로 계약이관? 그거 X발 연습생 빼돌리는 수법인 거 누가 모르냐고. 현성아. 회사 입장도 생각하자. 그간 트레이닝시켜 준 거 본전 회수는 해야지.”

“더쇼케 활동 중 모든 활동비는 제 사비였습니다.”

“그래. 활동비는 네 사비였지만, 트레이닝비는 다른 거잖아. 다들 몇 년씩 회사에서 연습했잖아.”

“하, 참나. 트레이닝비요?”

강현성이 눈을 부릅뜨자 매니저는 잠시 목소리가 움츠러들었다.

“……그, 좋은 트레이닝 환경은 아니었지만……,”

“조용히 해주세요. 애들 컨디션 조절해야 하니까.”

설전의 승자는 강현성이었다.

매니저는 입을 닫고 운전에만 열중했다.

대신 백미러로 강현성과 잠시 눈싸움을 벌였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분명한 적의였다.

이렇게 된 이상 절대 TH에서 데뷔할 순 없다고,

다시 한번 새기는 강현성이었다.

* * *

숙소로 돌아왔다.

“끄아아아~”

“흐으으읍”

“와아. 피곤하다.”

형들은 단체로 거실 소파에 퍼지며 앓는 소리들을 냈다.

1등을 했다는 그 희열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우리는 새벽부터 일어나 일한 뒤 밤늦게 돌아온 거다.

노동시간으로 치자면 오늘 하루만 약 16시간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반 직장인들의 두 배쯤 일한 거다.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다들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내일부터 파이널 무대 준비해야 하니까 오늘 밤에 아이디어 하나씩만 메모해 놓자~”

“네에~”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나부터 씻어도 될까 태윤아?”

운이 형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으며 물었다.

원래 밖에서 옷 벗는 일이 극히 드문 운이 형인데, 이럴 정도인 건 정말 빨리 씻고 눕고 싶단 뜻이다.

“네. 먼저 씻으세요. 이불 펴둘게요.”

“진짜 고마워. 내가 내일 커피 사줄게.”

운이 형이 목욕을 하는 동안 난 이불을 펼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미션 분기점 도달]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 변경 가능.]

[수락 시, 미션 변경 및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거절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하, 진짜. 엄청 쪼네.’

이 망할 시스템은 자꾸만 같은 말을 반복해 댔다.

이 정도면 알람이다.

이불을 펴고 방 정리를 끝내자 때마침 운이 형이 목욕을 끝내고 나왔다.

“형 먼저 자요. 저도 씻고 나서 알아서 잘게요.”

“고마워어…….”

운이 형은 그리 말하자마자 쓰러지듯 이불 위에 눕더니 바로 눈을 감았다.

난 형이 편히 잘 수 있게 불을 껐다.

최대한 조용히 샤워까지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방으로 나왔다.

확인해 보니,

‘진짜 자네.’

운이 형은 이미 깊이 잠든 상태였다.

난 형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로 나와보니 거실 불도 다 꺼진 상태였다.

거실 한가운데 서서 따로 들리는 소리가 있나 주의를 기울여보니,

‘다들 자네.’

크게 소음이 없는 걸로 보아 다들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야 안심이었다.

난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푹신한 곳에 있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곤,

[미션 분기점 도달]

[‘초동 10만을 달성하시오’ 미션 변경 가능.]

[수락 시, 미션 변경 및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거절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때맞춰 울린 시스템 알람에 답을 하려 했다.

사실 수락할지 거절할지.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계속 고민했다.

그 끝에 나온 결론은,

‘수락.’

받아들이잔 거였다.

시스템이 내게 괜한 걸 요구한 적은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시스템이 원했던 그 방향대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이었던 적이 많다.

지금 미션을 변경하라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다.

단순히 첫 번째 회귀자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닌, 보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수락, 이라고 말하자,

[미션이 변경됩니다.]

[초동 10만 장을 달성하시오, 가 변경되었습니다.]

[새 미션 전달.]

[더쇼케이스2 최종 우승팀이 되시오.]

즉각적으로 미션 내용이 변경된다.

한데,

‘최종 우승?’

미션 변경 내용이 다소 의아하다.

난 초동 10만 장에서의 변경이니 한 20만 장쯤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건 난이도의 상승이라기보단 좀 더 미션 성공의 시기가 앞당겨진 느낌이었다.

그때,

[보상을 수령합니다.]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세계선이 붕괴됩니다.]

[충격에 주의하세요.]

기다리던 보상.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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