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03화
[보상을 수령합니다.]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세계선이 붕괴됩니다.]
[충격에 주의하세요.]
난 숨을 참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아는 바가 없다.
귓가에 요란하게 울리는 시스템의 음성만이 변화가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는 것일지.
바닥에서 솟을지.
아니면 대뜸 눈앞에 누가 등장할지.
어떤 방식일지조차 모호하다.
그 순간,
끼익.
앞쪽 방에서 문이 열렸다.
도승이 형과 연훈이 형이 자는 방이다.
“아…….”
좋지 않다.
괜히 이상한 꼴을 보일지도 모른다.
화장실 가려고 나온 건가.
첫 번째 회귀자가 등장하기 전에 어떻게든 수습해야겠다 싶은데,
“태윤아……?”
방에서 나온 잠옷 차림의 도승이 형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첫 번째 회귀자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 건지 말이다.
바닥에서 솟는 것도.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세계로 ‘빙의’해 오는 거였다.
그러자,
‘……이 비슷한 게, 예전에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연훈이 형에게서 비슷한 걸 과거에 본 적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봉태윤…….”
도승이 형이 내게로 걸어온다.
난 도승이 형을 바라봤다.
두 눈의 동공이 동그랗게 커져 있고, 손끝이 떨리는 중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 매우 놀란 사람이란 뜻이다.
도승이 형은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꽈악.
숨이 막힐 정도로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아…….”
왜 이러는지 짚이는 바가 있었기에, 난 아무 말 않고 도승이 형을 토닥여 줬다.
나 같아도 놀랍고 떨릴 거다.
미션 실패 패널티로 죽었던 멤버가 지금 눈앞에 살아 있는 걸 본 거니까.
그게 원래 본인이 살던 세계의 봉태윤이든 아니든 말이다.
살아 움직이는 걸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놀랄 수밖에 없을 거다.
도승이 형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난 형의 등을 가볍게 천천히 토닥여 줄 뿐이었다.
“……형. 괜찮아요?”
“하아…….”
도승이 형은 한참을 더 날 끌어안고 있다가 몸을 뗐다.
우리 둘은 마주 보고 앉았다.
도승이 형과 내가 이리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을 일이 있었던가.
더 나아가 서로를 이리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좀……. 괜찮아요, 형?”
난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을 받고 싶었던 이유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보 공유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순수하게 궁금하기도 했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회귀자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금은 행복했는지가.
한데,
“태윤아…….”
도승이 형은 날 보며 다시 눈물짓더니,
“……다 죽었어.”
“네?”
“……첫 번째 미션 실패 후, 결국 전부 죽었어.”
이리 말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태윤아…….”
그러곤 숨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흐느끼는 도승이 형을 바라만 봤다.
섣불리 다가갈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거대한 슬픔이 지금 내 앞에 앉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난 도승이 형을 말없이 끌어 안아줬다.
형은 내 품에 안겨 눈물을 삼켰다.
다만 나 또한 충격이었는데,
‘첫 번째 미션을 실패하면 결국 다 죽는 건가……?’
도승이 형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이런 느낌의 말이었다.
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할 일이긴 했다.
만일 우리 중 누군가가 죽게 된다면, 과연 형들과 내가 맨정신일 수 있을까?
활동도, 연습도, 어쩌면 일상조차도 제대로 못 할지 모른다.
첫 번째 미션을 성공시키지 못해 멤버 중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큰 충격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댈 거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런 우리들의 사정을 고려해 줄 리가 없다.
미션 실패의 여파를 아직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황 속, 다음 멤버의 목숨을 걸고 또다시 미션을 내걸 거다.
몸과 마음이 전부 축난 그런 상황에서 시스템의 미션을 성공시키는 건,
‘……말도 안 되지.’
당연히 불가하다.
그러자니 방금 전 도승이 형이 한 말이 좀 더 생생하게 와닿았다.
전부 죽었다는 말.
그 말은, 첫 번째 미션 실패 후 그 후의 미션들까지 전부 실패하게 되었다는 말이니까.
그 탓에 멤버들이 전원 사망했단 말이고.
그런 일을 겪었는데 마음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괜찮아요, 형…….”
이 말이 아무것도 바꿔주지 않는단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건넬 수 있는 최선이었다.
“형, 정말 괜찮……,”
“태윤아.”
도승이 형이 내 말을 끊고 들어왔다.
“절대 미션 실패하지 마.”
내 팔을 꽉 잡고.
마치 살갗을 파고들 듯 세게 움켜쥐며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일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성공시켜…….”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말이었다.
최후를 겪고 온 사람이 해주는 말은 그 무게가 하나하나 달랐다.
“아…….”
안일하게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야 모니터링이 된다.
난 좀 더 다급해지고 좀 더 절박해져야 했다.
“……형. 제가 질문을 좀 할게요. 괜찮아요?”
도승이 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어느 시점에 회귀하신 거예요? 교통사고 후 몇 년 더 살다가 회귀한 거예요? 아니면 교통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바로 회귀하셨던 거예요?”
난 이 시스템과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난 교통사고가 나고 바로 회귀한 거였어, 사고가 난 후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까 여행 가기 전날이더라고.”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고요?”
“응.”
“형이 받았던 첫 번째 미션은 뭐였어요?”
“더쇼케2에서 우승하라.”
“분기점이나 그런 건 없었어요?”
“없었어.”
도승이 형은 차분하게 내 질문들에 답을 해줬다.
교통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회귀라.
난 그 후 5년을 더 살다가 회귀했는데.
도승이 형은 미래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회귀한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션 성공이 더 어려웠을 거야.’
어쩌면 더쇼케2에 진출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거의 기적일 터다.
동시에 나보다 정보량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난 5년 후의 미래까지 아는데.
형은 5년 후까진 모를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면 미래에 대해 묻기보단 시스템에 대해 더 묻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미션 실패 후, 두 번째 미션은 어떻게 나오나요?”
“상황에 맞춰 다시 나오는데, 나 같은 경우엔 반년 안에 데뷔하여 초동 5만을 달성하라였어.”
“그 미션도…….”
“응……. 승연 씨랑 현아 씨가 엄청 노력해 주셨는데, 결국 안 되더라고.”
“하아…….”
초동 5만.
어찌 보면 낮은 수치이지만, WD엔터에서라면 불가능에 가까울 수치다.
아무런 홍보도.
투자도.
준비도 없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그 세계에서는 봉태윤의 사망으로 형들 멘탈이 다 나간 상태인데, 제대로 관리가 됐을 리도 없다.
우리 둘 사이 잠시 침묵이 오갔다.
침묵 끝, 난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건, 조금 힘든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중요한 질문이라, 해볼게요.”
말을 하기 전부터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질문이기에 난 마음을 굳게 먹고 내뱉었다.
“제가 죽을 때 심장이 멈춰서 서서히 사망하나요, 아니면 초자연적인 느낌으로 그 순간 모든 신체 기능이 정지하나요.”
도승이 형이 답하기 아주 어려운 질문일 거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스템의 허점을 공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만일 내가 미션을 실패하게 되었을 때.
그때 세컨드 찬스를 노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도승이 형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애써 떠올리나 보다.
난 도승이 형의 손을 꽉 잡아줬다.
형은 겨우 입을 떼더니,
“천천히 심장이 멈추면서 죽더라고. 시스템도 결국은 자연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진 못하는 거 같아…….”
도승이 형은 힘겹게 답한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승이 형에게 몹쓸 짓을 한 거 같아 속이 뒤틀렸다.
하지만 알아야만 했던 거고, 이제 알게 됐으니 다행이었다.
난 도승이 형을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때,
[세계선이 곧 복구됩니다.]
[첫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곧 종료됩니다.]
시스템 알림이 다시 울렸다.
난 마음이 다급해졌다.
마지막으로 물을 것은,
“그, 형이 받았던 시스템 특전은 뭐예요? 통찰? 미래시? 아니면 다른 게 있었나요?”
시스템이 우리에게 줬던 특전의 종류가 궁금하다.
한데,
“……특전?”
형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눈치였다.
“돌발 미션은요? 형도 돌발 미션이 자주 나왔어요?”
“응? 그게 무슨,”
그 뒷말이 이어지기 전,
툭.
도승이 형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졌고.
[세계선 복구 완료]
[회귀자와의 만남이 종료되었습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아…….”
난 허망하게 허공을 쳐다봤다.
이토록 짧게 끝날 줄이야.
무엇보다,
‘미친…….’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뒤늦게 올라왔다.
도승이 형을 마지막에 보내면서 한 말이 특전이 뭐였냐는 것과 돌발 미션이 있었냐는 거였다.
내가 생각해도 최악이다.
분명 형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하고자 했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션을 성공시키라는 말에 겁을 먹어 소중한 시간을 이기적으로 사용해 버렸다.
마지막에라도 수고 많았다고.
너무 고생했다고 말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후우우…….”
밀려오는 감정에 마음이 떠내려갈 것 같았다.
정신을 붙잡고 이성을 되찾았다.
방금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 볼 시간이었다.
미션 실패 후 사망하더라도 자연법칙이 있으니 바로 죽진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대비만 한다면 두 번째 기회를 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션이 실패하게 되면 상황에 맞춘 두 번째 미션이 나온다.
또한,
‘특전이나 분기점, 돌발 미션에 대해선 모르는 눈치였어.’
이 또한 중요한 정보였다.
형은 내가 특전이나 분기점, 돌발 미션에 대해 물으니 전혀 아는 사실이 없어 보였다.
이는 도승이 형과 나의 회귀가 비슷한 듯 다른 구석이 있단 거다.
한데,
‘특전 없이 어떻게 이 정신 나간 미션들을 깨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래시와 통찰이 없었다면 깨지 못했을 순간들이 너무도 많다.
생각이 깊어지고 고민이 많아지고 감정이 어지러워지는 밤이었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의지적으로 끊어냈다.
얻어낸 정보들은 얼추 정리했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면 될 거다.
지금은 컨디션 조절이 먼저였다.
쓰러진 도승이 형을 방에 데려다 놓고 나도 들어가서 잘 생각이었다.
이 덩치 큰 사람을 어떻게 혼자 옮겨놓지란 생각에 빠질 무렵.
끼이익.
갑자기 뒤쪽에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아직 안 잤네, 태윤이? 하하.”
“…….”
동준이 형이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모두가 잠들었다 생각했는데,
“……미친.”
도승이 형과 내가 나눈 대화들을, 동준이 형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