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09화 (109/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09화

[금일 진행될 라이브에서 온리원보다 높은 파랑새 트윗양을 기록하시오.]

[성공 시, 통찰의 통제권 강화.]

[실패 시, 통찰 통제권 회수.]

난 시스템이 읊어주는 미션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었다.

파랑새 트윗양을 온리원보다 높게 유지하라니.

‘돌겠네.’

대체 이 미션 선정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어떨 때는 화장실에 숨어 들어가 있으라는 가벼운 미션을 던져주더니.

이번엔 온리원보다 높은 트윗양을 기록하라는 어려운 미션을 던져준다.

온리원과 우리는 더쇼케2가 방영하는 날이면 파랑새 실시간 순위에 매번 올라가곤 했다.

프로그램이 가지는 힘이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온리원을 트윗양으로 이긴 적이 있었나?’

온리원이 우리보다 근소하게 트윗양으로 앞서 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 방영의 순간순간엔 우리가 더 많이 SNS를 장악했던 것도 같긴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순간순간이고.

결국 시간 지나 집계된 총 트윗양은 비슷하거나 온리원이 살짝 더 많았다.

이는 프로그램 자체에서 미는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 인지도의 차이였다.

뭐 이런저런 말이 많고, 논란도 많긴 하다만 어찌 됐든 강현성은 셀유돌 유어스 출신이다.

유어스 내에서도 메인 멤버였고.

1년짜리 그룹이었지만 그 1년간 유어스란 그룹이 돌판에 가져다준 파급은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긴 해.’

어찌 보면 이만큼 따라잡은 게 기적이긴 하다.

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온리원보다 높은 트윗양을 기록하라.’

이게 중요하다.

“흐으음.”

난 핸드폰을 들어 W라이브 어플에 들어간 뒤 더쇼케 채널을 확인했다.

올라온 공지는 심플하다.

「킹시콜라 광고 촬영 현장에 온리원/세이렌이 찾아온다?!

온리원과 세이렌에게 궁금했던 질문들 다 물어봐!

#나의_하나뿐인_온리원에게_궁금해

#세이렌에게_궁금한거_SAY_해봐 」

우리가 광고 촬영 현장에 찾아온다.

우리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해 봐라.

이게 전부였다.

이 아래로 오늘 라이브 예정 시각을 적어주고, 이 방송의 후원사가 어디인지 한 번 더 명시해 주긴 했다만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궁금한 걸 물어보라고는 하지만, 메인 콘텐츠는 안 알려주네.’

그냥 궁금한 걸 질문받고 답해주는 형식이 메인 콘텐츠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럴 확률이 높진 않다.

이건 킹시 콜라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행사다.

그런 행사에서 아무런 주문사항이 없을 리가 없다.

그냥 궁금한 거 물어보고 답해주는 건 우리 좋으라고 하는 행사일 테니까.

‘복잡하다.’

어떤 식으로 해야 온리원보다 높은 트윗양을 기록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서지만.

‘일단 닥쳐서 해봐야 하나.’

이상하게,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라이브 방송은 날것의 우리가 나가는 방송이다.

온리원의 팀 분위기도 경험해 보고, 우리 팀 분위기도 경험해 본 나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우리 형들이……. 좀 더 골 때리니까.’

온리원도 웃기긴 했다만, 우리 형들이 좀 더 캐릭터적으로 재밌을 거 같았다.

캐릭터성과 순간 순발력으로 승부 보는 라이브 방송에서라면,

‘트윗양을 앞설 수도 있겠지.’

때마침,

“샵 도착했습니다~”

샵에 도착했고, 우린 차량에서 내렸다.

“아고고고.”

“끄으으아!”

“피곤해.”

“후우.”

형들은 각기 곡소리를 내며 샵으로 올라갔다.

그때,

지잉.

핸드폰이 진동했다.

‘뭐야.’

난 샵 앞에 서서 누가 아침부터 문자질인가 싶어 확인을 했는데,

-오늘 촬영 잘해봐요.

“……?”

강현성이었다.

괜한 소름에 난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답장하지 않았다.

뭐, 아침에 바빠서 못 읽었다 하면 되겠지.

* * *

온리원은 샵에서 한창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중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다들 열심히 연습을 해서일까.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중에도 다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헉! 진짜 죄송해요. 잠든 줄 몰랐어요.”

온리원 멤버들은 자기들 탓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연신 사죄했으나,

“괜찮아요~”

“피곤하실 거 다 알아요~”

“누가 머리 만져주고 있으면 솔솔 잠 오잖아요.”

샵 직원들은 친절하게 응대했다.

유일하게 잠들지 않고 핸드폰을 확인하는 건 강현성이었다.

“누구한테 연락 올 일 있어요?”

담당 선생님의 질문에,

“아뇨.”

강현성은 짧게 답하곤 핸드폰을 내려놨다.

“오늘 무슨 촬영이라고 했죠?”

“킹시 콜라 광고 촬영이요.”

“그거 작년에 유어스 때에도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크으, 그때도 진짜 괜찮았는데. 완전 여름 저격해서 청량청량하고,”

“그랬나요?”

“제 친구는 유어스 포카 모은다고 킹시 콜라 박스째로 사고 그랬어요.”

“감사한 일이네요.”

강현성은 그리 말하곤 건조하게 웃었다.

그러곤 잠시 생각했다.

아직까진 어딜 가든 그를 온리원보단 유어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화의 주제도 계속 유어스에 맞춰져 있고.

다만,

‘유어스라…….’

실제 강현성에게 유어스는 그리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었다.

가급적이면 빨리 온리원이 자리를 잡길.

유어스 이야기가 되도록 귀에 들려오는 일이 없길 바라고 있었다.

그때,

지잉.

강현성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곤,

“하.”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담당 선생의 질문에.

“아뇨.”

강현성은 이리 답하곤 다시 핸드폰을 내려놨다.

화면에 떠올랐던 건 봉태윤의 답장.

짧고 간결한 한 마디.

-예.

였다.

싸가지없고 불친절한 한마디건만,

“이번 광고가 유어스 때 했던 것보다 더 좋을 겁니다.”

“아 진짜요?”

“네.”

방송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답이기도 했다.

* * *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끝내고 난 후 할당된 의상으로 갈아입기까지 했다.

현장 가면 의상 갈아입을 공간이 마땅치가 않다는 스태프 공지 때문이었다.

하긴, 오늘 갈 현장은 기본적으로 야외인 데다가 전부 공용 화장실이라 위험할 수 있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의상은,

“와, 나 교복 진짜 오랜만에 입어봐!”

“괜히 머쓱한데요.”

“에이~ 그래 봤자 다들 몇 년 안 됐잖아요~”

고등학교 교복이었다.

우리가 입은 건 베이지 톤의 따뜻한 색감의 교복이었다.

나름 맞춤 제작을 한 건지,

“이거 세이렌 고등학교라고 적힌 거지?”

“네.”

“귀엽다.”

셔츠 위에 받쳐입는 니트에 세이렌 고등학교 마크가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명찰도 다 잘 꽂았지?”

“네~”

각기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제 명찰도 가슴팍에 꽂았다.

교복을 입고 다시 차량에 올라타니 어딘가 느낌이 묘했다.

‘현장학습 가는 거 같네.’

형들이랑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적은 없건만, 왠지 다 같이 소풍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나뿐만이 아닌 건지.

“와! 다들 이렇게 입고 계시니까 진짜 다 고등학생 같아요.”

“뭔가, 우리 학부모 된 거 같지 않아요?”

“하하하! 맞다. 애들 등교시켜 주는 것 같네요.”

승연 씨와 현아 씨도 우리가 입은 교복을 보고 이리 말했다.

연훈이 형은 간만에 입은 교복이 좋은 건지 셀카 찍는 데에 열중이었고.

동준이 형은 교복을 입자 행동도 살짝 어려진 건지 안 하던 폰게임을 갑자기 꺼냈다.

운이 형은 다소곳하게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도승이 형은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바라봤다.

뭐랄까.

‘형들 고등학교 때 생활상이 왜 조금 보이는 거 같지.’

사람이 추억 묻은 물건을 보면 그때로 잠깐 돌아간다는데.

이 교복이 추억 묻은 교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데엔 충분했나 보다.

아, 참고로 난 검정고시 봐서 이미 고졸의 학력을 갖추고 있다.

딱히 고등학교 생활이란 걸 해보지 않아서 고등학교의 추억이랄 게 마땅친 않았다.

“이렇게 가니까 광고가 아니라 다 같이 놀러 가는 거 같지 않아?”

연훈이 형이 신나서 물으니,

“그러게요.”

“소풍 가는 느낌이긴 하네요.”

“마침 광고 현장도 그런 느낌이니까요.”

형들이 가볍게 답해준다.

마침,

“자~ 도착했습니다!”

광고 현장에 도착했다.

우린 다 같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 킹시콜라 광고 촬영이 이뤄질 현장.

다름 아닌,

“나 애벌레 랜드 진짜 오랜만에 오는데.”

“와아!”

“진짜 환상의 나라네.”

경기도에 위치한 놀이동산.

애벌레 랜드였다.

차량에서 내리니 저 중앙에 스태프분들이 모인 게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온리원이네.’

강현성을 비롯한 온리원 멤버들이 서 있었다.

“세이렌분들 오셨어요?”

우릴 마중 나온 현장 직원이 묻는다.

“지금 바로 저기로 합류하시면 됩니다! 여기 마이크 차주시고요!”

“네에~”

우린 제작진의 지시에 맞춰 마이크를 찬 후 현장으로 이동했다.

승연 씨와 현아 씨는 정말로 자식 학교 보낸 학부모 마냥 뒤에 서서 천천히 손을 흔들어줬다.

“가자~”

“광고 찍어보자~”

“예에~”

형들과 나는 현장으로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린 스태프분들에게 연신 허리를 꾸벅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저기 박수철 피디도 보이고.

오늘 광고의 감독이 될 중년의 남성도 보였다.

더쇼케와 킹시 콜라의 콜라보로 진행하는 광고다 보니 여러 회사의 관리자급이 많이 모인 것 같았다.

그때,

“그쪽은 베이지색 교복이네요.”

강현성이 불쑥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뭐 인사도 없이 베이지 어쩌구라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서서 강현성을 바라보니,

“아, 네. 저흰 베이지색입니다. 선배님은 네이비네요.”

“네. 저흰 다 같이 네이비입니다.”

네이비색 교복을 입은 온리원 멤버들이 있었다.

그때,

“태윤 씨! 역시나 교복 잘 어울리네요!”

박영호가 내 쪽으로 다가와 반가운 티를 냈고,

“역시 현역 고등학생인가.”

“저 고등학교 안 다니는데요.”

“아, 머쓱머쓱 히히 땀땀.”

온리원의 김주현도 다가와 친한 척을 했다.

온리원의 또 다른 멤버들인 이철운과 김시운도 꽤 반가운 티를 내며 내게 다가왔다.

“역시 제 나이에 어울리는 옷이 다 있나 봐요.”

“저희 교복보단 베이지가 확실히 봄 느낀이긴 하네요.”

난 어느새 내 쪽으로 동그랗게 모여 있는 온리원 멤버들을 쭉 바라봤다.

매번 드는 의문.

‘……대체 왜 얘네들은 날 좋아하는 거야.’

온리원에서 왜 난 늘 이리 환대를 받냐는 거다.

내가 얘네한테 딱히 뭘 잘해준 게 없는데.

“태윤아, 온리원분들이랑 인사 나누고 있었어?”

그때 동준이 형이 눈웃음을 치며 내 쪽으로 슬쩍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동준이 형을 시작으로,

“태윤아!”

“봉태윤.”

“태윤아?”

연훈이 형, 도승이 형, 운이 형까지.

차례로 내 쪽으로 모였다.

뭐랄까.

‘왜 날 중심으로 모이는데.’

내가 이 두 그룹 사이의 교두보가 된 것만 같다.

그간 온리원과 세이렌 사이엔 사실 크게 왕래가 있진 않았다.

매스컴에서 라이벌이니 뭐니 묶어대도 이상하리만치 온리원과는 친분이 생길 일이 없었는데,

“안녕하세요, 선배님!”

“너무 딱딱하게 선배님, 선배님 안 그러셔도 돼요.”

“그치만……. 선배님이시잖아요.”

“저희 동갑이잖아요.”

“네!”

“그냥 친구 하죠.”

“진짜요?”

오늘 뭔가 제대로 서로 친분을 쌓아가는 것 같았다.

껄끄러운 건,

‘왜 계속, 날 중심에 세워두냐고.’

이제 그냥 서로 대화 나누면서 친분 쌓는 거 같은데.

왜 굳이 날 계속 중앙에 세워두고 지들끼리 대화를 나누는지 모르겠다.

“와, 도승 씨 대흉근 발달이 장난 아니시네요?”

“아, 알아보셨군요.”

“몇 종목 몇 세트로 가져가세요?”

“아, 전 보통 벤치 프레스 많이 하긴 하는데, 덤벨이랑 바벨로 저중량 고반복 하거든요. 이게 프로그램이…….”

온리원 김주현과 도승이 형은 벌써 헬스인끼리의 우정을 다지는 중이었고.

“어? 저희도 동갑이에요?”

“오오~ 동갑쓰~”

온리원의 박영호와 동준이 형도 동갑이란 걸 매개로 빠르게 친해지고 있었다.

친해지는 건 좋지만,

‘날 중앙에 왜 세워두냐고……!’

약간 토템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날 중앙에 박아두면 친목의 장이 형성되는 건가.

누가 됐든 이 친목장 좀 끝내줬으면 싶었는데,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시나요, 여러분?

광고 감독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아, 시작하나 보네요.”

“또 대화 나눠요.”

이제야 이 친목장이 끝날 거 같아 숨통이 트일 거 같았는데,

-아, 우선 여러분들이 서로 대화 나누며 친분 쌓는 게 참 보기 좋군요.

저 감독 말이 뭔가 이상하다.

-오늘 광고는 원래 두 개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각자 놀이공원 와서 노는 거였는데, 살짝 변화를 줘봐도 될 거 같아요.

이거, 싸하다 싶은데,

-온리원, 세이렌 두 그룹 섞어서 오늘 촬영 진행할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헉!”

“와!

“재밌겠다!”

아주…… 대놓고 친목의 장이 열리게 생겼다.

“하아.”

급 피로가 몰려오는데,

“네!”

“좋아요!”

“호오오!”

나 빼고 모두가 웃음꽃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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