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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12화 (112/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12화

난 수레째 끌고 나온 수박 여섯 통을 바라봤다.

20인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20명이 먹을 만한 화채를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대충 눈짐작으로 여섯 통을 사달라고 했다.

지금 온리원과 우리를 포함해 현장에 남아 있는 인원은 20명가량.

아마 이 현장에 있는 모두가 배 터지게 먹고도 남지 않을까 싶은 양이다.

수레째 끌고 나온 수박이 꽤 퍼포먼스가 된 걸까.

“진심이세요?”

“아니, 봄에 수박은 어디서들 그렇게 구하신 거야.”

“태윤 씨……?”

“하아…….”

온리원 쪽 반응이 심상치 않다.

좀처럼 크게 반응하지 않는 강현성조차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수박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박영호는 거의 눈이 빠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크게 떴고.

그 밖의 온리원 멤버들 모두 넋 나간 표정이었다.

그러곤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본인들의 뽀얀 닭을 슬그머니 치운다.

‘……비주얼에선 이겼다.’

재료 리스트를 적어달라 할 때 일부러 부탁했던 사안이 바로 여섯 통을 사달라는 거였다.

‘화채로는 조리 과정에서 임팩트가 약하니까.’

오늘 트윗양으로 온리원을 앞서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어느 한 구간에서라도 화제성을 놓쳐선 안 된다.

해서 일부러 뇌절을 친 거다.

화채, 라는 요리는 조리 과정에서 무언가 재미를 주기 어려우니 양으로 승부를 해서 화제성을 끌어오자는 심산에서였다.

지금 보니 수레째 끌고 온 여섯 통은 꽤 심한 거 같긴 했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충격은 준 거 같으니 성공이다.

연훈이 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깨물고 있고.

운이 형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심란한 얼굴로 수박을 바라보고 있으며.

동준이 형은 그저 이 상황이 어처구니없는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딱 한 사람.

도승이 형만이 득의양양한 표정이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저희 집만의 특색 요리를 먹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도승이 형이 이리 말하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난 슬쩍 앞으로 가서 채팅을 확인해 봤다.

대부분,

-이게 괴식이 아니라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요?

이런 반응이었다.

더 나아가,

-깜고 개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

-도승아 너 이런 캐릭터였어?

-ㅠㅠㅠㅠ도승이가 주면 콜라화채라도 달게 받을게

도승이 형의 팬인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하기도 했다.

확실한 건 채팅방 점유율은 우리가 장악했단 거였다.

온리원보다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승이 형도 채팅을 본 걸까.

다소 심각해진 얼굴을 한다.

그러곤,

“콜라화채 정말 맛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하면 이 여섯 통 저희 네 식구끼리 이틀이면 다 먹을 거예요.”

정말 진심인 표정으로 이리 말한다.

“심지어 제로 콜라로 만들어서 칼로리도 훅 떨어집니다.”

이 콜라화채 진심남을 어떻게 말려야 하나 싶다.

아니, 평소엔 운동, 음악, 박동준 기강 잡기, 외에는 크게 신경도 안 쓰는 인간이 왜 콜라화채에만 이렇게 집착하나 싶다.

“그럼,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온리원은 콜라찜닭을.

우리는 20인분 콜라화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 * *

세이렌의 팬은 넋이 나간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결국 현실 웃음을 터뜨리며 침대 위를 굴러다녔다.

W라이브 방송을 한다 했을 때 자신이 이렇게까지 빵 터질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보통 이런 라이브 방송은 애들 얼굴 보는 맛에, 또 일상대화 듣는 것에 의의가 있으니 말이다.

웃을 만한 일이라면 얘들 얼굴 보다가 광대 승천하는 것 외에는 딱히 없을 줄 알았는데,

“수박 여섯 통이래……. 진짜 미치겠다, 얘들아.”

너무 웃다 보니 배에 힘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봉태윤은 그리 말하며 본격적인 수박 해체쇼를 시작했다.

세이렌 멤버 다섯은 다 같이 도마 위에 수박을 올려놓더니 칼을 들었다.

-위험하니까 조심조심~

우연훈이 칼 든 멤버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했지만,

-연훈아 조심해!

-연훈이 앞치마 입은 거 귀여워ㅠㅠㅠ

-복숭아가 수박을 자른다니!! 말도 안 돼

-우리 말랑복숭아가 수박 자른대요ㅠㅠㅠ

사실 가장 칼 든 폼이 어색한 건 우연훈이었다.

“아 귀여워…….”

그녀는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중으로 캡쳐 버튼을 눌렀다.

교복 입고 앞치마 입은 우연훈이 칼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건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

다만 귀엽다며 좋아서 흐뭇하게 웃던 걸 잊을 만큼 빅 이벤트가 바로 터졌는데,

-이 고무 대야에 수박 넣으면 됩니다.

“푸흡!”

봉태윤이 김장할 때나 쓸 법한 대형 고무 대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태윤앜ㅋㅋㅋㅋ

-누가 화채를 고무대야에 하냐고욬ㅋㅋㅋ

-연훈이는 저기 들어가서 목욕도 하겠는데?

-아 귀엽겠다

화채와는 너무도 안 어울리는 소품의 등장에 채팅창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이게 방송이 너무 세이렌 중심으로 흘러가니 온리원이 방치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다만 온리원조차도 본인들 찜닭보다는 이 콜라 화채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이제 깨끗하게 씻은 닭을 넣고 콜라 넣은 후 졸여주면 되는데…… 지금 저거 고무 대야에요? 세상에…….

온리원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던 김주현이 찜닭을 하다 말고 세이렌의 고무 대야에 한눈을 팔 정도였다.

진풍경은 고무 대야에서 끝나지 않았다.

-수박을 썹시다~

-손 안 다치게!

-조심조심~

세이렌 다섯이 일렬로 서서 수박을 한 통씩 붙잡고 조각을 내는데,

-이거 수박 써는 공장 아님?

-누가 수박을 저렇게 많이 써냐고요ㅠㅠ

-아닠ㅋㅋㅋ얘들앜ㅋㅋ

수박 양이 너무 많아설까.

화면에 수박의 붉은 과육이 너무 많이 노출됐다.

-지금 여름 아니죠?

-아니 봄에 누가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고ㅋㅋㅋ

-저 고무대야에 수박 가득 찬 것 좀 보세요ㅋㅋㅋㅋ

심지어 한없이 클 줄만 알았던 고무 대야에 수박이 얼추 그럴싸하게 차올랐다.

다들 이 진기한 광경 속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을 때,

-아, 진짜 맛있겠다.

딱 한 사람.

강도승만 콜라 화채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제발 도승이 좀 말려줘요.

-나 진짜 세이렌이 이런 캐릭터인 줄 몰랐어요.

-우리 애들 바다의 요정인데……. 알고 보니 화채에 환장한 애들이었네…….

-한 달 식비가…… 얼마 나오니 우리 아깅이들? ?

사람들이 웃을 거 웃었다 생각할 시점.

이제 슬슬 화채 만드는 건 뇌절 같다 여길 때쯤,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야죠.

봉태윤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이미 뇌절 칠 거 다 쳤는데?

-하이라이트가 있음?

-화채 만드는 거에 하이라이트가 왜 있어 태윤아

사람들은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봤는데,

-콜라엔 멘토스죠.

봉태윤이 킹시 콜라 뚜껑을 따고 그 안에 멘토스를 가득 집어 넣더니 잽싸게 고무 대야에 콜라를 두고 도망쳤다.

이내,

-부와아아악!

콜라가 높게 솟구쳐 올랐다.

고무 대야 사이즈가 넉넉했기에 바닥으로 튀는 것 없이 아름답게 수박 사이사이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콜라 분수의 형상이 너무도 크고 아름다웠기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잠깐 멍하니 서서 화채를 감상할 정도였다.

-ㅅㅂ 진짜 하이라이트였넼ㅋㅋㅋㅋ

-샴페인 터뜨리는 줄 알았엌ㅋㅋㅋ

-연훈이 놀라서 쭈그러진 거 봐ㅠㅠ

-나 우리 현성이 저렇게 놀란 거 처음 봐요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 그렇게 시크하게 생겨섴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콜라화채 만들기는 종장에 접어들어 갔다.

봉태윤의 멘토스 콜라로 한껏 텐션이 높아진 상황 속.

콜라화채 진심남인 강도승이 홀로 걸어 나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뗐다.

-이제 여기에 칵테일 후르츠를 넣고 얼음 넣어준 후 휘휘 저어주면 완성입니다.

-이제 와서 평범한 요리인 척하지 말라고ㅋㅋㅋㅋ

-우리 애들이 미친 거 같아요.

-우리 깜고 진짜 4차원이구나

-콜라 화채라니…….

그렇게 온갖 소란이란 소란은 다 일으키며 콜라화채 조리가 마무리되었다.

때맞춰,

-그, 저희 콜라 찜닭도 완성입니다. 하하.

온리원의 콜라 찜닭도 완성되었다.

방송 스태프 한 사람이 완성된 요리를 잘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로 두 요리를 한 화면에 담았는데,

-찜닭이 너무 작잖아요!!

-음식 크기 차이가 거의 스무 배는 나는데요?

-진짜 미치겠다

-미치겠다 세이렌. 화채가 그렇게 좋아요?

일반적인 크기의 온리원의 찜닭은 고무 대야 속 콜라 화채의 위용 앞에 빛을 잃었다.

이어지는 건 시식 시간이었는데,

-와, 닭 간 진짜 잘됐네요.

-맛있어!

-밥 한 공기만 있으면 진짜 좋겠다.

온리원의 찜닭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어지는 시식은 콜라 화채였는데,

-저게 맛있을까?

-맛이 어때??

-맛있어??

사람들은 콜라화채가 과연 맛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에 종지부를 찍는 리액션이 나왔는데,

-아니, 이거, 와.

온리원의 김주현이 콜라 화채를 한 접시 들고 가서 먹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다.

-저 정도라고??

-주현아 그렇게 맛있어?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저게 진짜 맛있다고?

뒤이어 강도승이 카메라 앞에 앉아 진지하게 콜라 화채를 잡고 진정성 100%의 먹방을 선보였다.

-이게, 이 콜라의 탄산은, 사이다가 따라 할 수 없는 감성이 있습니다.

-이 수박 과육 사이사이에 스며든 콜라의 풍미…….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과 수박의 조화…….

-꼭 집에서 만들어 보세요. 꼭 입니다.

눈을 감고 진지하게 콜라 화채를 음미하는 모습에 채팅창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진짜 미친 거 아닌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콜라화채진심남 좀 말려봐요.

-우리 깜고 사실은 깜찌기 콜라 화채 광공이었던 것이다

이후엔 세이렌이 콜라화채를 접시에 담아 스태프들 모두에게 돌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스태프들이 먹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지만, 화면 밖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들은 너무 리얼했다.

-와, 이거 진짜 맛있어……!

-대박인데?

그 반응들에,

-지금 이거 몰카 아니죠?

-아니 나 지금 콜라화채 유니버스에 갇힌 거 같아요

-함 해먹어 봐야겠다

사람들은 또 한 번 유쾌한 채팅을 올렸다.

이후엔 약 1시간가량 음식을 먹으며 소통하는 방송이 이어졌다.

요리할 때와는 세팅을 달리해 의자를 가져다 놓고 태블릿 피씨까지 팀당 한 대씩 쥐여주며 채팅 읽기에 박차를 가했다.

큰 논란이 되는 발언들은 없이 두 팀 다 안전하게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다.

-아침에 제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박동준이지. 고민할 거 없잖아.

-……그쵸.

-사생활 보호 같은 거 없네요.

-아침밥은 주로 주현이 형이 해주거나, 현성이 형이 가끔 새벽 조깅하고 샌드위치 같은 거 사 와줘요.

각 팀은 라이브 방송에서나 할 수 있을 법한 TMI들을 풀어줬다.

그렇게 얼추 이야기 나눌 만한 것들을 다 나눴다 싶을 때쯤,

-다음에 또 봐요~

-안녕~

-즐거웠어요!

방송은 종료되었다.

“하아. 진짜 재밌었다.”

세이렌의 팬은 그제야 화면에서 눈을 떼며 천장을 바라봤다.

하도 화면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가 눈이 침침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파랑새에 들어가 오늘 방송이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지를 확인해 봤다.

가능하면 이번 방송으로 애들 유입 좀 늘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실시간 순위

-1, 강도승 콜라화채. 12,646 트윗

-2, 세이렌 화채 10,426 트윗

-3, 강현성 교복, 9,879 트윗

파랑새 실시간 순위가 방금 방송으로 아주 뒤덮여 있었다.

* * *

라이브 방송이 끝이 났다.

고무 대야에 멘토스 콜라에 아주 할 수 있는 뇌절은 전부 다 했다.

그 덕에 요리하는 내내 채팅창 점유율은 우리가 전부 가져갔다.

온리원에게 조금 미안할 정도로 방송을 집어삼켰으니 말이다.

물론 후반에 채팅 읽는 시간을 가질 때엔 온리원에게 점유율을 다소 빼앗기긴 했으나, 그래도 영 밀리는 형세는 아니었다.

그 노력 덕분일까,

[미션 성공.]

[보상을 수령합니다.]

[통찰의 통제권이 강화됩니다.]

미션 성공과 함께 통찰의 통제권이 강화됐다.

역시나,

[잠깐 통증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전에도 그랬듯, 통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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