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14화
우리의 우승 후 온리원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당연히 이전만큼의 초동 화력은 안 나올 것이다.
‘많이 힘든 길을 가게 되겠네.’
이 초동이란 것은 회사 명성에 따라서도 많이 갈리지만, 투자 금액에 따라서도 많이 갈린다.
홍보비.
앨범 발주비.
제작비.
그 외 기타비용 등등등.
이 중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돈을 아끼면 아낀 티가 팍팍 나는 게 앨범이다.
내가 회귀하기 이전의 세계에서 온리원의 데뷔 초동이 30만 장 이상이 나올 수 있던 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할 정도의 상품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앨범 초동이 달라지는 건 수많은 변화 중 가장 작은 변화일 뿐일 거다.
비단 앨범 초동뿐만이 아닌 많은 게 달라질 게 분명했다.
이전 세계에서만큼 성공할 수도 없을 테고.
이전 세계에서만큼 호사스러운 삶을 누릴 수도 없을 테다.
생각이 계속 이어지려던 것을,
‘그만.’
난 의지를 갖고 끊어냈다.
지금은 온리원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적어도 온리원은 우승하지 못한다고 멤버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진 않지 않는가.
‘프로그램 우승 해야 해.’
난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도승이 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주 잠깐 만나고 왔던 다른 세계의 도승이 형이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무조건, 어떤 수를 써서든 미션을 성공시켜라…….’
치사하고 비겁할지언정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형체도 없고 뚜렷한 증거도 없는 내 내면의 양심에 찔려서 마음이 약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음을 덜어내고 난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한창 더쇼케2 5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방영될 촬영본은 3차 경연.
이날은 우리가 우승을 한 경연이다.
‘당연히 우리가 주인공이겠지.’
이전 화에서 2차 경연 우승을 한 온리원이 주인공이었으니, 그 주인공 역할을 다시 뺏어올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
“와아.”
“지금 다시 봐도 태윤이 무대는 진짜 상큼하다.”
이번 회차에서 우린 분명 주인공이었다.
* * *
더쇼케2의 5화가 방영되기 전.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주고받았다.
이제는 온리원 팬덤과 세이렌 팬덤 두 곳이 비슷한 사이즈로 커져 있는 상태였다.
대중적 인지도는 강현성이 있는 온리원이 훨씬 앞서지만, 아이돌판에 상주하며 헤비 유저로서 활동하는 코어층의 규모는 엇비슷한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각 그룹에 대한 조직적인 비방글도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아니 근데 세이렎 좋아하는 애들 우연훉 노래 잘한다고 하는 거 ㄹㅇ 노양심
-나만 방송에서 보정 개빡세게 넣은 거 다 티 나는 거 같음?
-봉태윥 여자 개밝힘 평소에는 개 동태이다가 나현 옆에 가면 생태임
-아 박동ㅈ 보컬이라고 박박 우겨놓고 노래 못해서 춤만 추고 빠지는거 개웃기네
-이거 곡 아무리 생각해도 표절 아님? 이거랑 비슷한데.
이걸 각 팬덤의 악질적인 유저들이 살포하고 다닌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두 그룹이 우승을 앞두고 있다는 점.
방송에서 비슷한 규모의 팬덤을 이끌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
지금의 여론전이 차후 각 그룹의 미래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 등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생각해 보자면, 각 그룹을 좋아하는 몇몇 악질적인 팬들의 조직적 움직임이라고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 때문일까,
-진짜 이 ㅅㄲ들은 왜 이러는 거임?
-ㅅㅂ 가던 길 가세요 괜히 우리 애들 머리채 잡지 말고.
-우리 애들 성공했다 머리채도 잡히고
-아니 진짜 그렇게 해서 온리웒이 우승할 수 있다 믿는 거임?
-연훈이가 노래 못한대……ㅋㅋㅋㅋ…….
-아니 코드만 겹치면 싹 다 표절 아니냐고 ㅈㄹ이네
세이렌 팬들 또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세이렌에게 붙는 루머들을 차단했으며.
-아 ㅅㅂ 그래서 너네 팀에 강현성 말고 누가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 애들 이름 다 아네 ^^ 난 온리웒 강혆성 빼고 모르는데ㅋㅋ
└ㄹㅇ 강현성 빼면 개 듣보 그룹
오히려 역으로 온리원 팬덤을 공격하기도 했다.
다만 두 팀 모두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만한 활동 등은 없었으며.
이러한 활동들 모두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비밀 계정 등에서 행해졌기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렇듯 두 그룹 간의 신경전이 암중에 벌어지는 상황 속.
더쇼케2의 5화가 방영되었다.
5화의 첫 시작은 이전 화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온리원이 어떻게 2차 경연 무대에서 우승을 했는지.
2차 경연은 어떤 과정으로 흘러갔는지.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도 반응을 쏟아냈다.
-아 영호 우는 거 진심 내 눈물버튼임
-ㅠㅠㅠ온리원 꽃길만 걷자 제바류ㅠㅠ
온리원 팬들은 이전 무대에 대한 회상을.
-우리 애들도 진짜 잘했는데
-오늘은 제발 1등 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
세이렌 팬들은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은 3차 경연의 미션 발표.
사람들은 이 장면을 집중해서 봤다.
이미 본방송 방청을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3차 경연 미션이 알음알음 퍼져 있긴 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마, 하고 봤으나,
-진짜 연합 미션이네 ssibal~
-아 좀 애들끼리 하게 냅둬
-스페셜 무대 같은 게 아니고 그냥 본무대가 연합인 거임?
-진짜 지랄도 가지가지다
사람들은 연합 미션에 대해 두 가지 반응을 쏟아냈다.
한쪽은 이따위 미션을 왜 하냐는 쪽.
이쪽은 각 그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헤비 소비층이었다.
다만 방송에만 관심 있고 크게 각 그룹별 충성도가 높지 않은 소비층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드디어 강현성, 봉태윤 얼굴합 볼수 있는 거임? ㅁㅊㄷ
-비빔밥의 민족 어디 안 감ㅋㅋㅋ
-벌써부터 맛도리네ㅇㅇ
고착화된 그룹별 분위기와 퍼포먼스에 질려 있던 사람들에겐 연합 미션은 좋은 변화구로 작용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강현성이 봉태윤을 자신의 팀으로 억지로 끌고 데려오는 장면이었는데,
-아닠ㅋㅋㅋ강현성 왜 봉태윤한테 집착함?
-ㅋㅋㅋㅋㅋㅋㅋㅋ태윤 없는 태윤 팀 됨ㅋㅋㅋ
-이걸 허락하는 PD랑 MC는 뭐얔ㅋㅋㅋ
-누가 보면 나라 잃은 줄 (가위바위보 져서 허망한 봉태윤.gif)
-그래서 둘이 무슨 관계인 거임?ㅋㅋㅋㅋㅋ
-강현성이 가자 막내야 하는 게 ㅈㄴ 웃김ㅋㅋㅋㅋ
라이트 유저층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준 장면 자체에 대한 코미디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다만,
-아 ㅅㅂ 나 봉ㅌㅇ 끼 없어서 별로여서 세이렌 건너뛰고 보고 있었는데
-현성아 ㅅㅂ 정신 차려
-아니 왜 저러는 거야 갑자기
-PD가 시킴? 아니 갑자기 ㅈㄴ 개연성 없는데
헤비 유저층은 이 사태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아니 강현성 인성 문제 있음?
-ㅅㅂ 태윤이 표정 안 좋은 거 저거 찐인 거 같은데
-형들이랑 무대 하려고 직접 나가서 형들 다 모았는데 저 ㅈㄹ 나면 나 같아도 개빡침
-아니 ㅅㅂ 이거 ㅈㄴ 억지잖아. 진심 누구 좋으라고 이 지랄하는거?
세이렌의 팬은 강현성의 트롤링을 욕했고.
온리원의 팬은 봉태윤의 끼 없음을 욕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나오건 말건.
방송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각 팀이 흩어져서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고.
아이디어를 하나씩 내뱉으며 무대를 구체화하는 과정 등이 나온다.
그 과정 중 눈에 띄는 장면은 김준혁과 이영준의 트롤링이었다.
사실 방송 자체의 편집은 트롤링, 이라기보다는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나왔다.
-김준혁이랑 이영준 쟤네가 활중 때린 애들이지?
└ㅇㅇ 방송하다 멘탈 나갔다고 활중 때림
-저딴 이상한 아이디어는 대체 어케 해야 생각해 내는 거임?
└쟤네 컨디션 안 좋댔음
실제론 지들이 무대를 주도해서 끌고 나가려고 남한테 민폐 끼치다, 지들끼리 싸워서 하차한 폐급들이지만, 방송에선 다소 다르게 표현되었다.
참가자들 간의 마찰을 표현해 봐야 현재 방송 분위기상 크게 득 될 게 없기도 했고, 김준혁과 이영준의 트롤링은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간 화제가 아닌 논란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표현한 저 둘은 멘탈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상한 아이디어만 말하는 조금 멍청한 인물 1, 2 정도였다.
중간중간 인터뷰로 한숨을 푹 쉬는 것과 제가 원래 이러지는 않거든요, 라는 인터뷰를 섞은 게 큰 힘을 발휘했다.
물론 실제 맥락과는 영 다른 맥락으로 사용된 인터뷰이긴 했지만 말이다.
김준혁과 이영준의 멘탈이 좋지 않다, 라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라는 편집은 방송 내내 은근하게 계속 반복됐고,
-걍 멘탈 터져서 나간 거네
-하긴 서바 하면 멘탈 갈릴 거 같긴 함
-원바이원 애들 팀 걍 터졌는데?
-3인이서 어케 무대 함?
현실에선 뜬금없이 이뤄진 김준혁과 이영준의 하차를 개연성 있는 사건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과정 중 봉태윤이 저 둘을 묶어놓고 패버리는 팩트폭행 장면은 삭제되었다.
대신 합숙 장면에서 조명된 주요 장면들을 몇 개 꼽아보자면,
-아닠ㅋㅋㅋ세이렌 옷만 왜 100% 현실 고증인데요ㅋㅋㅋㅋ
-얘네 진짜 자다 나온 거?
-ㅋㅋㅋㅋ리얼로 늦잠 자서 세수만 하고 나왔댘ㅋㅋㅋ
-근데 저렇게 입어도 얘들 다 비율 좋아서 그런가 좀 있어 보임
-아닠ㅋㅋㅋ우리 애들 온리원 옆에 세워두지 마세요ㅠㅠㅠ쟤네 너무 빡세게 꾸몄잖아요ㅠㅠㅠ
늦잠 자서 홀로 연습복 입고 출근한 세이렌 장면이 있었으며.
-지금 현성이 센터 선 거야?
-강현성 끼 부리는 거임?
-아 ㅅㅂ…… 나 진짜 뒤짐
-현성이는 상큼한 표정을 짓는데 왜 ㅅㅂ 농염해 보이죠?
└삐빅. 정상입니다.
-상큼섹시라…… 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걸지도……?
강현성이 중간점검에서 센터에 서서 무대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화제를 낳은 장면은
-아닠ㅋㅋㅋ봉태윤 랜덤플레이 댄스 왜 이렇게 잘하는뎈ㅋㅋㅋㅋ
-얘 진심 이렇게 접신한 거 같은 때가 있는데 그게 찐임
-진짜 미친새끼냐곸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웃다가 토할 거 같아요…… 진짜 그만해 주세요
봉태윤의 랜덤 플레이 댄스와.
-ㅅㅂ 둘이 천생연분임?
-저 둘이서만 18개를 맞췄다고?
-뭐 짜고 친 거 아니지?
강현성과 봉태윤의 이구동성 게임이었다.
-ㅋㅋㅋㅋㅋ강현성이 봉태윤 팀원으로 집착한 이유가 있었음ㅋㅋㅋ
└걍 본능에 이끌린 듯
└그래 봤자 느그 태윤이 끼 없음
└? ㅅㅂ 가던 길 가셈. 지랄 ㄴ
합숙소 씬에서는 이 정도의 장면들이 가장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장면들이었다.
이후부터 나오는 연습하는 장면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경연하는 당일로 시간이 넘어갔다.
어찌 보면 메인 이벤트가 경연씬이었으나 합숙 장면에서 이미 고점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이래놓고 경연 재미없는 거 아님?
-아 근데 이미 오늘 회차 레전드임ㅋㅋㅋㅋ
-봉태윤 랜덤플레이댄스 계속 생각남…….
해서 자연스레 사람들은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앞쪽에서 힘을 너무 많이 쓴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박수철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프로였고, 프로 방송쟁이들에게는 그 정도 기본적인 실수란 없었다.
시청자들의 모든 걱정은 기우였단 듯.
그날의 진짜 고점은 경연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경연 후의 봉태윤에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