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15화 (115/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15화

박수철을 비롯한 더쇼케이스2의 제작진들은 방송국 회의실에 앉아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파이널 무대만 앞둔 지금 어쩌면 편집해서 나가는 방송의 마지막 본이니 이것만큼은 다 같이 봐야 했다.

파이널 전에 특별 편성으로 2시간을 잡아두기도 했고 말이다.

현재 나오는 구간은 본격적인 경연의 시작 전인 합숙소 파트였다.

아직 순서로 따지자면 메인 코스 전의 가벼운 전채요리쯤 되는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 좋네요.”

“그래?”

“이런저런 반응들이 많긴 한데 크게 보자면 결국 다 화제성으로 이어질 만한 것들인 거 같아요.”

“좋네.”

이미 이번 회차에는 청신호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하긴 아쉬웠다.

당장 상반기에 이만한 화제성 몰고 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없을 게 분명한 상황이지만,

‘올해는 우리가 눈도장 찍어둬야지.’

상반기 서바이벌 화제작 정도로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올 한해 방송 예능 중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남고 싶은 마음이었지.

그러려면 이 정도 화제성으론 부족했다.

박수철은 손바닥을 비비며 화면을 주시했다.

“오늘 얼마나 더 터지나 보자.”

“오늘 잘 나와줘야 파이널 때 김샌단 소리 안 나올 텐데, 걱정이네요.”

“일단 지켜보면 알겠지.”

박수철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방송이 마무리되었을 때,

김민영을 비롯한 작가진들이 빠르게 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반응들을 수집했고.

그에 따른 대략적인 결괏값이 나오자.

그걸 본 박수철은 한마디를 했다.

“……터졌네.”

“……그러니까요.”

그날 밤.

더쇼케2 제작진들은 조용히 성공의 여운을 만끽했다.

* * *

초반부에서 하이라이트라 할 법한 클립들이 휘몰아친 더쇼케2 5화는 이런저런 불안요소들을 안고 경연 파트를 시작했다.

첫째로 앞쪽에 너무 많은 포인트를 잡아둬서 뒤쪽에 재미가 빠지면 어쩌나 하는 요소.

둘째론 가뜩이나 예민해진 온리원과 세이렌 팬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무대로 여론이 처참해질 수 있다는 요소.

마지막으론 3차 경연의 완성도 자체가 떨어질 시 마지막 파이널까지 화제성을 이어갈 만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요소까지.

한 발이라도 삐끗하면 잘나가던 프로그램이 하이라이트 직전에 고꾸라지는 꼴을 볼 수도 있었다.

다만 이런 우려는 세이렌 중심으로 구성된 연합팀의 무대가 시작되자 서서히 씻겨 나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냅다 얼빡으로 잡아버린 우연훈의 비주얼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우연훈 얼굴 무슨 일임?

-와 진짜 보다가 진심으로 소리 지름

-ㅇㅇ죽어줄게 연훈아

-아 진짜 개미친놈 아냐?

-이게 사람이야 복숭아야 진짜ㅠㅠㅠㅠ

그렇다고 볼 만한 게 얼굴뿐인 무대였느냐.

그 또한 아니었다.

-이 곡 또 강도승이 쓴 거임?

└ㅇㅇ 춤도 이운이 짰대 ㅠㅠㅠㅠㅠㅠ

-아니 그래서 왜 얘네가 WD엔터였다는 거임?ㅋㅋㅋ

-이게 진짜 중소돌이 맞냐고……

언제나 그렇듯 세이렌이 자체제작 해낸 무대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고.

-박동준 음색 진짜 좋음

-동준이 이 의젓한 갱쥐ㅠㅠㅠ

-이운 춤선 미친 거 같아

-한 품에 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남자들 사이에 한 품에 안기고 싶은 남자 강도승을 보고 가세요

└ㅁㅊ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대를 꾸리는 각 멤버들의 매력 또한 충분했다.

하지만 무대의 가장 큰 백미는 하나였는데,

-?? 우연훈 지금 고음 지른 거 들음?

-우연훈 고음 개미쳤는데??;;;

-아니 진짜 무슨 일임?

-진심 듣다 개놀라서 벌떡 일어났음

-아니 얘 뭔데

-노래 이렇게 잘했음?

-아닠ㅋㅋㅋㅋㅅㅂ연훈이 노래 못한다고 개억까하던 새끼들 어디 감?

우연훈이 곡의 하이라이트에 맞춰 고음을 지르는 장면이었다.

그간 노래를 잘한다는 이미지는 있었으나 정확히 어디까지 잘하는지.

속된 말로는 고음을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와 같은 것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우연훈이었다.

해서 사람들은 아이돌 그룹 메인보컬의 평균 정도의 가창력이겠거니 하고 짐작 중이었는데,

-듣다가 소름 돋음;;;

-입에서 초음파 나가는 줄

-아니 고음을 냅다 저렇게 질러 버리는 메보가 어딨음

-와 근데 우연훈 목소리 자체에 약간 벅차고 설레는 게 있는 거 같음

평균적인 메인보컬들의 가창력보다는 분명하게 위에 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더쇼케2 5화는 세이렌 연합팀의 무대로 어느 정도 우려들을 씻겨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고점이 있으면 저점이 있듯, 세이렌 연합팀의 무대 후에 이어지는 루미닌 중심 연합팀의 무대는 방송 중 가장 저점을 찍는 구간이었는데,

-그래서 얘네가 누구라고?

└ㅅㅂ니가 제일 나쁨ㅋㅋㅋㅋㅋ

-나 방송 다 챙겨봤는데 진심 얘네 매번 초면임

-무난한데 구림

인지도가 가장 부족한 연합팀이었기에 그 차이에서 오는 냉정한 반응들을 피해갈 수 없었다.

더 나아가 무대 구성 자체에도 독특함도 없었고.

독특함 없이도 눈에 띌 수 있을 만한 실력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자격미달이라 충격에 가까운 무대를 하는 것 또한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인상이 흐릿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창 루미닌 연합팀의 무대가 이어지는 중에도 SNS 피드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세이렌 연합팀의 이야기가 더 많을 정도였다.

그렇게 루미닌 연합팀의 무대가 끝나갈 즈음.

사람들의 관심은 세이렌 팀이 아닌 다음 팀으로 이어졌는데

-아ㅅㅂ 그래서 봉떤남자 어딨음?

-현성이 달라고요. ㅈㄴ 현기증 날 거 같으니까

온리원 중심 연합팀의 무대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온리원 팬덤은 방송 시작 초기부터 온리원이 언제 나오냐며 염불을 외고 있었고.

봉태윤의 개인 팬덤 또한 세이렌 연합팀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봉태윤이 어딨냐며 염불을 외고 있었다.

이 두 팬덤의 목소리가 루미닌 연합팀 전원의 팬덤보다 훨씬 컸기에 루미닌 연합팀의 무대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리원 연합팀의 이야기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큰 관심이 없는 상황 속 루미닌 연합팀의 무대가 끝나고.

온리원 연합팀의 무대를 앞두게 되었을 때,

-ㅅㅂ 나온다

-관짝 준비 완

-이게 진짜 개미친놈들이라고요ㅠㅠㅠㅠ

└방청 갔다옴?

└ㄴㄴ 그냥 개미친놈들일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뭐야

SNS 피드에는 온갖 날것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방청 갔다온 사람들이 다 봉떤남자 봉떤남자 하던데

-ㅅㅂ 그래서 얼마나 개맛도리인거임?

-ㅈㄴ 기대 중이니까 개별로면 ㅈㄴ 욕할 거임

└인성문제있음?ㅋㅋㅋㅋ

이미 한차례 인터넷에 풀린 방청썰 등에서 늘 중심을 차지한 게 이 무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며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봉태윤 끼없는거 찐임?

└ㅇㅇ 실제로 본 사람으로서 끼없음

-봉ㅌㅇ 빠는 빠순이들 ㅈㄴ 호들갑 떠는 거 에바임

물론 이런 열띤 반응에 초를 치는 부류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결국 주류 반응이 되지 못하고 묻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온갖 시선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시작된 온리원 연합팀의 무대는,

-교복?

-와 X발 봉태윤 센터임?

-아 이거네

-미친 봉태윤이라고?

시작부터 충격이었다.

그간 끼 없다고 소소하게 까이던 봉태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열아홉이라는 제 나이에 맞는 착장을 갖추고.

얼굴 가득 상큼한 미소를 지은 채.

라는 돌판에 유명한 청량 명곡의 도입부를 소화하는데.

그걸 화면을 통해 본 사람들은 이전 무대와 매치가 되지 않는 인지부조화에 타자 치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였다.

그 반응은 세이렌 연합팀 무대에서 우연훈 얼빡 오프닝이 잡혔을 때만큼이나 격했는데,

-ㅇㅇ죽어줄게 태윤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봐요 다들

-봉태윤 이혼하자;;;

-이게 열아홉살이라고요? 제 결혼은요?

-아 ㅅㅂ 화면 보고 웃는 거 ㅈㄴ 고자극임

-진짜 심장 떨려

그간 봉태윤이 해온 무대 중 가장 격한 반응들이었다.

온리원 중심으로 짜여진 연합팀이었기에 당연히 온리원 멤버들이 더 조명받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봉떤남자 개극악무도함……. 결혼하고 싶게 만들어놓고 아직 열아홉살임…….

- 이 봉씨 남자 그냥 늑대임……당장 결혼 갈깁시다 나랑…….

막상 가장 격한 반응은 봉태윤 팬덤에서 나왔다.

물론 강현성 팬덤이나 온리원 전체 팬덤에서의 반응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현성이 춤 보라고요ㅠㅠㅠ

-확실히 한 사람이 중심 잡고 연습 주도하니까 무대에서 티가 나는 거 같음

다만 봉태윤만큼 거칠 수는 없었는데, 온리원과 강현성의 경우 늘 잘하던 걸 똑같이 잘한 느낌이었다면, 봉태윤은 못해왔던 걸 갑자기 잘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5화의 하이라이트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박수철 피디가 정말 공을 들여 편집한 부분.

시청자들이 모르게 앞뒤 분량과 호흡을 적당히 조절해 탄성이 터질 수 있게 의도적으로 컷을 집어넣은 부분.

바로 봉태윤의 나 뽑아줘요 누나, 부분이었다.

무대가 끝난 후.

투표 독려를 위해 마이크를 나눠줬을 때.

봉태윤은 마이크를 잡고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관객들을 향해 나 뽑아줘요 누나, 라는 문제의 그 멘트를 내뱉었다.

그걸 들은 방청객들이 진심으로 터뜨리는 함성도 비명도 아닌 포효에 가까운 소리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ㅅㅂ 진짜 찐텐으로 좋아하고 있잖아욬ㅋㅋㅋㅋ

-와 근데 사운드에서 행복한 게 느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은 방송 중 가장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또한 봉태윤이 뱉은 누나 발언에 대한 여파 또한 결코 작지 않았는데,

-나 뽑아줘요 누나. 드르륵 탁. 나 뽑아줘요 누나. 드르륵 탁. 나 뽑아줘요 누나. 드르륵 탁.

-진짜 인소 캐릭터 아님?

-하아……ㅅㅂ 나도 힘들다……. 얘 아직 열아홉살이란다…….

-봉떤남자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개극악무도하네;;;

그 순간만큼은 라이트하게 소비만 하던 사람들조차 대거 봉태윤에게 과몰입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순위를 발표하는 부분까지 이어졌는데,

-세이렌 1등임?

-와 드디어 1등 하네

-이 정도면 진심 인간승리 아님?

-나 뽑아줘요 누나 드르륵 탁…….

└ㅋㅋㅋㅋ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사람들은 드디어 세이렌이 1등을 해냈다며 같이 즐거워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격한 반응이 나온 건 세이렌 팬덤이었는데,

-얘들아 진짜 수고많았어ㅠㅠㅠㅠㅠ

-진짜 드디어 단독 1등ㅠㅠㅠㅠ

-솔직히 할 말 개많은데 안 하는 거임 ㄹㅇ로……. 그래도 단독 1등 너무 축하해 얘들아.

그간 세이렌이 1등을 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경연을 이어왔기에 다들 특히나 과몰입한 상태였다.

세이렌 팬덤은 세이렌의 1등을 본인들의 1등처럼 기뻐하며 SNS에 축하글들을 쏟아냈다.

이후 MVP 발표까지 끝나고.

방송이 마무리에 접어들 때쯤.

화면 하단부 자막으로 지나가는 한 줄이 있었는데,

-다음 주 파이널 생방송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더쇼케2의 서바이벌 경연의 마지막을 알리는 한 줄이었다.

그걸 끝으로 더쇼케2 5화의 방영이 종료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