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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16화 (116/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16화

더쇼케이스2의 5화 방영이 끝이 났다.

우린 숙소 거실에 앉아 다 같이 티비를 보는 중이었다.

방금 방영이 끝이 났고, 이에 대한 한 줄 평을 하자면,

‘예상대로 우리가 주인공이었네.’

딱 예상했던 정도의 편집이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누나라고 말한 걸 왜 이렇게 강조한 거야…….’

박수철 이 양반, 내가 누나라고 말한 걸 알게 모르게 강조했다.

별생각 없이 보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법하지만, 연출을 해본 사람이나 방송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법한 포인트였다.

앞뒤로 주변 사운드를 살짝 죽이고, 화면도 조금 차분하게 정리한 뒤, 나 뽑아줘요 누나, 라는 멘트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으니까.

그 탓일까,

“봉누나 씨, 오늘 방송의 찐 주인공이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지 마요, 형.”

“왜 그러시죠 봉누나 씨?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봉누나 씨?”

형들이 계속 나를 놀린다.

동준이 형은 자꾸만 내 옆에 들러붙어서 봉누나 씨라며 날 부르고 있었다.

“태윤아! 근데 진짜 누나 발언 여파 장난 아니야! 지금 파랑새에서 완전 난리 났다니까!”

연훈이 형은 내가 창피해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파랑새 반응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고.

“태윤아 진짜 좋은 거라니까. 너무 창피해하지 마.”

운이 형은 진심으로 날 위로해 줬는데 이상하게 이게 더 상처받는 기분이었다.

도승이 형은,

“너 진짜 작정했구나, 저 날. 방송으로 보니까 더 체감되네……. 독하다, 진짜.”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날 보고 감탄 중이었다.

“하아……. 괴롭다.”

“괴로울 거 없어 태윤아! 진짜 대박이라니까.”

내가 통탄을 금치 못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연훈이 형이 또 한 번 핸드폰 화면을 내게 들이밀었다.

안 보려고 했으나 눈앞에 들이미는 바람에 볼 수밖에 없었는데,

-1위. 봉태윤 누나 25,670 트윗

“……?”

“너 지금 실시간 순위 1위야!”

이게 지금 실시간 순위 1위란다.

아니, 대체 왜.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버린 건가 싶다.

누나 소리 한 번 했다고 이렇게까지 광분하다니.

놀리려는 건지 진짜 좋아하는 건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은 낳지 말아야겠다.’

이 흑역사를 자식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다.

아버지로서의 체면 같은 것이 땅바닥에 떨어질 것만 같다.

“하아아.”

“왜 한숨이야. 잘된 일인데~”

내 속이 까맣게 타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형들은 싱글벙글이었다.

이제 이 이상으로 반응하면 안 되겠다.

잠깐 평정을 잃어 과하게 반응하니 형들이 더 신나서 날 놀리는 것 같다.

난 평소의 나로 돌아와 평정을 가장했다.

“아, 뭐야. 끝났어?”

그러자 가장 먼저 흥미가 식은 건 동준이 형이다.

한데 끝났어, 라니.

배신감 느껴진다.

저 형 내가 고통받는 거 알고 일부러 그랬던 거다.

그렇게 잠시 동안만 누나 소리 나오는 걸 더 버티고 있으니,

“이제 슬슬 자리 정리할까요?”

운이 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럽시다~”

“그래.”

연훈이 형과 도승이 형도 운이 형의 말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자러 가는 것이냐.

그건 아니다.

“다들 옷 갈아입고 밑에 연습실로 내려와요~”

“네에~”

이제 곧 파이널 무대다.

밤을 새워서라도 연습을 해야 했다.

* * *

강현성을 비롯한 온리원 멤버들은 숙소 거실에 앉아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송은 끝났으나 누구 하나 섣불리 일어나진 않았다.

이유는 하나.

세이렌이 이번 방송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

“세이렌 팀 분위기 엄청 좋겠네요.”

“파이널 전에 1등 해서 흐름 제대로 탄 거 같은데.”

그간 강현성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1등에 그렇게까지 목을 매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현성과 함께 연습을 하며 서서히 그에게 감화되었고, 지금은 강현성만큼이나 다들 1등에 목숨을 거는 상태가 되었다.

“세이렌분들이 잘하셨으니 1등 한 게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우리도 진짜 잘했는데…….”

박영호는 이리 말하며 아쉽단 듯 나머지 말을 삼켰다.

경연을 하던 당일에는 그렇게 아쉽지 않았건만, 파이널을 앞두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들 헛헛한 마음에 화면만 노려보는데,

“어쩔 수 없잖아. 더 마음 쓰지 말자.”

강현성이 한마디를 하며 티브이 화면을 꺼버렸다.

“아쉬워할 시간에 연습부터 하러 가자.”

“넵!”

“후우.”

“연습하러 갑시다~”

강현성을 비롯한 온리원 멤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연습하러 갈 준비를 시작했다.

온리원 멤버들이 연습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강현성은 자신의 방 책장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는데,

-TH엔터 아티스트 전속 계약서

TH엔터와 맺었던 전속 계약서였다.

강현성은 서류 봉투를 열어 관련 조항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정산비와 관련된 부분부터, 계약 유지 기간까지.

그 밖에도 회사가 맡아야 할 책무와 그 책무를 지키지 않았을 시 지게 될 법적 책임까지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처음 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업계 표준 계약서라는 담당자의 말을 믿었다.

그런 말에 홀라당 넘어갈 만큼의 어린아이였으니 말이다.

다만 몇 건의 계약을 체결해 보고, 이 업계에서 실제 생활을 해본 현재의 강현성의 눈엔,

“흐음.”

표준과는 한참 거리가 먼 조항들이 눈에 밟혔다.

그는 다시 계약서를 봉투에 집어넣었다.

때마침 온리원 멤버들이 환복을 마쳤다.

강현성도 옷을 갈아입곤 자신의 방을 나섰다.

* * *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연습은 계속 이어져갔다.

이번 무대는 어느 하나도 아쉬움이 없어야 했다.

곡과 안무, 컨셉 등에 대해 우린 계속해서 회의를 했고.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이 있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 따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정해 나갔다.

해서 매일매일이 사투였고, 매일매일이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엔 예산적으로도 아낄 수가 없었다.

“그건 걱정 마요!”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받아올게요!”

이에 대해 현아 씨와 승연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자기들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만 받아올 수 있는 예산의 현실적인 최대치를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었다.

가장 먼저 연훈이 형이 자신의 돈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명절 용돈 받은 거 모은 거야! 걱정 마! 어차피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있던 거니까.”

단순히 명절 용돈만 모았다고 하기엔 꽤 큰돈이었으나, 거부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 뒤로 도승이 형도, 운이 형도, 그리고 나도.

조금씩이나마 예산을 보탰고.

가장 큰 금액을 보탠 건,

“부담 갖지 마요~ 나 돈 많아요~”

동준이 형이었다.

그렇게 우린 그간 해왔던 무대 예산보다 2.5배나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

십시일반 모은 돈을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보여줬을 땐 두 분 다 놀라서 어버버댔을 정도였다.

그만큼 우린 이 마지막 무대에 진심이었고, 모든 걸 건 상태였다.

“의상이든 뭐든 아끼지 말고 써봐요, 우리.”

“……진짜 면목이 없네요, 여러분한테…….”

“이번엔 정말…… 돈 때문에 서러울 일 없게 준비할게요.”

“단 한 푼도 허투루 나가지 않게 쓸게요.”

의상부터 소품까지.

어느 하나 싸구려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연습은 매일 이어졌으며.

하루에 4시간을 자면 많이 자는 것이 될 정도로 한계까지 서로를 몰아붙였다.

곡도 완성이 됐고, 안무도 완성이 됐으며, 의상과 컨셉에 대한 것까지 전부 픽스 되었다.

그렇게 4월 6일.

4월 8일에 예정된 파이널 무대를 이틀 앞둔 현재.

우린 오후 연습을 막 끝낸 후 연습실 벽에 기댄 채 잠깐 쉬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라 해봐야 10분이다.

잠깐 물 마시고 올 정도의 시간밖에 안 된다.

너무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다들 아무 말도 안 하고 휴식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이 10분 중 1분이라도 제대로 못 쉬면 뒤이어 이어질 3시간 동안의 연습 중 중간에 분명 퍼지기 때문이다.

그때,

지이잉.

연훈이 형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 진동에 우린 말 없이 고개만 돌려 연훈이 형을 쳐다봤다.

“하아……. 확인해 볼게, 얘들아…….”

연훈이 형은 그리 말하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사실 다들 저게 무슨 연락일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훈이 형에게 대낮에 연락이 오면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방송국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왔단 건,

“……MVP 특전 맞네. 하하……. 단톡에 문자 캡쳐해서 올릴게. 호텔 위치랑 집합 시간 알려준 문자야.”

“하아아.”

“네에.”

“확인해 볼게요…….”

그래.

이거일 줄 알았다.

저번 3차 경연 때 MVP 특전으로 받은 호텔 스위트룸 숙박 말이다.

라방에 멘파까지 있다는 그 특전.

호텔도, 라방도, 멘파도 좋다.

지금 우리가 이토록 짜증을 내는 건,

‘왜 파이널을 앞두고 또 연습시간을 빼앗아 가는 거야.’

연습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받을 당시에도 막 아주 기뻤던 특전은 아니었다만,

‘하아. 짜증 나네.’

지금은 정말 짜증이 난다.

물론 경연 중 받은 특전이니 경연이 끝나기 전까지 사용해야 하는 게 당연하긴 하다.

그렇다면 가능한 가장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타이밍에 사용할 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진짜 경연 전날 부를 줄이야.’

제발 이런 예측이 빗나가길 바랐다.

‘……개 같은 자식들.’

난 속으로 욕 한번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호텔 근처에 연습실 잡아주겠다는 거네. 거기서 연습하고 라방이랑 멘파 할 때만 호텔로 오면 된대.”

“와, 하하하…….”

그래도 이 제작진 자식들도 양심은 있는지 호텔 근처에 연습실은 잡아준단다.

‘차라리 다행이긴 하네.’

늘 우리 스케줄 따위 무시하던 인간들이 이 정도로 해준 건 장족의 발전이다.

“자, 그럼 오늘 내일 할 연습까지 한꺼번에 해보자, 얘들아.”

“……네!”

“후우우.”

“자! 텐션 올려서! 가자!”

우린 다시 음악을 틀었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지난 며칠간 정말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춤을 춰서일까.

‘이게…… 되네?’

별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노래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경지에 닿았다.

그래, 이 정도라면 뭐.

‘하루쯤 연습 시간 줄여도 괜찮겠네…….’

일단은 안심이었다.

* * *

다음 날.

호텔에 가서 MVP 특전을 받는 날이 되었다.

이날도 그냥 호텔로 가기엔 아쉽다는 운이 형의 말에 우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다시 연습을 했다.

호텔 가서도 제작진이 잡아준 연습실에서 또 연습할 거 생각하니,

‘이 정도면 얼추 괜찮겠네.’

파이널 경연 전날임이 부끄럽지 않은 연습량은 채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새벽 연습을 끝내고 샤워까지 마친 후 우린 짐을 싸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게 파이널 전날이라 그런 걸까.

며칠 내내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연습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냐 왜.’

몸이 멀쩡하다.

극한의 긴장 상태에 있다 보니 몸이 일부러 힘을 쥐어짜 내는 중임을 모르진 않았다.

아마 경연이 전부 끝나고 나면 다들 앓아누울지도 모르겠다.

한데,

“가서 연습실로 바로 갈 순 없는 거겠지?”

“아아, 호텔. 차라리 경연 끝나고 보내주지…….”

나를 포함한 형들 모두, 그렇게 몸을 혹사시켜 놓고도 더 연습을 하고 싶어 안달을 내는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1등을 못 한다?

‘세상이 나를 버린 거지, 그건.’

난 호텔로 향하는 차량에 앉아 차창을 바라봤다.

우리의 현실적인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온리원은 지금쯤 무대 준비를 어디까지 끝내뒀을지 궁금했다.

아마 강현성 성격상 우리랑 엇비슷한 연습량을 맞췄을 터다.

연습량이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객관적으로 우리랑 온리원 사이의 우승 가능성을 점쳐보자면…….

‘우리지.’

우리가 더 높을 거다.

온리원이 못한다는 게 아니다.

내가 특히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형들이 잘나서 그런 거다.

기본적인 멤버들 개개인의 능력치가 온리원보다는 우리가 높으니까.

다만 무대는 까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고, 방송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

난 마음의 고삐를 풀지 않고 조금 더 바짝 잡았다.

그때,

지이잉.

내 핸드폰이 진동한다.

‘뭐야.’

누구한테 연락 올 게 있나 싶었는데,

-오늘 밤에 시간 됩니까?

굉장히 수상쩍은 연락이 왔다.

강현성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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