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38화
난 온리원에 대한 추가적인 다른 기사도 확인해 봤다.
다만 대부분이 처음 본 기사에 대한 어뷰징 기사들일 뿐이었다.
데뷔 전에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새 회사를 찾을 예정이다.
전원이 다 같이 해지한 상태다.
모든 기사가 이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진 않았다.
추가적인 서치는 불필요할 듯하여 핸드폰에서 손을 뗐다.
‘……강현성한테 전화를 해봐야 하나.’
물어보고 싶다.
대체 어떤 요령으로 회사랑 계약을 해지한 건지.
그 내막은 무엇인지.
어느 회사를 갈 건지.
무엇보다,
‘언제 데뷔할 거냐…….’
기획 중인 데뷔일이 있는지.
사실 나도 이런 생각을 먼저 하는 내가 영 좋진 않다.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긴커녕 내 앞길에 지장이 되지 않을까 견제부터 하는 꼴이라니.
다만 어쩔 수 없다.
이쪽은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맘 같아선 지금 전화해서 이것저것 질문해 보고 싶은데,
‘그건 진짜 안 되지.’
사람인 이상 그건 안 된다.
회사를 나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그 과정 중에 멘탈이 많이 털렸을 거다.
괜히 지금 연락했다간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밖에 안 될 터였다.
‘일단 뭐 확정 난 건 하나도 없으니 가만있자.’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송 화면에 집중했다.
우리가 방을 확인하는 장면.
다 같이 누워서 감자랑 고구마를 까먹는 장면.
귤을 한 조각씩 떼서 입에 던져 넣는 장면이 나왔다.
저 장면 중 백미는 연훈이 형이 동준이 형 입을 향해 던진 귤 한 조각이 입이 아닌 코에 맞은 뒤 폭! 하고 터진 거다.
“어! 하하하! 저거 동준이 귤 입이 아니라 코에 맞은 거 나왔다.”
“아, 피디님. 저거 좀 잘라주시지.”
“진짜 저거 실제로 볼 때 배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형들은 단체로 저 장면을 보며 하하호호 웃었다.
다만 난 심란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당장 티 낼 순 없으니,
“하, 하하하, 재밌네요…….”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며 이 흐름에 튀지 않으려 노력했다.
* * *
세이렌의 리얼리티가 한참 방영되는 오후.
인터넷은 온리원과 세이렌으로 한창 시끄러웠다.
-온리원 진짜 TH엔터랑 전속 해지함?
-잘됐음 차피 현성이 케어도 못 해줄 회사였음
-데뷔하기도 전에 해지는 또 첨이네
-강현성 박영호 김시운 이철운 김주현 사랑해 ㅠㅠ 행복만 하자
└ㄹㅇ 우리 와기들 꽃길만 걸어 기다릴게
-근데 현성이 마음도 이해 감. 유어스 하면서 대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 다 봤는데 오래 같이 연습한 동생들이랑 TH엔터에서 데뷔하려 하면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올 거 같음.
사람들은 세이렌의 리얼리티가 한창 이어지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온리원의 전속계약 해지에 대해 떠들었다.
심지어는 세이렌 팬덤에서조차 몇몇은 리얼리티보단 온리원의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글을 써내릴 정도였다.
-강현성 ㄹㅇ로 지금 해지한 거임?
-와 진짜 개ㅁㅊ놈이네;;
-근데 진짜 얼마나 멤버들 아끼는 거임;; 개독기다…….
-더쇼케 시청자로서…… 온리원이랑 우리 애들 둘 다 잘됐으면 좋겠음 진짜……. 제발 어떤 사이버렉카가 라이벌 구도라고 막 이상한 찌라시 퍼오지 않았음 좋겠음
세이렌 팬덤은 당연히 세이렌 입장에서 온리원의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더쇼케에서 이미 한 차례 라이벌로 서로 맘고생을 해본 상태기에 반사적으로 라이벌 포지션이 만들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거였다.
그중 한 사람은 다분히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는데,
-아니;; 오늘 우리 애들 리얼리티 하는 날인데 오늘 터뜨린 거 에바 아님?
온리원이 전속계약 해지 기사를 오늘 터뜨린 게 문제가 있단 거다.
-??뭔 개솔?
-ㅅㅂ 아 이건 진짜 억까다ㅋㅋㅋ
-이것은 세이렌 팬들의 의견이 아닌 개인의 의견인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아니 누가 ㅅㅂ 파이널 다 끝나서 화제성 다 떨어진 리얼리티 본다고 저거 견제하려고 기사 터뜨리겠음;;;
-어제 전속계약 해지 돼서 오늘 기사 나온 건데 이거 가지고 뭐라 하는 건 미친 거 아님?
사람들은 그 글에 몰려가 한바탕을 욕을 쏟아냈고, 밀려드는 비난에 못 이긴 계정주인은 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폭파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온리원의 전속계약 해지 기사 탓에 세이렌 리얼리티 1화에 대한 반응은 피드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거였다.
실제 파랑새 실시간 순위도,
-1위. 온리원 전속 계약 해지 (45,674 트윗)
-2위. 세이렌, 건강해져라! (35,387 트윗)
1위가 온리원 전속 해지, 2위가 세이렌 리얼리티였다.
다만 이 순위에 금이 가는 순간이 있었는데,
-???? 아니 얘네 지금 리얼리티 찍으랬더니 뭐 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애들아ㅋㅋㅋㅋ
-태윤이……. 저 기대감 없는 죽은 눈빛……. 너무 좋아…….
평상 자재를 받은 후 그걸 만드는 순간이었다.
봉태윤이 인류애를 상실한 눈으로 피디를 바라보고.
우연훈과 박동준, 이운은 평상을 바라보며 애틋한 표정을 짓는다.
-ㅋㅋㅋㅋㅋ연훈이 평상을 강아지마냥 부르는 거 졸귀임ㅋㅋㅋ
-아 우리 말랑복숭아 평상이랑 친구 하고 싶었구나ㅠㅠㅠㅠ
-(동준이 달려가는 영상) 저기요 여기서 동준이가 어딨다는 거죠 전 강아지 한 마리 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공녀님 맑눈광 개무서움 ㅋㅋㅋㅋㅋㅋ그렇게 웃지 말라고요
사람들은 세이렌 멤버들이 너무 쉽게 평상에 과몰입한 점.
그런 과몰입한 멤버들과 다르게 너무도 현실적인 멤버들이 존재한단 점.
그 두 그룹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며 각자 일에 열중한단 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밖에도 자잘하게 킬링 포인트가 많은 구간이었기에 온리원 전속계약 해지 건은 순식간에 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와 근데 우리 깜고 요리 개잘하는데? 당장 내 지하실로.
-도승아…… 진짜 할미다…… 죽기 전 네가 해준 제육볶음이 먹고 싶구나……. 숙소 현관 비밀번호 좀 알려다오…….
-요리할 때 소매 걷었는데 힘줄이 저렇다? ssibal~ 난 그냥 여기 누움;;
능숙하게 요리를 하는 봉태윤 강도승 그룹과 달리 우연훈 이운 박동준 그룹은 뚝딱거리며 평상을 만들고 있었다.
-아닠ㅋㅋㅋㅋㅋ저기요 저기 설계도 날라가잖앜ㅋㅋ
-설계도를 잡겠다는 미련이 없음
-너무 쉽게 놓아준 거 아님 저거?ㅋㅋㅋㅋㅋ
설계도를 잃어버린 곳에서 반응이 한번 터지고,
-누가 봐도 다리가 아닐 걸 다리에 붙이고 있음
-진짜 대환장파티네ㅋㅋㅋ
-저거 나랑 언니랑 전에 자취방 가구 조립할 때 모습 같음
└ㅁㅊ 집 다 때려부수셨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저 정돈 아닌 듯;;
누가 봐도 짝이 안 맞는 자재들을 갖다 붙이는 장면에서도 반응이 터졌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는데,
-오 태윤이 앉았다
-생각외로 멀쩡한가?
-???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애들 싹 다 뒤로 뒤집어지는 거 뭐임ㅋㅋㅋㅋㅋㅋㅋ
-박수철 개나빸ㅋㅋㅋㅋㅋㅋ저거 슬로우까지 걸어서 3번 반복시킴ㅋㅋㅋㅋ
-앜ㅋㅋ태윤앜ㅋㅋㅋ너무 웃어서 미안한데 진짜 개웃겨ㅋㅋㅋㅋ
평상이 무너지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의심 많던 봉태윤은 평상이 무너지던 그 순간에 당황은커녕 올 게 왔구나라는 해탈한 표정이었다.
우연훈, 이운, 박동준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참담한 표정이었고.
그 와중에 평상에 올라가지 않은 강도승은 어처구니없단 듯 그 넷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태윤이 해탈한 표정 ㅈㄴ 웃겨 진짜ㅋㅋㅋㅋㅋ
-저것들도 형이라고……. 약간 이 표정임ㅋㅋㅋㅋ
-그 와중에 강도승 안 올라간 거 개웃기네ㅋㅋㅋ
-아 우리 깜고는 위험한 짓 안 한다고요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본인도 모르게 고양이 낙법 할까 봐 안 올라간 거임
└아 인정인정
평상 박살씬 이후로 게시글들의 흐름은 확실히 세이렌 쪽으로 넘어왔다.
더 나아가 유입까지 끌어모으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었는데,
-내가 평상에서 굴러떨어지는 거에 치일 줄 몰랐음;;
-일단 내가 본 사람 중 평상에서 떨어질 때 제일 잘생긴 듯;;
-저……. 건조하고 인류애 없는 눈을 한 아이가…… 19살 막내라고요……? 이건 좀 잘못된 듯……. 진짜 좀 힘드네요……
더쇼케2에 대한 여운이 남은 기존 시청층이 관성적으로 이 리얼리티까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쇼케는 봤지만 세이렌에게 입덕하지 않았던 부동층이나 중간층이 대거 유입되는 지점으로 평상 박살씬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후 장면은 크게 이상할 것 없이 지나갔다.
저녁밥 먹으며 봉태윤이 형들을 혼내는 장면.
밥 다 먹고 누워서 자는 장면.
자기 전 다 같이 농담 주고받는 장면 등.
리얼리티라 하면 당연히 나옴 직한 훈훈하고 귀여운 장면들이 나오며 종료되었다.
-아 오늘 생활한복 5인방 개귀여웠다
-애들이 행복해 보여서 나도 너무 행복했으뮤ㅠㅠㅠㅠ 세이렌 이제 행복만 하자
-우리 애들 생활한복 잘 받네
-댕준이 퍼스널 컬러 강원도 브라운인 걸로
-태윤이 퍼스널 컬러는 스매쉬드 평상임?
└ㅋㅋㅋㅋ스매쉬드 평상ㅋㅋㅋㅋㅋㅋㅋㅋ
팬들도 만족하고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만족하는 잘 만든 리얼리티 1화였다.
* * *
방송이 종료되었다.
“아, 아아, 나 너무 웃어서 배에 힘 안 들어가.”
“와……. 태윤이가 날 저런 가차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줄 몰랐어.”
“태유나……. 왜 우릴 저렇게 희망 없이 바라보는 거야…….”
“내가 봉태윤 조카인 줄 알았네.”
연훈이 형, 운이 형, 동준이 형은 내가 형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제야 안 거 같다.
“근데 평상을 저렇게 만든 건 형들 잘못이잖아요.”
다만 여기서 내 잘못은 한 톨도 없다.
세상 누가 다리 길이를 저렇게까지 못 맞춘단 말인가.
저건 그냥 눈대중으로 슥 봐도 길이가 안 맞는 게 보이는 수준인데 말이다.
방금 방송으로 보니 못도 대충 설렁설렁 하나씩만 박은 평상이었다.
상식적으로 다리가 흔들거리면 못이라도 더 박아서 강하게 지지라도 할 텐데 이 형들은 그냥 모양만 만들면 되겠지란 생각에 날림으로 공사를 했다.
“평상이를 사랑한다면서 평상이를 죽인 건 형들이에요.”
“허어억!”
“야! 너! 말 취소해!”
“봉태윤! 네가 함부로 평상이를 입에 담을 자격은 없어!”
연훈이 형, 운이 형, 동준이 형이 아주 격하게 반응한다.
난 그 반응에 피식 하고 웃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주 세 사람이 부글부글 끓으며 당장에라도 평상이 기념비라도 지을 기세로 나온다.
“에휴, 그만들 해요. 밥상이나 치웁시다.”
도승이 형은 이런 우리가 한심해 보였는지 밥상을 들고 일어났다.
“아냐 아냐! 우리가 치울 게! 너랑 태윤이가 요리했는데 정리는 우리가 해야지.”
연훈이 형은 그런 도승이 형을 말리며 본인이 밥상을 들고 나왔다.
운이 형도 연훈이 형을 따라 나갔고.
동준이 형은 어떻게든 안 나가려고 엉덩이를 뭉개고 있다가.
“박동준!”
“아 걸림.”
연훈이 형의 부름에 결국 부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안방에는 나랑 도승이 형만 남았다.
“형 오늘 운동 갈 거예요?”
“운동? 모르겠다. 소화 좀 시키고 가볍게 맨몸만 하고 올까.”
도승이 형은 이곳에 와서도 저녁에 가볍게 맨몸 운동을 하고 있었다.
튼튼한 나뭇가지를 붙잡고 턱걸이를 하거나.
마당을 뛰거나.
푸시업을 하거나.
여러모로 운동에 진심인 형이었다.
난 그런 도승이 형을 빤히 쳐다봤다.
“뭐야. 뭘 봐 징그럽게.”
도승이 형은 내가 빤히 쳐다보니 괜히 시선을 돌렸다.
사실 아까 방송 모니터링을 하며 생각한 게 있다.
온리원이 전속계약 해지로 초반에 화제성을 가져갈 때.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온리원의 성공과 행복이야 당연히 응원한다.
아이돌이란 게 쉽지 않은 길임을 알기에 동업자 정신으로서 리스펙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올해엔 나도 양보할 수 없다.
운이 형의 목숨이 걸려 있는 판이니 말이다.
해서,
“형 우리 지금 팬송 하나 쓰죠.”
“……?”
“곡 하나 쓰자고요.”
“뭐……?”
“그리고 여기 산이랑 집 배경으로 가볍게 셀프메이드 뮤비도 만들어서 올려봐요.”
“…….”
도승이 형이 어처구니없단 듯 날 쳐다본다.
“……뭐 나한테 곡 맡겨놨냐?”
그래, 이런 반응이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