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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43화 (143/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43화

새 숙소에도 적응하고 새 차량에도 적응하느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산에서 찍어온 자체제작 뮤직비디오의 편집도 하고, 제대로 하지 못한 힐링도 마저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만 불안감을 야기시키는 소식도 들려왔는데,

[새 둥지 찾던 온리원, 어나더원과 전속계약 체결.]

[온리원, 차세대 보이그룹의 선두주자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다지다]

[온리원, Q엔터 화력 등에 업고 날아오르나?]

[온리원, 어나더원과의 전속계약 체결! 어나더원과 온리원의 케미는?]

온리원과 어나더원의 전속계약이 체결된 거다.

이에 대해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와 SNS 등은 한 차례 또 난리가 났다.

-아ㅠㅠㅠㅠ현성아ㅠㅠㅠㅠ

-온리원 절대 지켜

-진짜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사람들은 온리원이 제대로 된 회사를 찾은 것에 대한 안도감을 내보였다.

사실 우리만 대기업으로 이적하고 온리원만 그 개차반 같은 회사에 남아 있는 걸 대부분이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다만,

‘쉽지 않아졌네.’

형의 목숨이 걸린 나로서는 머리가 아파 왔다.

축하는 한다.

분명 온리원에게 잘된 일이다.

다만 이게 과연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한 온리원의 원래 행보는 데뷔 앨범으로 초동 30만, 그다음 미니 앨범은 초동 40만으로 성장.

그해 신인상 싹쓸이 정도다.

당시 온리원을 견제할 만한 남돌이 없었기에 이 정도의 활약이 가능했다.

한데 난 지금 온리원이라는 거대한 적을 앞에 둔 채 올해 안에 초동 50만을 달성해야 한다.

변수 없이 전력으로 해도 50만이 아슬아슬한 시점에,

‘미치겠네.’

온리원이란 큰 변수를 끼고 50만을 찍으려니 속이 갑갑하다.

일단 우리의 새 회사 넥스트 웨이브도 온리원에게만 화제성이 집중되는 걸 경계한 건지 보도자료를 뿌리긴 했다.

[더쇼케이스2 세이렌, 넥스트 웨이브 설립!]

[넥스트 웨이브, 국내 아이돌 산업에 새 바람이 부나?]

[[단독]넥스트 웨이브의 유원동 사장과의 인터뷰 “세이렌은 세계에 먹힐 아이템입니다.”]

일단 보도자료도 뿌리고 이것저것 화제성 긁어오려고 노력한 건 알겠으나,

‘왜 다 묘하게 핀트가 이상하지?’

저 기사들은 우리를 위한 기사라기보단 넥스트 웨이브란 회사와 유원동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사처럼 느껴졌다.

세이렌에 대해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쓸데없이 회사의 복지 시스템이나 확인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야 했을 거다.

‘이 새끼들은 아티스트 케어를 해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네.’

난 기사를 내리던 걸 멈추곤 미간을 꾹꾹 눌렀다.

일단 온리원이 새 회사를 찾으며 화제성을 올리고는 있으나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좀 더 자주 언급되고 있는 추세긴 했다.

2화와 3화가 방영된 세이렌, 건강해져라! 는 1화와는 또 다른 힐링과 소소한 유머포인트들로 한 차례 실시간 순위를 장악했다.

또한 우리의 오피셜 SNS 계정과 메시지 구독 계정, 라이브 방송 계정도 만들어져서 우리도 그 기능들을 틈날 때마다 쓰는 중이었다.

“아아! 나 승연 씨한테 셀카 올리려고 한 거 까였어!”

“콧구멍이 그렇게 크게 나오면 까이지 박동준아.”

“웃기지 않아요, 그게?”

“웃기긴 한데 지금은 피드 좀 예쁘게 꾸며둘 때 아니겠냐.”

물론 간혹 그 기능을 잘못 쓰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다행히 승연 씨 선에서 컷 되고 있었다.

아, 다행히 숭연 씨와 현아 씨의 고용이 넥스트 웨이브로 승계되기도 했다.

안 되면 개인적으로라도 부탁하고 싶었는데 이건 유원동이 의외로 잘 받아준 부분이었다.

‘어쩌면 인건비 아끼려고 그런가.’

잠깐 이런 생각도 들었으나 뭐 좋은 게 좋은 거니 하고 일단은 넘어갔다.

어딘가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는 느낌이긴 하나, 그래도 일상적인 나날이 2주째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이렇게 평안할 리가 없는데.

긴장을 풀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습관화된 평안에 자꾸만 경계심이 내려간다.

* * *

유원동은 사장실에 출근한 후 오늘 일정을 확인했다.

확인해야 할 업무라 해봐야 세이렌 관련된 것 하나뿐이니 직급은 올랐으나 일은 더 간소해진 느낌이었다.

다만,

‘이대로는 안 되는데.’

일이 편해졌다며 좋아할 짬은 아니었다.

그는 제일 그룹사의 임원이자, 자회사의 사장이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인 인력이고, 실적이 없을 시 가차 없이 잘리는 인력이었다.

지금도 세이렌은 잘하고 있다.

다만,

‘내가 안 보이는데.’

세이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유원동이 중요하다.

윗선에 보일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세이렌이 해낸 성과가 아닌, 유원동이 해낸 성과가 말이다.

세이렌의 활약은 그가 만들어낸 활약이어야 하고, 넥스트 웨이브의 성장은 그가 일구어낸 성장이어야 한다.

사실상 제일그룹 쪽에선 유원동에게 이렇다 할 기대는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성공할 게 뻔히 보이는 아이템을 던져줬고, 동시에 현실적 한계도 뻔히 보이는 아이템을 던져줬다.

이 말은 허튼짓하지 말고 떨어지는 실적이나 잘 주워 먹으며 돌아오란 거다.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을 만한 것이나,

‘이 정도면 안 돼.’

여기에서 그쳤다면 빽 없는 사원에서 임원까지 승진하지 못했을 유원동이다.

예상 가능한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내가 보여야 한다고…… 내가…….’

유원동은 펜을 돌리며 고민에 잠겼다.

이내 사내 메신저를 켠 후 팀장급 인력들에게 일제히 메신저를 띄웠다.

-잠깐 회의합시다. 다들 내 방으로 와요.

불시의 팀장 호출.

본사에 있을 때부터 자주 쓰는 유원동만의 훈련법이었다.

* * *

어나더원 사옥의 대표실.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어 입주하게 된 대표실에는 강현성과 라민이 함께 앉아 있었다.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강현성은 줄곧 회사에 상주하며 라민과 토론 중이었다.

“곡 라인업은 이제 이 정도면 된 거 같고……. 아직도 가사는 픽스를 못 했어요?”

“네.”

“컨셉 때문에?”

“네. 다들 작사는 잘하는데…… 컨셉이 확 꽂히는 게 없어서요.”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난리를 쳐놨는데…… 욕심부려야죠.”

최근 연예면 기사는 죄다 온리원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무리하게 회사에 부탁하여 보도자료를 뿌린 덕이었다.

“데뷔 언제 할지는 아직 정해진 거 없죠?”

“네. 아직 생각 정리 중입니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고, 고민 오래 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네. 근데 아직 확신이 잘 안 서서요. 조금만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기다린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강현성은 라민의 말에 작게 미소 짓는 걸로 화답하곤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가사지 들어온 거 있으면 좀만 더 보여주세요.”

“그래요.”

그렇게 한창 데뷔 앨범 작업을 마저 하려는데,

“음?”

모니터를 바라보던 라민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세요.”

강현성은 라민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이렌…… 데뷔 하나 본데요?”

세이렌의 데뷔 관련 기사가 나왔다.

한데,

“……큰일 났네요, 이 친구들도.”

기사 한 줄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러게요.”

세이렌이라는 탐 나는 과실을 멍청한 윗선이 망치려 들고 있단 걸 말이다.

* * *

미래시가 난데없이 시작된 것은 형들과 저녁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였다.

“박동준표 찜닭이 갑니다!”

“그냥 콜라찜닭 아니냐?”

“제가 만들었으니까 박동준표죠.”

“그 아까운 콜라로 차라리 화채를 해 먹지.”

“……저 콜라화채진심남을 어쩌지……?”

오늘은 처음으로 동준이 형이 우리에게 요리를 해준 날이다.

좋은 마음으로 해줬다기보다는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평화로운 일상에 변화를 느끼고자 했단 게 좀 더 그럴듯한 설명 같았다.

이때까진 별걱정 없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찜닭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고.

밥그릇과 식기가 하나둘 세팅될 때,

지이잉-

능력이 발동될 거 같은 조짐.

그 불길하고 기분 나쁜 조짐이 느껴짐과 동시에,

후웅!

시간이 정지했다.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투명한 막 하나가 떠오르고.

그곳에서 미래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왜 또 이런 뜬금없는 타이밍인 거냐…….’

난 시스템이 보여주는 미래시의 장면을 빤히 쳐다봤다.

미래시가 반갑다면 거짓말일 거다.

미래시란 건 어쨌든 형들과 나에게 닥칠 좋지 않은 미래를 보여주는 거니까.

가능하다면 미래시가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다만 반대로 우리의 불행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난 이 장면을 한 장면도 빼먹지 않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장면이 나오려나 싶은데,

-이번 주 뮤직카운트의 영광의 1위는 바로!

-온리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뭐?’

우리와 관계없는 미래가 나온다.

아니, 자세히 보면 우리랑 관련이 없진 않다.

온리원이 음악방송 1위를 하는 동안.

‘뭐야…….’

형들과 나는 그들 뒤에 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이건 내가 가장 우려하던 상황.

‘온리원한테 졌네……?’

우리가 온리원한테 진 거다.

물론 음방 1위 한 번 뺏겼다고 진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위험한데.’

초동 50만을 노려야 하는 지금.

우리가 모든 화제성을 다 긁어모아도 모자를 판에,

‘후우우.’

온리원에게 시작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거다.

언더독 효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더쇼케에선 우리에게 져서 2등으로 마무리한 온리원이 데뷔 활동 성적에서는 우리를 이기게 된다면 언더독 효과가 가속화된다.

이미 성공할 잠재력을 충분히 지닌 온리원이 언더독 효과에 가속도까지 붙으면,

‘걷잡을 수 없어질 텐데.’

어쩌면 초동 50만은 우리가 아니라 온리원이 달성할지도 모른다.

때마침,

후웅!

미래시가 끝났다.

“찜닭을 먹으면~ 기부니가 조치요~”

연훈이 형이 콧노래를 부르며 찜닭을 먹고 있다.

“오, 맛있는데? 수고 많았어, 동준아. 너무 맛있다.”

“레시피 잘 따라 했나 본데.”

“그냥 요리 잘한다 소리 한번 해주면 안 됩니까.”

“……레시피 잘 따라 했네.’

“……킹받네.”

운이 형, 도승이 형, 동준이 형은 만담을 주고받고 있다.

“태윤이 안 먹어?”

연훈이 형이 내 앞에 닭다리살 하나를 내려놓는다.

“잠시만요.”

난 음식은 뒤로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우리가 온리원한테 진다고?

사실 지금 흐름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말은 즉 지금부터 누군가가 우리의 행보에 트롤링을 하고 있단 거다.

유력 인물은 하나뿐이다.

‘유원동……!’

이 인간이 무언가를 한다면 조용히 할 리가 없다.

실적에 미친 인간이니까.

분명 동네방네 소문을 낼 거다.

그렇다면 분명 기사가 나올 거고.

난 여러 가지 검색어를 조합해서 서치를 시작했다.

그러자 손품을 팔 것도 없이 기사가 나온다.

[세이렌, 유명 안무가 제이퀸과의 콜라보 예감!]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던 콜라보 소식.

그 스포일러성 기사가 지금 연예면 메인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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