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44화
제이퀸과의 콜라보 예감이라니.
콜라보라는 걸 우리 몰래 진행할 수 있는 건가?
유원동이 혼자서 제이퀸한테 춤 배우는 게 아닌 이상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이 안 되는 게 일어난 거다.
우리의 의사 없이 독단으로 진행되는 콜라보.
일단 다행인 건,
‘확정은 아닌 건가…….’
아마 넥스트 웨이브 측에서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라고 정보를 흘린 정도인 거 같다.
민심 파악을 위해 종종 써먹는 수법들이니까.
기사 내용을 축약하자면 이랬다.
제이퀸이 우리 무대 영상을 SNS에 올리며 흔히들 말하는 샤라웃을 보냈다.
대충 한국말로 하자면 응원을 한 거다.
거기에 대고 우리 회사 공식 SNS에서 그걸 공유하며 긍정적인 게시글을 올렸다.
일견 논리적이고 일반적인 풍경이겠지만,
‘이게 기사로 나올 감이냐……. 원동아…….’
절대 기사로까지 나올 만한 소스는 아니다.
위에서 누가 흘린 거다.
이걸로 기사 좀 써보라고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물밑 접촉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제이퀸이 샤라웃 한 거부터 조작인지.
아니면 샤라웃까지는 진심이었지만 그 뒤 넥스트 웨이브가 개입한 일부터가 조작인지.
다만 조작의 범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이 사람이랑 콜라보를? 왜?’
이거다.
제이퀸은 솔직히 말해서 트렌드에 뒤처진 댄서다.
10년 전까지는 현역이었으나 이젠 예능인으로 더 자주 활동한다.
코레오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상태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 사람 왁킹 댄서잖아.’
우리가 추는 춤과 결이 안 맞다.
왁킹 댄스 자체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간 우리가 보여준 세이렌으로서의 색채와 왁킹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란 거다.
즉 이건,
‘그냥 냅다 유명한 사람이랑 우리 엮은 거잖아.’
우리가 어떤 그룹인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보다.
“태윤아…… 무슨 일 있어……?”
“뭔데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냐.”
“무슨 일이야?”
“태윤쓰?”
그때 형들이 날 불렀다.
난 핸드폰에서 시선을 뗐다.
이 사안은 일단 나만 알고 있으면 안 되는 사안이다.
해서,
“그, 이거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응?”
“뭔데?”
난 형들에게 핸드폰을 보여줬다.
이내,
“…….”
식탁엔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 * *
유원동은 연예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기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 바로 유명인과의 콜라보를 추진해 보자는 안건이었다.
세이렌이라는 그룹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유명할지언정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하니 그걸 채워보잔 심산에서였다.
물망에 오른 인물은 많았으나 적절한 인물은 없었다.
그러던 중 세이렌에게 호감을 가진 유명인 중 한 사람이 회의에 올라왔는데,
‘제이퀸, 좋네. 젊어 보이고. 유명하기도 하고. 춤도 잘 추면 아이돌 좋아하는 애들도 좋아하겠지.’
유명 댄서 제이퀸이었다.
제이퀸이 SNS에 올린 게시물 중엔 세이렌을 응원하는 게시물도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바로 홍보팀에 이걸로 그럴싸한 그림 한번 잡아보자고 했고, 일단 대중들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 추측성 기사부터 내보내 봤다.
연예면 기사들의 댓글은 이제 막힌지라 진짜 반응은 SNS 같은 곳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그로서는 일일이 서치하기 힘든 자료이니 아마 곧 정리된 자료가 올라올 거다.
그때,
“대표님.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들어오세요.”
“콜라보 관련 파랑새 반응 모니터링 보고서입니다.”
그가 추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의 대중 반응이 보고서로 올라왔다.
내용은,
“오? 좋은데요?”
“아이돌과 댄서의 콜라보는 흔하게 자주 쓰이는 거니 아마 큰 거부감이 없나 봅니다.”
보고서는 주로 긍정적인 반응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유원동은 몰랐다.
파랑새의 진짜 반응들은 원래 서치할 수 없는 비공개 계정에서 나온다는 것과.
공식 계정에서 올라온 부정적인 반응들 또한 1차로 실무진들 선에서 걸러서 보고한단 것도 말이다.
* * *
제이퀸과 세이렌의 콜라보 기사가 올라온 순간.
세이렌을 덕질하는 파랑새 유저들의 비공개 계정에선 꽤 격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ㅅㅂ개꿀잼 몰카임?
-이 ㅅㅂ 원동이 감 ㅈㄴ 없네;;;
-넥스트 웨이브 제정신임?
-이 새끼들 세이렌 노래 한 곡도 안 들어봤다에 전 재산 걸 수 있음
사람들은 넥스트 웨이브와 유원동을 욕하기 시작했다.
비공개 계정에서 이런 글이 나오니 공식 계정에서도 슬슬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난 솔직히 제이퀸이랑 세이렌은 결이 안 맞다고 생각함.
-세이렌이랑 왁킹은 좀…….
-아니…… 애초에 강한 퍼포로 뜬 애들한테 왁킹?
대부분 자체 검열을 한 글들이긴 했다만 분명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반응들이긴 했다.
사람들은 회사가 제발 서치를 제대로 해서 이게 옳지 않은 방향임을 알기를 바라는 상태였다.
해서 조금씩이나마 서치에 걸릴 수 있도록 순화하여 표현하고 있었다.
다만 팬들은 알지 못했다.
순화하여 표현한다 한들 그걸 보고하는 넥스트 웨이브 실무진들은 좋은 반응만 쏙쏙 골라잡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팬도 알고, 실무진도 알지만, 유원동만 모르는 촌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이 촌극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실무진도, 팬들도, 유원동도 아니었다.
“우리 어떻게 할까요…….”
“하아…….”
이 콜라보의 당사자인 세이렌이었다.
* * *
외통수도 이런 외통수가 없었다.
제이퀸과의 콜라보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건 제이퀸이 자신의 SNS에 나는 이런 사실 모른다, 콜라보 계획 없다, 라고 거절 의사를 밝혀주는 거다.
하지만 제이퀸의 SNS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직 모르는 건지, 아니면 본인은 반기고 있는 건지.
어쨌건 가장 깔끔한 그림은 지금 나오지 않는 상황인 거다.
그렇다면 두 번째 깔끔한 그림은,
‘회사에서 거절하는 거거나 그냥 유야무야 흩어지도록 두는 건데.’
말도 안 된다.
아마 유원동이 지금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인 거 같은데, 이게 엎어질 리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SNS로 거절 의사를 밝혀야겠지만,
‘하극상이지.’
그건 또 그거대로 그림이 안 예쁘다.
까마득한 후배가 선배를 거절한다?
한국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건 회사에 우리 의견을 정리해서 전달을 해야 할 거 같아.”
침묵만 자리 잡은 식탁 위, 연훈이 형이 먼저 입을 뗐다.
“맞아요.”
“제이퀸 선배님과의 콜라보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자고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데뷔니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
형들은 일단 회사에 이야기를 해보자는 쪽이었다.
나도 적극 동의한다.
이건 회사에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무턱대고 이야기할 순 없다.
유원동의 심리를 꿰뚫어 봐야 한다.
유원동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
어떻게든 외부실적을 만들려는 이유…….
그건,
‘넥스트 웨이브는 거쳐 가는 곳이니까.’
유원동의 머릿속, 넥스트 웨이브는 평생 몸담을 회사가 아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발판 중 하나일 뿐일 거다.
그러니 그는 이곳에서 실적이나 잘 쌓아서 가면 된다.
최대한 본인이 직접 해낸 걸로 보이는 실적을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회유책을 써볼까…….’
몰아붙이는 건 어렵다.
우리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도 어려울 거고.
그러니,
“형들.”
“응?”
“우리 유원동 사장이랑 친해져 볼까요?”
“……?”
“엥?”
전략적 화친을 맺을 필요가 있다.
* * *
제이퀸과의 콜라보 소식으로 분위기가 흉흉해진 세이렌 팬덤.
그럼에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벤트는 있었으니,
-도승이 생카 진짜 많이 하네
-이번 주 목요일에 저랑 같이 도승이 생카 투어 도실 분 모집해요!
-2022 Doseung birthday event
You are the ray of sunshine in my life
Cafe event &Mini exhibition
*기간: 5월 3일 ~ 5월 6일
*장소 : 홍대 XX 카페
#영원한_나의_깜고_도승이_생일축하해
#봄날처럼_따사로운_도승
(컵홀더 도안과 전시 그리고 특전 관련 상세 설명 jpg)
멤버 강도승의 생일 카페였다.
리얼리티가 끝나는 주간인 5월 첫째 주에 강도승의 생일이 겹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인드로 열심히 생일 카페 홍보를 했다.
강도승 관련 굿즈들도 준비하고.
선착순 몇몇에게만 증정할 특전들도 준비하고.
강도승을 떠올릴 법한 특별 메뉴들도 고안했다.
특별 메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
-ㅁㅊ 도승이 생카에서 콜라화채 파는 곳 있음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도승이 직접 오는 거 아니냐고요ㅠㅠㅠ
-역시 존잘님이 하시는 카페여서 그런지 메뉴도 ㅈㄴ 갓벽하네
바로 강도승이 애정하는 콜라화채였다.
화채를 만들기엔 날이 아직 봄 날씨였다만 그렇다고 수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벤티 사이즈의 컵에 제로 콜라를 담고 수박과 칵테일 후르츠를 넣어주는 메뉴가 생일 카페 곳곳에 추가되어 있었다.
물론 그만큼의 손품은 더 들겠지만,
-수박 대량으로 구하느라 힘썼네 ㅠㅠ 카페 사장님이 수박 지금 시기에 구하기 어렵다고 하셔서 내가 직접 공수해 옴…… 아니 도승이 생카에 콜라 화채가 빠지는 게 말이 되냐며
사람들은 이 또한 하나의 문화이자 놀이로 즐기며 강도승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다만 강도승의 생일을 팬덤만 축하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세이렌의 보물! 세이렌의 작곡 천재! 깜고 강도승의 생일입니다!
#천재만재_깜고_생일축하해
#강도승_생일축하해
#봄날의_축복_도승이_생일축하해
(도승이 고깔모자 쓰고 있는 사진 jpg)
넥스트 웨이브 공식 계정에서도 강도승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려줬다.
강도승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해시태그도 만들어서 말이다.
사람들은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며 SNS에서 상에서 강도승의 생일을 축하해 줬다.
다만 12시 정각에 공개된 것은 넥스트 웨이브 공식 계정에서 올린 축하 글만이 아니었다.
세이렌의 공식 계정을 통해서도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을 올린 장본인은 생일 당사자인 강도승.
-안녕하세요, 여러분. 도승입니다. 먼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 생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희를 많이 사랑해 주신 팬분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 봤습니다. 부디 팬분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은 강도승이 준비했다는 선물이 무엇인지 앞다퉈 확인해 봤다.
강도승의 게시글 아래엔 동영상 링크 하나가 있었는데,
-????
-도승아ㅠㅠㅠㅠㅠ
-와아ㅠㅠ
-뭐야뭔데요 ㅠㅠㅠ 사람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저 서버 터져서 안 들어짐
-이거 팬송임?
-ㅠㅠㅠㅠ우리 깜고 사랑해ㅠㅠㅠ
리얼리티 촬영 중 세이렌이 다 같이 만든 팬송.
<항해>였다.
더불어 세이렌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걸로 예상되는 자체제작 뮤직비디오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애들아ㅠㅠㅠㅠㅠ
-진짜 이런 천재만재 아이돌이 어딨음;;;
-아 ㅅㅂ 전 재산 걸어
사람들은 생일날 오히려 본인들이 선물을 받은 것에 더없이 기뻐했다.
* * *
형들과 나는 <항해>가 안정적으로 올라간 걸 확인했다.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물론 아직은 우리 팬덤 내에서만 폭발적이다.
하지만,
‘곡이 좋으니까. 곧 입소문이 나겠지.’
난 이 파장이 여기서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다음 스텝을 염두에 두고, 그 다다음 스텝까지를 준비해야 한다.
유원동을 길들이기 위한 대계를 세웠으니, 이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계획은,
“이제 승연 씨랑 현아 씨한테 부탁해서 기자들 연락처 수배하죠.”
소문을 더 빨리, 멀리 내줄 스피커들의 확보다.
유원동 길들이기 참 빡세다,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지이잉.
“응? 태윤아? 지금 누구한테 전화 왔는데?”
“……그러게요.”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뭐야 또…….’
강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