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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47화 (147/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47화

“세이렌분들과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네요. 앞으로 이런 자리 자주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하하하!”

유원동은 이 대화가 껄끄러운지 벌써 이야기를 종료하려는 스탠스를 취했다.

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자기만 말릴 거란 걸 아는 모양이다.

맘 같아선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쉽지 않네.’

유원동은 우리랑 친해질 생각이 아직까진 딱히 없나 보다.

“데뷔 관련해서 좀 더 이야기 나눠도 좋지 않을까요? 사장님?”

나만 이 대화가 아쉬운 게 아니었던 걸까.

연훈이 형이 좀 더 대화를 하자며 말꼬리를 붙잡는다.

“저희 데뷔일에 대해 아직 확정 난 것도 없고, 진행 중인 업무도 없는 거 같아서요.”

뒤이어 바로 운이 형이 화력지원에 나서고.

“데뷔 앨범 컨셉이나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거 같아요~”

동준이 형이 추가로 더 말을 얹으며,

“아니면 저희 이번에 낸 팬송 음원화 해서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라도 하는 거 어떨까 싶습니다.”

도승이 형도 곧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꺼냈다.

유원동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이 사람은 아티스트 케어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실무와도 거리가 꽤 먼 사람이고.

관리자 직급이며 경영인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자신이 해본 적 없는 실무직 질문들을 받으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졌을 거다.

결국,

“하하하. 하하하……. 아주, 열정 있고……. 좋네요. 흐음.”

웃으면서 좋다는 말밖에 못 한다.

아무리 그래도 사장이란 사람이 나 그런 거 몰라요 라고는 도무지 말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그가 꺼낼 수 있는 카드라곤,

“아, 지금 시간이……. 제가 오늘 본사에서 미팅이 있는지라, 자세한 건 우리 홍보팀이랑 A&R팀들이랑 이야기하면 될 거 같아요.”

핑계 대고 도망가는 거다.

“아, 아쉽네요. 사장님이랑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런 유원동에게 동준이 형이 이리 말한다.

너무 대놓고 도발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고 유원동이 뭐라 할 순 없을 거다.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한테 화를 낼 순 없는 거니 말이다.

“하하하, 좀 더 깊은 대화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죠.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원동은 그리 말하곤 사무실을 먼저 나섰다.

유원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 확인하고 난 후,

“하아아.”

“와, 진짜 쫄렸네.”

“다행이다.”

형들은 소파에 푹 퍼지며 이리 말했다.

다들 워낙 여유 있어 보여서 별 부담 안 느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연훈이 형, 도승이 형, 운이 형은 꽤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엥? 왜들 그래요~ 그냥 대표님이랑 일 이야기 한 건데. 긴장할 게 뭐 있어요~”

동준이 형은 별 긴장을 안 했던 모양이고.

아무튼.

이번 대화로 얻은 게 많다.

“일단 제이퀸 님이랑 콜라보는 안 하게 됐네요.”

“그러니까.”

“후우우.”

제이퀸과의 콜라보는 취소됐고.

“앞으로 좀 더 저희가 하고 싶은 거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맞아.”

“이런 자리 좀 더 만들어봐도 좋을 거 같아.”

회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일차적으로 승리했으며.

“그럼 이제 나가서 데뷔 앨범 관련한 이야기 나눌까요?”

“가자~”

방금 유원동이 직접 홍보팀과 A&R팀과 이야기를 나눠보라 했으니, 지금 당장 데뷔 관련한 브레인 스토밍을 시작할 수 있다.

“아, 근데 오늘 공휴일 아니에요?”

“맞다, 맞다.”

“내일 다시 오죠.”

다만 5월 5일은 공휴일.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막무가내로 갈 순 없다.

“그냥 조용히 숙소로 돌아가죠.”

“가자~”

우린 조심스레 회사를 빠져나왔다.

* * *

회사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운전 기사는 연훈이 형.

사용하는 차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 그 화려한 승합차가 아닌, 예전에 WD엔터 시절 타고 다녔던 그 고물 승합차다.

이번에 합작회사 세우는 과정 중에 이 승합차를 어영부영 떠넘겨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덕에 우리가 스케줄 외의 시간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차가 되었다.

“바로 숙소로 갈 거지?”

연훈이 형이 차량에 시동을 걸며 물었다.

원래대로라면 숙소에 가는 게 맞다.

괜히 돌아다녀 봐야 득 될 게 없으니까.

우리가 무슨 대국민적 인지도를 얻은 그룹은 아니다만, 그래도 이젠 함부로 돌아다니면 사진 찍힐 정도의 인지도는 된다.

다만,

“그……. 음. 아니에요. 그냥 숙소로 가죠.”

도승이 형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만다.

“응? 왜? 도승이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연훈이 형이 안전벨트를 매다 말고 뒤를 돌아 도승이 형을 바라봤다.

“아니에요. 그냥 숙소 가요.”

도승이 형은 괜히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이리 말했다.

요구사항이 잘 없는 도승이 형이 이 정도 반응을 보인 거라면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 거다.

콜라화채 만들자고 할 때 빼곤 뭘 부탁한 적이 없는 형이니까.

유추를 해보자면,

“형 생일 카페 가보고 싶죠?”

“…….”

정답이다.

생일 카페 이야기가 나오자 도승이 형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가 다시 굳는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걸 보면 생카 가고 싶은 게 맞다.

다만 망설이는 것은,

“혹시나 민폐 될까 봐 못 가겠는 거예요?”

자신의 등장에 일대에 혼선이 생길까 봐 그런 것이리라.

“오오~ 슈퍼스타 강도승~”

그런 도승이 형의 우려를 동준이 형이 얄밉게 놀리려 들지만,

“아아악! 미안해요!”

도승이 형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지그시 눌러 버리자 바로 항복한다.

“뭐, 난생처음 내 생일 카페가 열린 거니까. 궁금은 하지……. 그래도 가서 혹시나 사고 생길 바에야 그냥 지나가는 게 좋아.”

“흐음……. 그래도…… 아쉽긴 하다.”

운이 형은 도승이 형의 마음을 이해하겠는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음……. 도승이 생일 카페……. 흐음.”

연훈이 형은 핸들 앞에 앉아 팔짱을 낀 채로 고심에 들어갔다.

이내 결단을 내린 건지,

“가자!”

“네?”

“가요?”

“오오!”

생일 카페에 가자고 한다.

“대신! 진짜 게릴라로, 빠르게 갔다 와야 해. 알았지? 우린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가보고 싶은 카페 몇 곳만 들렀다가 나와.”

“아, 팬분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요?”

“응!”

“근데도 알아차리면요?”

“그러면……”

연훈이 형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사고 안 날 정도로만 팬들이랑 대화 나누다가 나오자!”

고민이 무색하게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다.

물론 저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긴 하지.

어쨌든 게릴라로 빠르게 생일 카페 갔다 오는 건 확정이다.

그때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혹시, 이건 어때요?”

난 형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브리핑해줬다.

그러자.

“오!”

“좋다!”

“재밌겠다!”

형들은 아까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좋아했다.

* * *

세이렌의 한 팬은 양손에 투명 봉투를 잔뜩 든 채로 홍대 인근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침부터 오픈런 하듯이 카페를 돌아다닌 탓에 양손이 무거웠다.

그래도 가장 갖고 싶었던 카페의 선착순 특전들은 전부 챙기는 데에 성공했기에 전혀 아쉬울 것은 없었다.

가장 맘에 드는 건 깜고 도승이 키링 인형.

그건 받자마자 바로 가방에 끼워둔 상태였다.

‘너무 귀여워…….’

까만 아기 고양이가 심드렁한 눈을 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인형인데, 너무도 강도승 같은 인형이라 맘에 쏙 들었다.

이제 이 카페까지만 간 후에 점심을 먹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오전 일정의 마지막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간 후.

자리에 짐을 풀고 카페 구경을 잠깐 했다.

어차피 카운터에는 다른 손님들이 서서 주문을 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바로 주문은 어려웠다.

도승이 어렸을 때 증명사진을 액자로 뽑아서 벽에 걸어두기도 했고.

더쇼케2 무대 사진들을 뽑아서 걸어두기도 했으며.

도승이가 쓴 랩 가사들을 줄글 형태로 뽑아서 벽에 걸어두기도 했다.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는 공간이었다.

때마침 카운터 줄이 사라졌다.

그녀는 이곳에서도 음료 특전을 전부 쓸어갈 생각이었다.

그때.

끼익.

카페 문이 열리더니,

“오…….”

한 남성이 들어왔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푹 눌러쓴 키가 큰 남성이었다.

세이렌 남팬을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순간적으로 잘못 찾아 들어온 사람인가 싶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일단 주문 먼저 하려고 카운터의 메뉴판을 보고 있었는데,

‘……잠깐만.’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저 남성과.

지금 메뉴판에 붙어 있는 사진 속 강도승의 실루엣이 너무도 유사했다.

그걸 자각하고 나자 그녀는 온몸이 굳기 시작했다.

“주문 안 하세요?”

카페 알바생이 질문했지만,

“아…… 그게…….”

머리가 잘 안 굴러간다.

“그, 콜라화채랑, 깜고 쿠키랑, 밀크티, 아메리카노. 다 주세요.”

“포장해 드릴까요?”

“네네…….”

그녀는 무슨 정신으로 주문을 했는지도 몰랐다.

입으로는 메뉴명을 말하고는 있지만 정신은 지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저 덩치 큰 남성에게 온전히 쏠려 있었다.

자연스레.

주문을 마친 후 옆으로 빠지며 남성의 옆얼굴을 확인했다.

그 순간,

‘……미친!’

설마가 맞았다.

강도승이었다.

그녀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걸까.

“아……!”

강도승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그, 잠깐만요.”

이리 말하곤,

“콜라화채, 깜고…… 쿠키, 밀크티. 아메리카노 주세요. 포장입니다.”

재빨리 주문을 마치더니,

“눈치채셨죠……?”

그녀에게 이리 말했다.

그 순간,

“응?”

“어?”

“눈치?”

그 한마디에 이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운터 알바생조차 놀라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모자를 쓴 남성.

아니, 강도승은 에라 모르겠단 듯 마스크를 벗더니,

“그, 안녕하세요. 강도승입니다.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하하.”

자신을 알아본 팬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 * *

강도승의 생카가 한창 진행되는 5월 5일.

생카 홍보 글이나 특전 인증 글들로만 가득할 줄 알았던 그 날의 피드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가득했다.

-ㅁㅊ 우리 깜고 카페 왔음ㅠㅠㅠㅠ

-실시간 도승이 직접 카페 옴

-아ㅠㅠㅠ도승아ㅠㅠㅠ아무지게 특전 다 챙긴 거 봐ㅠㅠㅠ

-와 근데 진짜 도승이 피지컬 좋다……

-혼자만 8척 장신임?

-와…… 손 큰 거 개치이네……

-사복 입은 거 왤케 귀여움?

강도승이 카페에 왔다는 인증글들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도승 직찍 사진부터.

강도승과 나눈 대화 일부를 담은 동영상까지.

사람들은 생일 카페에 직접 등판한 강도승에게 집중했다.

다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헐 ㅠㅠㅠㅠ 여러분 저 방금 도승이 카페서 연훈이 봤어요 ㅠㅠㅠㅠ

-???

-연훈이는 왜 감?? 아니 것보다 난 오늘 왜 카페 안감 ㅅㅂ

우연훈이 카페에 등장했단 글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강도승과 같은 카페에 갔다는 줄 알았는데.

-연훈이 혼자 와서 도승이 특전 쓸어감ㅋㅋㅋㅋ

강도승이 오지 않은 다른 카페를 갔단 말이었다.

뒤이어,

-……여러분 여기는 운이가 와서 쓸어가고 있슴다……(이운 사진.jpg)

-동준이 너무 귀여워ㅠㅠㅠㅠ 카메라로 봤을 때는 그렇게 강아지 같더니 아니 실제로 보니까 왜 이렇게 팔척 장신이고 또 왜 그렇게 미남임 ㅠㅠㅠ 동준아 내가 목숨 바칠게

이운, 박동준의 목격담도 올라왔다.

-태윤이도 카페 옴?

└ㅇㅇ 태윤이가 가장 많이 카페 간 듯

└ㄹㅇ? 왜 사진이 없음?

└있는데요 없습니다(흔들리는 봉태윤 사진.jpg)

└아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시간 봉태윤, 특전만 쓸어버리고 카페 밖으로 나감.(달려나가는 봉태윤.mp4)

└ㅋㅋㅋㅋㅋㅋ봉떤 남자의 잔상 밖에 없잖아요ㅋㅋㅋㅋ

-저도 봉떤 남자 봤어요 ㅠㅠㅠ 알바생분이 어떤 특전 받고 싶냐 해서 동공 지진하더니 다……! 다! 주세요 라고 했어요ㅠㅠ 무대 위에서는 봉떤 남자더라도 진짜 막냉이다 싶은 그런ㅠㅠㅠ

막내 봉태윤의 목격담도 올라왔다.

-지금 애들 단체로 근처 생카 싹 다 돌아다니고 있는 거 같아요!!

-아…… 왜 나만 지방일까요……

-세이렌 홍길동이네

그날.

세이렌 멤버 다섯은 다섯 갈래로 찢어져 홍대 인근에서 열린 생일 카페의 절반 이상을 휩쓸고 다녔다.

그리고 그날 밤.

-안녕하세요, 여러분. 도승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 생일 카페에서 여러분들 실제로 만나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생일 카페에서 사 온 디저트와 음료들은 멤버들과 다 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살면서 맞은 생일 중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늘 고마워요.

강도승은 세이렌 공식 SNS로 이런 글을 올렸으며.

동시에 카페에서 사 온 특전들과 디저트, 음료들, 그리고 멤버들에게 받은 선물들과 생일 케이크를 한 프레임에 담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그 뒤 생일상을 뒤에 두고 멤버들 다섯이 다 같이 찍은 단체샷도 함께 올려줬다.

요란하고 풍성한 강도승의 생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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