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48화
“박동준! 마카롱 그만 집어 먹어!”
“아, 어차피 먹어야 할 거 그냥 빨리 먹고 치우는 게 낫잖아요.”
“지금 마카롱만 너 10개째야! 냉동시켜 뒀다가 나중에 먹어도 되잖아.”
“원래…… 디저트는…… 배가 찢어져도 당일에 먹는 게…….”
“배가 찢어질 때까지 플랭크 할래?”
“악마……?”
도승이 형의 생일 파티 겸 특전 구경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방금 막 도승이 형이 특전들 모아둔 사진과 우리 단체샷도 찍어서 공식 SNS에 업로드했다.
당연히 사진 올리기 전에 현아 씨와 승연 씨에게 1차 검수받기도 했고.
시끌벅적하지만 그런대로 포근한 생일이었다.
“……봉태윤. 너 돈이 어딨다고 이런 걸 사줬냐?”
그때 도승이 형이 내가 사준 헤드셋을 보고는 귓속말로 이리 말했다.
“이번에 보너스 받은 걸로 산 거예요.”
“아니, 얼마 받았는지 뻔히 아는데……. 이런 건 좀 부담 아니냐?”
“형이 작곡해 준 곡으로 우리가 우승했잖아요.”
“네가 작사해 준 곡이기도 하잖아.”
“그냥 받아요.”
“그래…… 뭐. 너 생일 때 기대해라.”
도승이 형은 그리 말하며 헤드셋을 자꾸 어루만졌다.
사실 조금 무리한 가격이긴 했다.
다만 이번에 계약 이관 후 넥스트 웨이브가 아닌 제일 그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보너스를 지급해 줬기에 그 돈으로 구매했다.
더 나아가,
‘이제 곧 저작권료도 정산되지 않을까.’
아직 정식 정산은 못 받았지만, 작사가 협회에 등록은 되었으니 조만간 작사했던 곡의 저작권료도 받을 터다.
그러니 이 정도 소비는 큰 출혈은 아니다.
‘연훈이 형 생일 선물도 조만간 다시 사야겠다.’
도승이 형에게 너무 비싼 생일 선물을 해줬다 보니 연훈이 형이 마음에 걸린다.
연훈이 형 생일 땐 돈이 없어서 텀블러 하나 사주고 끝냈는데.
연훈이 형이 늘 갖고 싶어 했던 사과패드나 사과워치 중에 하나를 사주면 적당할 거 같았다.
“이제 슬슬 정리할까요?”
그때 도승이 형이 생일파티를 정리하자 한다.
“왜, 아직 12시 되려면 시간 좀 남았잖아.”
“뭘 12시까지 꽉꽉 채워서 해. 지금 이거 여기 뒀다간 박동준이 야금야금 다 집어 먹게 생겼잖아.”
“……걸림?”
“……하아. 진짜 이걸 어쩌지……?”
도승이 형 말대로 테이블 위에 먹을 걸 뒀다간 동준이 형이 자꾸 집어 먹을 거 같았다.
결국 냉동할 수 있는 것들은 냉동시키고, 그 외의 것들은 냉장고에 뒀다가 일주일 내로 먹는 걸로 정했다.
음료는 아침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면 될 것 같았고.
“근데 생일 카페 가보니까 진짜 기분 이상하더라.”
“그러니까.”
도승이 형과 운이 형은 오늘 생카 갔다 온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태윤이 제안대로 다 같이 찢어져서 생일 카페 돌아다닌 게 신의 한 수였던 거 같아.”
“맞아. 다 같이 몰려다녔으면 두세 곳이나 가보고 끝났을 텐데.”
형들은 내가 제안했던 동시습격 게릴라에 대해서도 좋게 평했다.
“뭐, 그게 효율적이고 더 재밌잖아요.”
다만 칭찬받을 건 아니고 그냥 누구든지 해낼 법한 아이디어였다.
“나도 내 생카 열린 거 가보고 싶은데…….”
연훈이 형은 본인의 생일 카페가 안 열린 게 아쉽나 보다.
다만 어쩔 수 없던 것이 연훈이 형 생일은 2월 29일이라 더쇼케가 방영되기도 전이었다.
그때는 생카가 열리기엔 팬덤이 약해도 너무 약했으니까.
“내년에도 우리 계속 세이렌 할 거잖아요. 그때 가면 되죠.”
“그때도 다 같이 게릴라 할 거야?”
“네, 해요.”
“좋아!”
연훈이 형은 그새 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활짝 미소 지었다.
“그러면 이거 정리 끝내고 잠깐 모여서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할 것들 조금 정리해 볼까?”
연훈이 형은 냉장고 문을 닫으며 그리 말했다.
안 그래도 내일 회사 가서 데뷔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다만 무턱대고 할 순 없으니 어느 정도 기틀을 잡고 가잔 거다.
“좋아요~”
“이야기해 봐야죠.”
“좋습니다~”
형들은 그리 말하며 마무리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 * *
늦은 밤.
강현성은 본인 방 책상에 앉아 데뷔 앨범 컨셉 레퍼런스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어나더원에서 제공해 준 이 숙소는 방이 총 4개나 되는 숙소였다.
그 덕에 강현성을 포함한 셋은 독방을 쓰고 막내라인 둘이 큰 방 하나를 같이 쓰고 있었다.
“후우우.”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자료를 봐서일까.
눈이 침침했다.
강현성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라식을 받아야 하나.’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가 렌즈 끼는 것도 직업의 연장선인데 라식까지 받는 건 안구에 부담을 너무 주는 일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깐 눈을 감는 걸로 피로를 조금 날린 후 다시 안경을 썼다.
온리원의 데뷔 컨셉은 이제 어느 정도 다 정해졌다.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할지, 수록곡은 몇 곡을 넣을지, 앨범에 포함될 아트워크는 어떤 작가에게 의뢰할지.
그 외 등등등.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논의가 끝났고 이제 일정을 픽스한 뒤 레코딩과 앨범 생산을 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데뷔일만 확정 지으면 되는데,
‘흐음.’
자꾸만 세이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쇼케2를 같이 나왔고.
라이벌 구도로 묶였으며.
아마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할 것이다.
물론 데뷔일이 겹치는 걸 피하려면 피할 순 있다.
세이렌이 데뷔하기까지 기다렸다가 그 후에 데뷔를 한다든가.
아니면 아예 데뷔를 내년까지 미뤄버리는 방법도 있으니까.
다만,
‘올해에 데뷔하는 게 계약 조건 중 하나니까.’
어나더원과의 계약 자체가 빠른 데뷔를 전제조건으로 두고 이뤄진 거다.
어나더원에선 최대한 빨리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할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싶었기에 온리원을 선택한 거니 말이다.
그러니 빠르면 올 상반기에.
늦어도 3분기 안에는 데뷔를 해야 한다.
그러면,
‘어차피 한 번쯤은 겹쳐.’
세이렌과의 활동 시기는 한 번쯤은 겹칠 수밖에 없다.
데뷔일은 안 겹치게 한다 하더라도 데뷔 후의 후속 활동에선 겹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만나는 게 나으려나.’
좀 더 빠르게 세이렌과 온리원의 라이벌 구도를 종결시키거나.
아니면 좀 더 고착화시켜 팬들의 과몰입을 유도하는 게 나을 터다.
강현성도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활동일이 겹쳐봐야 둘 다에게 이득 되긴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이겨야지.’
이기는 게 유일한 답이었다.
‘근데 전화는 왜 안 받은 거야.’
세이렌에 대해 생각하니 자연스레 봉태윤이 전화를 씹은 것도 같이 떠올랐다.
강현성은 잠깐 미간을 구기더니 한쪽 입술을 지그시 깨문 뒤 다시 레퍼런스 체크에 몰두했다.
* * *
도승이 형 생일 다음 날이 되었다.
우린 전날 밤 데뷔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나름대로 정리를 했고, 그 정리한 자료들을 토대로 회사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데뷔 앨범 관련한 걸로 회사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탓인지.
A&R 사람들은 꽤 당황스러워 보였다.
“불쑥 찾아와서 저희가 괜히 더 죄송하네요.”
해서 먼저 사과를 하긴 했다.
다만 진심 어린 사과는 아니다.
‘이때까지 데뷔 앨범 회의 안 한 건 너네 업보 아니냐.’
이런 속내를 숨기기 위해 억지로 사과를 한 거니까.
본인들도 찔리는 게 있어설까.
“하하하…… 아닙니다. 사실 저희도 슬슬 데뷔 앨범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번 주 중으로 세이렌분들 회사로 부르려고 했거든요.”
이런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우선은 더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대화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일단 이게 어제 저희가 나름대로 이야기해 본 컨셉 방향성이거든요.”
“아, 정말요?”
“네! 첫 번째 장부터 설명을 드리자면요…….”
연훈이 형이 앞장서서 A&R분들과 데뷔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저희가 더쇼케 파이널에서 불렀던 곡이 저희 세계관에 관련된 곡이거든요. 이 곡은 가능하면 따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선공개로 풀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아…… 선공개…….”
“그리고 저희가 더쇼케 하면서 했던 곡들이 전부 자작곡이거든요. 아 그 중간에 라이트 선배님들 곡 편곡한 거랑 연합미션으로 부른 곡은 빼고요. 암튼 순수 자작곡들은 전부 앨범에 수록하고 싶습니다.
“아, 네네. 그 정도야 뭐.”
“거기에 아직 팬분들한테 공개된 적 없는 곡도 3곡 정도는 포함시키고 싶어요.”
“미공개곡 3곡…….”
“아, 생일날 공개한 <항해>도 꼭 앨범에 포함되어야 할 거 같고요.”
“오…….”
“해서 총 7곡이 들어간 미니 앨범으로 데뷔 앨범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7곡……. 미니 치고 많긴 하네요.”
“그렇다고 풀앨범 사이즈는 아니니까요.”
“그쵸.”
전체적인 견적들을 우리가 다 짜와설까.
A&R 사람들 표정이 처음보다는 많이 밝아졌다.
“그러면 총 3곡 중 한 곡은 타이틀곡이 되겠네요?”
“네네. 맞아요!”
“그럼 3곡 다 작곡가들한테 의뢰를 할까요? 아니면 자체제작을 해보실래요?”
“흐음…….”
이 질문에는 도승이 형이 대신 답을 했다.
“의뢰해 주세요. 대신 저도 곡을 찍어볼게요.”
“오, 그래요?”
“네. 그리고 블라인드로 평가해서 가장 좋은 곡들 타이틀로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외에도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이나.
담고 싶은 메시지.
하고 싶은 무대의 방향.
뮤직비디오 색감.
기타 등등등.
앨범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나누며 회의가 이어졌다.
A&R 사람들 기가 쭉 빠져서 멍한 얼굴이 됐을 때 즈음.
“그럼, 추가적인 회의는 의뢰한 곡들 들어오고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끝낸 후 다시 할까요?”
“네네! 그래도 될 거 같아요!”
우린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분명 점심 즈음에 회사에 간 거 같은데 회의를 끝내고 나오니 저녁 퇴근 시간대였다.
“이제 갈까?”
“네. 슬슬 숙소로 가죠.”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는데도 힘드네요.”
“앉아만 있어서 힘든 거야.”
“그래요?”
“그런 의미로 헬스장이나 같이 갈까?”
“……아뇨.”
형들과 나는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량에 올라탔다.
숙소에 도착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개인 시간을 가졌다.
도승이 형은 운동을 하러 갔고, 동준이 형은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다며 놀러 나갔으며, 운이 형은 연습실로, 연훈이 형은 방에서 밀린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나도 거실에 앉아 데뷔 앨범에 실을 만한 가사들이나 앨범 레퍼런스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자료들을 찾으러 핸드폰을 든 순간.
-전화 돼요?
“……뭐야.”
타이밍 좋게 강현성에게서 문자가 왔다.
전화가 되냐니.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가,
‘전에도 그냥 안 받고 끊었지.’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던 거 같아서 잠깐 고민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내기만 했다간 악감정 쌓일까 봐 걱정이 됐다.
다만,
‘뭔 얘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겠단 거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일단 얘기나 해보자.’
언젠간 해봐야 했을 전화니 그냥 지금 받아내기로 했다.
-네. 됩니다.
이리 답하고 전화가 오길 기다린 순간,
지이잉.
곧장 핸드폰이 진동하며 강현성에게서 전화가 왔고.
[돌발 미션 발발]
[온리원과 같은 주에 데뷔하시오.]
[성공 시, 두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실패 시, 통찰 회수]
‘……뭐?’
마치 짠 것처럼 시스템이 내게 미션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