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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49화 (149/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49화

이 망할 돌발 미션이 언제 나오나 했다.

최근 너무 잠잠해서 이쯤이면 기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늘 최악의 타이밍만 골라잡는구나.’

어처구니가 없다.

온리원과 같은 주에 데뷔하라는 미션을 강현성과 통화하기 직전에 던지다니.

‘진심으로 시스템은 날 말려 죽이려는 건가…….’

머리가 아프다.

지잉- 지잉-

핸드폰은 자꾸 진동하고.

‘통찰 회수와 같은 주 데뷔…….’

내 머릿속은 온리원과 같은 주 데뷔를 피하는 게 나을지, 통찰을 포기하는 게 나을지를 자꾸 저울질한다.

짧은 순간 온갖 가정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일단 당장 해야 하는 건,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거다.

난 고민을 잠깐 접어두고 강현성의 전화를 받았다.

온리원이랑 같은 주에 데뷔를 하든.

아니면 통찰을 포기하든.

일단 왜 나한테 전화를 하자고 한 건지 듣기나 해야겠다.

한데 내가 고민이 많단 게 목소리에 티가 난 건지.

아니면 강현성한테 무슨 신기라도 있는 건지.

-고민 있어요? 목소리가 왜 그러죠?

내가 고민이 있단 걸 단번에 알아차린다.

‘……뭐 하는 새끼야…….’

순간 소름이 돋았다.

* * *

강도승은 숙소 근처에 새로 끊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아직까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나중에 진짜 유명해지면 바꿔야겠네.’

이 헬스장에 오래 다니진 못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람도 너무 많고.

사람 수에 비해 기구는 턱없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사장의 선곡 센스가 안 좋다.

가장 결정적으론,

‘우리 노래를…… 중간에 끊다니…….’

전에 한 번 운동 중에 세이렌 노래가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

아마 알바생이 남자 아이돌 노래 모음집 같은 걸 재생시켰었나 보다.

한데 하필이면 세이렌 노래가 나올 때 갑자기 노래가 뚝 끊기더니 걸그룹 노래 메들리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이 헬스장에 대한 마음이 팍 식었다.

뭐 그건 그거고,

운동을 하러 왔으니 운동을 해야 한다.

오늘은 하체를 하는 날이라 스쿼트 자리가 나올 때까지 뒤에서 잠깐 기다렸다.

강도승은 봉태윤이 사준 헤드셋을 귀에 낀 후 음악을 들었다.

때마침 스쿼트 자리가 나고.

점진적 증량을 위해 낮은 무게부터 차분하게 시작할 생각이었다.

첫 번째 세트를 끝내고, 다리에 혈류가 모이는 걸 확인한 후.

무게를 올려 두 번째 세트를 끝내고, 다리가 펌핑된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몸에 열기가 오르며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 순간부터는 운동이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웜업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무게를 올려서 운동을 해보려는데,

지잉.

블루투스로 연결해 둔 헤드셋이 잠깐 진동하더니, 알림을 읽어줬다.

한데,

-YM 엔터 윤동혁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블루투스 헤드셋에서 들려오는 발신자의 이름에 강도승은 무게를 올리려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윤동혁은 YM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연습생 동기이자, 그와 이운 대신 최종 데뷔조에 들어갔던 멤버다.

지금은 아이돌 겸 작곡가로 활동 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강도승은 반사적으로 헤드셋을 벗었다.

그러곤 핸드폰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화면을 열어볼까 말까.

수천 번을 고민했다.

어떤 문자를 보냈는지 궁금하다가도,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연락인지라 그냥 삭제하고 싶기도 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후우우.”

열어보는 거였다.

윤동혁에게서 온 문자는,

-잘 지내냐?

일견 평범해 보이는 안부 문자였다.

다만 강도승과 윤동혁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었다.

본론은 그 뒤에 날아온 문자에 있었는데,

-너네 이제 곧 데뷔할 거 같다고 하더만ㅋㅋㅋ축하한다ㅋㅋ오래도 걸렸네ㅋㅋ

묘하게 얕잡아보는 게 느껴지는 말투였다.

다만 여기까진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는데,

-곡 하나 써줄까?

곡 하나 써주겠단 말.

그 말에,

“……미친.”

강도승은 욕이라도 한가득 적어서 보낼 뻔했다.

다만 발끈하면 지는 거다.

다른 사람들한텐 다 져도 이 새끼한테는 지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지금 기구 다 쓰신 건가요?”

뒤에서 누가 묻는다.

“아.”

생각해 보니 문자질 하며 너무 오래 기구 앞에 서 있었다.

매너가 아닌 행동이다.

“네. 다 사용했습니다.”

실제로는 다 사용 못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비켜줬다.

짐을 챙겨 옆으로 빠진 후 핸드폰을 다시 노려보는데,

-너네 회사 A&R팀 메일로 곡 하나 보내둘게~

이미 이런 문자까지 와 있었다.

강도승은 거기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내지 말라고 받아쳐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인 건지.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

“뭐 해요, 형.”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도승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박동준이 쇼핑백을 든 채 강도승 뒤에 서 있었다.

자기가 끌고 오지 않는 이상 헬스장에 올 리가 없는 놈인데.

뭔가 하고 보니,

“생일 선물 받아요.”

“……?”

박동준이 쇼핑백을 건넨다.

윤동혁 때문에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이게 다 뭔가 싶었다.

“이렇게까지 비싼 거 안 할라 그랬는데 태윤이가 헤드셋 사는 바람에 나도 무리하게 됐잖아요.”

강도승은 멍한 얼굴로 박동준이 준 생일 선물을 받았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상하의 체육복 세트에 운동화다.

체육복과 운동화 둘 다 한정판이라 이젠 웃돈을 얹어주고 사야 하는 모델들이다.

“……뭐 이런 걸 사 왔어.”

“막내가 나보다 더 비싼 거 사주는 건 못 참죠.”

“운이랑 연훈이 형도 이렇게 비싼 건 안 사줬어.”

“운이 형이랑 연훈이 형도 그래도 꽤 가격 있는 거 사줬잖아요. 나만 너무 싼 거 사준 거 같아서 그냥 샀어요.”

“…….”

“아 싫음 환불 할게요.”

“그건 아니고.”

강도승은 박동준이 건네준 쇼핑백을 뒤쪽으로 빼냈다.

복잡해졌던 머리가 잠깐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근데 왜 갑자기 운동 안 하고 구석에 그렇게 서 있어요. 1분도 휴식 안 하고 운동만 하잖아요, 형.”

“뭐래. 그 정돈 아니야.”

“맞는데.”

“아니라고.”

“뭐…… 누가 시비라도 걸었어요?”

강도승은 박동준의 말에 흠칫 놀랐다.

다만 금방 얼굴색을 바꾸곤,

“갑자기 근육통 와서 그랬어.”

이리 말했다.

“형처럼 운동하는데 근육통이 안 오면 그게 이상한 거죠.”

“온 김에 운동할래?”

“……아뇨.”

“아니. 해.”

“안 한다니까요.”

“하라고.”

강도승은 도망가려는 박동준을 붙잡고 억지로 운동복으로 환복시켰다.

* * *

강현성의 고민 있냐는 물음.

그 물음에 한참을 답을 못 하고 굳어버렸다.

사실 놀랄 건 없는 질문이다.

고민 있냐는 말 자체는 일상적 질문의 범주니까.

다만 이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던 게 문제지.

괜히 속을 들킨 거 같아서 고민 없다고 말하려 했는데,

-고민 있을 수밖에 없겠죠. 데뷔 준비 중이잖아요.

이 자식이 선수 친다.

뭐,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굳이 굳이 고민 없는데요 라고 이 악물고 답할 필욘 없다.

그게 더 고민 있어 보이는 사람 같으니까.

“네. 뭐. 그렇죠. 선배님은 고민 없으십니까.”

-저도 고민 많죠, 데뷔 준비 중이니까요.

잠깐 침묵이 오간다.

둘 다 본론을 이야기 안 하고 빙빙 돌아가려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엔 차라리 본론을 바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다.

강현성도 나도 서로 패를 숨기고 전략 짜는 타입은 아닐 테니 말이다.

“데뷔일 언제세요, 선배님.”

내가 먼저 물으니,

-…….

수화기 너머에서 침묵만 흐른다.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네요.

“이거 질문하려고 전화하신 거 아니세요?”

-……맞아요.

“그러니까요. 그냥 바로 본론 이야기하죠. 사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잖아요.”

다시 또 침묵이다.

-아직 저희는 정한 거 없어요. 개인적으론 7월 중순 즈음에 할 거 같아요.

“7월이요?”

7월이라.

나쁘지 않다.

두 달 반 정도 남은 거니, 조금 촉박하긴 해도 앨범 하나 완성시키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세이렌은 언제쯤 할 예정이에요?

“저희도 아직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대략적인 계산은 있을 거 아니에요.

난 입술을 씹었다.

지금 뭐라 대답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거 같았다.

온리원과 같은 주에 데뷔를 한다면,

‘모 아니면 도야.’

더쇼케2에서의 라이벌 구도가 그대로 이어져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다만 실패 시,

‘우리랑 온리원 둘 중 하나는 죽겠지.’

한쪽이 모든 화제성을 다 긁어가며 상대편의 성장세를 갉아먹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 시즌에 긁어모을 수 있는 유입량은 한정적이다.

신인 아이돌로서 국내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온리원과 우리의 경우, 괜히 지금 같이 나왔다가 둘 다 제대로 유입 확보 못 하고 무너질 수도 있는 거다.

아이돌 커리어의 성장은 스노우볼처럼 굴러간다.

처음 한 번 삐끗하는 게 눈덩이처럼 굴러가서 누군가는 1군이 되고 누군가는 3군에도 명함을 못 내밀게 되는 거다.

사실상 1군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올해 초동 50만을 찍어야 하는데…….’

운이 형의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다.

지금만큼은 차라리 통찰을 포기하고 안전한 베팅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회귀 전에 혼자서 모든 유입 박박 긁어모았던 온리원도 결국 40만까지밖에 못 갔잖아.’

이게 걸린다.

과연 우리가 얼마나 더 잘한다 한들 홀로 초동 50만을 찍을 수 있을까.

신인에게 들어오는 유입의 경우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이미 본진으로 잡고 있는 아이돌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팬덤을 털어오는 게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

신인 치고 잘 나가는 수준에서 그치면 안 될지도 모른다.

본진 외에 잡고 있는 여러 개의 그룹 중 ‘하나’ 정도에서 그쳐선 안 된다는 거다.

1군급의 초동을 올해 안에 찍어야 한다면,

‘본진 외 그룹이 아닌 유일한 본진이 되어야 할 수도 있어.’

여러 가지 계산이 오간다.

내가 겪어온 그간의 경험들을 반추해 보고.

우리 형들의 실력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어디까지가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루트일지.

차분하게 생각해 본다.

-……설마 우리 쪽 정보만 듣고 전화 끊을 생각입니까?

강현성이 날 채근한다.

난 이제야 얼추 계산이 섰다.

시스템은 날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는 하나, 결코 틀린 길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니,

“저흰 6월 중에 할 생각입니다.”

7월 말고 6월에 할 생각이다.

-아, 그렇죠. 가능하면 안 겹치는 게 낫겠죠.

“아뇨.”

6월에 한다 했지만, 온리원을 피할 생각은 아니다.

“선배님도 6월 중에 하시죠.”

분명 시간을 오래 주면 앨범의 완성도는 온리원이 높을 거다.

저긴 이 업계 최고들만 붙어 있는 회사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시간을 촉박하게 주는 게 맞다.

시간이 촉박할 시 완성도를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돈이고.

‘돈은 어나더원보단 넥스트 웨이브니까.’

저쪽의 모회사는 끽해봐야 엔터회사.

우리의 모회사는 국내 재계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기업이다.

‘유원동 설득만 잘하면, 이게 가장 나을 거야.’

난 내 수를 던졌다.

-하…… 참…….

이걸 어떻게 받을지는 강현성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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