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52화
YM엔터.
미래 기준으로 화려한 범죄 이력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대표는 고위급 인사나 큰손들에게 성접대를 알선했다 걸리고, 아티스트들은 마약을 흡입 및 유통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된다.
음주운전과 폭행 등은 흔하고 표절과 횡령도 비일비재한 회사다.
다만 이건 전부 미래 기준일 뿐이고,
‘지금은 그냥 규모가 꽤 되는 기획사 정도겠네.’
아직 세간의 인식은 이 정도일 터다.
다만 미래를 알기에 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의 연습생 동기라면,
“형, YM엔터 동기라는 분들이 지금 비션으로 활동하는 분들이세요?”
비션이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일 터다.
“어. 맞아.”
“……비션?”
“……네.”
비션이란 말에 도승이 형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동준이 형과 연훈이 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폭행돌…….”
“쉿! 동준아!”
“아…… 죄송해요.”
YM엔터의 비리는 나중에 가서야 터지나, 비션이라는 그룹의 망조는 이미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명 첫 데뷔까진 분위기가 좋았던 그룹이다.
신인상을 받진 못했으나 유력 신인상 후보와 끝까지 경합했던 그룹이기도 하고.
데뷔 2년 차에 초동도 25만 장까지 찍어내는 등 준수하게 성장하던 남돌이었다.
그러다 멤버 황준결의 폭행사건이 터진다.
술 먹고 행인이랑 싸우다가 고소당했단다.
심지어는 홧김에 먼저 쳤다가 나중엔 혼자 더 처맞아서 활동중지까지 때리는 촌극이 발생했다.
그 뒤엔 팀 내 작곡 멤버인 윤동혁의 표절 논란이 터졌다.
끝까지 표절 인정을 하진 않았으나 유명 미국 작곡가의 곡을 가져와서 썼단 게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망조가 든 건 아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사건이 더 있었으나 뭐 그런 걸 일일이 다 열거하긴 귀찮다.
아무튼 지들 업보로 커리어 말아먹는 그룹이란 거다.
근데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의 연습생 동기들이 비션이고, 그 그룹 멤버 중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 거라면,
“누구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누구한테 왔든 최악일 테지만 가장 최악은 황준결과 윤동혁이다.
이 둘이 가장 악질이니 이 둘과 형들 사이에만 교집합이 없길 바랐으나,
“나한텐 윤동혁이 왔으니까, 아마 운이한테 연락한 거라면 황준결일 거야.”
삶은 늘 기대를 배신한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는 라인업이다.
일단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치고 넘어갔다.
중요한 건 누가 연락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연락을 했느냐니까.
더 나아가 왜 운이 형은 그 연락을 받고 멘탈이 터졌냐는 거고.
“왜 운이 형은 그 사람들 연락을 받고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거예요?”
내 물음에 도승이 형은 다소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말하기가 좀 그런데.”
운이 형이 자고 있는 방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입을 뗐다.
“운이랑 내가 황준결이랑 윤동혁 때문에 거기서 데뷔 못 하고 나온 거거든. 아마 그래서 운이가 전화 받고 나서 스트레스 받았을 거야. 자기 데뷔 망친 황준결 전화였을 테니까.”
“흐음…….”
그 둘 때문에 데뷔를 못 했다니.
“그 두 사람이 뭔 짓을 한 거죠?”
“그렇긴…… 하지. 말하긴 좀 그렇고.”
도승이 형은 거기까지 말하곤 착잡한 듯 미소 지었다.
“물론 지금은 거기서 데뷔 안 하고 나온 게 다행이었다 생각해. 좋은 팀 만났고 좋은 회사……? 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큰 회사랑 계약도 하게 됐으니까.”
도승이 형은 그리 말하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뗐다.
“근데…… 거기서 좋은 꼴을 보고 나온 건 아니었어서…… 당시엔 운이나 나나 둘 다 좀 힘들어 했어.”
도승이 형이 말을 마치자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이걸 도승이 형도 눈치챈 걸까.
분위기를 바꿔보려는지 억지로 텐션을 올렸다.
“아, 근데 이미 다 지난 일이고, 뭐 걔네랑 감정은 안 좋지만 걔네가 이제 와서 우리한테 해코지할 것도 아니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 안 만들고 넘어가야지 뭐.”
맞는 말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욘 없다.
다만,
“근데 감정 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 왜 그 둘은 형이랑 운이 형한테 전화를 한 거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넘어가기엔 찜찜한 게 많다.
긁어 부스럼 만들려는 게 아니라 긁을 만한 게 있으니 짚고는 넘어가야 한다.
일단 운이 형 멘탈이 왜 터진 건지는 얼추 알겠다.
나 같아도 터질 만한 일이다.
내 데뷔를 망친 누군가가 전화해서 잘 지내냐고 안부라도 물으면 화나서 욕이라도 하고 싶어질 테니까.
다만 이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건지 근본적 원인이 아니다.
“굳이 전화해서 속 뒤집어 놓을 이유가 없잖아요. 물론 형이랑 그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의문을 제기하니 도승이 형은 표정이 다소 굳었다.
“……그렇긴 하지. 네 말이 맞아.”
내가 생각한 이걸 도승이 형도 생각했나 보다.
황준결과 윤동혁이 굳이 본인들에게 연락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 다른 꿍꿍이를 찾아보기 싫었던 거 같다.
지금 저 반응을 보니 말이다.
아마 정서적 거부감이 있었겠지.
형 말을 빌리자면 그 둘 때문에 데뷔를 못 한 거니까.
하지만 싫다고 해서 넘어가기엔 불안함이 크다.
“그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인 건지 한번 알아볼까요?”
내가 이리 말하기가 무섭게,
“그…… 내가 혹시나 싶어서 좀 찾아보고 있었거든. 근데…… 좀 심한데?”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 듣고 있던 동준이 형이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중에 파랑새에서 비션과 우리 이름을 넣고 서치를 돌려본 모양이다.
그중 가장 많은 게시물이 걸린 이름 조합은,
황준결 이운
윤동혁 강도승
이렇게 묶인 게시물이다.
“이거 들어가 보면…… 좀 쎄해요.”
“뭐?”
“쎄해?”
연훈이 형과 나와 도승이 형은 일제히 동준이 형의 핸드폰을 바라봤다.
동준이 형은 파랑새에서 찾은 영상 하나를 틀었다.
더블유 라이브 클립 영상을 파랑새에 올린 게시물이었다.
영상 속에선 황준결이 혼자서 라이브 방송 중이었는데,
-YM엔터 연습생 동기 중 나중에 데뷔한 사람 누구 있냐고…… 흐음. 우리 동기 중 유명한 사람……. 아! 맞다! 그 최근에 더쇼케2 나오는 세이렌의 운이! 운이랑 친했어요~
대뜸 운이 형을 이야기한다.
뭐, 그래.
이런 질문을 받음 직도 하고, 이런 답을 함 직도 하다.
운이 형이랑 도승이 형이 YM엔터 출신이라는 건 세이렌 팬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건 알음알음 소문이 다 나는 법이니까.
한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는데,
-운이 대박이었어요~ 진짜 월말평가 늘 혼자서 1등 하고. 춤도 혼자 막 엄청 잘 추고. 그리고 되게 잘생겼잖아요.
운이 형에 대해 일단은 좋은 이야기만 해준다.
생각 있는 놈이라면 방송에서 대놓고 욕할 리는 없을 테니 이건 당연한 거다.
다만 그 뒤부터가 조금 그랬는데.
-근데 사람일 진짜 모르는 거더라고요. 저랑 친구들 다 운이가 데뷔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데뷔조에선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끼리도 흠? 왜 빠진 거지? 이런 분위기이긴 했어요. 근데 뭐 이유가 있었겠죠~
어딘가.
묘하게.
뉘앙스가 이상했다.
마치 운이 형이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는 듯한 느낌이 표정이나 말투 등에서 묘하게 풍겨 나왔다.
더 나아가 운이 형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자꾸 말하고 있기도 했다.
이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감을 나만 느낀 게 아니었나 보다.
“말 진짜 좀 쎄하게 하지 않아요?”
동준이 형이 이리 말하고.
“……기분 나빠.”
연훈이 형이 미간을 구긴다.
도승이 형은,
“이 미친 새끼가…… 지가 운이 이름을 무슨 염치로 들먹이는 거야……?”
순수한 분노가 표정에서 느껴졌다.
다만 하이라이트는 그다음이었는데,
-운이랑 연락하냐고요? 저는 연락하고 싶은데 운이가 너무 바쁜 거 같더라고요. 연락을 보내도 받질 않더라고요. 이 시기에 바쁜 건 다 이해하죠. 저희도 데뷔 준비할 때 진짜 바빠서 핸드폰 볼 시간 없었거든요.
형용할 수 없던 쎄함이 형용할 수 있는 쎄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뭐 실제로 저 사람이 운이 형에게 계속 연락을 했을지 안 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했을 거 같긴 한데 일단 뭐 그건 그거고.
연락을 했는데 받질 않았다는 걸 굳이 사람들 다 보는 데에서 저렇게 말한다는 건,
“이 인간, 운이 형 견제하는데요?”
황준결은 운이 형을 견제하고 있는 거다.
조금의 두려움까지 담아서 말이다.
어떻게든 운이 형 평판을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게 눈에 선명히 보인다.
다만 같은 연예인으로서 대놓고 그러기엔 눈치가 보이니 이런 식으로 자기 라이브에서 은근하게 푸는 거다.
나만 이걸 느낀 건 아닌 걸까.
“맞아. 나도 운이 견제하는 것처럼 느꼈어.”
연훈이 형도.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해. 이거 영상 뒤에 이어지는 거에서도 자꾸 운이 형 이야기만 꺼내면서 이상하게 이야기하더라고.”
동준이 형도 그렇게 말한다.
확신을 더해준 건 도승이 형이었는데,
“얘가…… 운이한테 열등감 진짜 심했어.”
이 인간이 운이 형에게 열등감이 심했단다.
그때.
끼익.
방문이 열리더니,
“……다들 여기서 뭐 봐?”
운이 형이 약 기운에 눈동자가 살짝 풀린 채로 걸어 나왔다.
“내 이름이 자꾸 들리던데……. 뭐야?”
이걸 숨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으나,
“음……?”
운이 형이 이미 동준이 형 핸드폰 속 황준결을 확인해 버렸다.
그래.
운이 형에게 일어난 일인데 운이 형도 알아야 할 거다.
우린 말 없이 운이 형에게 핸드폰 영상을 틀어줬다.
영상을 다 본 운이 형은,
“하아……. 진짜…….”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리더니 가만히 입술을 씹었다.
그걸 보는 도승이 형의 표정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거실에 불편한 적막만이 흘렀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그…… 도승이 형……. 사실 그 윤동혁인가 하는 사람도 더블유 라이브에서 형 얘기 엄청 하는 거 같아요……. 이게 그 사람이 전에 했던 라방 클립인데…….”
눈치를 보던 동준이 형이 황준결이 운이 형 얘기를 꺼내는 것처럼 윤동혁도 도승이 형 이야기를 꺼내고 다닌단 걸 말해줬고.
“……뭐?”
도승이 형의 표정은 한 차례 더 싸해졌다.
이후 찾아온 영상에선,
-아 도승이! 진짜 친하죠! 저랑 도승이랑 같은 쌤 밑에서 작곡 같이 배웠어요! 아 근데 이거 말해도 되나? 그…… 뭐 어렸을 때 같이 예체능 배우면 그런 거 있잖아요. 살짝 라이벌 의식? 암튼 그런 거 때문에 좀 안 좋은 짓도 많이 하고 그랬죠. 아 도승이만 나쁜 짓 했단 게 아니라 서로서로 그랬다고요~ 오해 금지~
라이벌 의식 어쩌구로 자신과 도승이 형을 묶으며 썰을 푸는 윤동혁이 있었다.
그걸 보는 도승이 형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갔다.
“하아……. 진짜 얘네 질린다…….”
운이 형은 그런 윤동혁과 황준결에게 넌덜머리가 난단 듯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다 패닉에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이후 우린 다 같이 윤동혁과 황준결이 대체 더블유 라이브에서 몇 번이나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을 언급했는지 찾아봤다.
한데,
“……이 정도면 더쇼케 나온 후부터 거의 라이브 할 때마다 두 번에 한 번은 말한 수준인데요……?”
한두 번 하고 말았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것보다 훨씬 많은 횟수였으며.
“말들이…… 다 이상한데……?”
그 말들의 끝은 묘하게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이 연습생 때 이런저런 사건이 많았단 걸 암시하는 듯한 말들이었다.
진짜 잘했는데 데뷔조엔 늘 떨어졌다.
정말 재능 있었는데 가끔 열정이 과해서 실수하곤 했다.
아직까지 친하고 잘 지내는데 바쁜 건지 연락을 잘 안 받더라.
사실 이리 놓고 보면 별문제 없는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궁예질 하는 사람들 진짜 많은데…….”
이 말들로 비공개 계정에서 어떤 음모와 오해가 퍼질지는 모른다.
그런 부정적 오해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성장세를 꺾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되는 거다.
이제야 황준결과 윤동혁이 왜 운이 형과 도승이 형에게 전화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얘네는 우리가 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짓들을 벌이고 있는 거다.
이 문제가 단순히 서로 간에 안 좋은 감정이 남았다는 것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아설까.
“……우리가 왜 데뷔조 떨어졌는지 말해줄까……?”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은 자신들이 왜 데뷔조에서 떨어지게 됐는지를 우리에게 공유해 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