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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58화 (158/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58화

황준결은 자신의 댓글을 읽고 멈칫거리며 굳어버린 이운을 바라봤다.

녹화 방송이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장면이겠지만 이건 라이브 방송이다.

짧은 한순간의 행동도 전부 사람들에게 보이는 환경이란 거다.

하물며 방금 그 멈칫거림은 지나가면서 봐도 어딘가 수상한 데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증거로 본인뿐만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팅창에서 방금 그 반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운이 반응 왜 그러지

-우리 애들 라방에선 우리 애들 이야기만 해요ㅠㅠㅠ

-황준결이랑 백퍼 뭐 있는 거 아님?

-둘이 친하다던데;;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이었지만 그 파장은 결코 짧지 않았다.

황준결이 그간 본인의 라이브 방송에서 하도 자주 이운 이야기를 했기에 더 파급효과가 있는 거였다.

알 만한 사람들은 황준결과 이운 사이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분명 어떠한 일이 과거에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으니 말이다.

황준결은 판이 돌아가는 걸 가만히 바라봤다.

본인은 분명 그간 이운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했다 생각했다.

뭐 누군가는 싸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좋게 들릴 수 있는 말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라가는 채팅을 보고.

급히 들어가 본 SNS에서 나오는 반응들을 취합해 보니,

‘……아니었나……?’

이제야 좀 더 분명하게 셀프 모니터링이 되고 있었다.

본인이 그간 아주 많이 싸하게 이운에 대해 이야기했단 걸 말이다.

비션의 팬들은 끝까지 흐린 눈을 하고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고 물타기를 하고 있었지만 세이렌의 팬들은, 아니 그냥 대부분의 중립을 지키는 일반인들은 다들 황준결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황주먹이 이운에 대해 말하는 거 ㅈㄴ 싸하긴 했음;;

-이운 황주먹한테 옛날에 맞은 거 아님?

-나만 이렇게 느낀 거 아니었구나ㅋㅋㅋ황씨가 라방에서 이운 얘기할 때마다 ㅈㄴ 견제하는 느낌이었음;;

-ㅋㅋㅋ 폭행돌 어떻게든 세이렌 코인 타려 하죠~

황주먹은 황준결의 과거 폭행 사건을 두고 쓰는 서방용 이름이었다.

다만 말이 서방용이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별명이라 황준결이 본인의 냉정한 시장 반응을 보고 싶을 때마다 종종 쓰는 이름이었다.

한데,

‘망했네…….’

황주먹이라 치고 쭉 돌려보니 분명하게 체감됐다.

그간 이운에 대해 말했던 그 모든 것들이 본인의 업보로 차곡차곡 쌓여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란 게 말이다.

그는 핸드폰을 껐다.

컴퓨터도 끄고 방문도 걸어 잠갔다.

이런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안 일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X발…….”

아주 조금이라도.

그냥 이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자그마한 착각쯤은 할 수 있었다.

* * *

황준결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윤동혁이 꿀꿀한 기분에 술이나 마시며 거나하게 취해가는 동안.

인터넷에는 그 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데뷔 초에 있던 그 짧은 전성기 시절 이후로 그 둘에게 이토록 많은 언급량이 생기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그때와는 언급되는 반응이 정반대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얘들아 황주먹 그냥 먹금하자 아니 이 ㅁㅊ 놈 더쇼케2 시작할 때부터 욵이 X나 싸하게 언급하고 있었네;;

-ㅅㅂ 난 얘네 데뷔할 때부터 ㅈㄴ 싸하다 생각하긴 했음

-윤동혃도 자기 라방에서 돟승이 언급 많은 거 보면 백퍼 뭐 있는 거 같음;;

└ㅇㅇ황주먹만 아니라 윤표절도 문제임. 백퍼 도슿이한테 뭔 짓 했을 듯;;

└ㅅㅂ 방금 보니까 윤동혃도 라방에서 돟승이 언급 ㅈㄴ 싸하게 하고 다녔음

└와 영상들 찾아보니까 맞네;;ㅁㅊ놈 말 개싸하게 함;;;

-ㅈㄴ 웃긴 게 둘 다 친했던 연습생 관련 일절 언급 없다가 애들 데뷔하니까 숟가락 놓는 거 봐;; 세이렎 애들이 이런 기분 나쁜 거 못 보게 꼭 서방하자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으나 눈치 빠른 아이돌팬들은 이미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빠삭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아이돌 덕질 몇 년 하면 연예계와 엔터판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황준결과 친하냔 댓글에 이운이 이상하게 반응해 관련 영상을 찾아봤던 사람들이, 이젠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음을 눈치챘다.

더 나아가 황준결과 이운만이 아닌 윤동혁과 강도승 사이에도 무언가가 있었음을 유추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추론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력과 통찰력이라면 이 넷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예상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을 터다.

황준결이 왁스칠을 했다거나, 윤동혁이 곡을 뺏었다거나, 이런 구체적 정황은 알 수 없겠지만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괴롭혔겠구나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황준결과 윤동혁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의견만 있던 건 아니었다.

-세천지 또 난리네 진짜

-근데 별개로 이건 이운 사회성이 ㅈㄴ 없는 거 아님? 그냥 친하냐고 이름 나온 거 가지고 굳고 난리임 ㅋㅋㅋㅋ 황준결이 잘못했다는 증거 아직 없잖

-세이렌 원래 더쇼케부터 정병 많았음ㅋㅋ 그냥 중립 박아야지

-가만있던 동혁이까지 왜 끌고 와서 패는 거임?

비션의 황준결과 윤동혁을 옹호하는 것까진 아니나 너무 과한 억측은 하지 말자는 의견들이었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조차 황준결과 윤동혁이 무언가 과거에 잘못을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긴 했다.

하지만 증거 없는 추측은 위험할 수 있으니 자제하란 거였다.

다만 이런 식의 중립지대가 단번에 박살 나는 계기가 생기고 말았는데,

-네이스판에 글 올라옴. 링크 첨부함.

-???

-아 ㅅㅂ 진짜였네

자신의 신분과 과거를 인증한 누군가가 네이스판에 글을 올리면서 여론이 확 기울어지게 됐다.

* * *

네이스판은 연예계의 온갖 잡설들이 올라오는 곳이었다.

다만 그곳에 간혹 상세한 정황들을 기록한 글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그 글들이 사실임이 판명되는 순간 루머는 공식이 되고, 악행을 저지른 자의 커리어는 박살이 나곤 했다.

그리고 지금 황준결에 대한 긴 글이 올라왔다.

-증거첨부) 비션 최종 데뷔조였다가 탈퇴한 연습생입니다.

글의 제목부터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한창 황준결과 이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던 차였기에 네이스판에 상주하는 많은 헤비 유저들은 그 글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갔다.

글의 내용은 장황했지만 축약을 해보자면 이러했다.

-요약하자면 황준결은 연습 기간 내내 이운을 싫어했습니다. 자신과 친한 무리의 연습생들에게 이운에 대한 험담을 하고, 조직적 괴롭힘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는 등, 오랜 기간 이운에게 실질적 위해를 가하려고 노력하던 인간입니다. 급기야 이운 대신 데뷔조에 들어가고 싶다며 연습실 바닥에 왁스칠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엔 장난이라며, 설마 진짜 미끄러지겠냐며, 그냥 이운이 넘어지는 게 보고 싶었을 뿐이라며 둘러댔으나, 황준결은 분명하게 이운이 다치길 바라는 마음에 왁스칠을 한 거였습니다. (당시 황준결이 자기가 왁스칠 해뒀다고 말해준 문자 내역 첨부했습니다.)

-이렇듯 이운에 대해 악행을 일삼던 황준결이 이제 와 이운에게 친한 척하는 걸 보는 게 역겨워 인증글을 올립니다. 제 연습생 계약서와 당시 사진 등 첨부하였으니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해당 글에 들어와 댓글로 온갖 반응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글이 진짜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반응들이 있었으나 워낙 상세한 자료들을 첨부한 탓에 그 논란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 글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는 거다.

당장 확인 가능한 팩트는 황준결이 왁스칠을 했다는 것.

그 탓에 이운은 큰 부상을 입었고 데뷔조 오디션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것.

이 두 가지였다.

이건 반박할 수 없이 분명하게 일어난 사건이고,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더 재고할 필요는 없었다.

-와 ㅅㅂ 이정도면 진짜 악마 아님?

-아니 진짜 황주먹 눈빛 개싸했다니까

-드라마에서 보던 걸 진짜로 하는 새끼가 있었네……

-아 ㅅㅂ 진짜 아기들 개 불쌍해

-우리 운이……ㅠㅠㅠㅠㅠ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던 중립기어는 완전히 박살 나버렸고 황준결은 세이렌 팬뿐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심지어는 비션의 기존 팬들에게까지도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한 가지 사건이 더 터졌으니,

-밑에 글 보고 용기 받아서 글 올립니다. 전직 YM엔터 작곡 트레이너였던 사람입니다.

이런 제목을 단 글이 추가적으로 올라왔다.

위의 글이 황준결을 저격하는 글이었다면 밑의 글은 윤동혁을 저격하는 글이었다.

-당시 윤동혁은 자신의 무리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도승이에게 곡을 못 쓴다는 핀잔을 줬습니다. 그 과정 중에 도승이가 내적으로 많이 무너지기도 했고요. 물론 곡에는 취향 차가 있겠으나 지극히 작곡가로서의 관점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술적으론 도승이의 실력이 한참 우위에 있었습니다. 악기나 멜로디 등을 만드는 센스도 도승이가 가장 눈에 띄었고요.

글의 내용은 간단했다.

윤동혁이 자신의 무리를 이용해 강도승을 따돌렸다는 것.

더 나아가,

-마지막 데뷔조 작곡 멤버를 정하는 자리에서 윤동혁이 곡을 하나 가져왔는데, 그 곡이 과거에 도승이가 써왔던 곡을 표절한 곡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윤동혁이 쓴 곡은 비션 데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도승이가 보내줬던 데모 첨부하니 직접 들어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윤동혁이 강도승의 곡을 표절했다는 말까지 했다.

그에 대한 증거까지 첨부했고.

사람들은 전직 작곡 트레이너가 첨부한 자료들을 들은 후, 비션의 데뷔 앨범 수록곡도 들어봤다.

판단은 순식간이었는데,

-아니 그냥 그대로 가져다 썼네;;

-이건 성의조차 없는 거 아님?

-이걸 진짜 안 걸릴 거라 생각하고 쓴 거임?

-근데 도승이 곡은 발표된 적 없는 거라 표절로 신고도 못 했을 거 아님 ㅠㅠㅠㅠ ㅈㄴ 한 처먹게 되네 진짜

-아 진짜 개빡치네

윤동혁이 쓴 곡과 강도승이 쓴 곡은 후렴구가 아예 동일했다.

몇 가지 소스들을 제외하자면 말이다.

이 일은 아이돌팬들 사이에서만 화제되지 않았고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표절이라는 이슈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니 말이다.

남성들이 주로 상주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필두로 너튜브 숏 영상으로도, 틱택톡 영상으로도 만들어져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ㅋㅋㅋ지금 연습생 때 곡 표절했다 걸린 새끼 나옴ㅋㅋㅋ

-와 대체 얼마나 재능이 없으면 연습생 때부터 표절을 함?

-아 저거 표절 당한 사람도 아이돌임?

-강도승이라는디?

-와 근데 강도승이 확실히 잘하긴 하는 듯?

-실음과 학생인데 강도승 곡 ㅈㄴ 잘씀. 소스랑 멜로디 짜는 센스가 미친 수준임. 우리끼리 스터디할 때 자주 듣는 작곡가 중 한 명임.

표절 이슈가 유명해질수록 덩달아 강도승의 작곡 실력도 조명받았으며, 이는 자연스레 세이렌에 대한 대중적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아주 잠깐의 순간.

이운이 채팅을 읽고 굳어버린 그 잠깐의 순간이 만들어낸 나비효과에.

-황왁스랑 윤표절 X됐네ㅋㅋㅋ

황준결과 윤동혁은 그간 쌓아온 업보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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