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62화
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두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시작된다고 한다.
“와 우리 진짜 데뷔하는구나.”
“6월 3째 주……! 후우우.”
“파이팅해서 진짜 결과물 잘 한번 뽑아보자.”
심지어 지금은 두 번째 회귀자가 빙의해 오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회의실에 다 같이 앉아서 데뷔일 확정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갑자기 도승이 형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의 몸에 두 번째 회귀자가 빙의해 온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문제일 거다.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둘러보는데,
지이이잉-
통찰을 쓸 때 세상이 잠깐 느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 듯.
갑자기 세상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결국 완전히 정지하고 말았다.
‘하아……. 이런 방식이었나.’
정지한 세상 속 멀쩡한 속도로 돌아가는 건 내 몸뿐이었다.
난 자리에서 홀로 일어났다.
모든 게 정지한 세상 속 나 홀로 움직이는 것은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만일 이게 두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과는 무관한, 시스템이 내게 준 또 다른 능력이었다면 아주 반가웠으리라.
정보를 캐내거나 세이렌에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들을 미리 없애는 데에 아주 탁월한 능력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잔뜩 긴장한 채 두 번째 회귀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첫 번째 회귀자였던 도승이 형은 후보군에서 제외다.
당연하겠지만 첫 번째 회귀자로서 전에 만나봤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이 회귀의 법칙에 대해 세워본 가설이 있는데, 우리를 회귀시킨 이 ‘시스템’은 먼저 회귀했던 사람이 미션을 실패하면 다음 사람을 순차적으로 불러서 회귀를 시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각각의 회귀자가 있는 세계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서 서로 간섭이 불가능한 관계고.
첫 번째 회귀자로 도승이 형을 불렀으니, 두 번째 회귀자로는 누구를 불렀을지 나름 궁금하기도 했다.
동시에,
‘……어떤 사연이 있으려나.’
첫 번째 회귀자였던 도승이 형이 날 보자마자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제발 내게 미션을 실패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그러니 두 번째 회귀자도 첫 번째 회귀자였던 도승이 형 못지않은 사연이 있을 터다.
‘실패하지 않았으면 내가 회귀했을 리도 없을 테니까.’
일단 미션을 실패해 멤버의 죽음을 봤다는 건 기정사실일 테니 말이다.
그러니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지이잉-
굳어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의 몸이 활력을 찾는가 싶더니 이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시스템이 말하는 두 번째 회귀자가 저 사람인 셈이다.
한데,
“……뭐?”
난 놀란 얼굴을 한 채 두 번째 회귀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봉태윤……!”
저번에 첫 번째 회귀자로서 만났던 도승이 형이, 지금 두 번째 회귀자로서 또 한 번 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승이 형……?”
머릿속이 어지럽다.
첫 번째 회귀자와 두 번째 회귀자가 같다는 건 내 가설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는 거다.
한 사람이 미션에 실패하면 세이렌 멤버 중 다른 누군가를 랜덤하게 회귀시키는 게 아니었나?
다만 이 모든 의문에 답을 할 새도 없이,
쾅!
도승이 형이 내게로 달려들었다.
저번엔 날 꽉 끌어안기 위해 달려왔던 게 도승이 형이다.
한데 이번엔,
“컥!”
“……죽어……!
“……형……!”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도승이 형의 굵은 손이 내 목을 단단히 움켜쥔다.
진심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는 중이다.
“너만 아니었으면……! 대체 왜 갑자기 사라진 건데! 왜!”
도승이 형은 이해가 안 가는 소리를 하며 내 목을 더욱 세게 졸랐다.
난 도승이 형의 손을 어떻게든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다만 밥 먹듯 운동을 한 사람이라 그런가.
도저히 내 완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게를 이용하자.’
억지로 손가락을 풀려고 하지 말고 손을 풀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된다.
난 자세를 바꾸기 위해 몸무게를 이용해 최대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던 도승이 형은 그대로 옆으로 밀렸다.
자연스레 목을 조르던 손도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대로 가만있으면 당연히 두 번째 공격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어쩔 수 없이,
“형! 정신 차려요!”
퍽!
옆으로 쓰러진 도승이 형의 안면을 있는 힘껏 가격했다.
하지만 도승이 형은 내 멱살을 잡아채더니 다시 한번 목을 조르려 한다.
“죽어……! 죽어어!”
“하아……! 제발 좀!”
난 도승이 형 위에 올라탄 채로 온몸을 있는 힘껏 눌렀다.
움직이지 못하게 억류하는 거다.
하지만 내가 힘으로 도승이 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지이잉-!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통찰을 사용해 어떻게 해야 최적의 방법으로 도승이 형의 움직임을 억류할 수 있는지 찾아봤다.
‘명치 가운데, 목울대, 양쪽 고관절……!’
난 통찰을 통해 보고 온 부위를 있는 힘껏 누르기 시작했다.
양쪽 무릎을 사용해 도승이 형의 고관절을 누르고.
왼쪽 팔꿈치로 명치를 눌렀으며.
오른쪽 팔뚝으로 목울대를 있는 힘껏 눌렀다.
그러자 훨씬 적은 힘으로도 안정적으로 도승이 형을 억류할 수 있었다.
한데,
스으윽!
이대로 억류에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승이 형이 반격한다.
“끄으아아악!”
고통을 참아내며 억지로 고관절을 움직이더니 자세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하반신이 무너지니 당연히 억류하는 자세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다시 내가 바닥으로 내려가고 도승이 형이 올라타는 형국이 되었다.
“형……!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요!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난 마지막 힘을 짜내어 형에게 소리쳤다.
두 번째 회귀자의 등장이라길래 이전과 같은 장면을 생각했던 나다.
이번엔 좀 더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주고받고, 어떻게 해야 미션 성공에 더 다가갈 수 있을지를 물어보려 했다.
이런 육탄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단 말이다.
다만,
“왜 그러냐고?”
도승이 형이 도리어 어처구니가 없단 듯 날 쳐다보며 말했다.
“데뷔 무대 생방송에 네가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두 번째 미션까지 성공할 수 있었어……! 너 때문에 운이가 죽었다고!”
“……뭐라고요?”
“네 탓에 다 죽었단 말야!”
도승이 형이 다시 한번 내 목을 조른다.
한데 이번엔 아까와 다른 것이,
“……허어억!”
방금 전보다 좀 더 요령이 있는 목조르기였다.
더 적은 힘으로 더 확실하게 기도를 막아버리고 있었다.
단시간에 이렇게 기술이 확 늘게 되는 건 하나뿐이다.
‘통찰……?’
분명 첫 번째 회귀자였던 도승이 형은 통찰이나 돌발 미션과 같은 것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는데.
지금 이 현상은 통찰이 아니면 납득이 안 된다.
‘……오래 못 버텨……!’
점점 시야가 아득해진다.
난 도승이 형의 몸을 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아…….’
몸에 힘이 점점 빠진다.
난 마지막으로 도승이 형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악귀 같은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울어?’
눈물을 흘리며 날 노려보는 중이었다.
얼굴 위로 도승이 형이 흘린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점점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내가 한 마지막 선택은,
스윽.
목을 조르는 도승이 형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개는 거였다.
손바닥 위로 따뜻한 온기가 맴돌았다.
그때.
[세계선이 복구됩니다.]
시스템의 안내음성이 들려옴과 동시에,
“허어어억!”
내 목을 조르던 도승이 형이 갑자기 사라졌다.
막혀 있던 기도가 갑자기 열리며 공기가 한 번에 확 들이쳤다.
안 쉬던 숨을 갑자기 쉬어서일까.
머리가 띵하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
“하아. 하아. 하아.”
난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뭐……?”
아직도 세상은 멈춘 상태다.
그 상태에서 내 목을 조르던 도승이 형만 없어졌다.
아니, 도승이 형이 있긴 있다.
회의실 의자에 앉아서, 아무것도 모른단 듯이 허공을 바라보는 도승이 형이 말이다.
다른 형들과 마찬가지로 멈춰 버린 시간 안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 하는 상태였다.
난 그런 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인지 부조화가 온다.
방금 전까진 나랑 바닥을 뒹굴며 드잡이질을 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저기에 앉아 있다.
아니지.
‘이 세계의 도승이 형에게는…… 실제로 아무 일도 없던 걸 테니까.’
머리가 멍하다.
정리가 안 된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첫 번째 회귀자도, 두 번째 회귀자도 도승이 형이었다.
난 미션 실패 시 순차적으로 우리 멤버들을 회귀시키는 줄 알았는데,
‘……설마 루프야……?’
가설이 바뀐다.
순서에 맞춰 회귀하는 게 아니다.
미션에 실패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로 대체되는 게 아닌, 다시 한번 회귀하여 두 번째 기회를 갖는 거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의문점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 번째 회귀를 한 도승이 형은 내가 알던 도승이 형이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엔 원망과 증오와 살심만이 가득했다.
지금도 상상하면 몸이 떨린다.
대체 두 번째 삶에서 내가 어떤 짓을 벌인 건지 감도 안 온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내가 데뷔일에 잠수를 타서 팀이 망한 건가…….’
이것 외엔 가능성이 없다.
그 탓에 미션에 실패하고.
미션에 실패하니 멤버가 사망하고.
팀은 분명 나락에 빠졌으리라.
“하아아.”
머리가 복잡하다.
그때,
지이이잉-
멈춰 있던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몸도 원래 앉아 있던 의자 위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 움직였다.
이내 두 번째 회귀자와의 만남이 시작되기 전과 완전히 동일한 상태가 되었을 때,
[보상 수령을 마칩니다.]
세계는 원래 속도로 돌아왔고.
“그럼 우리 빨리 타이틀곡이랑 수록곡 픽스하고 레코딩부터 들어가죠.”
도승이 형이 대표로 말하고 있었다.
“태윤아. 곡 픽스 되면 가사 최대한 빨리 쓸 수 있지? 나도 랩 가사 필요하면 바로 작업해 볼게.”
도승이 형이 날 쳐다보며 가사를 빨리 쓸 수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하아……. 잊자.’
방금 전 날 죽이려던 도승이 형의 얼굴이 떠올라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봉태윤?”
“태윤아?”
“어디 아파?”
내가 답을 못 하자 형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식은땀을 흘렸나 보다.
연훈이 형이 걱정스러운 눈을 한 채 다가온다.
그때,
[돌발 미션 발발!]
[일주일 안에 데뷔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를 1,000만 회 이상 달성하시오.]
[성공 시, 27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실패 시, 미래시 회수]
또다시 미션이 떨어졌는데,
‘뭐……?’
성공 보상이 너무도 터무니없는 거였다.
27번째 회귀자.
루프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숫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