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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65화 (165/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65화

트럭 기사는 놀란 듯 보였다.

잔뜩 커진 동공으로 날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다만 난 이 남자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트럭 기사가 도망치기 전에 손목을 꽉 잡았다.

“아…… 아아악!”

사실 이전 생에서 법정에서 이 남자를 봤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여긴 야산이고, 보는 사람도 없으며, CCTV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개새끼야…….”

이 새끼의 음주운전 탓에 형들이 죽었다.

연훈이 형은 다신 깨어나지 못했고.

내 삶도 처참히 망가졌다.

그래놓고 이 인간은 본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겠다며 겨우 버티는 우리에게 망설임 없이 비수를 꽂았다.

“죄송, 합니다…….”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사과했으나 난 대답 대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별안간 갑자기 맞은 주먹에 남자는 놀란 듯 보였으나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었다.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땅바닥에 눕힌 후 그 위에 올라타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했다.

“컥……! 그…… 말로…… 헙!”

아무리 때려도 풀리지 않는 울분이 있는 법이다.

이 인간을 이렇게 무작정 팬다고 해서 그때 죽었던 형들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저히 잊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죄송……합니다…….”

난 남자가 저항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축 늘어질 때쯤 주먹을 내려놨다.

자리에서 일어난 후 남자를 내려다봤다.

혹여나 도망칠까 싶어 목을 발로 누르고 있었다.

“5달 전에 저기서 사고 낸 새끼가 너지.”

남자는 아무 대답 않고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꾸욱.

짓밟고 있던 목을 더 힘주어 눌렀다.

“컥!”

아직 참을 만은 한 건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있다.

콱!

아예 무게를 실어 목을 내리찍었다.

“허어억!”

남자가 핏발 선 눈으로 날 노려보며 목을 보호하려 했으나 의미는 없었다.

“대답해. 너잖아.”

이런 의미 없는 문답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미 다 아는데 뭘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려는 건가 싶다.

“……마, 맞습니다…….”

트럭 기사는 이제야 대답을 할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난 숨 정도는 쉴 수 있도록 발에 실은 무게를 조금 덜어냈다.

“실종됐다고 하던데. 그동안 어디 있던 거야.”

“여기 산이랑…… 민가랑…… 반복해서 돌아다니면서 숨어 있었습니다…….”

“왜 숨은 건데. 사고 보상 하라고 하는 게 두려워서?”

“그게…… 아니고…….”

남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눈동자를 돌렸다.

망설이게 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전 생에선 순순히 법정 앞에 섰던 남자다.

물론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 사고였으니 지금과는 경중이 다른 사고이긴 했다.

도망쳐 봤자 얼마 못 가 경찰들에게 잡혔을 테니 순순히 잡혀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구석은 있었다.

당시 이 사람을 구해줬던 자들의 공통된 증언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단 거니까.

더 나아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5개월을 이렇게 숨어다닐 리가 없다.

사고 보상을 하든 뭘 하든 다시 사회로 돌아가고 싶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 남자가 이토록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 안 남게 되는데,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도망친 거냐?”

“……네?”

나와 같이 시스템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단 거다.

물론 나와는 다소 다르게 말이다.

난 이자처럼 미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개인적으로 세워 본 가설은 시스템이 2개일지도 모르겠단 거다.

내 귓가에 울리는 시스템과 이 남자의 귓가에 울리는 시스템.

“그걸 어떻게…….”

남자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날 괴물 보듯 보더니 지금은 마치 구원자 보듯 바라본다.

콱!

그 꼴을 보기 싫어 한 번 더 목을 밟았다.

남자는 핏발 선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내 발목 부근을 손톱으로 마구 긁어댔다.

이 이상 힘을 주면 대화를 못 하게 될 것 같아 천천히 힘을 풀었다.

“나랑 대화할 생각하지 마. 묻는 말에 대답만 해.”

“……사고 나던 날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남자는 이제야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자꾸 차에 타서 사람을 죽이라고…….”

“……뭐?”

“자꾸 누굴 죽이라고…… 죽여야 한다고…… 저도 정말 미치겠습니다……. 그만하고 싶은데…… 아아…….”

“……누굴 죽이라는 건데.”

“……저도 그건 잘…… 어……?”

그 순간이었다.

남자의 눈빛이 달라진 건 말이다.

마치 무슨 계시라도 받은 사람처럼 행동을 멈추더니 이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날 올려다봤다.

순간 섬찟 하고 소름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본능이 경종을 울리며 도망가라고 말하나,

“……너를 죽여야 하는 거였네.”

아주 짧은 순간.

두려움에 몸이 굳어 빠르게 행동하지 못한 그 찰나에 전세가 뒤집혔다.

남자는 내 발목을 있는 힘껏 잡아챘다.

원래 같았다면 발을 흔들어 털어낼 수 있었겠지만,

‘무슨 힘이……!’

그대로 날 발목째로 들어 올려 쓰러뜨린다.

아까와는 근력의 차이가 최소 2배 이상은 나는 것 같다.

실제로 손목과 팔목에. 그리고 목 부근에 이상한 힘줄이 돋아나고 있었다.

몸이 버틸 수 있는 것 이상의 힘을 끌어다 쓰는 사람 같다.

“너네 형들은 어딨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목소리가 바뀐다.

표정과 말투까지 아까와는 딴판이다.

트럭 기사는 내 위에 올라타더니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가……!”

놈을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별 의미는 없었다.

이미 일반인의 근력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 같았다.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왜…… 처음으로 돌아가라 한 거야…… 형…….’

연훈이 형이 해줬던 말.

처음으로 돌아가란 것.

그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이 트럭 기사와 마주칠 걸 알았을까?

알고도 보낸 걸까, 아니면 모르고 보낸 걸까.

그 순간 마치 확신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는데,

‘……만나야 했구나……!’

날 여기 보낸 건 연훈이 형의 의도가 맞단 거다.

처음으로 돌아가라.

시스템이 주는 미션으론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

이 말은 곧,

‘……기다리자.’

시스템이 주는 미션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란 게 아니다.

내가 직접 시스템을 끌어내어 쌍방향의 소통을 하란 거다.

이 남자는 내가 죽기를 바란다.

아마 이 남자의 의지라기보단, 이 남자의 귓가에 울리는 ‘또 다른 시스템’의 의지일 거다.

즉 남자의 미션은 나를 죽이고 우리 팀 모두를 죽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사태에 가장 곤란한 건 누구일까.

지극히 초월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답은 ‘내 귓가에 울리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나와 우리 팀의 성공을 위해 비인도적인 미션을 계속 거는 중이다.

그만큼 간절하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란 의도인 거다.

하지만 내가 중간에 살해당하게 된다면.

시스템 본인이 생각한 그 루트에서 벗어나, 어쩌면 가장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나 그 사람 손에 죽는다면.

‘……끝나는 걸까 이대로?’

과연 어떤 딜을 걸어올지 궁금했다.

그 순간,

[돌발 미션 발발]

[트럭 기사에게서 벗어나시오.]

[성공 시, 생존]

[실패 시, 사망]

어찌나 급한지 성공 보상과 실패 리스크를 고려치도 않은 엉터리 미션을 낸다.

의식이 점차 흐려진다.

이대로 가면 죽음이다.

[돌발 미션 발발]

[트럭 기사에게서 벗어나시오.]

[성공 시, 미래시 통제권 일부 획득]

[실패 시, 사망]

나한테 뭐 힘이라도 내라고 후원이라도 보내는 걸까.

아까보다 보상이 좀 더 강화된다.

다만 목이 졸려오는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허어어억……!”

점점 체내의 산소가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그 순간,

[돌발 미션 발발]

[보상을 수령하시오.]

[성공 시, 통찰의 통제권 전권 획득]

[실패 시, 멤버 전원 사망.]

시스템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패를 던졌다.

미션이 보상을 수령하라는 거다.

그 말은 그냥 보상을 준단 거다.

보상은 통찰의 통제권의 전권.

그간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통찰을 이젠 내 의지대로 마음껏 쓸 수 있단 거다.

‘……수령.’

그 순간,

지이이이잉-!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통찰이 발동됐다.

시간이 100배쯤은 느리게 흘러간다.

통찰의 전권을 획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심 궁금했는데,

‘미쳤네…….’

눈앞 트럭 기사의 생각이 읽히기 시작한다.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죽여야만 해…….

이 남자는 지금 날 죽일 생각뿐이었던 모양이다.

이 강화된 통찰은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좀 더 권한이 많았는데,

‘……나한테서 떨어져.’

대상에게 일방적 명령이 가능하단 거였다.

트럭 기사의 눈동자가 2배는 커졌다.

뇌 속에 울리는 명령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떨어져?

처음엔 의문을 갖는가 싶더니,

-죽여…….

다시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온다.

다만,

‘떨어져.’

다시 한번 트럭 기사의 눈을 보고 재차 말했다.

이내,

스윽.

목을 옥죄던 손가락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여왔던 숨통이 이제야 열린다.

그 순간,

지이이잉-!

통찰이 끝났다.

“허억! 허억!”

난 부족한 숨을 한 번에 몰아 쉬었다.

머리가 핑 돈다.

그때,

“아…… 아아……!”

트럭 기사가 날 멍하니 쳐다본다.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온 걸까.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단 듯 날 바라본다.

이내,

“어어어……!”

트럭 기사의 팔이 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기존에 쓸 수 있던 근력 이상의 힘을 한 번에 끌어내 버린 탓이리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건지 어깨 아래부터 팔이 추욱 늘어진다.

이제 보니,

‘팔이 온통 빨갛네.’

모든 핏줄이 다 터진 모양이다.

근육파열이 일어난 거 같다.

난 남자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러곤,

지이이잉-!

강화된 통찰을 다시금 사용했다.

남자는 아까완 달리 모든 전투 의지를 잃은 상태다.

‘꺼져.’

그 덕일까.

단 한 마디 만에 남자는 내 명령을 이행했다.

혼자 털레털레 마치 홀린 사람처럼 산 아래로 내려간다.

난 남자가 사라지는 것을 본 후에야 안심하고 바닥에 드러누울 수 있었다.

사실 저 남자를 저렇게 보낼 게 아니라, 일단 여기 어디에 억류해 놓고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캐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좀 쉬자…….’

하루에 두 번 죽을 뻔했다.

오전엔 두 번째 회귀자에게.

오후엔 미친 트럭 기사에게.

저 남자를 그냥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성과는 있었다.

지이이잉-!

이젠 통찰을 횟수 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심지어는 명령조차 가능할 정도로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은,

‘머리가…… 미친 듯 아프네.’

쓰고 나면 코피라도 날 것처럼 머리가 띵 하고 울린단 것뿐.

자주 사용하면 안 될 것 같다.

난 급히 통찰을 해제했다.

다만 이건 일차적 성과일 뿐.

진짜 성과는 다른 거다.

이 세계엔 나 말고도 시스템에게 미션을 받는 자가 있다.

그 시스템이 내게 미션을 주는 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절체절명의 순간.

시스템은 내게 딜을 걸어오기도 한다.

주도권이 시스템이 아닌 내게 오는 순간이 있단 거다.

물론 시스템을 움직이려면 늘 목숨을 걸고 다녀야 하기에 자주 쓸 순 없겠지만,

‘옵션이 하나 더 늘었어.’

그간 당하기만 하던 입장에서 한 방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단 게 조금은 통쾌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난 후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8시.

지금 당장 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해도 11시 즈음 도착일 거다.

‘일 났네.’

다만 택시는 이미 떠났고, 난 면허도 없다.

방법은 두 가지다.

연훈이 형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달라 하는 것.

아마 이 방법을 택한다면 꽤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

두 번째 방법은 승연 씨나 현아 씨에게 부탁하는 것.

이건 두 사람에게 말만 잘하면 일은 안 커질 수 있겠지만 이미 퇴근한 사람들을 이 시간에 여기까지 부른다는 게 몹시 미안하다.

뭘 택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

지이이잉.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강현성.

“……?”

방금 막 세 번째 옵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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