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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70화 (170/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70화

늦은 밤.

강현성은 봉태윤의 티저를 몇 번이고 돌려보고 있었다.

본인들의 티저를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세이렌이 어떤 컨셉을 들고 와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어나더원에서도 사활을 걸어 최대 제작비로 모든 부분을 지원하고 있었고, 강현성이 직접 엄선한 제작진들은 업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한데,

“돈이…… 무섭네…….”

그는 이리 말하며 안경을 벗곤 눈가를 꾹꾹 눌렀다.

업계에서 최고라 할 법한 인력들은 어나더원에서 전부 포섭했다.

해서 세이렌이 어떤 인력을 가져다가 쓰든 업계 2등의 인력이었을 터다.

물론 방송계는 넓고 은둔고수는 얼마든 있겠지만 그걸 세이렌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찾아냈을 리는 없다.

즉 이 티저 때깔이 이렇게 잘 나온 건 한 가지 이유뿐이다.

“대체 돈을 얼마나 퍼부은 거야.”

일당백을 하는 업계 최고 인력을 뺏겼으니, 백당일이라는 마인드로 인력을 가져다가 쓴 것일 거다.

봉태윤 티저에 사용된 VFX의 퀄리티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건 절대 한두 명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반응도 너무 높은 퀄리티에 놀랍다는 것이 많다.

“조회 수가 높네.”

단순 티저 조회 수라기엔 너무 높다.

아마 아이돌 소비층이 아닌 일반 대중들까지 포섭하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다.

“흐음…….”

그는 실트를 확인했다.

아직 1위는 강현성이다.

하지만,

‘점점 좁혀져 오네.’

이 속도면 얼마 안 가 따라잡힐 터다.

강현성은 고민을 잠시 뒤로 넘겼다.

어차피 이건 1차 티저고.

아직 데뷔까지 공개할 떡밥들은 많다.

지금 하는 과한 고민은 의미가 없다.

대신,

“잘 찍었네.”

그는 봉태윤의 티저를 한번 다시 돌려봤다.

* * *

형들과 나는 온리원 티저를 본 후 잠깐 회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높은 온리원의 티저 퀄리티에 다들 위기의식을 느낀 거다.

물론 우리가 회의한다 해서 어떤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올 리는 없다.

“온리원분들한테 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자!”

“맞아요!”

“우리가 조회 수는 더 높으니까 너무 섣부른 걱정은 하지 맙시다.”

이런 식의 의지를 다지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을 뿐이지.

“내일부터 뮤직비디오 촬영도 해야 하니까 오늘은 자고, 내일 또 열심히 해보자.”

“그렇게 합시다~”

“파이팅 해요!”

“예에!”

우린 내일 있을 촬영을 위해 일찍 잠이 들기로 했다.

티저 공개를 위해 지난 며칠간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일했으니, 오늘부터라도 조금씩이나마 수면 시간을 늘려갈 예정이었다.

형들이 모두 방으로 들어가고.

나 혼자 거실에 남게 됐을 때.

“태윤아, 안 자?”

“아, 저 씻고 들어갈게요.”

“그래. 늦지 않게 들어와.”

난 거실 식탁에 앉아 허공을 바라봤다.

이제 데뷔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가장 급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바로 이 미션들.

뮤직비디오 천만 조회 수 미션과 올해 안에 초동 50만 장을 찍으라는 미션이다.

뮤직비디오 천만 조회 수는 지금 추세라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여기에…… 어떻게 수정을 가하지?’

난 이 미션을 이대로 수행할 생각이 없단 거다.

지금부터라도 시스템과의 일방적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주는 미션을 기계처럼 수행만 해서는 내가 원하는 미래에 도달하지 못할 거 같다.

그렇다면 미션을 수정해야 하는데,

‘실패했지.’

전에 한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미션 ‘창’을 허공에 띄우는 건 성공했지만 수정을 하려 하니 시스템이 강하게 반발했으니 말이다.

내가 통찰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한들 시스템의 권한에 일방적으로 저항할 순 없다.

시스템과 딜을 하려면 이전에 트럭 기사에게 갔던 것처럼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시스템과 딜을 하겠다고 매번 목숨을 걸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딜을 할 수 있는 게 있나.’

내 목숨 말고 대체 어떤 걸 협상 테이블에 올려둬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물며 그냥 목숨을 거는 것은 안 된다.

그 ‘트럭 기사’에게 목숨을 빼앗길 위기일 때에만 시스템은 반응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매번 트럭 기사를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어떤 걸 거래 대상으로 걸어야 하는지 고민을 이어가는데,

‘아……!’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급히 통찰을 사용했다.

지이잉-!

세계가 정지하고 내 사고만 가속한다.

이전에 미션을 고치려고 했던 것과 과정은 똑같다.

난 허공을 바라보고, 그 허공의 내외부를 전부 통제한다.

그리고 허공 위에 마치 파일을 옮기듯 미션 내용을 옮겨 넣었다.

[일주일 안에 데뷔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를 1,000만 회 이상 달성하시오.]

[성공 시, 27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실패 시, 미래시 회수]

여기까진 어렵지 않다.

통찰을 사용하면 금방 되는 거니까.

문제는 이걸 직접 고치려고 했을 때 시스템이 강하게 반발하며 통찰을 지워내려 한다는 거다.

그렇기에 시스템이 미션 수정에 반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해서 내가 떠올린 방안은,

[실패 시, ‘통찰의 전권’ 회수.]

실패 시 미래시 회수였던 것을 통찰 전권의 회수로 수정하는 거다.

그러자 시스템이 이 미션 창을 지우지 않는다.

심지언 반발조차 하지 않는다.

예상이 맞았던 거다.

‘역시…… 통찰을 걸어야 했던 거네.’

지금 시스템은 내게 통찰의 전권을 준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 같았다.

이토록 자주 사용하며 시스템의 권한에 접근하려 할지 몰랐을 테니 말이다.

즉 지금 당장 내가 목숨 대신 걸 수 있을 만한 거래 품목은 ‘통찰의 전권’뿐이었던 거다.

이후 미션 내용을 수정했다.

원래 내용은 일주일 안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 천만 회를 찍으란 것.

내가 바꾼 것은,

[일주일 안에 데뷔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를 1,000만 회 이상 달성하고, 안무 영상 조회 수도 100만 회 이상 달성하시오.]

[뮤직비디오 1,000만 회와 안무 영상 100만 회는 업로드일 기준으로 일주일을 체크합니다.]

[두 가지 미션 모두 클리어해야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뮤직비디오 천만 회에 하나를 더 얹어서 안무 영상 백만 회까지 찍으란 거다.

누가 본다면 의아할지도 모른다.

미션을 더 쉽게 바꾸는 게 아니라 더 어렵게 바꾼 거니까.

하지만 그냥 어렵게만 바꾼 건 아니다.

[성공 시, 27번째 회귀자, 15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보상까지도 바꾼 거다.

미션의 내용을 바꾸지 않고선 보상 또한 바뀌지 않을 걸 알기에 미리 미션의 난이도를 더 올린 거다.

이번엔 시스템도 내 딜이 공정하다 판단한 건지 다른 태클을 걸지 않는다.

이렇게 미션 수정이 완료되는 줄 알았는데

[?!**&(^$]

갑자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미션을 수정하시겠습니까?]

이런 알림이 울린다.

이제 정말 끝인가 싶었건만,

[수정 시, 미래시 회수]

[보류 시, 기존 미션대로 진행]

이 시스템은 내가 통찰을 실패 리스크로 걸고 미션 난이도까지 올렸건만 그럼에도 부족하다 판단한 모양이다.

미션 수정을 하는 그 대가로서 미래시를 기어이 빼앗아 가려는 걸 보면 말이다.

미래시.

참 유용하게 썼던 능력이다.

하지만,

‘수락.’

난 미래시보다 형들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고 말이다.

이전엔 다른 세계의 형들이라면 나와는 남이라고 생각했으나,

‘……다 내 형들이니까.’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미션이 수정됩니다.]

이내 시스템이 미션 수정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켜줬다.

[일주일 안에 데뷔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를 1,000만 회이상 달성하고, 안무 영상 조회 수도 100만 회 이상 달성하시오.]

[뮤직비디오 1,000만 회와 안무 영상 100만 회는 업로드일 기준으로 일주일을 체크합니다.]

[두 가지 미션 모두 클리어해야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성공 시, 27번째 회귀자, 15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실패 시, 통찰 전권 회수]

최종적으로 정리된 미션 내용이 귓가에 흘러 들어온다.

동시에,

‘아……!’

미래시가 새겨졌던 눈동자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처음 미래시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통증이다.

[미래시가 회수되었습니다.]

무언가 수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미래시가 사라졌다.

“후우우우.”

난 호흡을 정리한 후 통찰을 해제시켰다.

세계가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하아. 끝났다.”

얻을 만한 건 다 얻고 끝낸 값진 시간이었다.

대신,

‘무조건 성공시켜야겠네.’

조회 수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통찰 전권이 걸린 미션이니까.

만일 실패한다면 뭐.

‘다시 한번 트럭 기사 찾아가야지.’

죽을 각오를 한 번만 더 품으면 된다.

어째 점점 죽는다 라는 걸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정신 차리자.’

너무 죽음에 면역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 * *

다음 날부터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됐다.

티저 촬영 때도 힘들다 느꼈지만 뮤직비디오 촬영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스케일이 크다.

데뷔 앨범이라 더 힘을 주고 나왔으니 말이다.

회사에서도 이 데뷔 앨범으로 성과를 못 내면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울 거란 걸 아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제작비 지원해 준 걸 보니 말이다.

‘유원동…… 정신 차린 건가.’

전에 한 번 도발을 한 이후로 내가 회귀하기 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뭐 긍정적이긴 하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며 컨셉 포토 촬영도 더 하고.

중간중간 포카용으로 쓸 셀카들도 많이 찍고.

회사의 허락하에 조금씩 SNS를 통해 스포일러성 떡밥을 투척했다.

차례로 연훈이 형과 동준이 형, 운이 형과 도승이 형의 개인 티저들도 공개가 됐다.

이번 티저들은 멤버들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단 이번 앨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말이다.

연훈이 형의 티저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형이 폐허가 된 도시를 걷다가 외딴 저택에 도착한다는 것.

그리고 수십 개의 방 앞에 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동준이 형의 티저에선 가족들과 소풍을 가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던 형이 순식간에 홀로 남겨지게 되는 내용이 나온다.

그 후 괴물이 동준이 형의 뒤를 쫓아오기 시작하고.

운이 형의 경우엔 연습실에서 홀로 춤을 연습하고 있다가 전신 거울에 괴물의 형상이 잡힌다.

그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대니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마지막 도승이 형은 헤드셋을 쓰고 밤 거리를 걷다가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다.

티저들에는 괴물이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그 덕일까,

-이번 세이렌 컨셉 아포칼립스 아님?

-아님 그냥 애스퍼일 거 같음

-근데 애들 다 괴물 피해 도망가는데 태윤이만 안 도망감?

-연훈이 티저엔 괴물 등장하지도 않음;;

사람들은 궁예질을 하가 시작했다.

덕후들이란 원래 이렇다.

소스만 던져주면 자기들이 직접 나서서 과몰입을 시작한다.

초반엔 온리원보다 티저 화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티저들 간의 서사가 쌓이며 오히려 우리 쪽의 버즈량이 올라갔다.

-1위. 우연훈 미쳤 (70,541)

-1위. 동준이 (67,431)

-1위. 이운 귀엽 (67,450)

-1위. 강도승 깜고 (67,557)

나 외에는 형들이 모두 실트 1위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물론 첫 번째 티저 이후부터는 온리원과 겹치는 일이 없기도 했지만.

다만 겹치지만 않았을 뿐이지 전반적 화력이 우리가 조금 더 우세한 느낌이긴 했다.

내 생각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든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하아아……. 이제 진짜 데뷔다.”

“뮤직비디오 공개…….”

“나 진짜 긴장돼.”

“잘 되겠지……?”

뮤직비디오 공개 전날이 되었을 때.

형들이 긴장하며 잘될지 안 될지를 걱정하고 있었다면,

‘흐음.’

난 잘될지 안 될지가 아닌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형들과 달리 나는 회귀 전의 기억을 가진 이 세계의 회귀자고, 이전 세계에서 온리원의 성적을 기억한다.

지금 회귀 전 온리원과 지금 우리의 성적을 두고 견적을 내보자면,

‘거의…… 두 밴데?’

이번 우리의 활동은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는 활동일 거다.

그러니 형들과 달리 난 성공 여부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성공할 테니 말이다.

대신 나 스스로 세웠던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는 이번 앨범으론 일주일 안에 뮤비 조회 수 천만과 안무 영상 백만만 찍는 게 목표였다.

한데,

‘초동 50만. 이번에 클리어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젠 조금 더 큰 걸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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