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71화 (17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71화

초동 50만 장.

운이 형의 목숨이 달린 메인 미션.

시스템은 이 미션을 올해 안에만 해결하라고 했다.

그만큼 초동 50만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던 거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 보자면,

‘데뷔 앨범으로 가능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조금만 무리를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거 같았다.

현재 우리의 팬덤 크기 자체만 본다면 사실 50만 장은 조금 무리가 있긴 하다.

긍정적으로 봐야 40만 장 정도려나.

하지만 돌판이 자기 최애만 잡는 판이라고는 해도 화제성이 커지면 궁금해서라도 타 그룹 앨범 한 장쯤은 사는 시장이다.

무엇보다 굳이 누군가의 팬은 아니지만 앨범 구매 경험은 종종 있는 일반 대중들도 꽤 큰 파이고.

그러니,

‘2, 30대 사람들에게 폭넓게 어필이 가능하면 50만 장 아슬아슬하게 넘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화제성을 키우고 일반인들에게도 어필이 될 만한 소스들을 많이 만들어낸다면.

더 나아가 SNS 같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고 앨범 홍보가 잘만 이뤄진다면.

‘50만 장 찍겠다.’

운이 형의 사망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보자.’

난 마음을 굳혔다.

앨범 발매 후 첫 주간의 활동에 사활을 한번 걸어보기로 말이다.

“태윤쓰~ 뭘 또 그리 생각 많은 얼굴을 하고 있어?”

동준이 형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내일 뮤비 공개 긴장되지?”

딱히 긴장은 되진 않는다.

잘될 거란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대신 초동 50만 장을 찍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긴장이 된다.

“잘 될 테니까 걱정 마.”

동준이 형은 내 무응답을 긍정이라 받아들인 건지 내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

형이 힘을 줘 어깨를 꾹꾹 눌러주며 마사지를 해준다.

“다시 연습하자.”

“네.”

동준이 형의 말에 따라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연습실.

우린 내일 저녁 뮤비 공개 후 있을 데뷔쇼를 위해 연습 중에 있었다.

“딱 타이틀곡 다섯 번만 더 하고, <항해>도 한 번만 더 맞춰보자.”

“네~”

“파이팅!”

“힘내자!”

기합을 넣으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데뷔를 앞두고 다들 거의 사흘째 유사 공복 상태건만, 생명력이라도 사용하겠다는 의지인 건지 점점 더 동작들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 * *

세이렌의 뮤직비디오 공개 당일.

그날 저녁 6시 공개임을 알고 있으나 세이렌 팬들은 이미 활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원동아아~ 실수로 그냥 빨리 올려주라~

-오늘은…… 바다의 남자들의 데뷔곡이 나오는 날…… 다들 나랑 같이 6시 존버 타자……

-아 진짜 세이렌 뮤비 ㅈㄴ 기대 됨

└원래 기대하면 실망하는 개 국룰 아님?

└ㅈㄹ 그럼 니 혼자 기대하지 말던가

세이렌이 활동 횟수가 많고 매 활동마다 굵직한 존재감을 남겨서인지 다들 더욱 세이렌의 데뷔에 기대를 거는 중이었다.

특히 이번 데뷔는 세이렌의 팬들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온리원이랑 세이렌 동시 공개임?

-ㅋㅋㅋㅋㅋㅋ진짜 얘네도 컨셉 확실하다ㅋㅋㅋㅋ

-돌판에 라이벌 구도 이렇게 노골적인 거 오랜만 아님?

└ㅋㅋㅋㅋ원래 라이벌 서사가 X나 맛도리인거 알죠

└아 상상만으로도 설레네

굳이 누군가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두 그룹의 라이벌 구도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간 이토록 노골적인 라이벌 구도가 남돌들 중에 없기도 했고.

데뷔 전부터 서사를 쌓아가며 긴 시간 동안 만들어온 구도는 대중들도 손쉽게 과몰입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파랑새에서만 데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는 것이 아닌, 인별이나 그 밖의 다른 SNS 등에서도 세이렌과 온리원의 데뷔 소식을 다뤘다.

-6월 20일에 데뷔한다는 역대급 남돌 라이벌;; (세이렌 온리원)

-6월 데뷔라는 역대급 신인 남돌들

-벌써부터 대박이라도 남돌들 모음zip

카드 뉴스 형식으로 주로 조회 수를 위해 올리는 광고성 게시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을 정도니 말이다.

저 수많은 SNS 광고 중 실제 어나더원이나 넥스트 웨이브에서 의뢰한 건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SNS 광고 게시물들이 돈도 안 받고 데뷔 소식을 홍보해 주고 있단 거다.

그저 올리기만 해도 조회 수가 나오는 토픽이니 말이다.

-아 근데 작년부터 ㅈㄴ 남돌 비수기 였는데…… 올해는 아니라서 행복함

└ㅇㅇ 이만큼 관심 받고 데뷔하는 남돌들 개오랜만임

└남돌 전성기의 중심에 있는 이 근육빵빵큐티까망고양이에게는 관심 주지 말아주세요. 제 남편이기 때문이죠……(강도승 헬스장 거울 셀카.jpg)

└와 ㅁㅊ 누구에요 이거

└세이렌 강도승입니다~

봉태윤과 강현성의 예상대로 사람들은 라이벌 구도라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끼며 이 판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 누가 짜치는 것만 안 들고 왔으면 좋겠음ㅋㅋㅋ

-아 근데 왤케 세이렌 뮤비 걱정되냐

└티저 상태 ㄱㅊ던디?

└티저 잘 뽑아놓고 뮤비 개판쳐놓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원동아…… 믿는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그만큼 경쟁 양상이 과열되고.

과열되는 만큼 이상하게 과몰입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는 등.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순환이 일어나다 보니,

-방금 올라옴

-와 ㅅㅂ 떴다

-보고옴ㅂㅂ

-아 X나 나 심장 떨림;;;;

어느새 저녁 6시가 되었고, 세이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 * *

저녁 6시.

세이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티저부터 워낙 독보적인 VFX와 영상 퀄리티 등을 선보여서일까.

공개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 대기방에 들어와 채팅을 나누고 있었다.

보통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실시간 채팅은 외국인 댓글들이 차지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직 해외 팬덤이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은 세이렌은 비교적 국내 반응이 더 올라오는 편이었다.

-태윤아아아!

-아 제발제발제바류ㅠㅠㅠ

-진짜 X나 기대됨

-으아아아아아

다만 국내 반응이라 해서 굳이 외국 반응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누구든 다 긴장하며 아무 채팅이나 마구 올리는 중일 테니 말이다.

방 책상에 앉아 저녁밥도 거르고 뮤직비디오를 챙겨보는 한 고등학생 팬도 저 정신 없는 채팅 중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쇼케2 때부터 세이렌에게 입덕하여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파랑새에 세이렌 관련 글을 올리고 있는 팬이었다.

그녀를 팔로우한 구독계들도 몇몇 보유하고 있는 나름의 네임드 계정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수십 명 정도가 전부긴 했지만, 그런 거야 중요치 않았다.

네임드가 되겠다고 시작한 덕질도 아니고.

그냥 본인 하고 싶어서 하는 덕질이니까.

그녀는 채팅이 올라가는 걸 보며 심호흡을 했다.

본인이 데뷔하는 것도 아니고 세이렌이 데뷔하는 거다.

한데 왜 이토록 본인의 심장이 뛰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그 불안함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부터 진짜 커리어 하이의 시작이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너무 심장이 뛰다 보니 입안에 갈증이 나고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다.

심박 수를 재보니,

-147bpm

“……미친.”

침대 누워 있건만 조깅이라도 하는 사람 같은 심박 수가 나왔다.

-10

-9

-8

“헉!”

때마침 뮤직비디오 공개 10초 전이 됐다.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가라앉히려 하면 할수록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이내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탁.

검은색 화면이 떠오른다.

그 밑.

넥스트 웨이브의 회사 로고가 떠오르고.

‘시작이다……!’

본격적인 뮤직비디오가 시작됐다.

* * *

세이렌의 뮤직비디오는 티저로 이미 한 번 공개된 적 있던 영상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처음 나온 것은 교실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봉태윤이었다.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화면 속.

잠깐 암전이 일어난 후.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타오르는 학교를 보여준다.

그다음 씬으로는 박동준의 티저씬이었다.

가족들과 공원으로 나와 소풍을 즐기는 박동준이 나온다.

강아지와 함께 뛰어놀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

그러던 와중,

콰아앙!

똑같은 폭발음이 들린다.

이운의 씬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연습실에서 춤을 추던 이운의 귀에 폭발음이 들리고.

기타를 등에 멘 채 길거리를 걷던 강도승의 귀에도 폭발음이 들린다.

그 순간.

우연훈의 눈동자가 클로즈업 샷으로 화면에 한가득 잡힌다.

눈동자에 비친 것은 허공으로 솟구치는 커다란 버섯구름이다.

이내 화염이 번지는 것을 보여준 후.

탁.

화면이 전환된다.

이제야 데뷔 타이틀곡의 반주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반주는 가벼운 휘파람 소리로 시작한다.

그 뒤로 어쿠스틱 기타가 붙고, 경쾌한 베이스 리프가 붙는다.

통통 튀는 질감의 퍼커션 사운드가 울리고.

누구든 가볍게 어깨를 흔들 템포의 반주가 흘러나오자.

어딘가 암담해 보이던 오프닝 씬들과는 영상의 톤이 달라진다.

앞서 나왔던 봉태윤이 다니는 학교가 다시 화면에 잡힌다.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봉태윤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러곤 마치 본인의 카메라를 찾았다는 듯 그 카메라를 손에 쥐더니,

-우리 둘의 새로운 스토리

-너와 내가 써갈 이야기

-So good- 느낌이 와.

앵글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노래를 시작했다.

-대체 할 수 없는 순간

-다신 보지 못할 드라마

-지금, 우리 둘 사이야

그 뒤로 박동준이 카메라를 자기 쪽으로 끌고 오며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이 뮤직비디오의 컨셉을 이제야 눈치채고 있었다.

세이렌이 직접 만드는 홈메이드 비디오였다.

물론 완전히 세이렌이 손에 든 카메라로만 영상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전문 카메라 감독이 찍은 영상들이 섞이며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여름밤, tonight~

-이 밤의 끝을 붙잡고

-so good, tonight~

-오랜 순간 기다려온 날이야

이운이 귓가를 간질이듯 부드러운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며 박동준에게서 카메라를 뺏어가고.

이내 교실 중앙에 카메라를 세워둔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우연훈과 강도승이 교실 중앙으로 오더니.

-Blue summer night

-우리의 밤이야

-푸르게 빛나는

-우리의 여름은—ooh──

-Blue summer night

-불타는 밤이야

-서늘하게 번지는

-이 세계의 끝을 바라봐

타이틀곡의 후렴구를 부르며 단체 안무를 시작한다.

곡 자체의 분위기가 하늘하늘하고 청량한 느낌이었기에 안무 자체도 어렵고 복잡한 안무는 아니었다.

마치 고등학교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장난삼아 쉬는 시간에 춤을 추는 정도의 난이도였다.

후렴구가 끝난 후 우연훈을 필두로 세이렌 멤버들 전원이 교실 밖으로 나간다.

씬이 전환되며 이젠 교실이 아닌 동아리실로 배경이 바뀐다.

각각 본인의 연습복으로 갈아입은 세이렌 멤버들은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춤을 춘다.

그 구석에 붙은 것은 고등학교 축제 포스터.

학교 축제 무대에 서기 위해 춤 연습을 하는 거였다.

-Blue summer night

-기다려온 밤

-그 밤이 어느새 내게 온 거야

-Blue summer night

-우리들의 꿈

-깨지 않고 이어붙일 영원한 밤

우연훈과 봉태윤이 소파에 누워서 장난을 치는 장면이 들어가고.

다 같이 급식을 먹으러 달려가는 장면이 들어가고.

계곡에 가서 뛰어노는 장면.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바라보는 장면.

저녁놀이 지는 하굣길.

다 같이 손에 떡꼬치나 컵떡볶이를 든 채 주황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들어간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영상 화보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자랑했다.

이젠 한국 영화계에서 쉽게 보기 힘든 청춘 영화의 장면들을 따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영상들이었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학교 옥상에 서서 3절 브릿지 파트를 소화하는 것과 학교 축제 무대에 서서 준비한 안무를 추는 거였다.

두 개의 씬이 교차해서 나오며 장면의 단조로움을 죽이고 씬 자체를 훨씬 풍성하게 채워냈다.

-Blue summer night

-포근했던 품

-이젠 네가 나의 꿈이야

다만 옥상 뒤로 보이는 세계는 불타오르고 있었고.

학교 축제 무대는 조명이 부서지고 휘장이 찢긴 무대였다.

청량하고 밝은 뮤직비디오의 톤이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암담해지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활동이 끝나고.

세이렌의 멤버들이 동아리실의 문을 닫고 학교를 빠져나오는 순간.

-Blue summer night

-푸르게 빛나는 너와 나의 이야기

봉태윤이 곡의 아웃트로를 담담하게 불러냈다.

곡은 끝났으나 뮤직비디오는 끝난 게 아니었다.

캠코더를 접은 봉태윤은 세이렌 멤버들과 함께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선다.

다들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콰아아앙-!

난데없는 폭음을 들은 봉태윤은 그 자리에서 굳는다.

그러곤 뒤를 돌아보니,

화아악-

학교가 불타오르고 있다.

봉태윤은 황급히 앞을 돌아보지만,

-태윤아! 뭐 해?

그를 제외한 멤버들은 평소와 같은 표정이다.

-빨리 와.

이어 우연훈이 봉태윤의 팔목을 잡아끈다.

화면은 암전.

세이렌의 데뷔 타이틀곡 제목이 화면에 떠오르며 뮤직비디오가 종료됐다.

분명 청량으로 시작했건만 끝은 또 아포칼립스로 끝난 뮤직비디오였다.

중간중간 쎄한 느낌이 드는 구도나 배경 등이 많았고 말이다.

숨겨진 세계관과 이야기가 있음을 온몸으로 티 내는 뮤직비디오라 그런 걸까.

-미친 방금 세이렌 뮤비 보고옴;;;퀄리티 미쳤음;;;

-ㅅㅂ 와 제발 아무나 이거 뮤비 해석좀요 ㅃㄹㅃㄹ;;

-아 ㅁㅊ 그래서 이 와기들이 어케 된다는 거임;;;

자연스레 덕후들은 누군가가 이 뮤직비디오를 해석해 주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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