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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75화 (175/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75화

역조공의 내용물은 이러했다.

가장 먼저 박스에서 나온 것은 샌드위치였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서브X이 샌드위치는 아니고, 청담과 가로수길 일대에서 체인 몇 개를 운영하며 한창 핫한 가게로 떠오르고 있는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의 샌드위치였다.

소스 비율과 빵의 종류, 속 재료의 가짓수와 메인 재료의 선택이 전부 자유로우며 심지어 없는 재료도 말을 하면 만들어서 넣어주기까지 하는 곳이다.

어떤 샌드위치건 상상하는 모든 것이 극상의 완성도로 구현된다는 게 이 브랜드의 성공 전략이었다.

해서 SNS 등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걸로 한창 유행 중인 브랜드였는데,

“와……. 이거 갔다가 줄 엄청 길어서 그냥 왔었던 건데…….”

“세이렌이 밥 먹여주는구나.”

세이렌은 그 샌드위치 200여 개를 미리 준비하여 아침 사녹에 새벽 사녹에 와준 팬들에게 주는 거였다.

“이게 동준 세트야? 진짜 칼로리 폭탄 같은데……?”

“이게 태윤 세트래!”

“와……. 도승이 독하다……. 닭가슴살이 메인 재룐데……?”

“연훈이 샌드위치는 왜 혼자 빵 색깔이 핑크야……?”

“아 근데 이건 운이 샌드위치가 가장 스탠다드해 보이긴 한다.”

각 멤버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넣어서 직접 주문 제작한 샌드위치는 그 자체로도 보는 맛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재료를 넣었냐에 따라 각 멤버들의 성향이 보이기도 했다.

“동준이 껀 그냥 햄버거 세트를 샌드위치로 때려박은 거 아닌가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이 닭다리살 치킨 패티에 매콤하고 달짝찌근한 소스랑…… 코울슬로…… 감자튀김 얹은 거까지…….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 위에 이건 샬롯 튀긴 거 얹은 거 같은데요?”

먹는 걸 좋아하는 걸로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박동준은 그날 가장 빨리 완판을 친 멤버가 되었다.

“세이렌 공식 쩝쩝박사는 동준이네.”

“인생 샌드위친데요?”

박동준을 제외한 멤버들의 샌드위치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반응이었다.

다만 그중 가장 팬들에게 외면받은 건 아무래도 강도승의 샌드위치였는데,

“우리 도승이가 닭가슴살을 많이 먹으니까 가슴이 그렇게 크구나…….”

“아 근데 맛이 없진 않잖아요! 닭가슴살로 만든 요리 중에선 가장 맛있는데……. 하하…….”

수비드 한 부드러운 닭가슴살에 양상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류를 잔뜩 넣고 토마토와 피클로 식감까지 챙긴 강도승의 샌드위치는 폭력적인 맛보다는 자연주의의 건강한 맛이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는 샌드위치일 수 있겠으나,

“전 이거 너무 취향인데요?”

“도승이랑 저랑 입맛 똑같은 거 같아요.”

“아침엔 이렇게 먹어야 하루 종일 속 편한데.”

또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샌드위치가 없었다.

이운의 샌드위치는 가장 모범적인 생김새와 모범적인 맛의 샌드위치로서 무난하게 인기가 많았고.

봉태윤의 샌드위치는 안에 치즈와 햄과 딸기잼, 베이컨, 소고기 패티까지 넣은 묵직한 샌드위치로 입안 가득 고기의 풍미를 채워주는 샌드위치였다.

특히 다른 멤버들의 것과는 다르게 속 재료를 채워 넣은 샌드위치를 그 상태 그대로 한 번 더 토스팅 해서 샌드위치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녹진한 맛을 만들어냈다.

가장 문제적인 것은 우연훈의 샌드위치였는데,

“샌드위치가 왜 예쁘죠……?”

“진짜 굴러가면서 봐도 연훈이가 만든 샌드위치다.”

“어떻게 빵 색깔을 핑크로 할 생각을 할까요?”

식용 색소를 넣어 빵을 핑크색으로 만든 샌드위치였다.

색만 그럴 뿐 맛은 다른 빵들과 동일했다.

심지어 빵에 토스팅을 통해 강아지 형상의 눈, 코, 입, 귀를 만들어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내용물은 베이컨과 햄, 치즈, 각종 채소류와 토마토가 들어간 정석적인 샌드위치 내용물이었다.

특이한 건 감자 샐러드가 함께 들어가 식감과 포만감을 동시에 준다는 거고.

맛은 무난하지만 생김새가 귀엽다 보니 사람들이 먼저 손을 뻗는 샌드위치이기도 했다.

역조공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저거 뭐예요?”

“저희 쪽으로 오는 거예요?”

“간식차……?”

간식차 하나가 도착해서 세팅을 시작했다.

-세일러들! 든든하게 먹고 우리 얼른 만나요!

간식차에는 이런 현수막과 함께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등신대가 세워졌다.

압권은 간식차의 메뉴였는데,

“여기 콜라 화채 있는데요?”

“네?”

“하하하하!”

쿠키와 마카롱, 다쿠아즈 같은 것은 당연했고, 압권은 강도승이 좋아하는 콜라화채였다.

세이렌 팬들이라면 이 콜라화채를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한여름에 잘 익은 수박으로는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터였다.

사람들은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다른 손에는 커다란 콜라화채를 들었다.

영화관에 가면 스몰 사이즈 팝콘을 담아주는 컵과 비슷한 크기의 콜라화채 컵은 한 손으로 들기 무거운 정도였다.

샌드위치를 해치운 사람들은 천천히 콜라화채의 콜라를 한 입 맛봤는데,

“……와.”

“대박.”

“이거 진짜 왜 맛있어?”

“……너무 맛있는데……?”

사이다와는 또 다른 감성의 화채에 다들 감탄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사람들의 양손이 아까보다는 가벼워졌다 싶을 즈음.

마지막 역조공 선물이 증정되었다.

이미 충분히 받았다 생각했건만 세이렌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준비한 마지막 역조공이 이날 역조공의 피날레였는데,

“……이거 진짜야?”

20㎖ 향수와 멤버들이 하나하나 직접 쓴 손편지였다,

200개의 향수와 200개의 손편지가 사녹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하나하나 쥐여졌다.

정말 멤버들이 쓴 손편지겠거니 하고 펼쳐보면 방송에 공개된 적 있던 멤버들의 필체와 똑같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심지어 각각의 손편지별로 겹치는 내용도 없이 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편지에선 멤버들이 그날 있었던 일상을 이야기했고.

누군가의 손편지에서 멤버들이 가진 어린 시절 추억들을.

아니면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약속들을 적어놓기도 했다.

팬들은 세이렌 멤버들이 하나씩 직접 써준 손편지를 선 자리에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개중엔 감동받아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사람들도 몇 있을 정도였다.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 간 것은 향수였다.

향수가 담긴 자그마한 쇼핑백 안에는 멤버들이 써둔 한 줄짜리 카드도 함께 있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향수야. 어디 있어도 같이 있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 (태윤)

-이 향수 진짜 평상시에 자주 쓰는 거야! 이 향 세일러도 좋아했으면 좋겠다. (동준)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예요.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사용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운)

-같은 향을 맡으면 주위에 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잘 둘러봐야 해! 알았지? (연훈)

-이걸로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으면 좋겠어. (도승)

쇼핑백 안에 있는 향수는 종류들이 다 제각각이었는데, 카드에 적힌 이름들로 누가 쓰는 향수인지 알 수 있었다.

팬들은 한동안 멍하니 굳어서 자신들이 받은 역조공 리스트를 하나하나 세어봤다.

역조공의 경우 멤버들이 사비로 하는 게 대부분일 텐데,

‘애들이 아직 돈도 제대로 못 벌었을 거면서…….’

‘하아……. 진짜 우리 애들 뭐야…….’

‘이거 하나하나 다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오늘 온 역조공의 품목 하나하나가 모두 저렴한 것들이 아니었다.

하물며 손편지로 써준 종이마저도 고급종이를 쓴 건지 질감이 남달랐으니까.

돈 생각을 안 하려 해도 돈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뭘 하든 제일 좋은 걸로만 주고 싶다는 게 한가득 느껴지는 선물들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아직 제대로 정산도 받지 못했을 애들이 이런 걸 준비했다 생각하니 더 먹먹해지는 데가 있었다.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역조공 선물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뒀다.

그러곤 SNS 등에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홍보라도 실컷 해주자는 마음이었고, 동시에 우리 애들이 이렇게 팬사랑이 지극하다는 걸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사전녹화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세이렌 판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사전녹화를 하러 올라가기 전,

대기실에서 의상을 갈아입은 형들과 나는 핸드폰으로 SNS 등을 서치하고 있었다.

“와……! 벌써 올리신 분들도 계셔!”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팬분들한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 같긴 하네.”

“밤새워 가며 편지 쓴 보람 있다.”

우리가 준 역조공 선물에 대한 게시물들이 벌써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반응은 꽤나 폭발적이었고.

새벽이라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진 않았지만, 점심 정도만 되어도 꽤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난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팬들의 게시물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나쁘지 않네…….’

사실 시스템이 주는 미션들을 성공하기 위해 내가 좀 더 형들을 달달 볶은 느낌이 있었다.

물론 제안만 내가 했을 뿐 형들 모두 역조공 리스트를 들었을 때 너무 좋다며 본인들이 더 나서서 돈을 보태고 업체를 찾는 등의 열성을 보이긴 했지만.

암튼 나로서는 미션 성공을 위해 기획했다라는 속내가…… 없지 않아 있긴 했는데…….

‘하길 잘했어……. 정말로…….’

조금은 불순했던 의도가 부끄러워질 만큼 마음이 뭉클해졌다.

“뭐야. 봉태윤 울어?”

“……아뇨.”

“태윤이가 운다고?”

“안 운다고요.”

“울 거 같긴 한데?”

“……아닐 걸요.”

새벽이라 그런 건가.

감정 조절이 잘 안 됐나 보다.

SNS 피드들을 쭉 내려보며 감동받았다는 글들을 보니 이상하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받았던 것을 돌려줄 때의 그 뿌듯함이 따로 있나 보다.

이전 생에선 겪어본 적 없던 감정이라 내성이 없었나 보다.

난 감정을 재빨리 추슬렀다.

“세이렌 스탠바이하겠습니다~”

방송국 제작진이 우리 대기실 앞을 지나가며 말한다.

“네에!”

“알겠습니다!”

“가자아!”

우린 사녹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

“할 수 있다, 세이렌!”

“할 수 있다!”

“가서 잘하고 오자!”

이젠 익숙해진 구호 같은 것을 외치며 형들과 나는 사전녹화를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다.

* * *

사전녹화는 안정적으로 잘 진행됐다.

총 3번의 녹화가 있었고 팬들과 중간중간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데 인이어를 끼고 거리도 꽤 되는 팬들과 대화를 하려다 보니 자꾸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하곤 했다.

-밥 먹었어?

“발 닦았냐고?”

-밥 먹었냐고!

“방 닦았냐고요?”

-밥! 먹! 었! 어!

“아아, 밥 아직 못 먹었어요,”

개인멘트는 금지라고는 하지만 짧은 대화쯤은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이후 타이틀곡 을 선보이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팬들의 응원 아래 공연을 하는 것이 오랜만이다 보니 평소보다 다들 조금씩은 신난 상태로 무대를 했다.

다행히 신나게 하면 할수록 도움이 되는 풍의 가볍고 경쾌한 음악인지라 무대에 도움이 되는 감정들이었다.

첫 사녹이다 보니 더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고, 하나라도 걸리는 것 없이 완벽한 무대를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 덕에 우리 모두 만족할 만한 무대를 하고 내려갈 수 있었다.

“고생했어요,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

“또 봐요!”

사전녹화 하나 딴 것뿐인데 이미 하루치의 에너지를 전부 쓴 느낌이었다.

다만,

“여러분! 저희 아침밥만 간단히 먹고 바로 다음 스케줄 이동할게요!”

모든 아이돌이 그렇겠지만 사녹은 스케줄의 시작일 뿐.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 * *

세이렌이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SNS 등에서는 세이렌 관련 글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제 데뷔쇼에서부터 오늘 아침 사녹의 역조공까지.

데뷔하자마자 온갖 화제성을 세이렌이 전부 뽑아가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점령하고 있었다.

사람들 인식 속에서 같이 데뷔한 온리원보다 세이렌이 더 강하게 남으려는 가운데.

온리원도 가만있지만은 않겠다는 건지 화제성을 끌어올릴 만한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화요일 점심 즈음 시작된 온리원의 미디어 쇼케이스.

그날,

-……잠깐만 ㅅㅂ 현성아;;

강현성의 레전드 클립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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