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76화
강현성의 쇼케이스 직캠 영상의 조회 수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강현성의 인지도가 타 멤버들보다 높아서라는 걸로만 설명하기엔 기이할 정도의 수치였다.
온리원의 타이틀곡 곡명인
묵직하고 강렬한 덥스텝 비트의 EDM 베이스 노래였다.
다만 여름 시즌 데뷔라는 걸 예상한 건지 끈적함보다는 경쾌함을 살린 비트로 듣자마자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드는 곡이었다.
화면 속 강현성은 카라 없는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시스루 재질의 얇은 셔츠라 몸선이 유독 도드라졌다.
평소보다 4㎏가량 더 감량한 강현성의 몸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절로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하얀 피부에 조명이 닿자 마치 빛이 나듯 환해지는 착시가 생길 정도였으며.
셔츠 위로 두드러지는 쇄골과 어깨선과 팔뚝까지의 실루엣은 강현성의 다이어트 수준과 근육의 정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무대 시작 전.
강현성은 쑥스럽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짓다가 음악이 나오는 순간 돌변하며 춤을 이어갔다.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동시에 포인트를 살려야 할 부분에서는 분명하게 힘을 줄 줄 아는.
마치 시각적인 쾌감을 유발하는 듯한 강현성의 춤선은 완성도 높은 덥스텝 비트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Yes We only know!
-This is First one
-써내려갈 이야기에
-시작점을 내디뎌
후렴구에 맞춰 강현성이 센터로 나가며 크럼프가 섞인 안무를 추는 장면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돌려보는 장면이었다.
얇은 몸에서 나오기 어려운 탄성과 힘이 나오며 크럼프라는 장르의 맛을 살려내고 있었다.
좋은 걸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보는 아이돌판 소비자들 덕분일까.
해당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조회 수가 치솟으며 파랑새에서 수많은 공유를 낳기 시작했다.
-ㅁㅊ;;; 강현성 ㅈㄴ 칼 갈고 나왔음
-와 미친 뭐임 진짜?
-현성아……
-아니 근데 이거 진짜 개미친거 아님?
-저 독기 가득 눈…… 개사랑함……
-무대 시작 전 살짝 웃는 거 진심 ㅈㄴ치임
-진짜 춤 엄청 깔끔하게 추는 거 같음
-하 tlqkf…… 자극 심하네……
처음엔 온리원의 팬덤 내에서만 소비되던 강현성의 영상은 순식간에 아이돌판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세이렌 역조공이 실트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내어주지 않던 점심 시간대.
강현성의 직캠은 미친 듯한 속도로 치고 올라오더니 기어이 실트 1위를 빼앗아갔다.
데뷔쇼부터 역조공까지 꾸준하게 화제성을 뿌리던 세이렌을 온리원이 처음으로 이기는 순간이었다.
-가장 많이 돌려본 부분 궁금해서 보니까 ‘그 파트’ 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 다 똑같은 듯
-현성이 허리 개미친놈인듯……
그리고 세이렌의 미디어 쇼케이스 대기실.
파랑새를 하며 모니터링을 하던 봉태윤에게도 세이렌의 역조공이 실트 1위를 빼앗기는 순간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 * *
난 강현성의 직캠 영상이 미친 듯한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벌써부터 만 단위 공유가 이뤄지고 있으며 직캠 조회 수는 타 멤버들에 비해 단연 1등이었다.
“태윤아! 뭐 보고 있어?”
그때 연훈이 형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난 급히 핸드폰 화면을 가렸다.
그러곤 미디어 쇼케이스를 위해 의상을 갈아입은 연훈이 형을 바라봤다.
오늘 쇼케이스 의상은 여름 교복이다.
여름 교복을 입은 연훈이 형은 스물셋이라는 나이가 무색해 보일 만큼 남고생 같은 분위기였다.
“뭔데 그렇게 황급히 숨겨?”
연훈이 형은 내가 갑자기 핸드폰 화면을 끄는 게 수상해 보였나 보다.
“그냥 별거 아니에요.”
“누구 직캠 보는 거 같던데?”
“아니에요.”
“뭐야. 숨기니까 더 이상한데.”
“숨길 것도 없어요. 그냥 피드에 뜬 거 아무거나 눌러본 거예요.”
“흐음…… 그래.”
연훈이 형은 의심의 눈초리를 끝내 거두지는 않았다.
난 그런 형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별거 아니고 그냥 강현성 선배님 직캠 뜬 거 본 거였어요.”
이러다가 내가 진짜 이상한 거 봤다고 오해할까 봐 그냥 화면을 열어서 보여줬다.
사실 강현성 직캠 본 거 숨길 필요는 없다.
그냥 이 영상 속 강현성이 워낙 노골적으로 섹시한 척을 하니 숨긴 거였지.
“오. 나도 이거 알아. 지금 엄청 알티 타고 있던데. 벌써 본 거야?”
“그냥 제 피드에 올라와서요.”
연훈이 형은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영상을 틀었다.
마치 명절에 삼촌 폰 뺏어간 조카 같은 모습으로 내 핸드폰을 든 채 소파에 앉았다.
이내 영상을 틀더니,
“……와. ……진짜 춤 잘 추신다…….”
강현성의 무대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실트 1등 할 만하다.”
연훈이 형도 강현성의 무대가 대단하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우리 실트 1등 뺏겼네……. 그건 좀 아쉽다…….”
역시.
아무리 연훈이 형이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둥글게 살아간다 해도 경쟁심이 아예 없을 순 없다.
“뭐, 근데 이런 무대로 뺏은 거면 인정이지.”
물론 추한 질투로까진 번지지 않고 깔끔하게 인정한다.
“흐음. 그래요?”
“응? 왜?”
다만 형은 깔끔하게 인정할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깔끔하게 인정 못 하겠다.
“우리도 이런 거 하나 찍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직캠?”
“네.”
“이런 걸 어떻게 기획하고 찍어. 평소대로 열심히 힘내서 하면 언젠가 이런 직캠 나오겠지~”
연훈이 형은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단 듯 이리 말했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달랐다.
‘오늘 연훈이 형 상태 괜찮은데.’
딱히 강현성에게 연훈이 형이 밀릴 만한 부분이 없다 생각한다.
“잠시만요. 저 나갔다 올게요.”
“응? 왜?”
난 미디어 쇼케이스가 있을 본무대 위로 올라갔다.
스태프분들이 한창 조명과 LED 패널 등을 세팅하고 있었다.
난 우리가 설 무대를 바라보며 통찰을 사용했다.
바삐 움직이던 스태프들의 몸이 정지하고, 쇼케이스가 이뤄질 공연홀 안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찰을 통해 확인하고 오려는 것은 하나.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려나.’
신이 점지해 준다고 하는 레전드 직캠을 직접 만들어 볼 방법이다.
어떤 조명을 써야 하는지.
어떤 각도에서 카메라를 찍어야 하는지.
그 최적의 각도의 광량들을 찾은 후,
‘이거다.’
난 통찰을 해제했다.
이후,
“감독님. 혹시 조명 세팅하실 때 가벼운 제안만 좀 드려도 괜찮을까요?”
“제안이요?”
“네. 복잡한 건 아니고…….”
난 조명감독과 촬영 감독에게 내가 보고 온 그 세팅을 그대로 알려줬다.
처음엔 어린놈이 뭘 알겠어 싶은 표정들이었다가,
“……오!”
“……감각 있네요, 태윤 씨…….”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세팅을 바꿔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 사인을 해줬다.
* * *
점심 즈음에 강현성의 레전드 직캠으로 난리가 났던 파랑새는 이번엔 우연훈의 레전드 직캠으로 또 한 번 실트 순위가 갈려 나가고 있었다.
우연훈의 레전드 직캠 무대는 이번 데뷔 앨범의 타이틀인 였다.
여름 교복을 입은 우연훈의 뒤로 지중해 바다의 해수면을 담은 듯한 청량한 조명이 떨어져 내렸다.
새하얀 얼굴에 푸른빛이 닿으니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바다의 요정이란 키워드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비주얼이 되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피부에 동그랗고 커다란 눈.
반듯하게 오똑 선 콧날과 붉고 두툼한 입술까지.
활짝 웃으며 신나게 타이틀곡을 부르는 우연훈의 모습은 눈과 귀 모두 시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사람은 잘생긴 걸 보면 한 말을 까먹는데요…… 사람은 잘생긴 걸 보면 한 말을……
-저 분명 연훈이 직캠 틀었는데 갑자기 헤드폰에서 빛이 나와 눈이 멀었어요
-아름다운 복숭아를 자랑합니다~! 세이렌의 우연훈입니다!!
-나 진짜 우연훈 아무 생각도 없던 사람인데 이 영상 진심 입 벌리고 끝까지 봄. 나 집중력 개좋았네…… ㅋㅋ
강현성의 직캠이 특정 한 구간에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영상이었다면 우연훈의 영상은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영상이었다.
그 예시로 강현성의 영상은 한 구간을 미친 듯이 반복한 흔적이 남았지만, 우연훈의 영상은 가장 많이 본 구간과 가장 적게 본 구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점심부터 실트 1위를 차지하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강현성 직캠이 그제야 순위를 내어주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온리원의 강현성 또한 파랑새를 모니터링하며 자신의 실트 순위가 내려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방송의 대기실.
강현성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형, 뭐 보고 있어요?”
온리원의 박영호가 강현성 옆에 앉으며 묻는다.
“연훈 씨 직캠 영상.”
“아, 저도 그거 봤어요.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근데…… 괜찮죠, 형?”
“안 괜찮을 이유가 없잖아.”
“……그렇죠?”
강현성의 괜찮단 말에 박영호는 그제야 안심이란 표정을 지었다.
강현성은 우연훈의 직캠 영상을 끈 뒤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음악방송 본방송 시작이었다.
그는 세이렌과 온리원이 라이벌이란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세이렌과 온리원이 다른 한쪽이 또 다른 한쪽을 이겨야만 하는 데스매치 같은 느낌의 라이벌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 생각했다.
물론 강현성의 성격상 이길 수 있다면 확실하게 이기고 1등을 유지하고 싶다만,
‘지금은…… 굳이 라이벌일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이 이상의 경쟁심을 자극할 필요까진 없었다.
모든 일과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바뀐 상황 속엔 언제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법이었다.
* * *
매주 화요일에 방영되는 음악방송 뮤직 챔피언의 방영 전.
파랑새를 비롯한 커뮤니티 등은 한 가지 주요한 소재로 들끓기 시작했다.
세이렌과 온리원의 라이벌 구도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데뷔 활동 후 승리자라는 타이틀을 가져갈지에 대한 것이다.
일단 월요일은 세이렌이 분명히 승기를 잡아갔다.
화요일 오전까지도 세이렌 팬덤이 훨씬 더 활발하게 불타올랐고 말이다.
하지만 강현성 레전드 직캠이 나오면서 화제성이 보다 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우연훈 직캠이 연달아 뜨며 다시 세이렌이 좀 더 화제성을 끌어갔으나,
-나 진심 다음 주 음방 1등 누구일지 감도 안 옴;;
-아니 라이벌 구도 좀 맛도리임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ㅅㅇㄹ이랑 ㅇㄹㅇ도 지금 솔직히 불편하지 않을까? 친해 보이던데
-세이렎이랑 온리웒 팬덤 지금 신경전 장난 아닌 거 같은데ㅋㅋㅋ
남들이 보기엔 세이렌과 온리원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주도권 경쟁을 하는 양상이었다.
세이렌과 온리원의 팬이 아닌 아이돌 소비자들의 경우엔 심심하던 차에 재밌는 구경거리였으나, 그 두 그룹의 팬들에게는 과몰입과 피로함을 낳는 무한굴레였다.
-서방 걸고 말하는 건데 진심 온리웒이랑 엮이는 거 개빡침;;
-방금 온리웒 팬덤이랑 다이다이 뜨고옴 ㅅㅂ 현천지들
-아 ㅅㅂ 제발 느그 오빠들 활동이나 신경 쓰라고요;;;
점점 더 갈등 양상이 치열해지고, 과몰입을 넘어 실제 피해사례까지도 슬슬 등장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걍 냅다 시비거는 사람들 몇 있는 거 같은데 먹금이 답임
-ㅇㅇㅇ그냥 마이웨이 해야함
그렇게 두 그룹의 행보에 따라 각 팬덤의 성향조차 어떻게 갈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화요일 음악방송 뮤직 챔피언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끝,
-??
-ㅅㅂㅋㅋㅋㅋㅋㅋ
세이렌과 온리원 팬덤 모두에서 예상 못 한 장면이 전파를 타고 퍼져 나갔다.
아슬아슬하던 온리원과 세이렌의 관계를 갑자기 틀어버리는 급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