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81화 (181/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81화

그 일은 라이브 방송 중에 일어났다.

유머영상 모음집을 보며 의 무대를 막 끝냈을 때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앜ㅋㅋㅋㅋㅋㅋ

-우리 댕댕이 구석에서 죽어가욬ㅋㅋㅋㅋ

-와기들 괜찮은 거 맞지?ㅋㅋㅋㅋ

채팅장엔 키읔이 도배가 되고 사람들은 우리의 상태가 괜찮은지를 물었다.

동준이 형은 웃다가 지쳐서 바닥에 대자로 뻗어 박장대소하고 있었고.

도승이 형은 진짜로 복근에 쥐가 난 건지 비명을 지르며 구석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채로도 이런 걸로 주저앉은 게 어처구니가 없는 건지 계속 피식피식 웃고 있었고.

운이 형은 메인 댄서라는 정체성을 지킨 채 어떻게든 춤을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연훈이 형과 나였는데 우리 둘이 남은 이유는 사뭇 달랐다.

나는 그냥 이 악물고 웃지 않으려고 참았다면 연훈이 형은 반대다.

“아~ 진짜 너무 웃기다!”

연훈이 형은 원래가 춤추면서 자주 웃다 보니 이 정도 웃는 걸로는 집중이 깨지지 않는 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으면서 안무를 잘 소화했다.

“오늘 진짜 너무 많이 웃고 너무 즐거웠던 거 같아요. 이렇게 배 찢어지게 웃어본 적 엄청 오랜만이야.”

안무가 끝난 후 형은 숨찬 기색도 없이 이리 말했다.

“하아…… 이제 끝났죠?”

“드디어 끝났다…….”

“하아…….”

바닥을 굴러다니던 동준이 형, 도승이 형, 운이 형은 노래가 끝난 후에 겨우 일어났다.

“저희 그러면 여기 일렬로 잘 서서 마지막 인사 드릴까요?”

연훈이 형은 어수선했던 현장 분위기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이돌 대백과 라이브 방송은 원래가 5분을 넘으면 안 된다.

너무 길게 하면 본방송으로 유입이 되지 않으니 그렇다.

딱 감칠맛 나게 무대 하나만 보여준 후 바로 방송을 끊는다.

-ㅠㅠㅠㅠㅠ가지마

-얘들아 나 유원동인데, 다음 노래 첫 소절 뭐였지~?

-아니 근데 스포도 스폰데 진짜 애들 개그맨 공채 나가는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쉴 새 없이 올라가는 라이브 채팅들을 잠깐 훑은 후 바로 클로징 멘트를 했다.

“오늘 아이돌 대백과 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금요일에 올라갈 본방송에서 확인하세요! 그럼 다들 즐거웠어요! 안녕~”

“우리 또 금방 봐요!”

“세일러 잘 가~”

“또 봐요~”

생방송용 카메라를 보며 클로징 멘트를 치던 중.

이제 PD가 버튼 하나 눌러서 라이브 종료만 누르면 생방송이 끝날 바로 그 시점에,

[미션 성공]

[초동 50만 장을 달성했습니다.]

[이운의 사망이 회수됩니다.]

‘……뭐?’

운이 형의 사망 미션 성공 알림이 울렸다.

라이브 방송 종료 시점에 울려서 천만다행이었다.

만일 라이브 방송이 10초만 더 길어졌어도 파랑새에 온갖 궁예글이 올라왔을 테니 말이다.

“……세상에.”

난 선 채로 굳어버렸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라이브 종료됐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했어요~”

PD님과 스태프들이 라이브가 종료됐다며 서로에게 수고했단 인사를 돌리는 가운데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태윤아?”

“뭐야?”

“어디 안 좋아?”

“왜 굳었어?”

내가 너무 굳어 있어설까.

제작진들과 인사를 나누던 형들이 날 보며 묻는다.

“아…… 그게.”

난 말을 하기 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놀랄 것 없다.

전에 도승이 형 사망도 회수해 본 적 있으니까.

또 이번 미션도 조만간 성공하리란 것도 알고 있었고.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빨랐을 뿐인 거다.

그러니,

“……아무 일 아니에요. 오늘 하루 종일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

난 얼굴색을 정리하곤 최대한 형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말했다.

“진짜지?”

“문제없는 거 맞아?”

“단 거라도 좀 먹을까?”

형들은 내가 또 어디 안 좋은 줄 알고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는다.

난 그런 걱정들을 한 귀로 들으며 운이 형을 바라봤다.

운이 형의 사망까지 회수했으니,

‘이제 절반.’

딱 반 지켜낸 거다.

남은 건 동준이 형과 연훈이 형.

‘할 수 있어.’

아직 시스템이 추가 미션을 던지진 않았으나,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 * *

초동 50만이 되었다는 소식을 형들은 다음 날 새벽의 차량 안에서 들었다.

나야 시스템이 자동으로 50만이 넘을 걸 카운트해서 알려주는 거니 미리 알았던 거지, 형들의 경우엔 바로 받아볼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프 밀리언?”

“됐드아아!”

“끄아아아!”

“다들 고생 많았어요.”

형들은 진심으로 기뻐했으며 도승이 형의 경우엔 잠깐 감상에 젖은 얼굴로 창 너머를 바라봤다.

“형, 울어요?”

설마 우나 싶어서 보니,

“……저작권료가 얼마나 들어올까……?”

저작권료 들어올 걸 생각하니 너무 기뻐서 감상에 젖은 거였다.

“아…… 네.”

뭔가 감동 코드 하나가 깨진 느낌이라 더 말을 붙이진 않았다.

실제 우리 타이틀곡 은 음원 순위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음원 공개 후 진입 하트 수 11,000명대가 나왔으니 말이다.

망고 차트의 TOP100의 집계는 1시간 동안 스트리밍된 횟수와 24시간 동안 스트리밍된 횟수를 5대5로 반영하여 들어가는데 는 첫 진입을 27위로 했다.

이후 다음 날이 됐을 때 19위로 올랐으며.

오늘 아침에 보니 1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속도라면 이번 주 안에 10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분명했다.

앨범 판매에 대한 사용료도 적지 않겠지만 저작권 사용에 대한 금액도 분명 만만치 않게 클 것 같았다.

‘도승이 형 돈방석 앉겠네.’

이 형 성격상 돈 벌어도 좋은 음악 장비 맞추고 홈짐 세팅이나 하고 끝날 거 같긴 한데.

뭐 돈 번다고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렇게 감격스러운 반응이 당연한 거긴 했다.

아침부터 하프 밀리언 달성 소식을 들으니 당연히 팀 분위기는 좋아졌다.

샵에 가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스타일리스트분이 의상을 가지고 와서 갈아입는 동안에도.

형들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평소보다 약 150% 정도 더 친절했다.

“연훈 씨 이거 의상,”

“입을게요! 선생님이 주신 의상인데 무조건 예쁘겠죠!”

“보지도 않고요……?”

“동준 씨 오늘 헤어는,”

“선생님이 상상해오던 무엇이든 시도해 보세요.”

“……?”

“운이 씨, 오늘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어떤 메이크업이든 다 좋아요.”

“어떤 거든요?”

“선생님이 늘 잘해주시잖아요. 믿고 맡기는 거죠.”

“어머.”

“도승 씨는 오늘 어떻게 해드릴까요?”

“선생님 하시기에 가장 편하되 남한테 욕 안 먹을 만한 그런 걸로 해주시면 됩니다.”

“……세상에.”

형들의 기분은 최고조였고 담당 선생님들도 그런 분위기를 눈치챈 건지 평소보다 더 활기찬 텐션으로 형들을 맞아줬다.

당연히 나도 최근 들어 가장 기분이 좋다.

운이 형 사망 미션도 회수했고.

하프 밀리언도 찍었으니까.

한데,

“태윤…… 씨?”

“네?”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선생님 편한 걸로 컨셉만 맞춰서 해주세요.”

“……네! 실수 없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나랑 샵 선생님들은 상성이 잘 안 맞나 보다.

분명 이곳 선생님들 다 수다가 많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내 앞에만 서면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이 된다.

아무튼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의상도 갖춰 입고.

사녹 현장으로 가서 리허설을 시작했다.

방송국에서도 우리가 하프 밀리언을 달성했단 걸 아는 모양이다.

“초동 50만 축하해요!”

“진짜 올 한 해 좋은 일만 생기는 거 같네요. 세이렌은.”

“고생 많았어요!”

우리랑 안면이 있는 제작진들과 만날 때마다 초동 50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린 그럴 때마다 다들 도와주신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하며 지나갔다.

이후 리허설도 안전히 잘 마치고.

사전녹화 촬영 전.

대기실에 모여 앉아 안무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얘들아. 잠깐만 집중해 줄 수 있어?”

“네?”

“왜요?”

연훈이 형은 각자 무대 전 루틴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처음엔 뭐 시답잖은 장난을 치려거나 점심 메뉴 같은 거 추천해 달라 할 줄 알았는데,

“우리 오늘 첫 팬사인회잖아.”

“그렇죠.”

“왜요?”

연훈이 형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가벼운 대화겠거니 싶어 별 집중을 안 하고 있던 동준이 형이나 도승이 형도 고개를 들고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프 밀리언 찍은 건 정말 팬분들 덕분이고 사실상 우리 커리어 자체가 팬분들 아니면 만들어질 수가 없는 거였으니까…….”

생각보다 더 진지한 이야기가 될 거 같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밑밥을 오래 까나 싶어 절로 긴장이 되는데…….

“우리 팬싸에서 컨셉질 해볼까……?”

“……?”

“……형?”

밑밥을 깐 거 치고 마지막 어휘 사용이 상당히 잘못되어 있었다.

“아아아! 그러니까 다시 표현하자면 컨셉질이 아니라 작은 이벤트! 이벤트 해보잔 거야!”

뒤늦게 연훈이 형은 말을 덧붙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 * *

세이렌의 사전녹화가 마무리된 오전,

사녹 방청을 끝낸 세이렌의 팬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라이브 홀을 나섰다.

세이렌의 무대도 좋았고 중간중간 멘트들도 만족스러웠으니 말이다.

사실 세이렌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한 상태였다.

매번 볼 때마다 팬들의 만족도를 신경 써주는 게 느껴지니 더할 나위 없이 덕질할 맛이 나는 상태였다.

물론 SNS상에선 신인이니까 그러는 거라며 찬물 끼얹는 부류도 있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행복하면 장땡이었다.

사녹도 끝났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려는 때.

지잉.

띠링-!

띵-!

여러 사람들의 핸드폰이 일제히 울렸다.

사람들의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것은 세이렌의 SNS 알람.

사녹 후에 올라온 SNS 글이니 대기실 사진이나 이런저런 잡다한 글일 거라 생각했다.

다만 그것보단 조금 더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세이렌이 다시 입어주길 바라는 착장이 있다면?

-a. 교복. b. 세라복. c. 테크웨어. d. 캐쥬얼

-3시간 뒤 설문 마감이에요! 세일러들 의견 부탁해요~!

갑자기 애들 착장을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런 착장을 물어보는 것부터 의도가 뻔하긴 하다.

다음 무대 때 입고 오거나, 오늘 저녁에 예정된 팬사 때 입고 올 게 뻔하니 말이다.

뻔하다 해서 싫은 건 아니었다.

보고 싶은 의상 또 입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3시간밖에 안 받는 설문이니 다들 재빨리 설문에 참석했다.

이후 3시간이 지난 후.

설문은 종료되었고 최종 선택은 교복이 되었다.

다음 무대 때 교복을 입겠거니 싶었으나 세이렌의 게시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이렌 멤버들이 다 같이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다섯 장이 주르륵 올라왔다.

더 나아가,

-6월 22일. 오늘 할 일.

-끝장나게 숨쉬기

-작살나게 점심 먹기

-즐겁게 농구하기

-신나게 춤추기

-*중요* 고백하러 가기.

무언가 의미심장한 이벤트를 담은 듯한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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