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84화
세이렌의 너튜브를 통해 공개된 썸네일은 이러했다.
가장 앞에 박동준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얼굴을 잔뜩 들이밀고 있다.
여기서 추정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한껏 흔들린 채 찍혔기 때문에 박동준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박동준(추정) 뒤로 4명의 멤버들이 서 있다.
단정하게 일렬로 서 있는 것은 아니고 박장대소하며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서 있는 상태다.
이 또한 모든 멤버들의 행동이 자기 멋대로였기 때문에 어떤 멤버인지 추정이 쉽지는 않다.
즉 자기들끼리 재밌게 노는 순간의 한 지점을 아무렇게나 툭 잘라와서 영상 썸네일로 만들었다는 거다.
이 썸네일의 진짜 문제는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구도에 있지 않았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내가 코스프레를 원한게 맞긴 했는데
-저거 카드캡터 유리 아님?
└ㅇㅇ맞음
멤버들이 모두 추억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카드캡터 유리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는 데에 있었다.
카드캡터 유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리’의 코스프레는 우연훈이.
그리고 ‘유리’의 단짝 친구 역할인 ‘지유’의 코스프레는 박동준이.
그런 둘 사이에 있는 남자 사람 친구인 ‘샤오’의 코스프레는 봉태윤이.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수많은 아이들의 첫사랑이 되었던 ‘청명 선배’와 ‘도진 선배’의 코스프레는 각각 이운과 강도승이 맡았다.
-ㅋ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이게 무슨 일임 진짜?
-아니 동준앜ㅋㅋㅋ지유는 그렇게 미친놈처럼 날뛰는 캐릭터가 아니얔ㅋㅋ
-동준이 지유 코스프레 하고 저렇게 미친놈 같은 얼빡 구도로 썸네일 잡은 건 에바잖아요ㅋㅋ큐ㅠ
썸네일의 구도 자체도 말도 안 되건만 멤버들의 코스프레는 더더욱 말이 안 되었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후 영상을 재생하면 보다 차분한 인트로가 나온다.
타이틀곡 의 대형에 맞춰 선 멤버들이 안무를 준비하고 있다.
영상을 튼 사람들은 그제야 제목을 확인했다.
-앜ㅋㅋㅋ이게 안무영상이었냐곸ㅋㅋㅋㅋ
-나 진심 이제 알았음;;
-애들끼리 그냥 코스프레 대회라도 한 줄 알았냐고욬ㅋㅋㅋ
-아니 썸네일이 너무 강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났음 진짜로;;;
늘 보던 안무였지만 이걸 코스프레를 한 채 하니 평소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박동준 저거 지금 캐해 잘못했다곸ㅋㅋㅋ저렇게 발랄할 캐릭터 아니라곸ㅋㅋ
-아닠ㅋㅋㅋㅋ동준아……. ㅋㅋㅋㅋ대체 왜 그렇게 신난 거얔ㅋㅋ
같은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멤버들이 한 캐릭터 해석이 안무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였다.
우연훈의 경우 유리라는 캐릭터에 맞춰 발랄하고 상큼한 표정이나 제스처들을 안무에 섞어서 췄고.
이운이나 강도승도 본인들이 맡은 캐릭터가 할 법한 포즈나 제스처 같은 것을 안무에 추가했다.
한데 박동준만은 무언가 이상했다.
박동준이 맡은 지유라는 캐릭터는 부잣집 딸로서 조금 엉뚱한 면도 있지만 유리에게 진심을 다하는 조금은 차분한 캐릭턴데,
-내 최애 지유였다고욬ㅋㅋㅋㅋ아니 동준아…… 내 현최애가 내 구최애 해석을…… 너니까 봐줄게 동준아
박동준은 지유라는 캐릭터를 유리보다 더한 상큼발랄 캐릭터로 해석해서 안무를 추고 있었다.
평소보다 동작이나 표정들을 200% 정도 과장하여 안무를 소화해내는 중이었다.
그런 박동준은 안무영상의 움직이는 지뢰로 작동했다.
-ㅋㅋㅋㅋㅋㅋ태윤이 저거 진심으로 터졌는데?
-태윤이 저렇게 크게 웃는 거 처음 봤음
-우리 봉떤…… 저렇게 크게도 웃을 수 있는 아이였구나……
-아니 근데 동준이가 지금 눈빛으로 멤버들 다 죽이고 다님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동준이 눈에서 광선 같은 거 나가는 거 아님? 어케 아이컨택만 하면 애들이 다 기절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동준과 눈이 맞기만 하면 그 어떤 멤버라도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하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안무영상이니 다들 금세 제 자리를 찾아와서 안무를 마저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멤버들의 절제력마저 모조리 무너뜨리는 행동이 나왔으니.
안무가 모두 끝난 후 아웃트로가 아련히 들려올 때.
-우와아아아아악!
-아니……! 동준아…….!!
-누가 동준이 좀 말려줘……
-진짜 아기 강아지 됐네 동준이
박동준은 지유 코스프레를 한 채로 포효를 내지르며 오랑우탄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전혀 예상조차 못 할 이상행동이었다.
이후 사람들이 썸네일에서 봤던 그 장면이 연출된다.
박동준은 마구잡이로 연습실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그 모습에 멤버들은 웃다가 자리에 주저앉는다.
봉태윤 마저 연습실 벽을 짚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그렇게 한참을 미쳐 날뛰는 박동준을 잡아주다가,
뚝.
정말 아무 전조도 없이 뚝 하고 영상이 끝난다.
-이렇게 끝이라고?
-끝내는 타이밍도 얼척 없음ㅋㅋㅋㅋㅋ
-이…… 이 수요 없는 공급은 뭐임……?
-우린 아무도 오랑우탄 지유를 바란 적이 없는데……ㅋㅋㅋ
-박동준 씨. 다음에는……진격거 리바히로 부탁해요……
└헛 도승이도 해주세요
사람들은 영상이 끝나자마자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 영상들을 끌어가며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 세이렌 안무영상 미쳤음ㅋㅋㅋㅋ
-아 진짜 안 본 사람 있음 한 번만 보셈ㅋㅋㅋ제발 부탁임ㅋㅋㅋ
-나 세이렌 팬 아님. 진짜 아님. 근데 이거 보고 입덕할 뻔함;;
-내가 오랑우탄 지유 박동준을 보고 얘네 찾아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함.
-내 동심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누군가는 카드캡터 유리 코스프레가 수요 없는 공급이라 하였지만 막상 공급해 주니 사람들은 열심히 소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박동준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간 세이렌에 예능캐로서 눈도장을 찍고 있던 박동준이었다.
일전의 리얼리티에서도 박동준의 분량이 유독 많았고, 이후 간간이 나오는 자체 컨텐츠 등에서도 박동준의 예능감이 가장 좋았으니 말이다.
팬들 사이에선 벌써 웃수저라는 별명이 퍼지고 있을 정도였다.
한데 오늘 저 안무영상은 박동준의 예능캐로서의 장점이 모두의 인식에 아주 깊이 각인되는 영상이었다.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천만 회를 넘어선 지금.
알고리즘을 타고 해당 영상까지 사람들의 피드에 자주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뭐임??ㅋㅋㅋㅋ
-와 나 방금 너튭에서 개웃긴거 보고 옴ㅋㅋㅋㅋ
-ㅅㅂ 얘네 ㅈㄴ 골 때리넼ㅋㅋㅋ
심지어는 20대, 30대 남자들의 피드에까지 올라갈 정도로 영상의 파급력은 컸다.
의외로 카드캡처 유리를 보았던 2, 30대 남자들이 많았기에 그들은 세이렌 코스프레 영상에 별 거부감 없이 클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랑우탄 지유에 다들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고.
-앜ㅋㅋㅋㅋㅋㅋ진짜 개웃김 얘넼ㅋㅋㅋㅋ
-얘네 유명함?
└ㅇㅇ그런 듯?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이라든디
└근데 아이돌이 이런 거 해도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몰라
그렇게 한 계층만이 아닌 여러 타겟에게 어필이 되는 영상이었기에 조회 수는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공개 후엔 몇 만 단위에서만 머무르던 것이 순식간에 십만 단위를. 급기야는 공개 하루 만에 백만을 코앞에 두는 상황에까지 가게 되었다.
* * *
형들과 나는 안무영상의 조회 수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걸 지켜봤다.
“와…… 지금 조회 수 진짜 장난 아니야.”
“파랑새에서도 엄청 난린데?”
“지금 동준이 관련 게시물만 엄청 쏟아져 나온다.”
“진짜요? 이야. 나 출세했네~”
지금은 오늘 하루 스케줄을 전부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제 내일 하루만 더 나가면 첫 주차 활동은 전부 종료된다.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안무영상의 조회 수가 미친 듯 빠르게 올라가는 게 중요한 거였다.
내가 안무영상 100만 회라는 조건을 건 이유는 안무영상의 조회 수는 뮤직비디오에 비해 더디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수천만을 달성하는 팀들도 안무영상은 백만 회를 겨우 넘거나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안무영상의 수요층 자체가 팬들이나 안무를 따려는 댄스팀들뿐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수요를 다 합해서 백만 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보니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해서 난 수요층 자체를 늘릴 생각이었다.
코스프레를 해서 주의를 한 번이라도 더 끌면 비단 우리 팬만이 아닌 다른 팬덤에게까지 폭넓게 어필이 가능할 거 같았으니 말이다.
한데 동준이 형의 오랑우탄 지유 캐릭터 덕에 그 수요층이 훨씬 넓어졌다.
‘2, 30대 남성들까지 모일 줄은 몰랐네.’
이는 카드캡터 유리의 시청층에 의외로 남성들도 꽤 포함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 같았다.
“근데 진짜 동준이가 너무 웃겨서 사실 이 영상 터질 거 같긴 했어.”
“나 진짜 그날 박동준 미친 줄 알았어.”
“맞아. 동준이가 그날 완전 주인공이었지.”
“맞아요, 제가 주인공이었죠. 그날.”
동준이 형은 그리 말하며 밝게 웃었다.
사실 동준이 형이 저렇게 미쳐 날뛰게 된 이유가 있다.
그날 안무영상은 모든 스케줄이 끝난 후 새벽에 찍었다.
새벽 사녹도 가야 하는데 수면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찍은 영상이었다.
우리 중에 가장 잠이 많은 동준이 형이 버티기엔 다소 잔인할 정도의 수면 시간이긴 했다.
코스프레용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을 받는 동안에도 꾸벅꾸벅 졸더니, 반복되는 안무영상 촬영에서도 자꾸 실수를 했다.
결국 그런 자기 자신이 스스로도 화가 났는지 마지막 테이크에서 동작을 200%로 추며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녔다.
즉 부족한 수면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 탓에 사람이 진짜로 반쯤 정신줄을 놓아버린 거다.
그게 최종 영상으로 픽스 되어 올라간 거였고.
그 결과,
- 안무영상
-조회수 : 950,686회
‘오늘 안에 백만 찍겠는데……?’
역시나 내 예상보다 빨리 백만 회를 앞두고 있었다.
난 차량이 숙소로 이동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오늘은 늦잠 좀 자야겠네.’
백만 회를 달성하게 된다면 미션 성공이다.
그러면 곧 성공 보상을 수령하게 된다.
27번째 회귀자와 15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지금 시각을 보자면 밤이나 새벽 즈음에 만날 거 같으니,
‘커피라도 사갈까.’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 * *
그날 새벽 1시.
형들 모두 곯아떨어진 지금.
난 홀로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 안무영상
-조회수 : 998,677회
조회 수가 99만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밖에 나와 있었다.
자다가 갑자기 미션 성공 알림을 듣게 되면 놀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프라이팬을 옆에 두었다.
이전처럼 회귀자가 내게 달려들면 나도 내 몸 지킬 무기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그때,
- 안무영상
-조회수 : 1,000,007회
조회 수가 백만을 넘어섰다.
동시에,
-미션 성공
-뮤직비디오 조회 수 천만 회와 안무영상 조회 수 백만 회를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을 수령합니다.
미션 성공 알림과 보상 수령 알림이 울린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선이 붕괴합니다.
다른 세계의 형들을 만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