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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88화 (188/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88화

‘동준이 형 인성 논란?’

예상해 본 적 없는 방향의 문제였다.

물론 연예인들이 이런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 팀은 해당 사항이 없을 거라 믿었다.

내가 아는 형들은 누군가를 갈굴 만한 인물들이 아니고, 이전 생에서 만나왔던 형들의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정보들에 의거해도 형들의 학창시절엔 문제가 없었다.

해서 과거 문제는 깨끗한 줄 알았는데,

‘위험한데……?’

내가 몰랐던 부분들이 있었나 보다.

하긴 내가 형들의 과거를 다 알 수는 없는 거니까.

어쨌든 인성 논란은 큰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미지가 안 좋게 박혀서 그룹의 생명을 잡아먹는 일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심할 경우엔 내리막길이지.’

한창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세이렌의 경우 이 인성 논란이 상승세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활동기에는 더더욱이나.

비활동기에야 시간을 들여 충분히 수습하고 여론이 잠잠해졌을 때 즈음 컴백해도 되겠다만,

‘일 났네.’

지금 같은 경우엔 인성 논란 내용에 따라 활동 중지를 해야 할 수도 있고, 활동 중지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강력한지라 동준이 형에게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붙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세이렌 이미지 손상도 심각할 테고.

일단 이건 최악의 상황에 따른 가정일 뿐이고.

당장 확인 가능한 진실은 하나다.

‘인성 논란이 터지긴 터진다는 거야.’

누군가가 동준이 형의 인성을 가지고 딴지를 건다는 거다.

여기서 후보군으로 내볼 가능성은 몇 개 없다.

첫 번째. 진짜 동준이 형이 과거에 인성이 좋지 않아 누가 봐도 눈살 찌푸려질 짓을 했다.

이건 가장 최악의 상황이지만 답은 간단하다.

최대한 빨리 사과문을 개재하고 활동 중지를 한 후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

다만,

‘그럴 리는…… 없어야 할 텐데.’

확신은 못 하지만 내 감이 말해준다.

그건 아닐 거라고.

내가 아는 동준이 형은 장난스럽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악의적인 상처를 남길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능성은,

‘어떤 새끼가 장난질을 치는 거지.’

동준이 형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루머를 퍼뜨리는 거다.

이 방향은 대책 방안이 까다롭지만 전망은 낙관적이다.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잡아서 해명글을 쓰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그 루머를 퍼뜨린 놈을 잡아내는가.

이건 시간 싸움이라 너무 늦게 잡아버리면 의미가 없다.

이미 인성 논란 터진 멤버, 라는 타이틀이 붙은 후일 테니 말이다.

이미지가 굳어버리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후우우…….”

난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앞으로 있을 복잡할 일들을 떠올렸다.

일단 확인해야 할 것은 현재 인성 논란이 터졌는가.

내가 사용하는 모든 SNS를 뒤져보았지만,

‘없어.’

어디에도 없다.

안티가 쓴 악의적이 인성 궁예글은 있었으나 이건 논란으로 번질 감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5대 성인도 자기 맘에 안 들면 악마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이니까.

SNS가 아닌 딥한 이야기가 나오는 커뮤니티 등도 뒤져보고.

심지어는 오픈 채팅방 몇 곳도 서치해 봤다.

그럼에도 동준이 형 인성 논란에 관련한 증거들은 없었다.

동준이 형에게 붙어 있는 안티들만 다수 확인할 뿐이었지.

‘아직 안 올라갔나 보네.’

이런 인성 논란의 경우 쎄한 느낌의 증거들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가 결정적인 증언 한 방으로 수면 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근데 동준이 형의 경우 그런 게 없다.

이 말은 즉 한 가지는 확실히 해주는 거다.

‘학창시절에 모두에게 인성질 한 사람은 아니었단 거네.’

적어도 동준이 형이 모두에게 나쁘게 기억될 사람은 아니었단 거다.

그러자 동준이 형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릴 거란 예상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일단 글이 올라온 것은 없으니,

‘기다려야 하나?’

당장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다.

무언가라도 해봐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서울 내의 한 종합대학교 앞에 멈춰 있었다.

밖에는 우리가 출연할 <동네맛집>의 MC 한 사람과 제작진들이 서 있었고.

“이제 여기서 내리면 바로 촬영 시작입니다.”

“내리면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인사한 후에 마이크 차시면 돼요.”

“준비되면 문 열어드릴게요.”

승연 씨와 현아 씨의 안내에 맞춰 형들은 안전벨트를 하나씩 풀었다.

다들 방송 촬영이라고는 하지만 입가에 침이 고인 게 보인다.

활동한다고 빡세게 식단 관리한 걸 오늘 다들 내려놓을 생각인가 보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형들을 보며 작게 미소라도 지었겠으나,

‘설마 촬영 중에 인성 논란이 터지진 않겠지? 그건 최악인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난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끝났으나,

“애들아, 준비 다 됐어?”

“네!”

“빨리! 빨리 가요, 형!”

“와 진짜 배고프다 이제.”

형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기세였다.

연훈이 형이 날 바라보며 준비됐냐고 묻는다.

“……네. 됐어요.”

이 분위기에서 안 됐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럼 가자!”

이내 차량 문이 열렸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

우린 차량 밖으로 나갔다.

* * *

서울 소재의 한 피시방.

그곳에 김원중과 김중연이 모였다.

어제 편의점에서 밤새 이야기한 것들을 오늘 일제히 시작해 볼 요량이었다.

“아, 진짜 해? 진짜 올려?”

“……후우. 가자. 정의구현 해야지.”

“했다가 얘네한테 고소장 받는 거 아니야?”

“근데 찾아보니까 실명 거론 안 하면 고소 못 한대. 쫄지 마. 절대 안 걸려.”

“그래도 하려니까 개쫄리는데.”

“아니, 넌 박동준 걔가 매일 방송 나오는 거 보고 살 수 있냐?”

“그거 생각하니까 좀 빡치긴 해.”

두 사람은 그리 말하며 네이스판에 접속했다.

주로 연예인들 루머글의 발원지라 불리는 곳이었다.

“이런 데는 또 처음 와보네.”

“여기서 논란 X나 터지잖아.”

“아 이거 인터넷에서 짤로 몇 개 본 적 있다.”

“빨리 회원가입이나 해.”

두 사람은 네이스판에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본인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싫어하는 누군가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와, 이거 올리면 진짜 박동준 방송 못 나가겠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브레이크가 고장 난 느낌이었다.

아니, 밟아야 할 브레이크 자체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지금 그들은 그저 박동준이 파멸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추락한 박동준 위에 서서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음을 날리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자신들 앞에 와서 무릎이라도 꿇어주기를 바랐다.

그들은 달콤한 상상을 하며 계속 글을 써내려 갔다.

마치 누군가가 등이라도 떠밀 듯 충동적으로 이뤄진 계획이었으나,

“와, 다 썼다.”

“대박. 개잘씀.”

이 둘은 분명 행복해하고 있었다.

곧 다가올 박동준의 나락을 상상하며.

* * *

<동네맛집> 프로그램은 매주 한 지역을 정하고 그 지역의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종합대학 앞에서 내렸으니 당연히 대학가의 맛집을 탐방하는 날이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대학생이라 그런가.

“끄아아아아악!”

“미쳤어어!”

“대박! X나 잘생겼는데?”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보다 훨씬 더 격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비명을 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미친 듯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도.

뭐에 홀린 듯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들도.

어쨌든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 놓여 있었다.

우리와 MC분을 주위로 두고 수많은 인파가 모여 하나의 구 형태를 이루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러분! 여기 대표 맛집이 어딥니까! 딱 다섯 군데만 받아보겠습니다!”

MC가 이곳 학생들에게 맛집을 묻는다.

다섯 군데의 맛집을 듣고 마지막에 가장 맛있는 1등 맛집을 선정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구성이다.

“거기 여학생분! 인터뷰 가능합니까, 인터뷰?”

전직 아나운서 출신의 MC는 능숙하게 일반인 중 인터뷰 가능한 사람을 골라냈다.

여학생은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황홀하단 듯 눈동자를 빛냈다.

특히 여학생의 시선이 가는 곳은 연훈이 형.

연훈이 형은 그런 시선을 느낀 건지 그 여학생을 보며 생긋 웃어줬다.

“와아아악! 대박! 미쳤어요!”

역시 대학생이라 그런가.

반응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박은주요!”

“좋습니다, 은주 양. 세이렌이라는 그룹 알고 계세요?”

“네에엑! 너무 좋아해요! 저 더쇼케2 진짜 다 챙겨봤어요! 매일 투표하고 영업도 돌렸어요오옥!”

난 확신의 ENFP인 박은주 씨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요즘 애들 말로 원픽이라 합니까? 최애라고 합니까? 아무튼 은주 씨의 최애는 누구죠?”

“아니…… 와…… 그걸 여기서요?”

MC의 짓궂은 질문에 여학생은 진심으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세이렌의 모두를…… 깊게 사랑합니다.”

이후 나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답을 하며 대충 위기를 넘겼다.

“은주 양이 생각하기에 이 학교에서 제일 맛있는 밥집 딱 한 곳. 어디입니까?”

MC는 이제 프로그램 본분에 맞는 메인 질문을 던졌다.

“으음…… 음…… 저는…… 진짜 딱 한 곳을 뽑아야 한다면…… 학생식당이요!”

“오! 학생식당이요? 이 프로그램 하면서 학식이 맛있는 집으로 뽑힌 건 처음인데요?”

“저희 학교 학식 진짜 맛있어요!”

“오오! 알겠습니다. 그럼 얼른 가시죠, 세이렌분들!”

우린 MC의 진행에 맞춰 학생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가기 전에 저희 팬분이랑 잠깐 사진 촬영만 해도 될까요?”

그때 연훈이 형이 MC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 네. 물론이죠.”

MC가 허락하자,

“와악! 진짜요? 대박! 빨리 제 뒤로 모이세요.”

“하하하학!”

박은주 양은 아주 격하게 반기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 모습에 동준이 형이 빵 하고 터져 버렸고.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박은주 양의 카메라 셔터가 몇 번 깜빡이고 난 후.

“이제 이동하실게요.”

우린 제작진들의 인솔에 따라 학생식당으로 이동했다.

“감사해요! 이거 사진 진짜 평생 간직할게요!”

“아니에요. 저희도 밥 맛있게 먹고 올게요!”

“가면 꼭 짜게치 드세요, 짜게치. 그게 진짜 대존맛.”

“하하하! 알겠어요.”

“고마워요.”

“학교 생활 파이팅해요!”

“잘 가요.”

우린 시끌벅적했던 박은주 양을 보낸 후 학생식당에 도착했다.

“이제 첫 번째 맛집을 앞에 두게 되었는데, 어떻게 소감 한 말씀씩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MC는 분량을 챙겨주기 위한 멘트 시간을 잡아줬다.

우린 학생식당이 있는 건물 앞에 서서 한 사람씩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제가 대학교에 온 게 처음이라 내심 학식 같은 거 먹어보고 싶다 기대 많이 했는데 진짜 먹게 돼서 너무 좋아요!”

“사실 여기 대학교 온다 했을 때 검색해 보니까 진짜 학식이 맛있다는 글이 많더라고요. 정말 맛있는지 제가 가서 확인해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세이렌 대표 쩝쩝박사로서 학식의 쩝쩝력을 정확하게 수치화해보겠습니다.”

“하하하! 동준 씨 좋아요! 파이팅 있네!”

동준이 형이 멘트할 때까지만 해도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이제 내가 멘트를 할 시간이었는데,

“어?”

“응?”

“이게 뭐지?”

“헉!”

“지금 이거…….”

제작진들이 있는 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방송에 지장을 안 주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고는 있으나, 누가 봐도 문제가 터진 것은 웅성거림이었다.

그 탓에 난 멘트를 치는 것도 잊고 제작진들을 바라봤다.

형들도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쪽을 바라봤고.

난 직감적으로 느꼈다.

‘터졌구나.’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해 버렸단 걸 말이다.

난 동준이 형과 눈을 맞췄다.

동준이 형은 별걱정 없는 얼굴로 날 쳐다보며 씨익 웃어줬다.

이 미소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니…….

‘망할.’

속에서 천불이 끓었다.

어떻게든 일단 이 방송만 잘 마치고 해결방안을 고안해 보자라고 굳게 마음먹는데,

“동준 씨! 잠깐 이리로 와볼 수 있어요?”

“촬영 딱 10분만 스탑하고 갈게요.”

내 생각보다 문제가 커진 걸까.

촬영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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