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93화
박동준에 대한 인성논란으로 하루 종일 파랑새를 비롯한 SNS들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니 ㅅㅂ 그래서 했다는 거임 안 했다는 거임?
-일단 결과 나올 때까지 중립 좀
-이미 저 증언글들 말고도 박동준 일진 증언 개많음;; 뭔 중립은 중립임;;
└주작글들 좀 갖고 오지 마 아직 찐으로 판명 난 건 최초 폭로글밖에 없는데 허위사실 유포 좀 그만해.
박동준이 누군가를 조직적으로 괴롭혔다, 아니다로 사람들은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최초 폭로글 자체에서 께름칙한 부분들이 발견되었기에 이런 설전이 벌어지는 거였다.
보통은 폭로글이 터진 순간 그 글의 증거만 충분하다면 중립 따위 없이 풀악셀로 이미지가 곤두박질치는 곳이 파랑새였다.
한데 이만큼이나 의견이 갈린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박동준 폭로글에는 께름칙한 구석이 있단 거였다.
이는 증거의 부족 탓이기도 하고, 후발대로 나온 증언글들이 전부 허위사실인 덕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최초 폭로글에서의 그 노골적 구도가 대중들에게도 읽혔기 때문이었다.
다만 의견이 갈린다는 건 그만큼 핫한 토픽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런 핫한 토픽만을 골라잡으며 삶을 보내거나 생계를 유지하는 인간들도 있다.
조회 수 등으로 채널 및 계정을 키우는 인간들은 이때를 기다렸단 듯 박동준 관련 영상들을 조악한 퀄리티로 만들어서 쏟아내기 시작했고.
아직 확인도 안 된 고자극의 증언글들을 가지고 와 아이돌 인성 논란ㄷㄷ 과 같은 류의 제목을 지어 게시했다.
그런 글과 영상들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1등 베스트 댓글은 확인 안 된 것 좀 가져오지 말라고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다만 그러한 댓글의 대댓글은 팬인 거 티 내지 말라는 것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말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모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한 번씩은 박동준이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기울지 않고 팽팽하게 서로가 대립하는 가운데.
밤 11시.
이상 증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폭로글 초성에서 실명으로 싹 다 바꿈;;
-ㅁㅊ놈인가?
-고소 당하는 게 꿈인 거임?
-증거 부족하다고 사람들이 빼액 거리니까 자긴 떳떳하다고 과시하는 거임?
└ㅋㅋㅋㅋㅋ그거면 리얼 개멍청이 새낀데ㅋㅋㅋ
└근데 이게 가장 현실성 있을 듯
최초 폭로글의 제목과 내용이 초성에서 실명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네이스판에 들어가 그 현상을 바라봤다.
자연스레 네이스판의 트래픽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참 이용자가 몰린 그 순간.
-안녕하십니까. 세이렌 박동준 인성글 최초 폭로자입니다. 허위 사실로 물의를 일으킨 점 죄송합니다.
최초 폭로자의 사과문이 게시되었다.
네이스판에 몰려 있던 이용자들은 당연히 그 글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사람들이 확인한 것은 해당 글의 글쓴이와 이전 폭로글의 글쓴이가 같은 사람인가였다.
하루 종일 워낙 많은 허위 폭로글과 증언들을 본 탓에 생긴 습관이었다.
동일한 계정을 사용하는 것임이 확인되자 사람들은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다만 읽을수록 사람들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는데,
-ㅅㅂ 그래서 다 구라라는 거임?
-아…… 아 진짜…… X나 개빡침;;
-X발 이딴 새끼 때문에 동준이가 오늘 하루 종일 개까인 거잖아;;;
-와 진짜 개미친새끼였네……
그 내용 자체가 워낙 추했기 때문이었다.
-저와 함께 박동준 폭로글을 기획한 친구는 중학생 시절 박동준의 집에 놀러 가서 옷과 패딩, 시계 등을 훔치다가 걸린 전적이 있습니다.
본인들의 폭로글에서는 그런 물질적인 것 따위 없이 순수하게 박동준과 친분이 있었다고 적었으나, 실상은 그 누구보다 물질적인 것을 탐했던 게 본인들이었다.
-그날은 박동준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었고, 그 탓에 반에 있던 친구들 중 절반가량이 그 집에 초대된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런 쓰레기 짓을 박동준의 생일에 했다는 것이 두 번 혈압이 오르는 지점이었다.
-저희의 도둑질은 반 친구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적발되었고, 그 순간부터 저희는 반에서 누구와도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전교생 모두가 저희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인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이 악의적인 행동이 아닌 본인들의 잘못 때문임을 시인했다.
-이후 저희의 방향 잃은 분노는 박동준에게로 늘 향해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잘못임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박동준에게 그 모든 분노를 쏟아내었습니다. 이제야 저희의 추한 잘못을 낱낱이 밝힙니다.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모두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더 나아가 저희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을 박동준 군에게도 사과를 드립니다.
위와 같은 구성으로 마무리된 사과글은 마지막에 증거를 몇 개 첨부했다.
해당 글의 글쓴이인 김원중과 김중연의 메시지 내용을 캡쳐한 거였다.
메시지는 위의 글이 진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걍 생파에서 물건 좀 나눠주지ㅋㅋㅋㅋ
-아나바다 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리얼 있는 새끼들이 더함ㅋ
-아니 X나 사람이 베풀면서 살아야 뒤통수 안 처맞는 거임
-그때 ㅅㅂ 우리 따 시키던 새끼들 싹 다 갈아마셔버리고 싶음ㅋ
위 메시지에는 전송 시간과 날짜까지 전부 나와 있었기에 증거로서 충분한 가치를 띠고 있었다.
글의 전문을 읽어나간 사람들은 해당 글을 본인들의 계정으로 공유하거나, 친구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반대로 박동준의 인성 논란 글에 대한 것을 재배포하며 논란을 키우던 계정주, 채널주들은 급히 본인들의 게시물들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삭제하기 시작했다.
한쪽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후속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ㅅㅂ 이새끼들 고소하려 하니까 글들 다 사라진 거 진짜 개빡침
-동준이 관상 어쩌구 하던 새끼들 다 어디 갔음?
-진짜 너무 억울했어…… 아직 확정 난 거 아무것도 없는데 다들 죽으라고 욕하고
-저거 폭로글 쓴 사람들 너무 악질이라 어질어질할 정도임
-나 진심 이번 일 겪으면서 인류애 싹 다 상실함……
-오늘 진심 화딱지 나서 못 잘 줄 알았는데 그래도 빨리 해결돼서 어케 잘 수는 있을 듯……
그렇게 밤 11시가 넘어가는 야심한 시각.
박동준에 관련한 문제들은 빠르게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 * *
편의점에서 통찰을 사용하다가 정신을 잃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러니 눈을 뜨고 나면 편의점 근처거나 병원일 거라 생각했다.
한데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자 보인 곳은 병원도, 편의점도, 하다못해 길바닥도 아니었다.
이곳은 무한하게 검은 공간이었다.
위도 아래도 없고 앞과 뒤도 없는 곳.
걸으려고 하면 걸을 수야 있었지만 방향이 없으니 걷는다는 모양새만 취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공간의 이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코마 상태에 빠진 건가?’
내가 의사는 아니라 판단은 못 하겠지만 우선 든 생각은 이런 거였다.
통찰을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니 뇌에 무리가 가서 결국 쓰러져 버린 것일지 몰랐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올라가야 할 무대가 있고,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있으니까.
아직 2주차 활동은 시작도 못 했다.
형들이랑 음악방송 1등 트로피도 못 들어봤단 말이다.
다만 코마 상태라는 결론까지 가진 않았다.
지이이잉-!
혹시나 싶어 이곳에서 통찰을 사용해 본 결과, 통찰을 쓸 때의 그 고양감이 느껴지며 공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일변도인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난 통찰을 더 강하게 걸어봤다.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에 있을 때와는 달리 통찰을 씀에 있어 어떤 부작용도 없었다.
어쩌면 현실에서는 인간의 몸을 입은 채로 통찰을 쓰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곳은 아무리 봐도 현실의 공간이 아니니 지금 내 몸도 일종의 정신체와 같은 것일 테니 말이다.
쩌저적-!
공간은 마구잡이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벌어진 균열은 자기들끼리 범위를 넓혀 나가며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이후,
화아악-!
날 감싸고 있던 검은색의 공간이 벗겨져 나갔다.
내가 서 있게 된 곳은,
‘……뭐야.’
별처럼 환하기도 하고.
한없이 어둡기도 하며.
그 끝과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창대하고.
압도적인 질량에 숨이 막히는 곳이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우주와는 그 생김새가 다른 듯하지만 우주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단어가 없는 공간이었다.
그 한가운데.
중간이 뚝 끊긴 기다란 실이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듯하여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결코 닿진 못할 만큼의 거리감이 실과 나 사이에 있었다.
눈대중으로는 한 뼘 차이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한 뼘.
다시 한번 손을 뻗어보려는 순간,
[허용되지 않은 접근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분명한 목소리로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귀로 들리는 게 아닌 온몸을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이후,
솨아아악-!
우주 끝으로 추락하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날 휘감았다.
이내,
“하악…… 하아…… 여기 병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지금 동생이 많이 아파서…….”
“어머! 지금 그게 다 피예요?”
“네. 그러니까 병원이…….”
“잠시만요. 응급실 있는 병원이 저기 대로로 쭉 내려가면 바로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현실로 돌아왔다.
도승이 형 등에 업혀 있고, 골목 한곳에 서서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형은 나를 업은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 위로도 형 심장이 터질 듯 거세게 뛰는 게 느껴질 정도다.
이미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형이 대로로 나가기 전.
“……형. 나 정신 차렸어요.”
“뭐?”
난 도승이 형을 잡아 세웠다.
“괜찮아? 어디 아픈 데 없어?”
형은 골목 벽에 날 기대앉게 한 채 질문을 쏟아냈다.
“네. 괜찮아요. 근데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었어요?”
“지금 이 상황에 그게 궁금하냐?”
“괜히 기사 나면 안 되잖아요.”
“아무도 못 봤어. 골목으로만 이동했고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도 아까 그 아줌마가 전부야.”
“다행이네요…….”
난 호흡을 골랐다.
사실 아직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
“일단 옷부터 새 거 사야겠네요.”
코피를 어찌나 많이 흘렸는지 반팔 앞섶이 죄다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병원부터 가야지 미친놈아.”
“병원 가봤자 아무 이상 없다는 소견만 나올 게 뻔하잖아요. 형도 알 거 아니에요. 시스템에 관련된 거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피를 흘리면 병원을 가봐야지…….”
“됐어요.”
“하아…….”
도승이 형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날 쳐다봤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린 후 힘을 줘 잡았다.
“넌 네가 회귀자인 세계에서든 아닌 세계에서든 매번 혼자 무리하다가 자빠지는 거냐 왜…….”
“제가 그랬어요?”
“……하아. 말을 말자.”
“일단 여기서 좀만 숨 좀 고르다가 택시 타고 돌아가죠.”
도승이 형은 질린단 듯 날 쳐다봤다.
때마침,
[미션 성공]
[박동준의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미션 성공 알람이 울렸다.
“논란 잠재우는 데 성공했네요. 시스템이 미션 성공했다고 알려줬어요.”
“……이 와중에 그게 중요하냐?”
“이게 중요하죠. 이거 들으려고 그 난리 친 건데.”
도승이 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진짜 기 빨린다. 당분간은 이쪽 강도승이랑 스위칭 안 할란다. 넌 어째 첫 번째 회귀를 한 백 번쯤 한 놈처럼 하냐.”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거잖아요. 그럼 스위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기 골목 밖에 마트 들어가서 흰 티셔츠 한 장만 사다 줘요.”
“지독한 새끼.”
도승이 형이 모자를 좀 더 푹 눌러쓰고 마트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난 벽에 머리를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의 밤에 별 따위가 보일 리도 없다.
대신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정신을 잃은 사이 보고 왔던 그 우주였다.
우주 속의 기다란 실 하나.
중간이 뚝 끊긴 실.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찰나.
[미션 발발]
“……하아.”
이 망할 시스템이 이 타이밍에 미션을 던진다.